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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수기] 제2의 메르스 잡는 역학조사관의 꿈‘서울고 시스템’과 ‘체화한 소통능력’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7.02.15 14:11
  • 호수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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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예과 김재순(반포초-반포중-서울고, 2017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제2의 메르스 사태를 해결할 역학조사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그 누군가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김재순(20)군의 꿈은 학업능력뿐 아니라 언어를 통한 소통능력을 체화하면서 결국 서울대 의대 수시 일반전형의 좁은 문을 넘어서게 했다. 신흥강자로 꼽히는 모교 서울고의 수시체제가 기본 틀이 된 것은 당연하다.

꿈의 시작은 재작년 일어난 메르스 사태에서 느낀 시스템 구축의 의무감이었다. 전염병 관리를 위한 시스템과 소통의 부재로 재난을 방지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선진국과 같은 재난관리 시스템이 있다면 해결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봤다. 사회를 위협하는 전염병을 연구하고 재난을 방지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는 김군은 시스템의 기본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입시 공부만으로도 모자란 시간 속에서도 틈틈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이유다.

<역학조사관의 꿈을 키우며 소통의 중요성 깨달아>
자연계열인 김군의 학생부는 특이하다. 대부분 주력하는 수학/과학 경시대회는 물론 각종 영어경시대회나 논술, 독후감대회에 출전해 수상한 기록을 갖고 있다. ‘역학조사관’이라는 꿈에 다다르기 위한 필수덕목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꿈의 동기는 재작년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 사태였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원인 규명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재난 상황을 푸는 해결사나 다름없다. 김군은 나아가 문제를 더욱 키운 원인이 선진국과 같은 질병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때문이라고 느꼈다. 시스템 구축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질병관리 시스템의 정점에 선 역학조사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통이라고 여겨졌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국민이나 의사와 잘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봤다. 영어경시대회나 백일장에 나간 것도 궁극적으로는 소통능력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학조사관의 꿈은 책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를 읽으며 더 단단해졌다. 김군은 이 책을 서울대 자소서의 특징으로 꼽히는 독서활동 문항에서도 다뤘다. “암이라는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관련 연구자뿐만 아니라 정치가, 로비스트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인류의 다양한 사람들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면 뭐든 이뤄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으로 느꼈다. 험난해 보이는 전염병 극복도 같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 공부만으로 시간이 부족한 와중에도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 독서는 김군에게는 오히려 휴식의 시간이었다. 내신을 관리하며 지친다고 느낄 때마다 책을 손에 들었다. 학교나 학원을 오가는 시간, 점심시간 등을 활용했다. 책 읽을 짬을 내는 그만의 비결도 있다. “내일이 당장 시험인 경우에는, 이미 해놓을 공부는 다 해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머리를 식힐 겸 책을 읽는다. 시험 2주 전이라면 너무 일찍부터 시험을 대비하다간 나중에 지치기 때문에 길게 본다는 차원에서 책을 읽는다. 내신 대비 기간이 아닐 때는 학종 전형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독서를 한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읽는 만큼 책 선정도 그만큼 중요했다. 김군은 독서하는 시간 중의 절반은 책을 고르는 데 쓴다. 표지만 그럴 듯 하고 막상 내용은 빈약한 책을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군은 주위에서도 “책을 참 잘 고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인지를 알아보고 국내외 리뷰도 살펴본 후 책을 고르는 편이다.”

국내 서적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원서도 찾아 읽었다. 전자책 리더기 하나로 각종 원서를 바로 받아볼 수 있어 접근은 쉬운 편이었다. 원서를 자주 읽다 보니 영어 과목은 저절로 대비할 수 있었다. 특별히 영어과목 공부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을 정도다. 폭넓은 독서는 길어진 국어 지문대비에 도움이 됐다. 시험지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기 위해선 단기기억력을 발동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 지문에 연결된 여러 문제를 풀 때마다 지문을 계속해서 다시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던 건 독서의 힘이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학종 대비 최상의 조건 갖춘 서울고>
김군이 꼽은 최고의 교내 활동은 ‘화학반’ 동아리 활동이었다. 자소서는 물론 의대 다중미니면접에서도 활용했기 때문이다. ‘화학반’은 서울고에서 30년의 역사를 가진 상설 동아리로 교내에서 경쟁률 높은 최고 인기 동아리다. 학교 실험실에서 다양한 화학 실험을 시도하고 축제 때는 연습한 실험을 바탕으로 공연도 선보인다. 학생이 주도해 프로그램을 계획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배운 것이 많다고 회상했다.

