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론과 옹호론.. '개선방안 마련' 무게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경찰대학 출신 로스쿨 입학생이 최근 5년간 100명에 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홍철호(새누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입학생이 2012년 7명, 2013년 15명, 2014년 30명, 2015년 31명, 지난해 17명 등으로 5년간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홍의원은 설립취지에 맞지 않은 로스쿨 대량 진학을 이유로 경찰대 폐지를 주장했다. 홍의원은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뿐 아니라 경찰대 폐지론의 근거로 일반 대학의 경찰관련학과 증가라는 시대적 변화, 1인당 운영비 1억원이 넘는 과도한 국고 지출, 순경 입직자의 대졸학력 증가등을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설립취지에 맞지 않은 운영은 시정해야할 사안이지 폐지주장은 무리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 한 전문가는 " 경찰대학 신설 당시보다 경찰 인력의 수준이 상향됐다고는 하지만, 경찰대학을 대체할만한 우수인력양성기관 마련은 쉽지 않다. 이탈자 발생을 문제로 폐지해야 한다면 의대 진학이 있다고 영재학교를 폐지하자는 얘기도 가능하다. 검찰공화국의 폐해로 수사권 독립이 얘기되는 상황에서 경찰엘리트 산실의 폐지주장은 배경이 다르다 해도 음모론적 시각으로 비칠수 있다. 폐지를 주장하기보다는 개선방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게 옳다" 고 지적했다.  

경찰대학 출신 로스쿨 입학생이 최근 5년간 100명에 달한다는 이유로 경찰대학 폐지를 주장하는 시각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취지에 맞지 않는 이탈자 발생은 분명 경계해야 할 사안이지만, 문제 개선방안이 아닌 폐지주장만을 펴는 것은 무리수에 가깝게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경찰대 폐지론> 

최근 경찰대학을 졸업한 후 로스쿨에 진학한 인원들이 상당수 발생,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철호(새누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입학생이 2012년 7명, 2013년 15명, 2014년 30명, 2015년 31명, 지난해 17명 등으로 5년간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경찰대학 출신이 가장 많이 진학한 로스쿨은 21명의 경북대였으며, 서울대 11명, 고려대 9명, 성균관대/연세대 각 8명, 경희대 7명, 전북대 6명, 한국외대 4명, 아주대/한양대 각 3명, 강원대/부산대/원광대/인하대/전남대/충남대 각 2명, 건국대/동아대/서강대/서울시립대/영남대/제주대/중앙대/충북대 각 1명 순이었다. 

홍 의원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대학의 졸업생이 법조계로 진출하는 것을 두고 설립취지가 무색해졌다며, 경찰대학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경찰 인력자원의 학력이 상향 평준화돼 현장 중심의 간부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간분야 채용을 활성화하고 입직경로를 단일화해 현장경험을 중시하는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이 내세운 폐지론의 근거는 경찰대학 설립 당시에는 4년제대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경찰 관련학과가 크게 늘어난 것과 4년 동안 경찰대학 학생 1명에게 투입되는 국가세금이 1억원에 달한다는 부분이다. 홍 의원은 "시대 변화에 따라 순경 입직자 중 대졸 이상 학력자가 90%에 달하게 됐다. 경찰대 설립 당시에는 동국대에만 경찰 관련 학과가 설치돼있었지만, 최근에는 35개 대학에 학과가 설치돼 일반대학을 통해서도 우수한 경찰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경찰대학을 경찰간부 중심의 재교육기관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199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보고서, 2003년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정책연구개발 용역과제로 선정해 제출받은 '경찰대 폐지방안'이 포함된 보고서, 2007년 국회에서의 경찰대 폐지법안 발의 등이었다. 

<현장의 반론> 
다만, 홍 의원의 주장은 논리적인 측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교육계 전반의 시각이다. 경찰대학의 효용성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사실은 팩트가 과장된 측면도 있었다. 홍 의원의 주장처럼 경찰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4년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기숙사비는 물론 학비, 식비 등 국가예산으로 지원 받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다. 박주민(더불어민주)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세입세출, 기금결산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경찰대학의 2015년 예산은 103억 8500만원, 2016년 예산은 116억4700만원이었다. 전체 재학생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재학생 1인이 졸업 때까지 약 1억원 가량을 지원받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경찰청은 당시 "예산 전체를 학생 수로 나누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경찰대학 예산 중 학생에 직접 투자되는 교육비 비중은 33.5% 수준이다. 기숙사 비용 등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4년간 1인당 4915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실질적인 투입예산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전체 운영예산을 학생 수로 나누는 계산방법보다는 교육비 비중을 따져봐야 한다는 점에서 경찰대학의 해명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대학 학생에게 1억원이 국민예산이 투입된다는 주장은 사실관계와 다소 동떨어져있는 셈이다.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하는 인력들의 학력이 상향됐으며, 경찰 관련 학과/전공이 크게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안철수(국민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4년제대학 학과별 취업률'에 따르면 2015년12월을 기준으로 취업률이 기록된 경찰 관련 학과/전공을 보유한 전국의 4년제대학은 62개교에 달할 정도다. 관련 학과/전공이 크게 늘어난 이상 순경 입직자들의 학력이 대졸 이상으로 크게 끌어올려진 것은 당연했다.

