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촛불민심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 빗대

[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다. '강물(백성)이 배(임금)를 띄우기도 하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교수신문'은 2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교수 6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2.4%(198명)가 '군주민수'를 뽑았다고 25일 밝혔다. 2위에는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한다'는 의미의 '역천자망(逆天者亡)'이 28.8%(176명)의 지지를, 3위에는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의미의 '오적성해(露積成海)가 18.5%(113명)의 지지를 받아 올랐다. 1~3위 모두 '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민심을 대변하는 공통점이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군주민수'는 '순자'의 '왕제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은 君者舟也 庶人者水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水則載舟 水則覆舟(수즉재주 수즉복주).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군이차사위 즉위장언이부지의)다.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이니, 물의 힘으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가'는 뜻을 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국민의 실망감이 극에 달해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상황이 비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교수신문에 의하면 '군주민수'를 추천한 중앙대 육영수 교수(역사학)는 "분노한 국민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재확인하며, 박근혜 선장이 지휘하는 배를 흔들고 뒤집고자 한다"며 "박근혜 정권의 행로와 결말은 유신정권의 역사적 성격과 한계를 계승하려는 욕심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교수는 "2500년 앞서 이렇게 주권재민의 원리를 이야기한 순자에게 소름 끼치는 경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2위 '역천자망'을 추천한 고려대 이승환 교수(철학)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농단은 입헌 민주주의의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원리를 거스른 일"이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설문을 실시한 교수신문은 "추천위원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 20개 가운데 최종 5개를 골라 설문 조사했다"며 "쉽고 친숙하고 세태를 적확히 반영한 성어를 골라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1~3위에 이은 '빙공영사'(憑公營私)는 '공적인 일을 핑계로 사익을 꾀하다'는 의미, '인중승천'(人衆勝天)은 '사람이 많이 모여 힘이 강하면 하늘도 이긴다'는 뜻을 담고 있어, 최종 5개 모두 박 대통령을 심판하고자 하는 촛불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해마다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리석은 지도자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바 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