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자 극소수' 가능성 ..'인문계열 희박'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올해 수능은 2011 수능 이래 6년만의 ‘불수능’이 될 전망이다. 절대적 난이도만 놓고 봤을 때는 '적절한 변별력 수능'이 정확하겠지만 최근 이어져온 '쉬운 수능'의 배경을 감안하면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일부 이견이 있지만, 다수 기관의 선택에 따른 영역별 등급컷의 향배는 어느 정도 가려진 상황. EBS 김영일 대성 메가 비상 비타 스카이에듀 유웨이 이투스 종로하늘 진학사 등 11개 입시기관이 최초발표한 원점수 기준 1등급컷에 따르면, 국어는 92점, 수학(가)는 92점, 수학(나)는 88점, 영어는 94점 선에서 1등급컷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수의 만점자를 배출하기 시작한 2012 수능부터 지난해 치러진 2016 수능까지 최근 5년 간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만점자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던 2011 수능 이후 6년 만에 찾아온 제대로 변별력을 갖춘 ‘불수능’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국수영은 물론 탐구영역까지 모두 쉽지않은 상황으로 인해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수능 만점자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가채점과 점수취합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수능 최상위권이 결집한 강남대성에서조차 수능 당일 만점자가 나오지 않았다. 올해 만점자는 지난해 대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려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7 수능은 역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근 6년 간 보기 어려웠던 ‘불수능’이라 할 정도로 어렵게 출제됐지만, 수능은 상대평가인 만큼 차분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앞으로 남은 대학별고사 응시여부를 결정하고 준비하며 정시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문과 비상’.. 수학나형 1등급컷 88점 예상>
2017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어려웠지만, 국어와 수학나형이 특히 어려웠고 영어도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추면서 이과생보다는 문과생이 고전을 치렀던 것으로 보인다.

수능의 난이도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등급컷보다 응시인원 대비 1등급 인원 비율, 만점자 비율 등을 따지는 것이 더 정확하지만, 채점결과 발표이전까지는 기관별 등급컷이 수능난이도를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잣대나 다름없다. 기관들의 등급컷을 기반으로 살펴보면, 국어는 문과생이 치른 2015~2016 수능 국어B형과 비슷한 난이도로 올해 6월모평/9월모평보다 소폭 쉬운 수준이었으며,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6월모평과 비슷한 반면, 9월모평 대비 다소 쉬웠던 수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 수준별 출제에서 통합출제로 바뀌면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 국어와 달리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영어의 1등급컷 94점은 재작년 치러진 2015 수능과 올해 9월모평이 각각 98점과 97점의 1등급컷으로 쉽게 출제된 탓에 상대적으로 어려웠음을 나타내는 징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수능 영어가 94점, 일회성으로 수준별 출제가 이뤄졌던 2014 수능 영어가 95점과 93점의 1등급컷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적인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8학년 영어 절대평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쉬운 출제가 예견돼왔으며, 올해 6월모평만 하더라도 93점이던 1등급컷이 9월모평들어 97점으로 상승하면서 더욱 쉬운 수능출제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다소 체감난이도가 올랐을 것이란 추정만 있을 뿐이다. 결국 국어와 영어는 다소간의 난이도 증감은 있을지언정 ‘불수능’을 이끈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
 
올해 수능이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게 한 요인은 수학, 특히 그 중에서도 통상의 인문계열 수험생이 응시한 나형이다. 2015학년 수능에서 100점의 1등급컷을 시작으로 2016학년 수능과 올해 6월모평/9월모평 모두 96점이 1등급컷이었던 수학가형의 경우 올해 수능의 1등급컷이 92점으로 예측되고 있다. 본래 쉬웠던 시험이 급작스럽게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피부로 와 닿는 난이도의 무게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지만, 절대적인 난이도를 따지면 어려웠다고만 평가하긴 모호한 부분이 많다. 92점의 1등급컷은 수능만점자를 각각 6명, 33명 배출했던 2013~2014 수능의 수학가형(당시 수학B형) 1등급컷과 동일한 수치다. 지난 2년 간의 수능과 올해 모평이 쉬웠기 때문에 상대적인 난이도는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높은 난이도를 갖췄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반면, 수학나형은 난이도 상승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수학나형의 1등급컷인 88점은 2012 수능부터 2016 수능, 올해 두 차례 치러진 모평까지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수치다. 최근 가장 낮았던 수학나형 1등급컷인 2013~2014 수능의 92점, 올해 6월/9월모평의 92점은 올해 수능 수학나형 1등급컷인 88점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통상 1등급컷이 높게 형성될수록 시험의 난이도가 쉽고, 1등급컷이 낮게 형성될수록 시험의 난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수학나형은 유달리 어려웠던 시험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진정한 ‘불수능’으로 평가받는 2011수능의 수학(나/B형) 1등급컷도 89점으로 올해보다는 1점이 높았었다.

