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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영재학교] 영재학교의 숙제, 각기 다른 지원체제‘영재교육 실험대상인가’.. ‘공통기준 마련해야’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과학영재학교(과학예술영재학교 포함, 이하 영재학교)는 장밋빛 길만 걷고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고교유형 가운데 가장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괄목할 교육성과를 내고 가장 빠른 고입 레이스를 펼치면서 최상위 수험생들을 끌어안고 있지만 우수인재 선점, 일부 학생의 의대행, 선발과정에서의 사교육유발요소 등 안팎의 비판시각도 상당하다. 학교 안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전국 8개 영재학교의 예산지원은 지역별로 제각각이다. 예산은 교육의 질을 좌지우지할 기본배경이다. 지자체별 이해관계를 따지다 보니 국가적으로 요구되는 영재교육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지적이다. 교원수급의 방식에 아직 영재교육을 다지지 못하는 환경에 처한 것도 문제다. 유일한 미래부 소속의 한국영재 정도가 안정적인 교원수급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나머지 7개 영재학교는 교육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순환체제로 불안정하다. 공무원 신분으로 인사체계가 돌아가는데다 급여수준의 차이도 크다. 영재교육을 위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상당하지만 그에 맞는 보상체제는 없어 교원공모마다 지원이 저조하다. 교원수급의 문제는 장기적으론 영재교육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03년 한국영재가 최초로 영재학교로 전환한 이후, 2010~2011년에 대거 전환이 이뤄졌고, 후발 2개교는 아직 원년을 채 맞지 못한 상황에서 과도기로 좀더 안정적인 체제를 갖추는 데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이를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국가발전에 중요한 영재교육,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일선의 목소리를 듣는다.

영재교육 정착을 위한 각 영재학교들의 노력은 처절할 정도다. A영재학교는 소송을 통해 의대지원을 막을 정도이고, B영재학교는 마지막 학기 학생부 평가를 통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학생에 대한 고심이 깊다. 안타까운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 입시와 교육의 틀을 유지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에서다. 물론 의대행을 막고자 하는 노력은 8개 영재학교 모두 요강상에 밝히고 입학설명회에 밝히고 추천서배제 장학금환수 등 다양한 노력으로 점철된다. 사교육 영향이 큰 입시로 수도권 합격자가 대부분인 건 영재학교 모두 같은 상황인 가운데, 서울과고(사진) 는 올해 지역인재 우선선발을 신설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8개 영재학교, 많은 것 아닐까? 현장 이미 문제점 직시>
영재학교는 전국 8개 체제다. 부산(한국영재) 서울(서울과고) 경기(경기과고) 대구(대구과고) 대전(대전과고) 광주(광주과고) 세종(세종영재) 인천(인천영재) 등 주요 대도시에 하나씩 자리한다. 2003년 한국영재가 국내최초의 과학영재학교로 출범한 뒤, 지역별로 하나씩 생겨나면서 ‘나눠먹기’ 비판도 있던 실정이다. 영재학교 8개 체제는 ‘많다’는 의견이 우선 제기된다. 이미 전국에 과고가 지역별로 한두 개교가 자리하면서 20개교 있다. 2016학년 기준 영재학교 학생 수는 2260여 명, 과고 학생 수는 44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일반고에 운영되는 과학중점학교가 올해 135개교로 확대되고 교육부는 최종 200개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영재교육을 위한 과고를 지역별로 운영하고 있던 차에 또 다른 영재교육을 위한 영재학교가 8개나 있을 필요가 있었는지, 교육자치 시대에 지역이기주의의 발로가 영재학교 전환 및 설립으로 이뤄진 건 아닌지에 대한 비판이 존재하는 것이다.

