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환 배명고 교사

우리 교육은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많은 정책과 제도의 개선이 진행되어 왔다. 사교육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의 개선이 추진됐고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 탐구영역은 4과목 선택에서 3과목으로, 다시 2과목으로 줄였다. 탐구 2과목 중 1과목만 반영하는 경우도 있고,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탐구로 대체하기도 한다. 여기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까지 시행하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왜 그 동안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온 것일까. 학교에서는 무엇을 비정상적으로 운영한 것일까 돌아보게 된다. 공교육 정상화의 의미와 공교육 정상화 실현의 걸림돌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공교육 정상화는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교육은 교육의 가치실현을 목표로 접근해야 한다. 학생의 역량을 키워 창의/융합의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면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것이 교육 정상화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교육과정 편성이 형식적이거나 충실히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원인은 아마도 상급학교 진학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입 전형요소가 고교 교육과정과 연관성이 부족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대입전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도움이 되는 과목을 학습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교육과정은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필수 과정이어서 대입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입 전형 요소를 고교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하면 해결된다. 이런 관점에서 고교 교육의 내실화에 큰 변화를 준 제도가 입학사정관 전형과 학생부종합(학종)전형이다. 학교생활을 얼마나 충실히 이수했는가, 얼마만큼의 변화를 보였는가를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는 학교생활 전반을 반영하는 셈이어서 학생에게는 부담이 되지만 종합적인 학습 역량을 이수하는 데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이렇게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가 대입전형에서 중요한 자료가 되면서 모두 학생부를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의 활동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다. 학생의 역량이 잘 드러나도록 기재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고 잘 읽어내는 것은 대학의 몫이다. 문제는 학생의 역량이 성장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는 것보다 학생활동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스펙 쌓기’가 바로 그것이다. 내용보다는 형식과 포장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 내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교육과정을 통해서 학생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데 노력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두면 그 표현이 다소 어눌하더라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교육의 본질적 가치에 충실하게 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선발하는 제도의 완성이 학종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은 학생의 진로에 맞게>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은 학생의 진로에 맞게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것이다. 학생의 희망이 다양하고 학습 역량의 차이도 크다. 학교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한 진로안내를 하고 학생은 자신의 진로목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하는 게 물론 바람직하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선택과정으로 편성/운영하도록 했지만,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다시 2015 개정교육과정이 고시됐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이유는 다양한 선택과목 운영이 대학에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 그리고 다양한 과목운영을 위한 교사의 충원 등 현실적 재정적 부담 때문이다. 전자는 대입제도와 맞물려 다양한 선택 진학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하면 해결될 수 있다. 자신의 진로와 진학의 목표를 세우고 희망 대학에서 전공 관련 교과목을 공개하면 학생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관련 과목을 학습하고 역량을 키우게 될 것이다. 후자의 해결에는 행/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보다 많은 예산편성이 있어야 가시적인 학교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진학 목표가 뚜렷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있다. 뚜렷하지 않은 학생은 전공 관련 과목을 사전에 이수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중학교부터 진로와 진학에 대한 목표를 탐색하고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마련도 필요하다. 따라서 학생의 진로 경로를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과목을 선택해 학습 동기를 얻고 발전해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현재보다 교육과정을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정상화는 사회적 기반의 개선에서 출발해야>
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인식은 교육의 본질을 실현하는 데 장애가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 원인은 학교에서 편성과 운영, 대학의 전형요소와 고교의 활동 결과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문제만 해결하면 정상화가 될 수 있을까? 근본적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이유는 학생들은 어떠한 전형요소를 제시해도 명문대학 명문학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학생이 인정받는 사회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급까지 영향을 미치며 인맥, 학맥의 위력을 더하게 된다.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 명문 학교와 학과에 입학하려 한다. 치열한 경쟁은 어떤 방법을 적용해도 차이를 기준으로 선별하는 과정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능 학생부교과 학종 논술 적성 실기 등 전형을 다양화해도 평가 결과를 서열화해 모집 인원만큼의 순위에 해당하는 학생을 선발하게 될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기반과 인식의 변화에서 해결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진로와 특성, 직업의 가치에 따라 대학을 선택하거나 바로 취업을 해서 경제인으로 활동하는 데 무리 없는 사회구조를 마련하는 데 무게를 두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면 학자의 길로, 연구원의 길로 가고 그렇지 않은 학생은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조성이 중요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학생은 모두 대학에 진학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경쟁구조도 약화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교와 대학은 현재보다 충실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고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제도 설계할 때>
끊임없는 교육제도 개선에도 여전히 공교육 정상화는 우리 교육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한번에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여서 획기적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교육은 사회, 경제, 문화 등과 맞물려 움직인다는 점에서 교육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장기적 개선과제로 하고 교육 내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두 과제가 별도로 진행되거나 한쪽을 고려하지 않으면 교육제도 개선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는 수능을 포함한 입시제도를 함께 연계해서 함께 연구하고 결과를 도출한다면 교육의 목표와 수업방법 그리고 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고교현장에서는 수능제도가 확정되면 그 내용을 보고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을 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그러한 관계가 유지됐다. 그렇게 되면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향하는 바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학생은 학교생활에 대한 학습과 대학입시에 대한 학습을 준비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사교육의 영향을 또 언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러한 문제점을 한 장에 펼쳐놓고 함께 고민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강인환 배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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