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심기일전이 만든 혁신, 수시 체제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위기는 곧 기회다. 지속적 미달사태로 결국 일반고 전환을 선택한 미림여고는 공교육 최고의 고수 주석훈 교장을 초빙하면서 도약을 위한 혁신에 들어갔다. 교내 모든 프로그램은 학교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뀌었고 서서히 수시체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위기를 함께 겪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심기일전은 학교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다. 일반고 전환 첫해 선발한 1학년은 물론 자사고체제의 2,3학년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꿋꿋이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주 교장은 미림여고에 숨은 진주가 많다고 자부한다. 미림여고의 숨은 진주들을 세상 밖으로 소개하기 위한 교육혁신은 이미 시작됐다.

학교 운영체제의 변화는 구성원들을 뒤흔든 위기였다. 100명 이상이 전학을 갔고 학부모들은 동요했으며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설득에 몰두해야 했다. 거듭된 미달로 재정 운영이 힘들어진 재단이 일반고 전환을 결정지은 것도, 일반고의 3배 가까이 되는 학비를 지원하며 자녀교육에 힘쓰던 학부모들이 느꼈을 배신감도 제3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되는 상황이지만, 현실의 시련은 간단치 않았다. 벼랑 끝에서 구성원들의 심기일전을 기반으로 고수 주석훈이 만드는 미림여고의 반전을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림여고는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하는 위기를 맞았지만, 반전을 이뤄낼 학교로 평가받고 있다. 공교육의 대표 대입고수인 주석훈 교장이 올해 3월 취임, 일반고 전환의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최병준 기자 ept160@veritas-a.com

<위기를 기회로, 미림여고의 교육혁신>
일반고 전환의 위기를 맞은 미림여고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교육계 진학지도 명장, 주석훈 교장을 미림여고의 9대 교장으로 초빙하면서 안팎에 닥친 위기는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려웠던 시절 학교를 수습했던 박창범 교감은 “학부모의 반발은 당연하다. 나 역시도 미림여고의 학부모였다면 일반고 전환을 반대했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교감은 수 차례 면담을 통해 학부모를 만나 자사고로 모집한 현 2,3학년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학생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할 것이며, 진학지도에서도 전보다 나은 결과를 내겠다 약속했다.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학교의 부단한 노력에 학부모들의 반발도 잦아들었다.

주 교장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학교는 보다 큰 변화가 필요했다.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모든 것을 학생 중심으로 바꾸는 ‘교육혁신’이었다. 우선 교육과정을 대폭 변화시켰다. 수행평가의 실질반영비율을 50%로 늘려 학생 참여를 높였다. 학생들은 교과 수업마다 관련 도서를 최소 한 권 이상 읽어야 하며, 독서활동을 바탕으로 과제 발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 교내 프로그램 역시 강의식이 아닌 체험 위주로 실시된다. 학생들은 프로그램 수료에서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을 통해 느끼고 깨달은 바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승화시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교내에서 실시되는 경시대회는 문제풀이 능력을 평가하던 데서 창의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경시대회 결과가 대부분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국한돼, 학생 참여율을 낮춘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에는 일정기간 과제 연구를 실시, 연구 내용을 발표해 주제 설정, 논리 전개 능력 등을 평가 지표로 삼았다. 현재는 수학을 제외한 분야에서 오픈 북 테스트를 실시한다. 아직은 시행착오의 단계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문제풀이형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을 제고하는 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지필 평가가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수행평가의 실질 비율이 확대되고 체험형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학생들의 학습량은 거의 배가 됐다. 교사들이 생각하기에도 다소 빡빡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즐겁게 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1학년부터 자사고로 운영되던 미림여고는 지난해 일반고 전환을 실시하면서 큰 시련을 겪었다. 2015년 자사고 운영평가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받은 미림여고는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 대신 평가 결과를 수용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교육청과 교육부의 동의를 거쳐 2016학년부터 일반고 전환이 확정됐으나 학내 반발이 거셌다. 학부모총회와 학교운영위의 의견 없이 재단이 일방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012학년부터 미달을 기록하기 시작, 2013학년 0.39대 1, 2014학년 0.46대 1, 2015학년 0.34대 1의 경쟁률로 매년 신입생 충원에 난항을 겪어 재정 운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일반고 전환을 반대하던 학부모들은 비대위를 구성, 미림여고 재단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상당 수의 학생들은 전학을 감행했다.

<학교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수능 성적이 학교의 교육력을 대변하는 시기는 지났다. 교육의 패러다임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대입 트렌드 역시 학교생활의 다양성과 성실성을 판단하는 학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대와 사회가 바라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미림여고는 교내에서 실시하는 대부분의 교육을 학교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수업에서 학생 참여를 늘린 것은 물론이고, 방과 후 수업 개설 역시 사전조사를 통해 철저히 학생 수요에 맞게 개설된다. 학교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자습 역시 마찬가지다. 1인 1좌석과, 사물함 등이 마련된 자습실은 550석 규모로 전교생을 수용할 수 있다. 학교는 최적의 환경을 자랑하는 자습실을 제공하고, 그곳에서 주중 주말 관계 없이 매일 25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실시한다.

그 밖에도 다방면에서 학생 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다. 1학년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시간씩 실시하는 태권도 수업은 별도의 강사 없이 4품 이상의 자격을 지닌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진행됐던 전체조회에서는 학생부장 대신 학생회장이 사회를 보고 또 다른 학생이 영어로 통역을 실시해 조회를 진행했다. 학생이 학교의 중심이 되고 주인공이 되면서 학종에 대한 대비 역시 자연스레 되고 있는 셈이다.