영재학교 교장들은 기본적으로 우수인재 발굴을 위해 반드시 영재교육이 필요하다면서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영재교육을 위한 더욱 체계적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재학교 효시인 한국영재의 정윤 교장은 영재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마련을 촉구한다.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가 우수인재를 잘 발굴해 잘 교육시켜서 중요한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 본다. 수월성교육의 다수 인식은 좋지 않다 하더라도 국가는 굉장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월성 교육을 받은 한 사람이 창출하는 가치는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재학교 과고의 교육방법 수업모형 등을 일반교육 보편교육에 이전해 전체 교육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측면으로 수월성교육에 접근해야 한다.” 인천영재 이원희 교장 역시 영재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스포츠 예술 등 어느 분야를 봐도 사실 피라미드 구조다. 수많은 운동선수들 가운데 선발에 선발을 거듭한 결과 소수의 국가대표가 나온다. 국가대표 선수가 20~30명이면 된다고 해서 초등학생 때부터 20~30명만 데리고 훈련할 수는 없다. 영재교육도 같은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자연계열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각 학교 영재학급을 통해 교육시키고, 영재학교 과고를 별도로 세워 강화시킨 것 역시 영재교육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라고 본다. 영재학교 과고 등 선발체제 때문에 일반고가 황폐화된다는 우려는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영재학교 과고를 모두 없애고 일반고 체제로만 간다면 국가발전은 어렵다.” 대전과고 송영곤 교장은 “과학영재 교육은 가속화하는 과학기술문명 시대에서 소수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에 대한 저비용이면서 고효율적인 가장 경제적인 투자”라며 “문제가 있다면 보완 개선해서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영재교육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선 이미 문제진단을 하고 있었다. 한국영재 정윤 교장은 “영재교육의 기본방향은 유지해야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인구나 우리학생들의 역량을 볼 때 영재교육을 시켜야 하는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정 교장은 또 “과고에서 영재학교 전환 이후 실제 교육의 질에 변화가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많은 영재학교 과고들이 입시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마음껏 영재교육을 펼칠 수 없는 환경이다. 재정에 대한 부담과 지역별로 다른 지원체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며, 교육부 관할 공무원으로서 순환근무를 하는 데 따른 효율성 등 실제로 진정한 영재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고, 진정한 영재교육을 실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영재교육의 전반적인 현장실태를 진단했다.

서울과고 임규형 교장 역시 진정한 영재교육을 위한 환경조성을 촉구한다. 과고 때와는 다른 영재학교의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과고 때부터 이미 교육목표는 영재교육이었다. 과고의 수월성 교육만으로 부족해 교육과정을 더욱 자유롭게 열어주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영재학교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영재학교는 많이 생겼는데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의 소기의 성과를 많은 학교가 올리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일한 미래부 소속인 한국영재는 인력이나 예산에 굉장한 지원을 받아 이상적으로 영재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다른 영재학교들은 공무원 신분의 교사로 운영되고, 모든 학교의 운영이 법령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상적으로 영재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지역별로 영재학교를 세웠으면 지역의 잠재력 있는 영재를 선발해 교육하면 좋은데, 결국은 학교마다 수도권 학생들의 비중이 제일 높다. 영재학교가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사교육이 꼭 필요한 학교로 인식되면서 사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 문제도 있다. ‘영재학교가 지나치게 많다 적다’를 말하긴 어렵지만, 과고와 영재학교가 본질적으로 같은 수월성 교육기관이고 영재학교는 자율성을 더 보장 받는다는 차이가 있는데, 본질적으로 차별화를 시키기엔 힘든 측면이 있다. 몇몇 선도학교들에서 시도되는 것들이 1~2년 안에 전국 영재학교로 뻗어간다. 영재학교 과고에서 시도되는 교육과정을 일반고가 대입에 유용하다 해서 무리하게 적용하며 부작용이 발생한다. 영재학교를 대학진학의 루트로만 받아들이는 일부 사회인식 때문에 의대진학 문제를 갖고 학교와 학부모 간 실랑이를 벌이는 등 교육 외적인 측면에 에너지 낭비가 크다. 비효율성이 너무 커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미래부 관할? 교육부 관할?>
8개 영재학교 중 한국영재만이 미래부 관할, 나머지 7개 영재학교는 교육부 관할이다. 영재교육진흥법 적용은 동일하지만 소속에 따른 환경은 크게 다르다. 교육과정을 학교장 권한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8개 영재학교가 동일하지만 교육과정을 운영할 환경부터 다른 것이다.

