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향상도 10개교 전체 마이너스..혁신고 탈피 중화고 향상 '눈길'

[베리타스알파=김민철 기자] 올해 6월 실시된 2016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서울형 혁신고등학교 10개교의 학업성취도는 전국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고 10개교는 보통학력이상 60.7%, 기초학력 22.4%, 기초학력미달 16.9%를 기록했다. 전국 고교평균은 보통학력이상 82.8%, 기초학력 12.7%, 기초학력미달 4.5%였다. 서울형 혁신고는 서울 고교 평균과도 격차가 큰 편이어서 심각성을 더 했다. 서울형 혁신고는 총 12개 고교다. 다만, 삼육고는 연계율 50% 미만으로 비공개됐으며, 신도고는 2017년부터 지정으로 제외했다. 반면 지난해까지 혁신고였던 중화고는 올해 혁신고를 '반납'하면서 성취도 향상을 이끌어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에 학교의 노력정도가 반영되는 학교향상도는 모든 서울형 혁신고가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올해 성취도평가에 응시한 고2학생들이 중3시절 치렀던 학업성취도평가와 학생수준 종단자료를 통해 산출하는 기대점수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받은 때문이다. 서울형 혁신고는 학교 향상도가 전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서울고교 평균에도 못 미쳐, 기대점수가 높기보다는 학교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배화여고를 제외하면, 학생 2명 중 1명 꼴로 기초학력이나 기초학력 미달로 나타났다. 보통이상학력 91.8%로 평균을 끌어올린 배화여고를 제외할 경우 9개 혁신학교의 보통이상 학력비율은 57.2%로 나타났다. 금옥여고는 75.8%의 보통이상학력을 유지했지만, 그 이하부터는 60%대에서 40%대 사이로 속절없이 낮아졌다. 이 상황에서 학교의 노력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향상도까지 전 혁신고교가 마이너스(-)를 기록, 혁신학교 지정이 학력향상에 불리하다는 세간의 비난을 잠재우지 못했다.

서울형 혁신고는 일반고보다 연 평균 3500만원에서 5500만원까지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받는다. 혁신학교의 모토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여서 초등학교 중학교에선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대입이 목표인 일반고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혁신고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일반고에 비해 격차가 심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교의 혁신학교 지정이 문제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서울교육청이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는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학교 정책과 혁신학교가 제시하는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서울교육청 홈페이지 캡쳐

<전국평균 미달.. 학력 향상 제고 필요>
올해 2017 학업성취도 결과를 살펴보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력 수준의 학생이 전국 평균의 3.75배에 달했다. 서울형 혁신고 10개교에서 보통학력이상 60.7%, 기초학력 22.4%, 기초학력미달 16.9%로 나타났다. 전국 고교평균은 보통학력이상 82.8%, 기초학력 12.7%, 기초학력미달 4.5%였다. 서울형 혁신고는 서울고교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서울고교 평균은 보통학력이상 78.6%, 기초학력 13.8%, 기초학력미달 7.6%로 전국평균보다 다소 하회하는 수준이지만, 서울형 혁신고는 여기에도 못미쳤다. 

지난해 성취도평가에서도 기초학력 미달학생은 전국평균의 3.6배에 달했다. 지난해 10개 혁신학교의 보통이상 61.7%, 기초학력 23%, 기초미달 15.3%였다. 지난해 전국평균은 보통이상 81.8%, 기초학력 14%, 기초미달 4.2%로 전국평균보다 낮은 성과다.

배화여고를 제외하면 보통학력이상 90%가 넘는 학교도 전무했다. 배화여고는 보통이상 91.8%, 기초학력 6.4%, 기초학력미달 1.8%의 비율이다. 다만, 배화여고 조차 전년 대비 다소 악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보통이상은 93.8%, 기초학력 5.2%, 기초학력미달 1%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의 노력 수준을 알 수 있는 향상도도 조짐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어 수학 교과가 양수(+)에서 올해는 수학이 음수(-)로 돌아섰다.