<정시 중심에서 학종 중심으로>
대입의 트렌드는 정시 중심에서 학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림여고 역시 학종 확대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우선적으로 진로, 진학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다양한 학과와 전공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1학기에는 ‘전공 탐색의 날’ 행사를 실시했다. 학과에 대한 안내를 비롯해 해당 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미래 세계 진로에 대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주요 대학 교수들과 함께하는 ‘미래인재 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1학기때는 서울대를 방문, 생명과학부 수업을 직접 듣고 과제도 경험해 보는 등의 현장 체험을 실시했으며 여름방학에는 한양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진행하고 질의 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변화하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교사, 학생들과 달리 학부모들은 현장 정보 습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림여고는 1학기와 2학기에 수 차례 ‘미림 학부모를 위한 진학아카데미’를 실시했다. 서울 상위권 대학의 입학사정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를 학교에 초빙,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대입 정보를 제공했다.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성신여대 등의 입학사정관이 학교를 방문해 설명회를 실시했다.

서울권 대부분의 광역 자사고가 그러하듯 미림여고 역시 정시 위주의 실적을 내온 학교다. 허나 미림여고는 그간 정시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자사고로서의 위상을 떨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15학년 대입에서는 서울대 등록자 3명(수시1명/정시2명)을 배출했으나, 지난해 대입에서는 정시에서 서울대 등록자 1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2명) 연세대 KAIST 포스텍(각 1명) 등 84건의(대학 진학자 158명) 상위권 대입 실적 역시 정시가 60%, 수시가 40% 비중으로 정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수시 합격자 역시 학종보다 상대적으로 사교육 유발 요소가 높은 논술 합격자가 대부분이었다.

허나 주석훈 교장은 미림여고에 학종으로 대입의 문을 두드릴 만한 ‘숨은 진주’가 많다고 자부한다. 그간 정시 위주의 대입 체제를 구축해오다 보니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의미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물리Ⅱ와 화학Ⅱ를 공부하는 학생도 있으며,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직접 기업을 방문, 투자를 받아온 학생도 있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학생들이 많지만 수시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알려지지 못했고, 그 역량이 온전히 평가되지 못한 것이다. 당장 하루아침에 괄목할만한 대입 성적을 낼 수는 없겠지만, 미림여고는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질 미래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관악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미림여고>
현재 미림여고의 1학년 학생들은 일반고로 전환 후 처음 맞은 신입생이다. 올해는 현재 2학년 보다 50명 가량 더 많은 198명의 학생이 입학했다. 일반고에 비해 다소 비싼 학비와 내신 관리의 어려움이 지원을 망설이게 했던 자사고 시절과 달리, 일반고로서의 미림여고는 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학교로 꼽힌다. 한편으로는 선발권 없이 학생을 배정 받아 교육 수준이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하지만 학교측은 올해 입학한 학생들도 자사고로 입학한 학생들만큼 훌륭하다고 강조한다. 박 교감은 아이들이 오히려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학교 생활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1학년 학생과 2,3학년 학생은 교육과정에 다소 차이가 있다. 2,3학년까지는 자사고 학생으로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확보된다. 미림여고의 2,3학년 학생들의 교육과정에는 국 영 수가 96단위로 편성돼 있다. 자사고로서의 미림여고 교육과정이 수능 교육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됐다면, 일반고는 국 영 수 한국사의 교육과정이 50%를 초과할 수 없다. 국 영 수 비중은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1학년 교육과정 역시 국 영 수 사 과의 수능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년부터는2015 교육과정에 맞는 개편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학생들 개개인의 수준과 적성에 맞는 선택형 과목을 개설하는 등 교육과정 전체가 한층 더 학생 중심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다양한 변화가 실시되고 있지만 변화의 정도는 미림여고를 넘어 지역사회, 세계사회까지 내다 본다. 주 교장은 미림여고가 관악구와 협의해 지역과 함께 발전을 꾀할 때 발전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는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가 위치해, 지역과 대학, 관내 고교의 연합체 구축을 통해 교육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활성화해 학교 교육력을 신장시키고 한 발 더 나아가 세계의 흐름에 발맞출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미림여고는 올해 중국 고등학생 15명을 2학년으로 편입시켰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교육성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미림여고는 한중 교육 협약을 통해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외국 학생들을 편입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는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 있지만, 끊임 없는 도전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연간 장학 규모 3000만원 넘어.. 1인당 장학금 전국 평균의 2배 이상>
미림여고의 장학 지원은 상당한 수준이다. 연간 장학금 규모는 3000만원이 넘는다. 학생 1인당 장학금 수혜 금액이 평균 180만원에 달할 정도다. 서울 평균 수혜 금액인 115만원은 물론이고 전국 평균인 87만원보다는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학비 지원은 물론이고 다양한 성적 장학금이 마련된 덕분이다. 성적 장학금은 연합학력평가 성적과 내신성적에 따라 지급된다. 3개년 장학금, 학교장 장학금, 개나리 장학금 등이 운영되고 있다. 그 외 동문 자녀 장학금, 형제 장학금, 동문회 장학금 등도 지급되고 있다.

미림여고는 김기병 현 롯데관광 회장이 설립한 학교로 1979년 개교해 올해 38회 입학생을 받았다. 2010년 자사고로 지정돼 2011학년부터 자사고 운영을 시작했다. 2016학년부터는 학교 유형을 일반고로 전환해 학교를 운영 중이다. 자사고 운영 당시 모집했던 2학년과 3학년이 졸업할 때까지는 자사고와 일반고가 함께 운영되는 셈이다. 2018학년부터 완전한 일반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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