특히 교육을 주도할 교원의 수급에 큰 차이가 있다. 교원채용에 있어 한국영재만 영재교육진흥법 제25조에 의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거나 해당분야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석사학위 취득자에 영어강의 가능자를 자격요건으로 두고 있다. 나머지 7개 영재학교는 해당 내용 명시 없이 현 중등학교 교원(공무원) 중 전국공모해 심사, 선발한다. 자격요건에 의한 학교별 교원의 학위현황은 큰 차이를 보인다. 2016학년도 기준, 박사급 교원은 한국영재가 51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서울과고 경기과고 각 17명, 대전과고 광주과고 각 13명, 세종영재 11명, 대구과고 7명, 인천영재 6명 순이다. 박사수료자는 경기과고 11명, 서울과고 10명, 대전과고 8명, 대구과고 6명, 세종영재 인천영재 각 5명, 한국영재 4명 순이다. 석사는 경기과고 43명, 광주과고 35명, 대구과고 31명, 대전과고 30명, 서울과고 28명, 세종영재 21명, 인천영재 8명, 한국영재 6명 순이다. 석사이상에서 7개 영재학교가 만회하고는 있지만 박사급에선 한국영재가 독보적으로 많은 비율이다.

교육부 관할의 7개 영재학교의 교원이 모두 행정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반면, 미래부 관할 한국영재만이 수업과 행정을 철저히 분리, 교사부담을 완화한 상태다. 8개 영재학교 모두 교원에 승진가산점을 주고 있진 않지만 공립 순환제가 아닌 한국영재에선 승진가산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신 한국영재만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영재를 제외한 7개 영재학교는 공립 순환제로 타 학교로의 전출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있다는 상황에서 특별한 인센티브 없이 승진가산점도 없다는 점은 교원 개인에겐 영재학교 재직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2016학년 기준 자료로 세종영재와 인천영재가 누락된 상황에서, 계약연한과 관련한 여건이 가장 좋은 곳도 한국영재다. 초임 3년 이후 5년 단위로 평가에 의한 재임용을 거친다. 서울과고는 1년 단위, 경기과고는 5년 후 매년, 대구과고는 4년 후 매년, 대전과고는 1년 후 3년 계약하고 총 10년 후 재공모, 광주과고는 2년 단위로 계약연한을 두고 있다. 인천영재는 5년 이후 3년까지 최대 8년간 근무할 수 있다. 8년 이후엔 재공모에 의해 다시 근무할 수는 있다. 연한 이후 재공모를 통해 다시 근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에 근무안정성까지 상당히 떨어지는 셈이다.
예산지원도 제각각이다. 한국영재를 제외한 7개 영재학교가 교육부 소속, 결국 교육청 지원을 받으면서 교육감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의회의 지원, 학교의 의지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집중지원이, 그러지 않다면 삐걱거릴 수 있는 구조다.

가장 많은 예산지원은 한국영재가 받고 있다. 연간 150억원 가량의 예산이다. 서울과고 24억원, 세종영재 20억원, 대구과고 36억원, 인천영재 30억~40억원, 광주과고 40억원 수준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학급수 학생수 학교시설규모와 비교해서 타 시도 영재학교와 맞추는 게 기본 방향이라 하지만 차이가 상당하다. 한국영재는 예산에서 인건비를 해결, 교육청에서 인건비가 별도 지원되는 타 7개 영재학교와의 차이는 있지만 연간 인건비 80억원을 제외해도 70억원 가량으로 가장 풍족한 학교다. 서울대 실적에서 특히 괄목성과를 내고 있으며 국제 올림피아드 국가대표 배출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서울과고는 학교규모에 비해 가장 적은 수준의 예산지원이 두드러진다. 지역에 따라 다른 예산 지원체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교육청이 100% 지원하기도 하지만, 대구과고 광주과고 세종영재는 교육청이 50%, 나머지 50%를 각 대구시 광주시 세종시가 지원한다. 인천영재는 교육청이 50%를 지원, 25%를 인천시가 나머지 25%를 연수구가 지원하는 구조다. 누가 지원하느냐에 따라 갈등도 불거진다. 교육청의 경우 당연히 지원한다 하지만, 시 또는 구 차원에서 일부 지원하는 경우 영재학교 교육수혜를 받는 학생 대다수가 타 지역 학생이라는 데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일부 지역은 지원연한을 규정하고 있어 안정적인 예산마련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미 지자체 지원이 끊겨 근근이 운영하는 영재학교들도 있다.

