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외대부고 재학생, 자연계 강남대성 재수생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국수영의 변별력으로 ‘불수능 재현'이라는 평가를 받는 2017 수능이 '쉬운 수능'의 기조를 지켰음이 입증됐다. 수능 가채점 취합결과 18일 인문계열 자연계열 각 1명씩 수능 만점자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수능당일인 17일 가채점 취합에서는 최상위권 재수생들의 집결지인 대성학원에서조차 인문계열 397점, 자연계열 398점이 최고 득점자였던 탓에 만점자가 없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현재까지 가채점 상 확인된 만점자는 인문계열에서 재학생, 자연계열에서 재수생 각 1명이다. 2명의 만점자는 모두 여학생이다. 다만, 서울대로 진학이 확실시되는 인문계열 만점자와 달리 자연계열 만점자의 경우 과탐Ⅰ+Ⅰ조합을 선택, 서울대 의대 진학이 불가능한 상태다. 모든 만점자가 서울대로 진학했던 2016 수능과 달리 일부 만점자가 Ⅰ+Ⅰ조합을 선택해 서울대와 연세대 등으로 행선지가 갈렸던 2015 수능과 같은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극심했던 과탐Ⅱ 기피 현상의 단면인 셈이다. 결국 이날 확인된 자연계열 만점자의 경우 연세대 의대에 진학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예상을 깨고 만점자가 나오긴 했으나, 지난해 대비 만점자 수가 대폭 줄어드는 상황은 막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올해 수능이 '쉬운 수능'의 기조를 지켰고, 아직 가채점 단계이기 때문에 추후 새로운 만점자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만점자가 16명에 달했던 지난해보다는 한층 어려운 수능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상당한 변별력을 갖춘 탓에 수험생들로부터 ‘불수능’이란 평을 받고 있는 2017 수능이지만, 만점자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2명의 만점자는 인문계열의 경우 외대부고 재학생, 자연계열의 경우 강남대성 소속 재수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확인된 만점자 2명.. 인문계 외대부고 재학생, 자연계 강남대성 재수생>
현재까지 확인된 2명의 만점자는 인문계열 1명, 자연계열 1명이다. 인문계열 만점자는 재학생, 자연계열 만점자는 재수생이다. 수학(나)의 변별력이 상당해 만점자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인문계열에서조차 예상을 깨고 만점자가 나온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현재까지 확인되는 만점자는 이 2명이 전부다. 숨어있는 만점자가 있을 수는 있지만,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인문계열 만점자 외대부고 3학년 김00.. 법과정치/사회문화, 중국어 선택
재학생인 인문계열 만점자는 외대부고 3학년 김00 학생이다. 수시에 지원한 상태며, 아직 남은 수시전형 일정이 있기 때문에 이름은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과 아직 가채점 결과 만점자란 점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유다. 추후 수시전형이 모두 종료되고 수능 성적이 발표된 후 학생의 동의를 얻어 이름을 밝힐 예정이다. 
 
김00 학생은 가채점 결과 국어/영어/수학(나)/사탐의 4개영역 모두 만점을 획득, 원점수 기준 400점을 기록하며 어려웠던 인문계 수능에서 만점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선택과목은 사탐의 경우 법과정치와 사회문화, 제2외국어/한문의 경우 중국어였다. 올해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치른 수학(나)가 특히 어려웠다는 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현 추세대로라면 전국에서 유일한 인문계열 만점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 양의 수능만점은 일찍이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이다. 외대부고 관계자는 “지난 6월모평과 9월모평에서 만점을 기록한 전례가 있는 학생이기 때문에 수능에서도 긴장하지만 않는다면 만점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학생”이라며, “침착하게 수능에 임한 결과 다시금 만점을 받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양의 경우 서울대에 무난히 진학할 것으로 보인다. 제2외국어/한문에도 응시해 서울대 진학에 어떠한 걸림돌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김 양은 수시전형에 응시해놓은 상황. 추후 수시결과에 따라 정시지원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자연계열 만점자 강남대성 김△△.. 지Ⅰ+물Ⅰ 조합, 서울대 지원불가
재수생인 자연계열 만점자는 최상위권 재수생들의 집결지로 알려진 강남대성 소속의 김△△ 학생이다. 김△△학생도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 때문에 이름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포고를 졸업한 김△△ 학생은 가채점 결과 국어/수학(가)/영어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데 더해 과탐 2과목까지 만점을 획득했다. 가채점 결과대로 성적이 발표되면 2017 수능 자연계열 만점자로 기록될 예정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인문계 김00학생과 같이 유일한 자연계열 만점자가 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다만, 김△△ 학생은 과탐에서 지구과학Ⅰ과 물리Ⅰ을 선택, Ⅰ+Ⅰ조합이기 때문에 서울대 정시에는 지원할 수 없다. 서울대는 과탐을 선택한 수험생이 서로 다른 Ⅰ+Ⅱ조합 또는 Ⅱ+Ⅱ조합을 선택하는 경우에만 지원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김△△ 학생이 택한 Ⅰ+Ⅰ조합은 서울대 정시 응시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소장은 “김△△ 학생은 과탐 선택 문제로 서울대에는 원서를 낼 수 없는 상태지만, 서울대 다음가는 선호도를 보이는 연세대 의대로 무난하게 진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점자가 서울대에 원서조차 낼 수 없는 사례가 나온 것은 2년 만의 일이다. 총 29명의 만점자가 배출된 2015 수능에서 21명의 자연계 만점자 중 7명이 과탐 Ⅰ+Ⅰ조합을 선택해 서울대 진학이 무산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6 수능에서는 만점자 전원이 전년도 사례로부터 습득한 ‘학습효과’를 발휘해 과탐 Ⅰ+Ⅱ조합을 선택, 전원 서울대 의대로 진학하며 만점자가 서울대에 원서조차 내지 못하는 사례가 없었다. 올해 다시금 서울대 지원이 불가능한 만점자 사례가 발생하며, 만점자 전원 서울대 진학현상은 올해 재현되기 불가능해졌다. 
 
