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이 엄마처럼 만만한 존재는 없지요. 아무것도 아닌 일도 엄마 탓인 양 화내고, 잘못해 놓고도 엄마 때문이라 대들고, 밖에서 언짢은 일을 당하고 와서는 엄마한테 눈 흘기고, 또 신경 써주면 간섭이라 짜증내고, 애써 모르는 척하면 관심 없는 엄마라며 툴툴대고… 이렇게 해도 웃으며 받아주는 사람은 엄마 말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엄마는 정말 그래도 될까요? 당신도 엄마입니다. 안 되지요. 아니 됩니다.
어버이날은 따로 없습니다. 자녀들과 이 시를 읽고 나서, 아이에게 엄마의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겁니다. 그러다 눈물이 맺히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이를 그냥 바라보기만 하세요./김병규(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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