인천영재 이원희 교장은 “영재학교는 기본적으로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창의 인재형 이공계 학생 육성에 매진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를 구현할 법적 제도적 장치와 함께 자율성 확립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4년 일부 조항이 개정되긴 했지만 영재학교의 토대인 영재교육진흥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영재학교가 원래 취지대로 잘 운영되려면 이를 구현할 교원에 대한 역량 강화와 함께 우수 교원이 충원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어려운 점이 많다. 우수한 교원의 영재학교로의 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유인책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영재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너무 많은 교육활동을 하는 데 비해 이에 대한 보상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향후 마이스터고 근무교사에 준하는 공통 가산점과 연구비를 연구수당화해서 일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영재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안정적 재정 지원정책도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지원하는 현행 재정지원은 영재학교의 안정적 교육과정 운영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국가 차원의 단일 재정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

서울과고 임규형 교장은 한국영재의 시스템을 영재학교 운영의 본보기로 들었다. “한국영재가 학교운영하는 시스템은 최고라 할 수 있다. 교사들은 수업에 전념하고, 학생선발도 입학을 전담으로 하는 분들이 대학처럼 여러 분 계신다. 다른 영재학교들은 사정이 다르다. 아이들 가르치면서 입학전형 실무를 해야 하고 공문처리도 해야 하는 등 일반 학교와 동일한 형태에서 학생수준에 대응할 정도의 수업준비도 해야 한다. 한국영재가 교원에 대한 지원이 확실한 반면, 다른 영재학교들은 보수체계도 공립교사 수준에 묶여 있고 특별한 대우 없이 그저 우수한 아이들 가르치는 데서 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틴다. 교장 입장에서 아쉬운 측면이다.”

<의대진학 문제.. 학교차원 엄격배제>
영재학교는 국가를 이끌어갈 과학자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막강한 국가지원을 받고 있지만 일부 의대선호현상에 의해 이공계열이 아닌 의약계열로 진학하는 사례가 영재학교 위상을 흔드는 가장 대표적 근거로 작용한다. 2016년 2월 졸업자 기준, 서울과고 24명, 경기과고 16명, 대구과고 5명의 의대진학자가 나왔다. 한국영재는 의대진학자가 없었고, 당시 대전과고 광주과고 세종영재 인천영재는 완성년도가 아니어서 졸업자 자체가 없었다.

