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지원관 확대제안, 물리 기피대책'눈길'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서울대 입학본부가 15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고교-대학 연계 ‘샤’교육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운영’을 주제로 한 1부, ‘고교교육의 변화와 대학의 준비’를 주제로 한 2부 구성으로 오후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진행됐다. 포럼은 서울대 안현기 입학본부장의 인사말로 시작, 이어진 1부는 서울대 교육학과의 진동섭 교수가 주제에 맞춰 발제한 후 강원교육청 김상혁 장학사와 인창고 임병욱 교감, 금옥여고 이현숙 연구부장이 차례대로 발제문에 대한 토론의견을 내놓는 순서로 진행됐다. 2부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곽영순 선임연구위원, 혜화여고 이용준 교사, 퇴계원고 송영실 교사 서울대 유재준 물리천문학부 교수 등 4명의 패널이 순서대로 각각 10분간 발제, 3분간 토론의견을 내놨다. 

국립서울대를 나타내는 ㄱㅅㄷ이 혼합된 정문 모양을 본따 ‘샤’포럼으로 불리는 서울대의 포럼은 지난해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다. 지난해 열렸던 샤 포럼은 서울대가 수시선발 전체에 적용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목소리를 청취하고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집중해 고교 교사 등 현장의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높은 열기를 반영하듯 지난해보다 2배 가량 커진 행사장에는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올해 포럼은 지난해와 사뭇 다른 형태로 전개됐다. 지난해 포럼은 서울대 전 입학본부장인 권오현 교수가 전국 5개 권역을 돌며 현장 목소리를 청취, 학생부종합전형을 향한 오해불식에 나서는 데 집중했으나, 올해는 서울대 입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4차 산업혁명 대비 목적의 미래인재 양성, 그 과정에서의 학교변화, 적용을 앞두고 있는 개정 2015 교육과정 등 장기적 교육과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서울대의 학종이 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어떻게 성장한 학생인지를 판단하는 데 집중, 학생의 역량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전형이란 점을 고려하면, 교육과정과 미래역량을 중심으로 학종의 근본적인 방향성을 고찰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서울대 입학본부가 15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고교-대학 연계 ‘샤’교육포럼’을 개최, 성황리에 마쳤다. 통상 서울대의 정문 모양을 본따 ‘샤’포럼으로 불리는 서울대의 포럼은 지난해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행사다. 다만, 올해 포럼은 지난해와 사뭇 다른 형태로 전개됐다. 지난해 포럼은 서울대 전 입학본부장인 권오현 교수가 전국 5개 권역을 돌며 현장 목소리를 청취, 학생부종합전형을 향한 오해불식에 나서는 데 집중했으나, 올해는 서울대 입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4차 산업혁명 대비 목적의 미래인재 양성, 그 과정에서의 학교변화, 적용을 앞두고 있는 개정 2015 교육과정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부 발제 진동섭 교수..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 경영>
포럼 1부의 발제자로 나선 진동섭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 경영’이라는 주제로 ▲미래사회의 특징 ▲한국 교육의 위상과 현실 ▲학교 경영의 방향과 과제 ▲교사의 역할에 대해 교육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진 교수가 제시한 미래사회의 특징은 VUCA다. VUCA는 Volatile(불안정) Uncertain(불확실) Complex(복잡) Ambiguous(모호성)의 4개 단어에서 첫 머리를 딴 단어를 의미한다. 진 교수는 “미래라는 것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애매모호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미래사회에 대한 담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긴 하나, 분명 미래사회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른 VUCA 상태일 것이다. 다가올 미래시대를 살아나갈 인재가 어떤 것인지가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미래인재가 중요한 화두가 돼야 할 이유에 대해 말했다.

진 교수가 든 미래인재의 덕목은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이 출중한 사람이면서 창의력있고, 협력과 협업능력까지 겸비하는 것이었다. 미래사회는 불확실하고 불안정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자기 스스로 학습, 독창성을 발휘하고 창의적으로 해결방안을 만들어낼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의 발로였다. 더하여 아무리 자기주도 학습역량이 출중하고 창의력이 있다 하더라도 개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협력과 협업도 미래인재의 특성으로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진 교수의 주장이었다. 