배화여고 다음으로는 금옥여고가 보통학력이상 75.8%, 기초학력 17.3%, 기초학력미달 6.9%로 뒤를 이었다. 금옥여고부터 전국평균과 서울고교 평균을 밑돌았다. 향상도는 모두 마이너스(-) 향상도다. 국어 -1.8%, 수학 -1.6%, 영어 -1% 순이다. 금옥여고 다음으로는 효문고가 보통학력이상 64.2%, 기초학력 19.9%, 기초학력미달 15.8% 순이다.

4위 잠일고의 3개교과 평균은 보통학력이상 60.6%, 기초학력 17.5%, 기초학력미달 21.9%로 서울시내 혁신학교 10개교 평균인 보통학력이상 60.7%, 기초학력 22.4%, 기초학력미달 16.9%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장 심각한 곳은 개교부터 혁신학교를 유지해온 삼각산고다. 삼각산고는 보통학력이상 비율이 44.8%로 절반이 채되지 않는다. 기초학력은 28.4%, 기초미달은 26.7%로 나타났다. 2011학년 첫 혁신학교로 지정됨과 동시에 개교한 삼각산고는 개교이래 기초미달자가 지난해까지 2배씩 늘었고 학교 향상도도 갈수록 나빠진 바 있다. 2012학년 보통이상 61.2%, 기초학력 31.0%, 기초미달 7.8%, 2013학년 보통이상 60.7%, 기초학력 26.0%, 기초미달 13.3%, 2014학년 보통이 44.8%, 기초학력 28.4%, 기초미달 26.7% 등으로 나타났다. 매년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중화고의 경우 혁신학교에서 벗어난 올해부터  학업성취도 향상을 보였다. 올해 2월까지 혁신학교로 지정된 중화고의 경우 3개교과 평균 보통이상비율은 61.2%, 기초학력 24.2%, 기초미달 14.7%의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서울평균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보다 보통이상비율이 6.1% 늘고. 기초미달은 4.8%로 줄어 혁신학교 지정 해제의 효과를 수치로 증명했다. 다만, 올해 평가대상이 고2임을 감안하면, 현 고1이 평가대상이 되는 내년평가가 중요해 보인다. 혁신학교 시절을 보내지 않은 현 고1이 치르는 평가결과를 나오면 보다 객관적인 비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위 선사고도 보통학력이상이 48.7%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특히, 기초학력 26.3%, 기초학력미달은 25%로 기초미달이 심각한 삼각산고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8위 독산고는 보통이상 54%, 기초학력 30.3%, 기초미달 18%다. 3개교 모두 5명 중 1명은 국가가 정한 고교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모든 고교의 학교향상도가 마이너스(-)라는 점도 문제다. 교과별로 배화여고의 국어 향상도가 0.1% 플러스(+)를 기록한 것 외에 모든 고교가 전 교과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학교향상도는 고2 성취도평가 점수에서 중3 성취도평가자료의 종단연구를 통해 산출한 값이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학생들의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는 의미다. 특히, 향상도 상승과 하락은 학생 개개인보다 학교의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할 때, 학교자체의 노력여부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혁신학교의 낮은 학업성취도와 마이너스를 보인 학교향상도에 대해 한 교육전문가는 “한국교육개발원이 과거 발간한 보고서에서 혁신학교의 문제점은 확인 가능하다. 당시 개발원은 학생 수준별 학습자료 개발, 담임교사 책임제, 정서함양 프로그램 등 학습부진 학생 지도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할수록 보통학력이상 비율이 높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혁신학교에서 학습부진 학생지도를 위해 방과후 학교프로그램이나 수준별 학습자료 개발 대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라는 명목아래 방치했다고 밖에 볼 수없다. 서울 혁신학교라는 모델을 재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에 학생들이 얼마나 따라오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평가다. 학생 개인별 성취수준 파악은 물론 기초학력보정과 교육과정 개선 등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된다. 표집(샘플) 조사 방식이었다가 2008년부터 전수 조사로 바뀌었다. 2013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성취평가가 폐지됐으며, 중3학생의 경우 사회 과학을 빼고 국어 수학 영어만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올해는 중3, 고2(일반계) 학생 97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교과별로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등 4단계의 성취수준에도 변화를 줬다.  학교알리미에서는 ‘보통학력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3단계로 정보를 공시한다. ‘기초학력미달’은 진급하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력수준으로 교육당국은 판단하지만 실제로 유급시키지는 않는다. 성취수준을 구분하는 대신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에 비율만을 공개하고 있다.