올해 교육부가 전국 영재학교에 ‘입학전형요강에 의대지원자 배제’의 문구를 적시하라 권고한 상태지만, 이전부터 영재학교들은 학생들의 의대행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 자체적으로 제재방안을 마련하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교육부 권고 이전부터 입학요강에는 물론 입시설명회에서도 “의대진학자는 오지 마라”는 경고를 수 차례 했고, 진학자 가운데 의대진학으로 경로를 바꾼 경우 장학금환수 추천서배제 등의 강수를 둬 왔다. 실제로 2년 전 A영재학교는 학교 몰래 의대에 지원, 합격한 학생에 장학금 상장 등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졸업유예’라는 강수까지 두면서 소송을 거쳐 실제로 의대행을 막은 바 있다. 학교측 의지가 강경한 데 비해 대학 또는 사회적 인식은 미흡한 실정이다. 학교측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학교 몰래 의대에 지원서를 넣는 학부모들도 존재하는가 하면 일부 의대는 추천서를 아예 받지 않고 전형을 실시, 학교차원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교육계 한 관계자가 “대학 또는 국가 차원에서 의대입시에 영재학교 과고 학생의 지원을 제한하는 국가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실제 영재학교들의 의대진학배제 행보는 처절할 정도다. 한국영재 조철희 교감은 “한국영재는 4년간 의대진학자가 단 한 명도 없다”며 “다른 영재학교와 마찬가지로 한국영재 교육과정 자체가 의대진학과는 거리가 멀고, 과학수학 마니아들이 몰려드는 학교특징이다 보니 특히 의대진학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기도 하지만, 학교 차원에서 꾸준히 경고해왔다”고 말했다. 서울과고 임규형 교장은 “의대진학 문제는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의대진학 자체가 범죄도 아니다. 다만 우려하는 건, 풍조”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일부 의대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게 되고 공공연하게 의대진학을 당연시 여기는 풍조는 고급과학인력을 육성하고자 하는 학교의 설립목적과 맞지 않다. 서울과고는 이미 입학전형요강에 의대진학 배제사항을 명시하고 있고 실제 진학한다면 장학금을 회수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의대희망자에 추천서를 작성해주지 않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적어도 의대진학을 자랑하는 풍조는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학교의 중요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서울과고 백승용 3학년부장은 “2017학년 대입에선 굳이 의대에 지원하겠다는 학생들에게 이공대 추천서를 써주지 않았다. 올해는 좀더 강력하게 의대진학을 억제해보려 한다. 학부모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최종적으론 의대진학자에 대해 교내에서 그 어떤 추천서도 써주지 않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과고 송영곤 교장은 “추천서 없어도 학생들을 받아주는 의대들이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대전과고는 2017학년 입시에서 의대 추천서를 전혀 써주지 않았으며, 2018학년 대입에선 의대 지원자에 대해 의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에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것으로 1~3학년 학부모들에 이미 공지했으며, 올해 입시설명회에서도 동일한 내용으로 예비학부모 학생들에 공지할 계획”이라 밝혔다. 아직 대입레이스를 치르지 않은 인천영재에서도 이미 의대진학 배제정책을 세웠다. 인천영재 이원희 교장은 “의대진학은 학교설립 취지나 인재상과 맞지 않고, 우수이공계학생 육성이라는 진로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입시전형을 통해 학생 및 학부모에게 충분히 설명 드렸다”며 “이미 각 영재학교들이 학칙에 의대진학 불허에 대한 사항을 반영하고 입시요강에도 이를 반영하는 것과 각종 장학금에 대해서도 의대진학 시 회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물론 일부 의대진학에 있어 학교장추천서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들 전형을 통해 의대진학을 하려 하는 것은 학교 차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학교장추천이 있는 입시전형에서는 학교장추천서를 써줄 수 없다는 게 현재 학교의 기본방침”이라 분명히 했다.

<사교육영향 가장 큰 고입.. ‘수요자 입장 고려할 필요’>
영재학교를 둘러싼 우려 중 의대진학 못지 않은 게 입시 과정의 사교육 유발이다. 영재학교 입시는 영재발굴의 목표아래 타 유형보다 치밀한 선발체제가 특징이다. 특히 8개교 모두 지필고사 형식으로 실시하는 영재성 검사와 8개교 중 7개교가 1박2일 간 각종 과제물 수행을 진행하는 캠프에 출제되는 문항은 베일에 가려있어 오히려 사교육 영향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8개교 중 서울과고만이 기출문항 일부를 공개했고 2년 전 한국영재가 기출문항 일부를 공개한 걸 제외하곤 학교차원의 정보공개는 없는 실정이다. 어떤 식으로 선발이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 학생들은 코끼리 다리라도 더듬어보겠다는 심정으로 기출문항을 복기해둔 학원을 찾아가는 실정이고, 이제는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교육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는 형편이다. 사교육 영향은 곧 의대진학 문제로도 발전한다. 사교육에 의해 부모 손에 이끌린 학생들의 경우 안정된 직업을 원하는 부모 손에 이끌려 의대진학의 길로도 손쉽게 빠져든다는 얘기다.

