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도 해결 가능한 학습, 학교에서 방향 제시해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정창헌(63) 한영고 교장은 365일 정장 차림이다. ‘교사의 모든 것은 학생들이 배운다’는 신념으로 평교사이던 시절부터 교장이 되기까지 옷 매무새 하나까지 신경 쓸 만큼 ‘교사의 자세’를 중요시하는 교직생활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정 교장은 교단에 서있는 정해진 시간 동안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진정 존경 받는 교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한영고 교장을 맡아 전국에서 손꼽히는 일반고로 키워낸 것도 최선을 다하는 ‘교사’ 본연의 노력이 듬뿍 담겼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 교장은 자신 있게 얘기한다.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하는 만큼 학생들도 행복해야 한다고. 그러기에 당장 오늘 학생들이 행복해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얼핏 입시와는 연관이 없어 보일 수 있는 합창제를 실시하고 직접 학생들에게 책을 나눠주며 책 읽기를 권장하는 것도 ‘즐겁고 행복한 교육’이라는 평소의 지론을 구현해낸 지점이다. “모든 교육활동은 입시와 관련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정 교장은 교육활동 하나하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수행한다면 자연스럽게 입시에서의 성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파한다.

정 교장은 39년째 이어온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있다. 1979년 상명여고 교사로 교단에 발을 들인 정 교장은 1989년 한영고로 옮겨와 3학년부장, 특별활동부장, 연구부장, 교무부장, 교감직을 차례대로 거친 끝에 한영고 교장에 취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동료교사들이 입을 모아 ‘최고의 수업을 하는 교사’라고 술회할 만큼 열정적으로 교단에 섰던 모습은 이제 40여 년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교직생활을 끝마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 교장이 한영고에 남긴 족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교장이 구축한 수시체제는 완성단계에 접어들어 한영고는 당분간 일반고 최고의 롤 모델로 괄목할 진학실적을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간의 교직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아쉬움으로 남는 일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교감/교장직을 맡은 것이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교사의 명예는 수업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장의 역할은 어찌 보면 상당히 제한적이다. 교사다운 교사, 존경받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호흡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수업하기 위해 자리에서 수학문제를 풀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매일 부서를 돌아보면 교사들이 더 나은 수업을 위해 EBS까지 시청해가면서 노력을 쏟아 붓고 있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다. 그런 교사의 본분에서 조금 벗어나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교감/교장직을 맡지 않고 쭉 교사로서 자리를 지켜왔다면 교감/교장직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을 수 있다. 교사로서 조금 더 수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남는 아쉬움은 교사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마음에 새긴 것은 많으나 실천한 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여러 장면들이 기억에 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서울대에 연수를 갔을 때 일이다. 50일 간 연수를 받는 과정에서 당시 강의를 맡았던 교수님이 하루도 빠짐없이 강의 시작 5분 전에 자리하고 정해진 시간보다 5분 더 수업을 하고 끝마치는 모습을 봤다. 학원강사가 아닌 교단에 서는 교사로서 강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순간이었다. 이렇듯 교직생활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전부 실천하지는 못했다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면, 모교인 한영고에서 교사생활을 할 수 있던 것은 보람찼던 일이라 할 수 있다. 모교이기에 더욱 성실한 자세를 견지하고 교사로서 노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독서문화를 학교에 자리잡게 한 것도 보람찬 부분 중 하나다. 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독서로 시작하도록 하고 있다. 도서관을 신설하고 매해 초에는 교실을 방문해 독서를 권장했으며 학생들에게 책을 지급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1주일에 도서대여 학생 수가 100여 명에 그쳤으나 지금은 배 이상 늘었다. 독서를 통해 학업역량을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한영고는 수시체제에 완벽 대비하는 일반고로 이름이 높습니다. 학부모와 교사들을 어떻게 설득해 응집시킬 수 있었는지
“학부모들을 설득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설득이 아닌 이해의 차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한영고를 향한 오래된 신뢰는 매우 굳건하다. 대입제도에 따른 변화를 가할 때에는 사전협의가 이뤄진다. 학부모들이 다양한 학교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순조로운 이해를 돕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한영고 학부모들은 베리타스어머니합창단, 풀꽃어머니독서회, 봉사단 등 학교활동에 적극적이다. 학부모들의 활동이 많을수록 학교분위기와 교육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설득을 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교사들 스스로가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야 학교를 변화시킬 수 있다. 아직도 일부 교사들은 정시에 치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입시지도가 옳은 방향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주1회 실시하는 전체회의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활용되는 통로다. 1주차에는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고 있으며, 2주차에는 부서별로 아이디어를 내놓는 부서별 회의를 한다. 이후에는 교과별로 학력 제고를 위한 노력 차원에서 회의를 가진다. 학년별 협의회에서도 교사 간 교류가 활발하다. 한 해를 끝마칠 때에는 자체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학교가 준비돼야 학부모/학생들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교사간 공감대가 굳게 형성돼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까지 공감대가 전파될 수 있다. 지금은 정보의 홍수시대다. 전문가로 부를 만큼 식견이 높은 학부모들도 존재한다. 앞으로의 입시변화를 예측하고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차근차근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려 하고 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점진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한영고는 고교 입학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입니다.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기신다면
“좋은 진학실적에 더해 한영고는 ‘행복한 교육’이 실현되는 좋은 분위기의 학교다. 전반적인 학교 분위기가 좋게 형성되는 데는 3면이 숲으로 둘러싸인 좋은 환경도 일조했다고 본다. 진학실적이 좋은 학교라고 해서 모든 활동이 입시일변도로 짜여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주1회 1시간씩 진행되던 음악수업을 교장이 되면서 1학년에 한해 한 시간씩 확대했다. 음악수업을 통해 아모레 콘체르토라는 합창 발표회도 열고 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기에 합창대회가 아닌 합창발표회로 여기고 있다. 학생들은 합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화와 협동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무대에 올리기까지 과정이 하나의 인성교육이라고 보면 된다. 학생들이 함께 합창연습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왕따’가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는 장점도 있다.

최근 학생부기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한영고에서만큼은 학생부 거짓기록, 부풀리기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입시방향과 전략을 명확하게 세우고 교사들이 열정을 바탕으로 협조하는 대입준비체제가 완벽히 구비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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