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대학 눈치작전 '실질상담' 외면.. '변표발표 앞당겨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성황리에 끝난 2017 정시박람회를 두고 현장은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달말 막판 지원전략을 가다듬는 상황이 되고 보니 정시박람회의 대학의 대면상담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이 더 아쉽게 여겨질수밖에 없다. 정시박람회 당시 대면상담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부터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시박람회 당시 탐구영역 반영방법인 변환표준점수(변표)를 확정짓지 못한 대학들이 대부분인 상태였다는 데 있다. 기대를 안고 박람회장을 찾은 교육 수요자들의 헛걸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변표 발표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원성이 드높다. 

변표조차 확정짓지 못한 채 정시상담을 진행하게 된 원인은 변표 발표를 차일피일 미룬 대학들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2015~2016 정시박람회는 수능성적발표 다음날부터 실시돼 변표를 미처 확정짓지 못한 사정이 존재했지만, 수능성적발표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시점의 2017정시박람회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들은 박람회 일정이 수능성적발표일과 너무 가까워 생기는 문제라고 항변하기도 하지만, 일주일의 시간 동안 탐구영역 변표를 확정짓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경쟁대학의 변표가 나올때까지 최대한 발표를 미루는 관행 즉 대학들의 이기심이 정시박람회의 실효성을 떨어뜨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변표가 확정되지 않은 채 진행한 상담은 정확할 리가 만무하다. 상위12개대학 기준 탐구 반영비율이 제일 낮은 연세대 인문계열조차 명목 상 16.7% 비중을 지니고 있다. 1점에 희비가 엇갈리는 정시에서 탐구 반영방법이 확정되지 않은 채 수험생들에게 상담 받으라고 장을 여는 게 말이되느냐 ”며, “박람회를 더 미뤄야 한다는 의견들도 존재하지만, 일주일은 대학들이 변표를 확정하는 데 있어 충분한 시간이다. 정시 원서접수 이전까지 박람회를 열 수 있는 일정이 많은 것도 아니다. 기껏 미뤄봐야 수시미등록충원 기간이 겹치는 데다 정시원서접수가 며칠 안 남은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일정을 미루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결국 대학들이 변표 확정시기를 조금만 앞당긴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경쟁대학의 변표를 참고해야 할 필요성은 이해한다. 다만, 경쟁대학을 엿보는 ‘눈치작전’이 중요한지, 가장 많은 수요자들이 몰리는 박람회에서 실질적인 상담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시박람회에 대한 현장의 반응이 석연찮다. 대면상담에 방점이 찍힌 행사였음에도 변환표준점수를 늦장발표한 일부 대학으로 인해 실질적인 상담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올해 정시 박람회에 참여한 중앙대의 대기번호판.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정시박람회 실효성 논란.. 변표 없는 상담 효용있나?>
대교협 주관으로 매년 코엑스에서 열리는 정시박람회는 올해도 성황을 이뤘다. 대교협이 공식적으로 방문객 수를 밝히지 않고 있긴 하나, 박람회장 내부는 인파로 가득 차 둘러보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2009학년 72개교 참가에 불과했던 정시 박람회가 올해 기준 135개교가 참가하는 큰 행사로 거듭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0학년 82개교, 2011학년 88개교, 2012학년 100개교, 2013학년 107개교, 2014학년 116개교, 2015학년 130개교, 2016학년 131개교, 2017학년 135개교로 지속적인 박람회 몸집 불리기가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수요자들이 박람회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대면상담이다. 전년도 합격/불합격 데이터를 전수 보유한 대학의 입학사정관, 입학관계자들과 대면해 상담을 진행하면 정시 지원전략 수립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학처 차원에서 박람회 전후로 정시상담실 등을 운영하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일일이 대학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현재 대입 정시에 3개 모집군이 존재하며, 군별로 자신에게 맞는 적정 대학, 나아가 상향/하향대학의 정보까지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자리에서 여러 대학의 대면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은 박람회가 지닌 최대장점이다. 

문제는 대학들이 박람회가 진행되는 시점까지 변환표준점수(변표)를 확정짓지 못한 채 상담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백분위만을 활용하는 중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변표를 확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국영수는 표점, 탐구는 변표를 반영하는 상위12개대학 중에서도 변표를 확정짓지 못한 대학들이 존재해 문제였다. 