영재학교 입시가 사교육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근거는 각 영재학교 입학자의 지역별 현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전국단위로 모집함에도 불구, 소재지를 막론하고 사교육시장이 크게 발달한 서울 경기 인천의 수도권 출신의 지원자 및 입학자가 학교마다 가장 많다. 2016학년 입학생 기준, 지원자 중 수도권 출신은 비율이 높은 순으로 인천영재 92.7%(수도권 1778명/전체 1918명), 경기과고 90%(2235명/2029명), 서울과고 87.6%(1071명/1223명), 세종영재 75.8%(1800명/2376명), 대전과고 72.1%(1149명/1593명), 한국영재 55.7%(1238명/2224명), 대구과고 55%(1149명/1593명), 광주과고 51.2%(433명/846명) 순이다. 합격자 중 수도권 출신 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영재 98.6%(합격자 73명/전체 74명), 경기과고 92.1%(116명/126명), 서울과고 91.6%(120명/131명), 세종영재 85.7%(72명/84명) 대전과고 75.6%(68명/90명), 한국영재 63.6%(77명/121명), 대구과고 47.9%(46명/96명), 광주과고 34.4%(31명/90명) 순이다. 톱3를 기록한 인천영재 경기과고 서울과고는 소재지 자체가 수도권이라는 데 이해가 된다 하더라도 합격자 중 90% 넘게 수도권 출신이라는 대목은 전국단위 모집을 무색하게 한다. 정원내 50%를 지역학생으로 선발하는 광주과고만이 수도권 출신 비율이 적은 편일 뿐, 나머지 영재학교들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수도권 3개 지역 출신이 압도적이다. “지역별로 영재학교를 세웠으면 지역의 잠재력 있는 영재를 선발해 교육하면 좋은데, 결국은 학교마다 수도권 학생들의 비중이 제일 높다. 영재학교가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사교육이 꼭 필요한 학교로 인식되면서 사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 문제”라는 서울과고 임규형 교장 지적의 근거다. 서울과고가 올해 지역인재 우선선발을 신설, 전국 41개 지역에서 각 1명 이내로 2단계 전형에 우선선발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전형의 내용을 바꾼 배경이기도 하다.

입시에 사교육 영향이 강하게 들어온다는 데 대해 영재학교 관계자들은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방법을 도모하고 있었다. 한국영재 정윤 교장은 “사교육을 경험하고 입학한 일부 학생도 있다고 보지만, 한국영재의 경우 ‘한국영재 마니아’들이 들어오는 편이고, 10년 넘게 영재판별을 하면서 사교육으로 키워졌는지 진짜 영재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데 굉장한 노하우가 있다”며 “사교육에 구애 받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과고 박승재 교장은 “학원에서 갖고 있는 기출문제가 정확할 수 없다. 기억에 의존한 복기한 자료이고, 일부는 조작되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학교가 공개할 수 없는 이유는 공개함으로써 학원이 얻는 이익이 너무 많고 해마다 출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훈련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과정이 너무 좁아 심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 현재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주과고엔 사교육 안 받고 들어온 아이들도 꽤 있다. 일단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학부모가 나서서 사교육을 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의지와 상관 없이 사교육을 받은 경우도 있겠지만, 뜻이 있어서 사교육 안 받고 합격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잘 생활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취지에 잘 맞게 출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안심시켰다. 서울과고 임규형 교장은 “지역편중 현상을 고민하고 있고 사교육영향을 안 받는 전형을 설계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일부 학생들에게 사교육 징후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분명한 건 역량이 안 되는데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것이다. 사교육을 받고 온 학생들도 역량은 다 있는데, 사교육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약화된 경향을 본다. 너무 의존하려 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등이다. 우리가 보기엔 그 아이들이 사교육을 안 받았다면 훨씬 잘할 아이들인데 오히려 사교육 때문에 경쟁력을 일부 상실해 안타깝다. 꾸준히 사교육의 영향을 덜어낼 선발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단계별로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계속 고민해왔다. 어떻게든 모든 단계 전형요소에서 선행학습 요소를 배제하려 하고 있고, 사교육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한 입시를 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계에선 현 체제로는 사교육 활황을 부추길 뿐이라는 진단이다. 한 관계자는 “사교육을 우려해 기출문제 공개를 기피하는 것이라지만, 오히려 비공개 방침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며 “대학들이 선행학습영향보고서 등을 발표하면서 교육과정 내 출제에 좀더 고민하고 문제유형을 투명하게 알림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는 데서 같은 맥락으로 영재학교 입시체제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과정과 맞지 않은 진학지도.. ‘서열화’ 경계도>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른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이 특징인 영재학교도 대입에 있어선 타 학교유형과 다를 바 없다. 교육과정에 따라 1~2학년 제대로 영재교육을 하는가 싶다가도 고교유형으로서 진학지도는 불가피하다.