진 교수는 교육학자답게 현재 한국교육의 위상과 현실에 대한 개선방안들에 대한 생각들을 꺼내들었다. 우리교육이 그간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받아왔으나, 앞으로는 교육의 격을 높여 선진국형 교육체제를 확립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 교수는 “선진국, 10대 강국 등으로 불리는 기저에는 분명 교육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고, OECD 국제학업성취도 결과인 PISA 등에서도 최고 수준의 문제해결능력을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우리 교육이 세계최고 수준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력 경제력 등을 나타내는 국력과 국격이 분명 다른 개념임을 고려할 때 교육격을 끌어올려 선진국형 교육체제를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선발효과가 아닌 교육력을 키우려는 노력이다. 소위 대한민국의 최상위권 대학들은 선발효과가 매우 강하다. 그럼에도 입학할 때와 졸업할 때의 수준이 사뭇 달라졌냐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그간 우수한 대학이 초/중등 교육에서 우수했던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초점을 둬 왔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해 잘 길러내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선진국형 교육체제 확립을 위해서는 교육의 패러다임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교육(Teaching)’에서 ‘학습(Learning)’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찍이 제기됐으나 아직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강아지에게 휘파람 부는 것을 막무가내로 가르쳤다고 해서 강아지가 휘파람 부는 것을 배웠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진 교수가 덧붙인 선진국형 교육체제 확립의 과제 중 하나는 교실의 수업, 학급경영 등 학교 경영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극장’은 진 교수가 제안하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수업의 모습이었다. 진 교수는 “이상적인 교실은 소극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소극장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 학교에서도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으로 역할구분하기보다는 어우러지는 변화가 가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극장과 같은 교실이 만들어질 때 그 속에서 학생들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의미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진 교수의 뒤를 이어 토론의견을 내놓은 패널들은 진 교수의 의견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강원교육청 김상혁 장학사는 “발제자가 든 미래인재의 특성 세 가지는 대한민국의 교육법에도 명문화돼있는 내용이다. 교육기본법 제9조 3항은 창의력 계발, 인성 함양, 전인적 교육 등을 강조하고 있으며, 고등교육법 제34조의2, 1항과 2항은 인성, 능력, 발전가능성 등을 언급하고 있다. 관련 교육법에 미래인재 관련 내용들이 담겨있는 셈”이라고 말했으며, 인창고 임병욱 교감은 현재 인창고에서 행해지고 있는 1인1악기 교육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예시로 들며 학교경영관이 바뀌는 모습들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탰다. 금옥여고 이현숙 연구부장도 현재 금옥여고에서 실시되고 있는 공공선 프로젝트 등을 예시로 들며 학교현장의 변화에 대해 전했다. 

대입 관련 눈길을 끄는 부분은 김 장학사가 덧붙인 ‘대입지원관 확대’ 제안이었다. 김 장학사는 “포럼 시간과 자리를 귀하게 여기며 평소의 소망 한 가지를 피력하고자 한다”며, 현재 강원교육청 주관으로 실시되고있는 대학입시지원관(대입지원관)을 전국 시도 단위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대입지원관은 계약기간이 만료된 전임 입학사정관들을 선발해 강원지역내 고교생들의 대입을 지원하는 제도다. 2013년부터 시작된 강원지역의 대입지원관은 최초 정보에 취약한 농산어촌 벽지 등을 주로 찾거나 학부모에게 대입정보를 제공, 컨설팅을 하는데 집중했으나 현재는 학교를 방문, 교사연수와 학생의 자소서/면접 등을 지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6년의 경우 강원지역에서 6653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1회 상담을 30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19억9590만원의 사교육비를 절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장학사는 전국 각 시도에서 대입지원관 제도를 운영한다면 사교육 없이 양질의 컨설팅을 공교육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돼 학생/학부모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낼 뿐만 아니라 일선학교 교사들의 피로감을 줄여 수업혁신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봤다. 또한, 현재 계약직으로 임명돼 신분관계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은 입학사정관들이 계약만료 후 대입지원관 활동을 하다 다시 입학사정관으로 돌아가는 등 입학사정관의 순환에도 도움이 되며, 학교현장을 접한 사정관들이 대학의 선발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것이 김 장학사의 설명이었다. 