박람회에 불참한 서울대와 서강대를 제외하고 이번 박람회 이전 홈페이지를 통해 변표를 공지한 상위대학은 동국대와 경희대 뿐이었다. 고려대/연세대는 박람회 이틀째인 16일, 성균관대는 박람회 마지막날인 18일, 중앙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는 박람회 종료 다음날인 19일, 건국대는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변표를 공지했다. 한국외대처럼 홈페이지 상 발표시점이 19일로 다소 늦었을 뿐 15일 이전 이미 변표를 확정해 정상적인 상담이 가능했던 대학들도 존재하지만, 발표가 늦은 대학들은 대부분 변표를 확정짓지 못한 채 상담에 임했다. 박람회 이후 변표를 발표한 대학의 입학관계자는 “박람회에서는 변표를 확정짓지 못해 지난해 사용했던 변표를 이용해 상담을 진행했다. 정확한 상담을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탐구영역의 수능 반영방법인 변표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통상 국어 수학 영어 탐구를 모두 반영하고 탐구영역을 변표로 반영하는 상위대학 정시에서 실질적인 상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개영역 중 1개 영역의 수능 반영방법이 제대로 확정지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상담의 정확성은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점수 반영방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한 업계 전문가는 “상위12개대학 기준 탐구 반영비율은 낮게는 16.7%에서 높게는 35%에 이른다. 변표확정 없이 상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변표를 어떻게 확정짓느냐에 따라 탐구영역의 변별력이 요동칠 가능성도 높다. 백분위별 변표 격차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지원 양상이 바뀔 수도 있으므로 결코 좌시해서는 안된다. 대학들이 변표없이 하는 상담은 결코 실질적인 상담이라 볼 수 없다. 결국 변표 발표 이후 다시금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변표는? 백분위 따른 점수 부여로 과목선택 유/불리 상쇄방법>
변표는 선택형 체제인 탐구영역의 유/불리를 상쇄시키기 위해 마련된 방법이다. 올해 수능을 기준으로 보면 사회탐구는 9과목, 과학탐구는 8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올해 탐구영역 만점자의 표준점수(표점)는 사탐의 경우 경제와 법과정치가 68점으로 가장 높았고, 생활과윤리 한국지리 세계지리가 65점으로 가장 낮았다. 과탐은 물리Ⅰ이 72점으로 표점이 가장 높았던 반면, 지구과학Ⅰ과 생명과학Ⅱ의 표점이 69점으로 가장 낮았다. 과목별로 표점 만점이 다른 상황에서 표점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단순 과목선택에 따라 수험생의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변표는 단순 표점을 반영할 시 생기는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점수반영의 기준점을 백분위로 조정한다. 백분위에 따라 일정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표준점수로 인해 생기는 유/불리를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물론 표점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백분위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유/불리는 발생할 수 있다. 만점자도 백분위94/2등급을 받는데 그친 지난해 수능에서의 물리Ⅱ가 대표적인 사례다. 4개 과탐Ⅱ 중 하나인 물리Ⅱ는 높은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외에는 응시를 강제하는 대학이 없다보니 응시자가 극히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에도 워낙 고득점자들이 몰리는 과목인 탓에 만점자 비율은 적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만점자 비율이 11.56%에 달했다. 만점자 누적비율을 2로 나눈 값을 100에서 차감한 후 반올림하면 만점자가 받는 백분위가 나오는 현 수능구조 상 만점자가 11.01%~13.00%를 차지하면 94의 백분위가 나오게 된다. 같은 해 다른 과탐과목을 선택한 만점자들이 99~100(지구과학Ⅱ만 96)의 백분위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물리Ⅱ 응시자들은 과목 선택 때문에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더하여 물리Ⅱ 응시자들은 만점자가 2등급 부여기준 누적백분위인 11%를 넘기면서 한 문제만 틀리더라도 2등급이 아닌 3등급을 받는 불리함도 겪었다. 