8개 영재학교 중 대입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학교는 한국영재다. KAIST부설로서 큰 문제가 없다면 한국영재 학생들은 KAIST로의 진학이 가능하다. 타 7개 영재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타 학교유형과 다를 바 없는 레이스에 서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영재학교들의 괄목할 대입실적은 상당수 학부모들로 하여금 ‘대학진학의 루트’로써 영재학교를 ‘활용’하려 든다는 데 영재교육의 본질이 흐려진다.

서울대에 가장 많은 등록자를 내고 있는 서울과고의 임규형 교장은 오히려 “서울대만 희망하는 시선”을 우려했다. “단위학교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세상이 서열화되어 있다. 우리입장에선 서울대뿐 아니라 많은 학교에 세계적 성과를 내는 교수님들께서 계시고, 다양한 대학 다양한 분야에 학생들을 진학시키고 싶지만, 수요자 시각은 다르다. 최고 수준의 영재학교에 진학했으니 최고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사회적 서열화 시선’만 작용한다. 우리사회의 구조가 획일적이고 서열적으로 만들어져 생기는 부작용인데,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다.” 서울과고 백승용 3학년부장은 “희망적인 건 서울대 KAIST에 동시합격한 후 KAIST로 진학한 학생, 서울대와 고려대 사이버국방에 동시합격한 후 고려대로 진학한 학생도 생기는 등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2017학년 대입에 대전과고와 함께 영재1기 실적을 낸 광주과고는 특히 대전과고와 비교되는 서울대 실적을 거북해했다. 특정대학에 집중하기보다는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진학지도가 되어야 한다는 게 광주과고의 입장이다. 광주과고 박승재 교장은 “내신성적 순이 아니라 학생의 적성과 희망대로 연구중심대학에 많은 학생들이 진학하도록 지도했다. 특정 대학(서울대)에 많은 학생이 지원하도록 권장하지 않았다”며 “진정 영재교육을 원한다면, 특정 대학에 진학한 학생의 수를 가지고 교육성과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는 “영재학교 8개 체제에서 8개교의 대입실적이 비교되면서, 영재학교도 서열이 어떻게 세워질지가 현장에선 큰 관심사”라는 얘기도 전했다. 영재학교마저도 진학경쟁에 놓이면서 영재교육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영재라 판정된 학생들에 대해선 한국영재가 KAIST에 거의 자동적으로 진학시키듯 타 영재학교 역시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의 특별한 진학의 길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영재학교 모두 이공계특성화대학과 학점 선이수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영재학교 학생들은 서울대보다 이공계특성화대학에 진학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영재학교 차원에서의 영재교육 이후 대학 단계에서의 영재교육이 아직 미흡한 측면도 지적됐다. 서울과고 이경운 교감은 “사교육억제정책에 의해 올림피아드 등 외부수상실적을 전혀 대입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영재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국제대회에서 수상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이 학생들이 영재학교 졸업 이후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단계적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대학 진학하듯 방치해둘 게 아니라 관련분야 교수에 사사교육을 받게 하는 등 영재학교 이후의 치밀한 교육체제에 대한 영재교육의 일환도 국가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과고의 문제도 지적했다. “과고는 영재학교 이전부터 영재교육을 실현해온 학교유형이지만, 영재학교 이후 우수학생을 선점 당하고 2016 대입에 조기졸업제한에 묶여 대학진학실적을 예년보다 내지 못한 데 이어 2017학년 대입에 대전과고 광주과고가 영재1기를 내면서 예전만 못한 대입실적을 낸 데 대한 문제인식으로 올해 특히 수능교육체제로 돌아섰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과고 현장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며 “이미 영재교육을 실현하고 있던 과고를 위축시킬만한 위력의 영재학교를 만들어내면서 이전의 영재교육은 무력화시키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영재교육 역시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다. 영재교육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 기자  inca@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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