"과정 출제 원칙내에서 사교육 대응 원천봉쇄"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4월3일 대구과고 대전과고부터 원서접수를 실시하며 열릴 2018 영재학교(과학영재학교, 과학예술영재학교 포함) 입시를 두고 현장 열기가 뜨겁다. 특히 올해 8개 영재학교 모두 5월21일로 통일된 영재성검사는 합격관건으로 인식되면서 출제유형에 대한 궁금증으로 신경이 곤두선 상태. 객관식인지 단답형인지 서술형인지, 몇 교시에 걸쳐 출제되며 각 교시 어떤 과목이 다뤄지는지, 몇 문항 나오고 어떤 풀이과정이 합격에 가까울지까지 현장 궁금증은 구체적이다. 영재학교 입시는 고입 가운데 가장 먼저 실시하면서 특차 성격으로 불합격은 물론 합격 이후에도 타 전기고 지원이 가능할 정도이며, 입시의 흐름도 타 고교유형과 달리 지필고사를 허용하고 서류평가 과정에서 개별면담 또는 면접도 가능한데다, 학교에 따라 당일 또는 1박2일 또는 2박3일까지 캠프를 통한 선발이 가능한 배경에 따른 현장 궁금증일 수도 있다. 전형과정은 세밀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전형 안내는 투박한 탓이다. 배경엔 "사교육 훈련으로 만들어진 영재를 배제한다"는 영재학교 공통입장이 자리한다. 사교육이 예상치 못하는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매년 고심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해마다 유형이 바뀌기도, 교시가 바뀌기도, 문항 수와 활용 교과목이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교육 믿지 마라"이다.

3월25일과 4월1일 총 두 차례 2018 입시설명회를 실시하는 서울과고(사진)는 설명회 직전에 지난해 영재성검사와 캠프 기출문제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출문제와 동일한 유형이 출제되는 게아니라 교시별 출제 유형과 문항 수 등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중학교과정 내 출제 범위로, 사교육 없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근거로 공개하는 것"이라는 관계자 설명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경기과고를 제외한 7개교가 2단계로, 경기과고만이 서류평가와 합한 1단계로 진행하는 영재성검사의 속내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은 "매년 틀을 정하진 않는다"는 공통의견을 내놓는다. 영재학교 입시의 틀을 선도한 한국영재(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어떤 식으로 나올지 경향은 알 수 있지만 매년 출제팀이 만들어지고 동일인이 출제팀에 매년 합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는 당일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영재학교 전환 이후 일정한 틀을 유지해온 서울과고(서울과학고등학교) 역시 "올해 영재성검사가 지난해 영재성검사와 동일한 틀로 출제되리란 보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과고의 경우 특히 올해 지역편중 현상을 없애기 위한 지역인재 우선선발을 도입하고, 1단계 서류평가에서 '그물망'을 촘촘히 해 더욱 철저한 평가를 거치겠다는 입장이어서 1단계 통과가 예년보다 어려울 전망이다. 2단계 전형에 대해 서울과고 관계자는 "1교시에 출제해온 객관식 유형의 문제는 단순한 문항이 아니라 영재성을 판별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쳐온 바 있어,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만 장담할 수 없고 객관식 문항이 1교시에 나올지 예전 서술형 평가를 해온 2, 3교시에 나올지 등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매 교시 문항 수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대구과고(대구과학고등학교) 관계자도 "출제방법 및 내용은 매년 유동적"이라고, 광주과고(광주과학고등학교) 관계자도 "중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내용에 단원간 연계나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는 문제까지 골고루 출제하고 있다"며 "수학과학 과목간 연계 문항은 2단계 영재성검사에서 시도되기도, 3단계 캠프에서 시도되기도 하는 등 매년 달라진다. 단계별 문항 수와 시간은 해마다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2개 과학예술영재학교가 공동출제함에 따라 동일한 문제가 출제될 세종영재(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와 인천영재(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역시 "매년 다른 인물로 구성되는 선심위(영재교육대상자 선정심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출제유형이 결정되기 때문에 올해 문제가 어떻게 출제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종영재 관계자는 "올해 출제유형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인천영재 관계자는 "지난해 출제방식이 올해도 유지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재학교 입시문제의 출제는 선심위(영재교육대상자 선정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 선심위는 학내외 관계자들로 구성한 위원회로 입학요강부터 최종합격자 결정에 이르기까지 입시 전반의 결정을 하는 기구다. 학교마다 선심위가 강조하는 건 진정한 영재를 선발하는 데 이어 '사교육 영향 배제'다. 어떻게 하면 사교육 영향을 벗어날지가 학교마다 입시에 방점을 두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가장 큰 사교육 영향은 선행학습의 문제다. 지필고사가 있다 보니 선행학습이 필요할 것이라 여길 수 있지만, 이는 터무니 없는 편견이라는 게 현장 입장이다. 8개 영재학교 모두 강조하는 건 '중학교 교육과정 내 출제'다. 학교에 따라 중3학년의 2학기까지 모두 출제(한국영재)하거나 중3학년의 1학기까지 출제(광주과고)하거나 중3학년의 1학기 5월까지 출제(대구과고)하는 등 학교마다 범위는 다르지만 분명한 건 중학교 교육과정 내 출제를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한국영재 관계자는 "출제팀은 중1, 2, 3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갖고 출제한다. 중학교를 벗어난 고교과정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서울과고 관계자는 "철저하게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출제하며, 출제 이후 중학교 교사들을 모셔서 중학교 과정을 혹시나 벗어나진 않았는지 검토도 한다. 각 문제는 중학교 무슨 교과의 어떤 단원 몇 페이지까지 명시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육과정 내 출제를 철저히 지킨다"고 강조하는 건 8개 영재학교 모두의 얘기다.