다만, 변표는 백분위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백분위에 따라 주어지는 점수를 조정함으로써 백분위에 따른 유/불리마저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백분위 간 점수격차를 좁히는 ‘물보정’으로 과탐의 변별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다. 물론 반대로 백분위의 점수격차를 크게 만드는 ‘불보정’을 통해 과탐전반에 강한 변별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 백분위별 점수격차를 동등하게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위 백분위에서는 좁은 점수격차를 두고 하위 백분위에서는 큰 점수격차를 둠으로써 지난해 수능에서 물리Ⅱ 응시자들이 겪은 불리함을 상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는 과목별 차등 없이 백분위에 따라 동일한 점수가 부여되는 방식으로 변표를 부여하지만, 과목에 따라 다른 변표부여체계를 마련하는 경우도 유/불리 상쇄를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변표 미확정 상담 왜? 대학들의 이기심 원인>
올해 정시박람회에서 대학들이 변표를 확정짓지 못한 채 상담에 임하게 된 원인은 대학들의 늦장발표에 있다는 평가다. 수능성적발표 다음날부터 정시박람회가 실시된 작년과 재작년의 경우에는 박람회 전까지 변표를 확정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올해는 수능성적발표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에 박람회가 진행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서는 변표를 만드는 것이 고심이 필요하지만 어렵지는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학의 입학관계자는 “대학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변표를 만드는 작업은 어렵지 않다. 영역별 누적인원 등을 따져 변표를 만드는 것은 길어야 하루면 충분하다. 여기에 불보정/물보정과 같은 대학의 의도를 담는 작업을 고려하더라도 2~3일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대학도 이틀정도 시간을 들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변표 발표가 늦는 것은 대학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눈치작전’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증언이다. 경쟁대학의 변표가 나오기를 기다려 참고한 후 발표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박람회 시작 전 변표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지만, 상담에는 활용하지 못했다. 경쟁대학의 변표를 참고한 후 발표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경쟁대학의 변표 산정방식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되지만, 그로 인해 실질적인 상담마저 못하는 것은 개선돼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대학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경쟁대학의 변표를 참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백분위별 격차가 적절하게 매겨진 것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타 대학을 참고하는 것인 때문이다. 비슷한 전형방법을 적용하는 경쟁대학의 변표에 따라 변표를 다소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며, “다만, 입학관계자들을 만나 상담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발걸음한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변표를 빨리 발표할 수 있다. 점수별 누적백분위 추정 등 전체 대입판도 가늠에서 아무래도 입시기관에 비해 분석력이 약하다 보니 사교육 대비 비효율적인 상담이란 평가도 나오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에게 최대한 정확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속해서 대학들이 변표 발표시기를 두고 미적댄다면 변표 발표시점을 일괄적으로 대교협이 통제하는 방안도 해결책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람회 일정 연기 가능한가? 현재 구도가 최선>
일각에서는 대학들의 변표 발표시점을 앞당기기보다는 박람회 일정을 연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수시합격자 발표가 남아있으나 정시박람회가 열리는 일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람회의 일정을 수시합격자 발표 종료시점 이후로 미루면, 변표 발표 시기를 굳이 손대지 않더라도 변표 발표시점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수시 합격자 발표가 전부 마무리되기도 전에 정시 박람회가 진행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은 종종 있어왔다. 과기원과 같은 특수한 예외를 제외하면, 수시 합격 시 정시지원이 불가능한 현 대입구조에 비춰볼 때 정시박람회 방문이 헛수고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시에 합격한 수험생이 굳이 정시박람회를 찾을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수시합격을 자신해 정시 박람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이후 불합격 통보를 받아 부랴부랴 박람회에 참가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어느 쪽이든 수시합격자 발표 마감일정이 오기도 전에 정시박람회가 열려 발생하는 일이다. 

다만, 대학가에서는 현 대입일정 등 현실적인 문제에 비춰볼 때 지금의 박람회 일정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박람회는 본래 수능성적 발표일로부터 일주일 정도 텀을 두고 열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2011학년 이전에는 성적발표 다음날 박람회가 열린적도 종종 있었지만, 2012학년부터는 일주일 간격으로 자리잡았었다. 성적발표 다음날 박람회가 열렸던 작년과 재작년이 이례적인 해였다. 올해처럼 일주일 텀을 두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며, “박람회는 성격 상 방문객들을 위해 주말로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 만약 현재보다 일정을 미루게 되면 수시추합 발표 일정과 박람회가 겹치게 된다. 박람회와 추합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대학가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다. 정시 원서접수가 시작되기 고작 일주일 전에 박람회를 하는 것은 너무 늦다. 수요자들이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길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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