대입지원관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학종이 확대되면서 제기되는 지적 중 하나가 컨설팅을 무기로 하는 사교육의 확장이다. 대학 선발에 직접 관여했던 입학사정관들을 대입지원관으로 채용해 공교육 차원에서 컨설팅을 제공함으로써 사교육 컨설팅 축소를 정조준할 수 있다. 신분안정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입학사정관들의 신분관계를 안정화한다는 것도 무시못할 장점이다. 정보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대입지원관의 도입 당위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2부, 4명 패널 릴레이 발제/토론>
2부의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곽영순 선임연구위원은 추후 적용될 2015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2015 교육과정의 취지와 2015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곽 선임연구위원은 2015 교육과정이 가장 큰 특징이 그간 교과내용에만 치중해오던 교육과정에 ‘역량’이 덧붙여진 것이라 설명했다. “역량은 국가 직무능력 표준에서 이미 나온 개념으로 해당분야의 직업/직무를 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다.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직업인, 사회인으로서의 능력 모두를 일컫는다. 국어를 예로 들면 비판적/창의적 사고, 자료/정보 활용, 의사소통, 공동체/대인관계, 문화향유, 자기성찰/계발 등이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교육과정은 전부 교과내용에만 치중했다. 2015 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교과내용에 역량관련 내용이 일부 더해졌다는 점이다. 이번 2015 교육과정의 성패에 따라 향후 역량 관련 내용의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배움의 양을 줄여야 할 필요성과 동일한 평가가 지닌 부당함에 대한 주장도 제기됐다. 곽 선임연구위원은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인 PISA 2015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14위였다. 상위권이 상당히 빈약하다. 우리나라 1등이 싱가포르에서는 10등도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상위5%의 평균점수는 665점으로 싱가포르의 712점과 격차가 크다. 그간 우리나라의 순위가 높았던 것은 하위권이 적었기 때문인데 이번 평가에서는 하위권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똑같은 내용을 강제로 배우는 데 따른 폐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가르치는 내용이 많은 것도 문제”라며, “더 이상은 교과내용을 많이 가르치자는 것이 고교 교육의 목표가 아니다.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능력 등 역량 자체를 길러주자는 데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똑같은 내용을 강제로 가르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똑같지 않은 인간에게 똑같은 과정을 가르치고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와 원숭이 펭귄, 코끼리, 금붕어 등을 모아놓고 나무타기를 가르친 후 나무에 올라가보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나무를 타지 못하는 금붕어 등에게도 숨쉴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현재 고교 교육과정은 180단위 체제다. 이 중 국영수를 90단위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모두가 국영수에 이렇게 집중해야 할 이유도 없다. 향후 경쟁상대는 해외대학생이 아닌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가장 잘할 계산 등에 모든 힘을 쏟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 선임연구원은 교육과정의 안착을 위해서는 대학의 변화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었다. 곽 선임연구원은 “교육과정 보다는 대입이 바뀌어야 한다. 수능이 자격고사로 바뀌게 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는 것처럼 교육과정의 변화가 아닌 대입제도의 변화가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어떻게 학생들을 선발할 것인지, 서울대 등의 입시체제에 따라 역량 교육과정의 안착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의견을 내놓은 나머지 3명의 패널 가운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유재준 교수는 교육과정보다 평가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 교수는 “예비고사 본고사 시절 중/고등학교에서 지식을 흡수해 시험을 치르는 것을 두고 암기교육, 창의성을 죽이는 교육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실제 암기교육이 창의성을 죽이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무조건 외워서 공부하는 학생들 가운데 1~2년 지나면서 원리를 찾아내 이해하고 깨우쳐 새롭고 창의적인 것들을 해내는 학생들이 나온다. 많이 외우고 많이 읽어 머릿속에 많이 들어 있어야만 그 내용들을 기반으로 창의성도 생기는 것”이라며, “현재 교과서들을 보면 공식이나 문제풀이에 치중한 요약식이 대부분이다. 향후 시험/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이런 부분이 바뀌지 않으면 진보하기 어렵다. 