사교육 영향의 또 다른 문제는 '유형학습'이다. 학원마다 복기한 기출문제를 들고 지원희망 학교의 기출문제에 맞춰 '훈련'하는 것이다. 이 역시 영재학교들이 심각하게 보는 현상이다. 영재학교들이 매년 출제유형과 문제풀이시간을 정하지 않고 출제에 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입시문제가 유형화하면 학원이 곧 따라오고, 훈련에 의한 학생이 입학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교육계에서 '악명' 높은 한국영재의 경우, 관계자는 "중학교 시절에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잘봤다 했을 때도 잘한다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범위에 맞춰 여러 권의 참고서를 가지고 비슷한 문제를 여러 번 풀면 실수 안 하고 맞춰서 성적이 잘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다. 얼마나 관심이 있으며 고민을 했고 다른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지, 결국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궁금해한다. 부모가 시키지 않더라도 과제집착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출제한다. 그래서 정답 없이 풀이과정에 이르는 것을 보고자 하는 것이 많다"며 "수물화생지가 다 들어가는 문제가 출제될 수도 있고 일부 영역만 융합해 출제될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문제를 단시간에 오답 없이 맞히느냐와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서울과고 관계자는 "서울과고는 매년 유형훈련을 배제한 출제를 지향한다. 학교 입장에선 사교육이 따라오지 못할 문제를 출제하느라 매년 바꾼다. 다만 사교육과 끝 없는 평행선을 걷는 것 같다. 사교육 입장에선 많은 정보를 주겠다는 것일 수 있지만, 학교 입장에선 훈련을 통한 만들어진 영재는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광주과고 관계자는 "사교육의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입시를 진행하겠다는 취지에 맞게 올해도 평가의 유형 등이 바뀔 수는 있다"며 "중학교 교육과정 내라는 것이 범위가 좁기 때문에 출제과정이 힘겹긴 하지만, 최대한 사교육이 따라올 수 없는 출제를 하기 위해 매년 유형을 바꾸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전과고는 올해 유형을 확 바꿨다. 2단계 전형에 서술형 문항을 없앴다.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대전과고 관계자는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시키고자 풀이과정을 제시하는 서술형 형태의 문항을 없애고, 정답만 쓰는 단답형이나 정답에서 간단히 서술하는 형태의 문항만 출제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3단계 전형에서 지난해 선발에선 총 7개 과제를 수행토록 했으나, 올해는 수학관련 2개, 과학관련 2개로 줄여서 운영할 예정이다. 수학관련 과제 1개와 과학관련 과제 1개는 풀이과정을 제시하는 형태의 문항으로 제시할 예정"이라며 "물론 실제 신입생 선발에선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혀 이마저도 확정적인 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

영재학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사교육을 경계했다. "영재성이 있다면 사교육 없이도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대다수 학생들이 사교육을 경험하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사회적 현상으로 오히려 사교육 없이 합격한 학생들도 있고 사교육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학생들도 상당하다. 오히려 사교육을 받고 입학한 학생들이 적응에 힘겨워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재학교 입시문제 출제경험이 있는 광주과고 관계자는 "해마다 고민하는 게 교육과정 내를 준수하되 사교육 영향이 없도록 출제하는 것이다. 매년 사교육과 숨바꼭질을 하는 심정으로 사교육이 예상하지 못할 문제를 출제하는 데 고심"이라며 "수요자를 생각한다면 정보를 제공하는 게 맞는데 왜곡되어 사교육 활황에 활용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분명한 건 중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다. 유형을 훈련한다면 아마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들일 것이다. 때문에 유출을 꺼리는 것이다. 훈련을 방지하기 위해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는 것이다. 사교육 없이 입학한 학생들도 존재한다. 이 아이들은 처음엔 적응을 힘들어하지만 곧 학교에 융화되고 오히려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교육을 받고 온 친구들이 오히려 1학년1학기까지는 버티지만 2학기 가면서 티가 나기 시작하고 2학년 되면서 힘들어한다. 출제되는 문제들은 사교육 없이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므로, 무엇보다 스스로 학습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다.

영재학교 입시를 앞두고 사교육과의 숨바꼭질로 바쁘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염려하는 건 영재교육이 대학진학의 수단으로 왜곡되는 사회적 현상이다. 영재학교 한 관계자는 "영재학교는 국가를 이끌 이공계 영재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임에도 영재학교를 대학진학의 루트로만 생각해 자녀의 적성이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은 영재학교로 진학시켜야 하겠다는 일부 인식이 안타깝다. 이런 경우 입학 후에도 교육의 과정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특정 대학 진학에만 열을 올리는 실정이고, 결과적으로 아이가 불행해진다"며 "영재교육이라는 건 어느 대학에 얼마나 보내는지 결과를 두고 볼 게 아니라 자신의 영재성을 발현시키기 위해 보통교육과 다른 차원의 교육을 경험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학창시절을 보내며 쌓는 경험들에 의미를 둬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희망했다.

올해 입시를 실시하는 8개 영재학교 중 현재로는 서울과고만이 올해 입시설명회 직전에 지난해 기출문제 일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사교육을 통해 복기된 문항들이 떠돌고 있지만, 학교측이 공개하는 지난해 기출문제로는 서울과고 일부 문제가 유일하다. 서울과고 관계자는 기출문제 공개에 대해 "중학교과정 내 범위 출제로, 사교육 없이 충분히 풀 수 있다는 근거로 공개하는 것"이라며 "같은 유형의 문제가 올해도 출제되리란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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