결국 문과생이 치르는 수학나형의 자명한 난도 상승, 9월모평 대비 다소 어려워진 영어, 꾸준히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아온 국어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보니 올해 인문계열에서 만점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연계열 수험생들도 수학가형 난이도가 다소 높아진 탓에 피부로 느낀 난이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점자가 나오지 못할 만큼의 난이도 상승으로 평가되지는 않고 있다.

여기에 탐구영역까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손에 땀을 쥐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오고 보면, 정신력 싸움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성 이영덕 소장에 의하면 사탐 과탐까지도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렵게 출제,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평가된 9월모평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워진 6월모평 9월모평의 기조를 따라온 상황이긴 하지만, 체감 난도는 막판 피로도까지 더하면서 더 높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성 이영덕 소장은 “지난해 ‘영수의 반란’이란 별명을 얻은 수능 난도는 올해 ‘국수영의 반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국수영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상승한 난도를 선보이고 있다. 탐구영역까지도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도 “다만 회자되는 ‘불수능’이라는 표현에는 무리가 있다. 매우 어려웠던 2009 수능과 2011 수능은 ‘불수능’이라 할만했지만, 2017 수능은 이에 미치지는 못한다. 재작년 실시한 2015 수능이 워낙에 ‘물수능’이었다가 지난해 2016 수능에서 변별력을 어느 정도 갖추면서도 ‘쉬운 수능’으로 자리한 반면 올해 2017 수능이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춘 시험으로 자리한 것이다. 이 정도의 변별력은 수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난도에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올해 수능은 분명 어려운 ‘불수능’으로 평가받을만하나, 일부 언론이나 사교육기관의 호들갑처럼 ‘역대급’ 불수능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반응이다. 불수능으로 회자되는 2011 수능처럼 절대적인 난이도가 높았던 수능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국어의 경우 통합출제로 방침이 바뀌면서 정시의 당락을 좌우할 키포인트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에 걸맞게 그간 모평에서 꾸준히 변별력을 갖추고 있음을 드러내오기도 했다. 92점의 1등급컷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모평에서 90점의 1등급컷이 일관되게 형성돼 온 탓에 결코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영어도 9월모평과 다소 엇박자 출제가 진행되긴 했으나 절대적인 난이도가 높았다고 볼 수는 없다. 예년에 비해 크게 변별력을 확보한 수학나형과 다소 어려워진 수학가형까지 고려한다 하더라도 ‘역대급’을 운운하는 것은 과장에 가깝다. ‘적절한 난이도를 갖춘 수능’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영덕 소장은 “2017 수능은 상당히 변별력이 높은 시험이고 상위권과 중하위권 간의 성적 차이가 많이 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 수시모집은 수능 성적을 최저 학력기준으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별 영향력은 없을 것이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9등급을 활용하는데 등급은 석차에 따라 부여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시모집은 수능성적 위주로 선발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높아지고 상하위권 성적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이 훨씬 유리하다. 이제 수험생들은 가채점을 정확하게 하고 본인의 점수로 정시에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를 따져서 수시 논술고사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점수가 좋으면 수시보다는 정시를 가능 것이 유리하고, 수능성적이 예상보다 낮으면 남은 수시모집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전문가는 “수능은 상대평가로서,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려운 것”이라며 “어려운 시험이라고 호들갑 떨기보다 오늘 밤엔 차분히 가채점을 하고 푹 잔 이후 내일 아침부터 수시 대학별고사를 볼지 정하고 정시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 독려했다.

<영역별 난도 이끈 주목할 문항>
2017 수능은 변별력을 확보하면서 수능으로써의 역할을 해낼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영역별로 변별력을 가른 문항들이 눈길을 끈다.

국어의 경우 독서영역의 지문이 4개에서 1개 줄었지만 무려 2500~2600자 분량으로 눈길을 끈다. 시험지 한 면 전체를 거의 꽉 채우는 수준이다. SNS 등으로 짧은 글에 익숙한 대다수 수험생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정도 긴 지문은 국어 체감 난도를 높이는 데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문의 내용 역시 철학자 포퍼와 콰인을 다룬 인문지문, 탄수화물을 설명하는 과학지문, 보험에 관해 설명하는 사회지문이 나오면서 내용의 수준 역시 난도 상승을 이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소장은 “특히 보험의 경제학적 원리를 다룬 사회지문이 분량이 많은 편이고 수험생들에 친숙하지 않은 경제 현상을 다루고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봤다.