<만점자 2명에서 끊길까.. 추가 가능성 존재>
수능이 끝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고 예년의 사례에 비춰볼 때 숨어있는 고득점자들이 종종 있어왔기 때문에 추후 만점자가 2명에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올해 수능의 변별력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만점자의 수는 예년 대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소장은 “분명 숨어있는 만점자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주요 시/도에서조차 만점자가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 예년에 비해 만점자 수가 적어질 것은 당연해 보인다. 더 이상 만점자가 나오지 않고 2명 수준에서 끊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걸림돌은 한껏 높아진 수능의 변별력이다. 현재까지 대다수 입시기관들이 수학(나) 1등급컷으로 제시하고 있는 88점은 진정한 ‘불수능’으로 불리는 2011 수능의 1등급컷보다도 높은 상황인 데다 국어 수학(가) 영어도 최근 이어진 쉬운 수능기조를 고려하면 결코 만만치 않았던 시험인 때문이다. 사탐/과탐도 아직 등급컷이 명확히 가려지지 않는 상황이지만 지난해처럼 1문제만 틀리면 3등급이 될만큼 쉬운 출제가 일부 있었던 수능이 아닌 상당한 변별력을 부여한 수능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사교육계 입시분석 전문가는 “아직 더 분석을 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경향을 보면 평가원이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수능을 출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2등급이 사라지는 등급 브레이크 현상은 올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쉬운 수능기조가 이어진 탓에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 뿐, 변별력을 적절하게 갖춘 아주 잘 출제된 수능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수능 당일 수능을 주관하는 김영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정진갑 수능출제위원장 김영욱 검토위원장 이 자리한 브리핑에서 이미 수능의 변별력이 상향조정될 것이란 사실은 예견됐다. 이 소장은 “수능 당일 브리핑 내용을 보면 올해 수능의 난이도는 평가원의 의도대로 적절한 출제경향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간 1% 비율을 지키려고 노력해오던 평가원이 영역별 만점자 비율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얘기한 것이나 2018학년 영어 절대평가 등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한 것만 봐도 올해 수능 난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간 치러진 모평 등에서도 평가원은 꾸준히 일관되게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사인을 줘온 바 있다”고 말했다. 
 
<역대 수능만점자 몇 명이나 나왔나.. 올해 확인된 2명 포함 185명>
지난해 치러진 2016 수능까지 만점자는 총 183명이 나왔다. 올해 확인된 2명을 포함하면 총 185명의 만점자가 나온 상황이다. 
 
1994학년 처음 시작된 수능은 1998학년까지 만점자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첫 수능인 1994 수능이 8월과 11월에 걸쳐 두 차례 치러진 것을 고려하면, 수능이 6회 진행되는 동안 만점자가 없었던 것이다. 
 
첫 수능 만점자가 배출된 것은 1999학년의 일이었다. 한성과고 재학생인 오승은씨가 만점을 받으며 국내 대입 역사상 최초의 만점자가 됐다. 대입이 예비고사-본고사체제였던 69학년부터 80학년, 학력고사체제였던 81학년부터 93학년, 더하여 94학년부터 98학년 수능체제까지 정부가 주관한 30여 년간의 대입시험에서 만점자가 나온 적은 처음이었다. 
 
한번 만점자가 배출되자 연이어 만점자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다음해 치러진 2000 수능에서는 대원외고 재학생 박혜진씨가 만점을 기록하며 만점자 배출의 명맥을 이어갔으며, 2001 수능에서는 무려 66명의 만점자가 배출되기에 이르렀다. 희대의 물수능으로 불리는 2001수능의 만점자 66명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만점자 최다배출 기록이다. 
 
3년 연속 나오던 만점자는 2002 수능부터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2002수능부터 2007수능까지 만점자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참여정부가 공교육정상화를 목적으로 시도했으나 결국 현장의 혼란만을 초래해 ‘주사위 던지기’식 대입이란 비난을 받은 2008 등급제 수능의 경우 등급으로 성적표가 나왔기 때문에 만점자가 있었는지 여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명맥이 끊겼던 만점자는 2009 수능에서 환일고 재학생 박창희씨가 나오며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2010 수능과 2011 수능에서는 만점자가 다시금 종적을 감췄다. 
 
본격적으로 만점자가 배출되기 시작한 수능은 2012 수능이었다. 2012 수능을 기점으로 지난해 수능까지 만점자가 계속해서 배출된 데다 아직 가채점이긴 하나 2017 수능에서도 만점자가 배출된 것으로 확인되며, 6년 연속 만점자 배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2 수능 30명, 2013 수능 6명, 2014 수능 33명, 2015 수능 29명, 2016 수능 16명으로 규모만 다소 다를 뿐 만점자는 꾸준히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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