과정의 중요성을 느낀 경험은 자소서에 담아냈다. 브릭스 라우셔(Briggs-Rauscher) 반응을 시도하면서 겪은 실패와 그 극복과정을 드러냈다. 대학 실험실 수준에서는 어렵지 않지만 고교생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정량의 시약을 모아서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서너 번 다시 시도하면서 원인을 분석했다. 자외선이 시약을 분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수용액들을 어두운 곳에 보관하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다중미니면접도 동아리 경험을 살려 대답했다. 2번 방에서 팀프로젝트와 관련된 상황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역할을 분담해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 팀이 기술 개발에 난항을 겪어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주어졌다. 김군은 화학동아리에서 축제 공연을 준비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실험 내용을 연극화하는 과정에서 한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김군은 인원을 재분배해서 진행이 더딘 팀부터 돕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마찬가지로 면접 문제 상황도 나머지 팀원들이 진행이 더딘 팀부터 도와서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도 해당 동아리 경험으로 답할 수 있었다.

서울고에서 경험한 또 다른 활동은 글로벌 리서치 프로그램이다. 조지메이슨대, 컬럼비아대 등과 MOU를 맺어 교수가 직접 방문해 진행하는 활동이다. 각자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해 마지막에는 우수 보고서를 선정/발표하며 마무리된다. 김군은 1,2학년 때 참여해 모두 우수 보고서로 채택됐다. 1학년 때 참여한 ‘분자생물학’ 과정에서는 루게릭병 환자에게 발현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실험을 했다. 이때 뇌과학에 대한 흥미를 느껴 추가로 전문적인 자료를 찾아 공부한 경험도 자소서에 녹였다.

김군은 서울고의 가장 큰 강점을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최상의 준비를 할 여건이 마련된 점”을 꼽았다. 학생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의지가 있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내 대회 기회를 제공하고 교사가 입시에 큰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자소서, 적당한 뚝심도 필요>
자소서에서 가장 난항을 겪은 부분은 학업 과정에서 배운 점을 묻는 1번 문항이었다. 서울대 자소서에서 1번 문항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던 터였다. 장점 한가지를 부각해야 할지 여러 가지를 다 담아내야 할지 고민이 컸다. 한 가지 소재로 끌고 가는 것이 좋다는 주위의 조언도 많았지만 결국 뚝심대로 여러 가지 장점을 담아내기로 했다. 독서를 좋아하면서도 수학/과학 학업능력이 뛰어나고 영어 실력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녹여냈다.

자소서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부의 경우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 쓰는 글이기 때문에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대학 측에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소서는 본인의 색깔과 특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군이 깨달은 점이다. “만일 1번 문항을 한 가지로 밀고 나갔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본인의 생각대로 자소서를 써야 후회가 덜 남는다고 생각한다.”

김군은 자소서에 너무 많은 전략을 세우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 때문에 독서사항을 기입하는 마지막 문항의 경우 전략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스스로 재미있게 읽은 책을 골랐다. 물론 문학, 의학, 철학 관련 도서를 하나씩 선택해 인문학과의 조화도 고려했다.

<면접, 여러 방을 오가는 생소한 형식에 익숙해져야>
김군은 올해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이 지난해 기출문제보다는 쉽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작년의 경우 과학실험을 소재로 한 방에서 ‘매미 소리가 생활소음으로 인해 매해 커진다’는 가설에 대해 질문했다. 올해 비슷한 유형의 방에서는 ‘두드리는 박자’를 활용한 실험이었다. A그룹에게 곡을 들려주고 A그룹이 B그룹에게 박자를 두드려 알려주게 한 뒤 B그룹이 얼마나 곡을 알아맞히는지 분석하는 내용이다. 김군은 실험의 내용이 알아듣기 쉽기도 했지만 정답을 기발하게 구상해야 하는 ‘개방성’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다. 답변할 수 있는 가짓수가 전년에 비해 적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방을 비롯한 나머지 방도 크게 기출문제의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기 전 제시문을 받았을 때 어떤 질문이 나올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김군은 면접방마다 분위기는 달랐다고 회상했다. “어떤 방은 일부러 자극하려는 듯한 압박 면접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외 나머지 방들의 분위기는 무난했다. 면접관들의 분위기는 두 분 다 무표정하기도 하고 반면 많이 웃으시는 방도 있었다. 교수님들끼리 대화가 많은 방도 있어 각 방마다 분위기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김군은 5개 방 중 4번 방에서 만족할만한 답변을 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4번 방의 경우 두 번째 제시문에서 치어리더로 활동하던 장애인학생 켈리에게 코치가 안전상의 이유로 그만둘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김군은 켈리의 감정에 이입해 부당함을 제기했다. 이어 코치의 입장에서도 말해보라는 면접관의 요구에 코치 입장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쳤다. 반대되는 두 입장에서 각각 일리 있는 주장으로 보이게끔 표현해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으로 묘사한 것이다.

김군은 역시 모의면접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면접 답변에 ‘공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최소한 이런 답변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준비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면접의 내용이 교육과정 자체와 상관없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다만 다중미니면접의 형식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그 분위기를 미리 익혀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모의면접은 긴장을 풀어주는 용도가 큰 것 같다. 스킬이 중요하다기보다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형식의 면접이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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