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학 '의견 조율단계'.. 세종캠 '캠퍼스 이원화' 주장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고려대가 시끄럽다. 안암캠 미래대학 추진과 맞물려 세종캠의 분교제 폐지 논의가 함께 외부로 불거지면서 학내 몸살을 앓고 있다. 고려대 세종캠 선정규 부총장이 "세종캠의 이원화 캠퍼스 추진을 위한 학사제도 개편을 준비중"이라고 30일 밝힌 데서다. 안암캠은 "본분교 통합이 아닌 병립캠퍼스 추진의 의미"라며 "본교와 협의 절차가 전혀 없이 세종캠 내부 기초적 의견교환 상황에서 발표가 진행됐다. 본교엔 안건 자체가 제기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홍'이라 할 것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다만 고대 세종캠 선 부총장의 발언은 12월초 미래대학 최종안이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외견상 고려대를 한 차례 더 흔들 소지가 분명 있다. 2017 정시를 앞둔 수험생 입장에선 고려대 세종캠을 두고 저울질도 시작될 수밖에 없다. 지원해 입학한 전공이 어떻게 변화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암캠으로 소속 변경이 가능했던 제도가 2018학년부터 폐지될 계획이라는 데 따라, 이 같은 계획이 변수로 작용할지 여부도 관심이 집중된다. 여기에 안암캠은 타 전공 정원을 줄여 나온 82명 규모로 2018학년 '미래대학'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추진과정에 갈등도 겪었지만 애초 150명 단과대학 규모에서 학내의견을 수렴해 82명 규모 독립학부로의 출범을 가시화하고 있다. 학문간 칸막이를 없애고 국내최초 무계열학과를 기치로 문을 열게 되는 미래대학 출범과 맞물려 고대 세종캠의 분교폐지 계획이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분교통합 아닌 분교제 폐지 추진>
고려대 세종캠 선정규 부총장이 30일 밝힌 내용은 본분교통합이 아닌 분교제폐지 추진으로, 세종캠이 분교체제에서 벗어나 독립체제로 돌아서겠다는 것이다. 캠퍼스가 이원화되는 것이다. 다만 행정적으로는 교육부 관리코드가 본교와 동일하게 된다.

세종캠이 독립체제로 전환하려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안암캠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전공이 없어야 한다. 선 부총장은 이를 위해 "내년부터 교육과정을 자체평가해 안암캠과 유사한 교육과정을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 부총장에 의하면 기존 24개 학부는 내년 19개 학부로 개편된다. 내년에 행정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산학협력단도 안암캠에서 분리한다. '캠퍼스간 소속 변경제도'는 현 고2가 입학하는 2018학년에 폐지된다. 캠퍼스간 소속 변경제도는 성적에 따라 세종캠 학생이 안암캠으로 소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선 부총장은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많았고 입시성적 향상과도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2018학년 신입생부터 이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 총장은 이같은 계획을 25일 고대 세종캠 총학 측에 전달했다.

선 부총장은 '독립캠'을 주장했지만, '본분교 통합'이라 표현한 데는 논란이 더 일 전망이다. 총학측에 '계획'을 전하며 "본분교 통합 신청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안암캠은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본교와 협의 없이 발표된 것"이라는 관계자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세종캠의 병립캠퍼스 추진은 안암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두 캠퍼스를 통합하는 게 아니라 별도 운영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안건 자체가 공식적으로 안암캠에 넘어온 적도 없는 매우 기초적인 구상 단계의 내용으로, 향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7 정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고려대가 학사구조개편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 안암캠이 기존 각 단과대 및 학부 정원을 줄여 82명 규모의 '미래대학' 신설을 계획, 내달 2일 최종계획이 나오는 가운데 세종캠이 분교제에서 벗어나 독립체제로 전환하겠다 30일 선언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사진=고려대 제공

<'82'명 규모' 미래대학 신설은 어찌 되나.. 내달 최종안>
한편 고려대 안암캠은 '미래대학(가칭 Crimson College)'을 추진하며 불거진 내홍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미래대학은 고려대가 '국내최초 무계열학과'를 표방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현재 정원조정에 따른 전공단위별 소통과정이 진행 중이다. 초반 격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학내의견을 받아들여 계획을 조정하면서 상당히 가시화한 상태다.

미래대학은 기존 일반대학의 자유전공이나 이공계특성화대학의 무학과 체제와 다른 궤다. 자유전공이 애초 취지와 달리 '고시반' 형태로 변질되고, 이공계특성화대학의 무학과체제는 결국 기존 전공개념으로 결정되는 것과 달리, 미래대학은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학과에 구애 받지 않고 연구한다는 차이가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면 경영학 공학 의학 등 학과와 계열을 넘나든다. 미래대학 설림은 염재호 총장이 적극 나서 추진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염 총장은 5월 고려대 개교 111주년 기념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위한 미래대학 설립을 추진한다"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미래사회를 주도할 모든 학문과 산업 분야를 학습주제로 다룬다"고 말한 바 있다. 염 총장의 사업의지를 통해 미래대학 설립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국내 대학교육에 큰 전환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타 학과 정원조정이 불가피해 내홍이 다소 불거진 바 있다. 미래대학 추진위는 5월 의대와 간호대를 제외한 단과대학들의 정원 5%씩의 정원을 빼 줄 것을 제시했지만 공대 경영대 등 교수들의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수 차례 논의 끝에 11월3일 자유전공학부 95명의 정원과 기존 단과대에서 정원 2%를 각 흡수해 총 150명 규모의 미래대학 설립계획 수정안을 꺼내들었지만, 자유전공학부의 격한 반발이 일었다. 25일 열린 교무위원회를 통해 현재는 자유전공학부 95명 정원감축 얘기는 없던 것으로 하고, 각 단과대 및 학부에서 동일하게 2.5%를 적용한 정원을 협조 받아 총 82명 규모로 신설 계획을 변경한 상태다.

150명 예상했던 단과대학에서 82명의 독립학부로 규모는 줄지만, 학내의견 수렴 이후 더욱 탄탄해진 측면이다. 등록금은 고대 이공계 수준인 학기당 500만원 이하로 책정하고, 논의되던 기숙사대학, Pass/Fail제도 등은 차별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며, 세부 교과과정은 학부가 설립된 이후 학부의 전임교수들이 수행하고 시행한다는 안이다. 현 재학생 포함 타 전공 학생들도 신설 미래대학에서 이중전공 등 동일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 가능하다.

미래대학 신설과 관련해선 내달 9일 예정된 교무위에서 추진위 안 대신 본부 대안을 놓고 심의한 후 교무위 심의가 통과되면 교수회의 인준 투표, 학생대표가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 심의, 재단이사회 의결 등 학내 절차에 이어 교육부 인가를 받는 절차로 진행된다. 2018학년 입시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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