대성 이영덕 소장은 “중세 국어문법이 어려웠다”고,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이종서 소장은 “최근 다이어트와 관련하여 관심을 불러일으킨 ‘탄수화물’을 소재로 한 과학 지문에서 나온 과학적 개념과 지문 내용의 추론을 요구하는 문제가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수학은 1교시 국어의 난도 타격으로 심리적 영향도 체감 난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실제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반영된 첫 수능 수학인데다 출제 난도의 수준이 어려웠다고 평가되는 9월모평보다도 높아 오전내내 수험생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서 소장은 “수학은 신유형의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지만, 최근 매년 수능에서 출제되던 세트형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고, 특히 수학나형에서 일부 문제의 경우 언어적 독해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가 출제돼 문제를 꼼꼼히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남윤곤 소장은 “수학 나형의 변별력이 높게 나타났는데,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이 증가하고 풀이과정이 긴 문제로 인해 중위권 이하 수험생들은 시간이 상당히 부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학은 가형 나형 모두 기존의 고난도 문항인 30번 외에 29번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고난도 문항이 한 문제 더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남윤곤 소장은 “가형 29번과 나형 21번은 상당한 계산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문제가 출제됐다”며 “나형의 경우 21번이 고난도로 출제돼 당황한 수험생들이 많았을 것”이라 봤다. 스카이에듀 정용관 총원장에 의하면 가형 29번은 법선벡터가 주어질 때 평면의 위치관계를 이용하여 최대거리를 판단할 수 있는지 묻는 문항이다. 나형 21번은 두 부분의 해당하는 점의 개수 차를 그래프를 그려서 정확한 개수를 찾아내야 한다.

영어까지도 국어 수학보다는 체감 난도가 낮은 편이었지만,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과 9월모평보다도 어렵게 나오면서 ‘불수능’을 이끈 수학 국어를 뒷받침한 역할을 했다. EBS 연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고 어휘 수준과 지문 수준이 높아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우선 대다수 수험생들이 교과서보다 더 나은 교재 삼아 공부한 EBS 수능교재와의 체감 연계율이 거의 없다는 평까지 나왔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소장은 “EBS 수능교재와의 연계를 거의 느낄 수 없게 출제됐다”며 “연계가 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지문의 내용이 많이 첨가돼 체감 연계율이 떨어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어휘가 어렵게 출제된 특징도 있다. 광주대동고 오창욱 교사는 “영어는 전반적으로 6월모평 9월모평보다 어휘가 어렵게 출제됐다”며 “쉬운 단어가 자연과학 용어로 사용되는 등 학생들 입장에서는 문맥상 빠른 의미 파악을 어렵게 함으로써 체감 난도를 높였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지문내용 자체가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남윤곤 소장은 “작년에는 매우 어려운 빈칸 문항이 출제되어 수험생을 힘들게 했다면 올해 수능 영어는 전반적인 지문의 수준이 높아져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어려워했을 것”이라며 “특이한 소재를 다루어 배경지식으로 풀기보다는 지문의 이해를 통해서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주로 출제됐고, 주장을 묻는 문제가 빠지고 조금 더 난도가 높은 제목을 묻는 문제가 2개로 늘어난 점” 역시 영어 난도를 높이는 요소로 꼽았다.

사탐과 과탐은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보다 어렵고 올해 치른 9월모평과 비슷하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이투스 이종서 소장은 “9월모평에서 어려웠던 ‘생활과 윤리’는 다소 쉽게 출제된 반면, ‘사회/문화’는 자료 분석 문항이 많아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소장은 또 “사탐은 EBS 수능 교재와의 연계는 개념이나 원리 활용, 자료 상황 활용, 문항의 축소/확대 변형 등 골고루 이루어졌으나, 자료 및 지문 활용의 경우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과목별로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연계에 다소 편차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탐에 대해 이종서 소장은 “전반적으로 EBS 수능교재와 기출 문항을 응용한 문항이 다수 출제됐다”며 “생명과학Ⅰ은 9월 모의평가 및 2016 수능보다 약간 쉬웠다”고 덧붙였다. 대성 이영덕 소장은 “물리 화학은 Ⅰ과 Ⅱ 모두 작년 수능보다 약간 어렵고 9월모평과 비슷하게, 생명과학은 Ⅰ은 작년 수능 및 9월모평과 비슷하게 Ⅱ는 작년 수능보다 어렵고 9월모평과 비슷하게, 지구과학은 Ⅰ과 Ⅱ 모두 작년 수능 및 9월모평보다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며 “특히 생명과학Ⅱ는 유전자와 생명 공학 단원에서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문제가 출제되어 상위권에서의 변별력을 높였고, 지구과학Ⅱ는 깊은 사고력과 함께 계산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이 출제되어 더 어렵게 느껴졌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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