결국 평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너무 쉬운 암기문제만 양산되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지식습득이 아닌 틀리지 않기 위한, 실수하지 않기 위한 지식습득만이 남게 된다. 이런 교육과 평가가 이뤄진다는게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퇴계원고 송영실 교사는 취지는 이해하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송 교사는 “학생별로 개인별/개인화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일반적인 인문계 고교에서 가능한 일인가 싶다. 아이들이 원한다고 모든 과목을 개설해 줄 수는 없다. 교사 수급 자체도 어렵다. 재단의 지원이 막강한 자사고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7차 교육과정에서도 개별 교육과정, 선택형 교실 등의 얘기가 나왔으나 현실문제로 인해 실제 구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져있는 탓에 주목정도가 크지 않긴 했으나, 현장 교사들의 관심거리라 할 수 있는 대목은 향후 예정된 역량 평가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변화다. 곽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역량 관련 평가내용을 학생부에 한 문단정도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이 교육부를 통해 추후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역량이 교육과정에 포함된 이상 당연한 변화지만, 교사들의 업무 과중을 불러올 것이란 현장반론도 존재한만큼 추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현재 고교현장에서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송 교사와 혜화여고 이용준 교사는 발제를 통해 변화한 대입제도 등으로 인해 바뀌어가는 현장 모습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이용준 교사는 현재 가장 큰 변화인 ‘수시확대’와 ‘학종확대’로 인해 바뀐 모습들을 전했으며, 송 교사는 현재 퇴계원고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업변화에 대해 상세하게 밝혔다. 

두 교사의 발제 이후 이뤄진 유 교수의 발제는 현재 대학가에 불어닥친 ‘공학교육의 위기’를 골자로 했다. 유 교수가 지적한 부분은 대입에서도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과탐Ⅱ기피에 관한 것이었다. 유 교수는 “지난해 치러진 2017 수능에서 과탐 선택학생은 전체 응시생 63만1184명 중 39%인 24만6545명이었다. 그 중 물리Ⅰ을 선택한 학생은 5만5415명, 물리Ⅱ는 4631명에 불과하다. 공대에서 전공공부를 하려면 꼭 필요한 기초교과목이 일반물리학이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려면 물리Ⅱ의 개념을 미리 익여야 한다. 그럼에도 물리Ⅱ 선택학생 수가 4년제 대학 공학계열 정원인 8만9000여 명의 10분의 1도 안된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서울대 공대 신입생 중 물리Ⅱ를 배우지 않고 입학하는 경우가 40%쯤 된다. 이 학생들을 위해 기본개념인 물리과목을 따로 신설해 가르치고 있다. 그래도 문제는 남아있다. 1학년 내내 배우고 들어왔어야 할 고교 수준 물리를 배우고 나면 2~4학년 동안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학업을 포기하거나 마냥 외우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공부해서는 경쟁력이 있을 수 없다. 남의 것을 베끼는 것밖에는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주요 발전동력인 공학교육에 위기가 닥친 셈이다. 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능을 고려하면 교육과정도 별다른 소용이 없다. 다른 과목에 비해 많은 시간을 요하는 물리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물리에 관심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택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물리Ⅱ 기피현상에 대해 대입변화를 통해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혜화여고 이 교사는 “학생들은 점수받기 유리한 과목을 듣기 마련이다. 물리같은 경우 교과서의 수준이 매우 높다. 최신지식이 교과서에 담겨야 좋은 교과서란 평을 듣기 때문에 배울 내용이 점차 많아진 점이 원인”이라며, “현 구조에서는 물리 매니아가 아니고서는 물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대학, 대입의 변화가 선제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곽 선임연구원도 “현재 적용되는 2009 교육과정에서 물리는 양이 많아 너무 어려웠다. 우스갯소리로 ‘아인슈타인이 와도 못가르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15 교육과정에서는 물리Ⅰ의 양이 절반으로 나뉘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택이 늘어날 것”이라며, “서울대 공대가 입시에서 물리Ⅱ 학습을 강제하는 방안을 도입하면 현장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발제자인 유 교수는 서울대가 변화를 선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유 교수는 “서울대가 나서는 것만이 좋다고 보진 않는다. 서울대 응시자들에게 한국사를 필수지정했을 때의 변화를 보면 서울대가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 꼭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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