-학교향상도
 고교가 학생을 얼마나 잘 가르쳤나를 보여주기 위해 교과부가 개발한 지표다. 단순히 지난해 성적과 올해 성적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고2 학생들이 치른 학업성취도결과와 올해 고2가 중3 당시 치른 성취도 평가를 비교해 산출한다. 중3 성취도와 단순 비교하지 않고 중3 수준에서 학생수준 종단자료를 통해 산출된 기대점수와 비교한다. 출발선이 동일한 학교끼리 비교해 학교의 학력 향상을 위한 노력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은 학교가 유리한 게 선발효과라면 향상도는 학교의 교육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학교향상도는 올해 고2가 치른 성취도 점수에 입학당시 성적을 고려해 산출한 기대 점수와의 차이를 백분율로 산출한다.  실제 성취도 점수와 기대되는 성취도 점수의 차이를 기대되는 성취도 점수로 나눠 산출한 값이기 때문에 0을 기준으로 기대 점수보다 더 높게 성취한 학교의 경우 양의 향상도로, 기대점수보다 낮게 성취한 학교는 음의 향상도로 나타낸다. 즉 양의 향상도는 학교향상도의 상승, 음의 향상도는 하락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서울형 혁신학교
서울형 혁신학교는 154곳(초109교, 중33교, 고12교)에서 운영 중이다. 교육청은 최근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사업을 통해 154개교로 확대했다. 2018년까지 200개교로 지정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 지정된 서울형혁신학교는 혁신학교 조례 개정에 따라 4년 6개월간 운영된다. 교육청과 시로부터 예산 및 인사 지원을 포함한 행/재정 지원을 받아 △학교운영혁신 △교육과정 및 수업혁신 △공동체 문화 활성화 등 학교혁신 과제를 수행한다.

서울형 혁신학교의 확대는 조 교육감의 핵심 공약사업 중 하나다. 조 교육감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4년 내 혁신학교를 200곳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2014년 혁신학교 68개교 중 23개교(2011년 지정)가 운영기간 4년을 마치자 55개교를 신규 모집/공고하며, 혁신학교 100개를 목표로 하는 등 계속해서 공모 사업을 추진해 97개교로 확대시킨데 이어, 상반기 119개교, 2016 하반기 지정을 재지정/신규공모한 끝에 154개교 체제를 만들었다.

2011년 첫 도입된 서울형 혁신학교를 신청하는 이유로는 예산 지원이 첫 손에 꼽힌다. 이전보다 1000만원 가량 줄어들긴 했으나, 지난해 신규지정교과는 평균 5500만원, 재공모지정교는 3500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서울시 교육지원사업 지원비에서 1000만원 이내의 별도 지원도 이뤄진다.

외형적 확대와는 달리 현장의 속사정은 다른편이다. 혁신고 기피현상의 확대로 혁신중까지 영향을 받는 등 혁신학교의 인기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서울교육청은 혁신학교 130개교 선정을 계획했지만 재지정대상교 중 4개교가 포기하고, 신규지정교도 예상보다 적어 119개교로 확대되는 데 그쳤다.

이미 지정된 혁신학교가 학력저하를 우려한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지정을 철회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소재 중산고는 2014년 하반기 공모를 통해 혁신학교로 지정됐지만 중산고 학부모들과 중산고 배정을 앞둔 중3학부모들이 반대하면서 해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지정 철회했다. 결국, 교육수요자들이 일반고인 혁신고에 거는 기대가 대입경쟁력인 점을 감안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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