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48호 餘滴 - 기자 방담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해를 넘기는 시점이 되다 보니, 보내주시는 달력이 참 고맙습니다. 달력 구하기 어려운 요즘, 얼마나 요긴한지요.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굳이 숫자 헤아리기 싫어하며 나이를 또 먹는 건 더 싫은 요즘이지만, 탁상달력은 꼭 필요합니다. 숫자 칸에 빼곡히 적힌 일정을 봐가며 하루하루를 이제껏 살아온 습관 때문에요.

올해 대입 정시 원서접수는 해를 넘어가면서 진행되지요. 접수시기가 다가오니 대학별로 변표도 나오고, 변표로 환산한 점수를 헤아려가며 저는 기사를 쓰고 독자 여러분은 지원대학과 학과를 가늠합니다. 새로운 해는 아마도 경쟁률 기사를 쓰며 또 숫자를 헤아리고 있겠지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가늠해야 하는 이 전쟁판에서 베리타스알파를 10년 이어왔다는 게 신기합니다. 제 나이는 가물거리면서 말이죠.

학력고사를 보던 고교시절 이후 숫자는 보지 않을 거라 다짐했건만, 대학진학 이후 회계과목에 좌절하며 또 숫자를 헤아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숫자는 빠지는 적이 없습니다. 기사 쓸 때 가장 살 떨릴 때가 숫자입니다. 손가락도 떨리고 살도 떨리고. 단 하나라도 틀리는 게 있으면 그건 오타가 아닌 오보가 될 수도 있는 터라 긴장 속에 손가락을 놀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하나씩 나올 땐 좌절도 하지요.

해마다 이맘때쯤 쓰는 서울대 톱100 기사 역시 환희와 좌절을 넘나듭니다. 서울대가 아예 자료를 내면 참 좋을 텐데 그렇지는 않고, 전국 모든 고교에 전수조사를 할 만큼 규모는 크지 않고, 그렇다고 최선을 안 할 수는 없어 최대한 전화를 돌립니다. 실적이 크게 오른 학교와 통화할 땐 서로 함박웃음을 짓지만, 실적이 떨어진 학교와 통화할 땐 그 ‘숫자’를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그 학교에 실적을 맡겨놓은 것도 아닌데 수화기를 들 때마다 긴장감에 숨 한 번 고릅니다. 와중에 실적하락에도 심지어 아예 실적이 없어도 담담하게 알려주시는 분께는 얼마나 죄송하고 송구한지요. 또 그 와중에 ‘왜 빨리 기사를 안 올리느냐’는 전화를 받을 땐 ‘뭐 맡겨놓았나’ 싶다가도 그만큼 베리타스알파의 톱100 영향력도 느낄 수 있어 뿌듯하기도 합니다.

숫자로 힘든 건 저뿐만 아니겠지요. 특히 입시판에서 삶을 이어온 고수 분들이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희비가 갈리는 대입 정시판이 어쩔 땐 씁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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