다만, 경찰대학이 수험생들에게 매우 선호도가 높고 일반적인 4년제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우수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경입직자의 학력향상을 두고 경찰대학 폐지 주장을 펼치는 것은 무리하다는 게 일반적 반응이다. 경찰대학 설립 당시와 현재의 대학 진학률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순경 입직자의 학력이 상향된 것은 시대상과 연관해서 봐야 한다. 최근 취업난이 점차 가중되는 가운데 경찰공무원(순경) 선발규모가 크게 확대되자 대졸자 중 순경 응시자가 크게 늘어났다. 순경 입직자 가운데 대졸 이상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찰대학 설립 당시에는 현재처럼 대다수가 대학을 가는 풍조가 아니었다. 경찰대학이 첫 신입생을 받은 1981년의 대학 진학률은 35.3%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70%를 넘나드는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는 시대가 아니었다.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순경 입직자들의 학력이 상향된 것을 두고 경찰대학 폐지 주장을 펼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경찰대학은 특수대학으로 통상적인 수시/정시 등의 대입과는 다소 다른 입시를 실시하지만, 수능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최상위권 대학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모든 경찰인력이 순경으로부터 시작하게끔 입직경로를 일원화한다면, 현 경찰대학이 유치하고 있는 우수인재들이 전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고시가 존재하는 일반 공무원사회는 물론이고, 군대도 사관학교라는 간부양성기관이 존재한다. 굳이 경찰에만 입직경로 일원화를 주장해야 할 당위성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경찰대학 재학생들에게 투입되는 세금액수, 순경 입직자들의 학력상향 등 외부 문제들을 전부 차치하고 보더라도 경찰직에 종사하는 것을 전제로 설립된 경찰대학 졸업자들의 로스쿨 진학은 비난의 여지가 있다. 경찰대학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로스쿨 진학생 대부분이 경찰 현직에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경찰직을 유지한 채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는 로스쿨 진학을 일종의 위탁교육으로 편성, 다시금 경찰직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스쿨 입학생을 모두 법조계 진출자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대학도 중도이탈자들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인 학비상환 제도를 통해 관련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해 왔다. 경찰대학 졸업 후 6년(72개월) 간 이행해야 하는 의무복무를 마치지 않은 중도이탈자는 학비상환 기준금액 가운데 남아있는 의무복무 개월 수만큼의 비율을 상환해야 한다. 매년 2월 기준금액을 고시하기 때문에 아직 올해는 발표된 기준금액이 없지만, 지난해 고시됐던 학비상환 기준금액은 약 4944만원이다. 국가세금 지원을 받는 만큼 최소한의 기간 동안은 복무토록 하고, 최소기간마저 채우지 못했을 때는 지원받은 국가세금을 다시금 환급하도록 제도가 마련돼있는 것이다. 

문제는 6년간의 의무복무를 마친 이후다. 현 법체계 하에서는 의무복무를 마치고 로스쿨 등 여타 직종으로 이탈하는 것까지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 각층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의무복무를 마친 졸업생들의 진로까지 일괄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의 예산지원을 받고 여타 진로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는 과고/영재학교의 의대진학과는 다소 논점이 다르다. 과고/영재학교의 경우 의대 진학을 불허하더라도 학부졸업 후 의전원 진학 등의 경로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 반면, 경찰대학생의 로스쿨 진학은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는 구조다. 법조인 양성체계가 로스쿨로 일원화될 것이 분명해지는 시점에서 로스쿨 진학을 금지시키는 것은 법조인 진출을 불허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 문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의무복무를 마친 후 타 직종으로 진출하는 것은 비단 경찰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군사관학교도 의무복무를 마친 조종인력들의 민간항공사 취업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를 지급할 수 밖에 없는 관의 특징도 결부된 문제여서 해결이 쉽지 않다. 무대책한 폐지주장보다는 개선노력 방안 마련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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