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015 2년연속 출제오류.. 2016 무결점출제 재현여부 '촉각'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2년 연속 ‘무결점’ 수능출제는 이뤄질 수 있을까. 수능문제에 대한 검토업무를 주관하는 검토위원회가 출제오류 방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잇따른 출제 오류로 몸살을 앓던 2014, 2015 수능과 달리 출제오류 없는 수능으로 기록된 지난해 2016수능의 뒤를 이어 올해 2017수능도 출제오류 없는 ‘무결점’ 수능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능 당일인 17일 열린 브리핑에서 김영욱 수능검토위원장은 “시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출제오류를 줄이는 것”이라며, 1차검토, 중간장치, 피드백, 교차검토, 문항점검위원회 등을 통해 출제오류를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 2년 연속 ‘무결점’ 수능은 이뤄질까. 수능문제에 대한 검토업무를 주관하는 검토위원회가 출제오류 방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능까지 출제오류 없는 수능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김 위원장은 출제오류를 막기 위한 절차를 상세히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출제단에서 1차 검토본을 내면 1차 검토단이 들어와 학생에 입장에서 처음 시험을 치른다. 시험을 치른 후 여러 가지 의견을 피드백한다. 자세히 얘기하긴 어렵지만 출제와 검토 사이에도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있다. 피드백 이후 영역 간 교차검토도 이뤄진다. 오류를 줄이기 위한 사실확인도 시행된다. 국어 비문학 지문에 경제/자연과학 문제 등이 나오면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 철저히 교차검토 하는 방식이다. 교차검토와 피드백이 수없이 이뤄지는 과정을 통해 수 천개 문제 중 8개영역 41개과목 980문항이 선을 보이게 된다”며, “최종적으로 문항점검위원회가 존재한다. 각 과목별로 문항점검위를 개최해 출제진과 검토단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토론을 진행한다. 공개되지 않을 뿐 토론 내용은 전부 일일이 기록한다. 기록을 통해 의견이 어떤 식으로 반영됐는지 철저히 검증한 후에야 문제가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출제오류를 막기 위한 절차들을 공개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임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능도 오류 없는 ‘무결점’ 수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4학년부터 시작, 올해로 24년, 25회차(94 수능은 2회 실시)를 맞은 수능은 최근 들어 2014학년 세계지리 8번, 2015학년 영어 25번 문항,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출제오류가 발생, 2년연속 오류로 인한 복수정답처리를 감수하며 체면을 구긴 바 있다.
 
2013년 11월7일 실시된 2014 수능의 세계지리 8번 문항은 ‘EU의 총 생산량이 NAFTA의 총생산량보다 많다’를 옳은 내용이라 제시했으나, 근거로 한 2012년까지의 통계와 달리 2013년 NAFTA의 총생산량이 EU의 총생산량을 앞지르면서 문제 오류 논란이 발생했다. 평가원은 관련 학회에 자문을 구하고 이의심사위원회를 거쳐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2013년 11월 결정지었지만, 수험생들은 교육부/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수험생들이 패소했으나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며 1년이 지난 2014년 10월 교육부와 평가원은 문제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처리한 후 사후구제에 나섰다. 처음부터 정답으로 인정됐다면 대학에 합격이 가능했던 피해학생들의 경우 추가합격을 통해 입학할 수 있도록 조치됐다.
 
추후 1년 간의 손실을 입었다며 100명의 피해학생이 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나, 올해 7월 법원은 손해배상소송을 기각했다. 부산지법 민사합의 11부는 출제오류를 두고 “객관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잘못된 문제출제와 정답결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출제오류가 발생하긴 했으나, 출제위원들과 검토위원, 이의심사실무위 평가위원 등은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본 것이다. 2014 수능으로부터 3년 가까이 이어져 온 후속조치의 마지막 단락이 종결을 맞이한 모습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다음해 치러진 2015 수능에서도 출제오류가 되풀이됐다는 점이다. 2년 연속 출제오류라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1과목만 출제오류가 있었던 2014 수능보다 문제는 더 심각해 생명과학Ⅱ와 영어 등 2과목에서 각각 1문제씩 총 2문제의 출제오류가 나왔다. 생명과학Ⅱ 8번문항과 영어 25번문항이 오류가 발생한 문항이다.
 
생명과학Ⅱ 8번문항의 경우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과정과 관련해 보기에서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평가원은 ㄱ, ㄴ이 모두 옳다고 했으나, ㄱ도 틀리다는 이의가 제기됐고 결국 ㄴ만 나와있는 선지도 정답으로 인정됐다.
 
영어의 경우 잘못된 표현 사용이 발목을 잡은 사례였다. 2006년 29%에서 2012년 53%로 늘어난 휴대전화 번호 공개율 그래프를 활용, 틀린 선지를 찾는 문제에서 평가원은 2012년 이메일 주소 공개 비율은 2006년의 3배 정도라고 밝힌 4번이 답이라고 했으나, 수험생들은 5번도 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ompared to 2006, 2012 recorded an eighteen percent increase in the category of cell phone numbers(2006년과 비교하면, 2012년 휴대전화 번호 공개율은 18% 증가했다)’라는 5번 선택지는 백분율을 나타내는 percent와 백분율 간 차이를 나타내는 percent point를 잘못 활용한 문장이라는 이유였다. 결국 수험생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게 됐다.
 
전년도 출제오류로 크게 데였던 평가원은 즉각 출제오류를 인정하고 두 문항을 모두 복수정답 처리했다. 2014 수능 출제오류와 달리 2015 수능 출제오류에서 법정공방/후속조치 문제 등이 불거지지 않은 이유다. 평가원이 논란의 여지를 원천 차단한 셈이었다. 다만, 2015수능 출제오류 당시 평가원장을 맡고 있던 김성훈 원장은 임기 8개월차였음에도 자진 사퇴했다. 당시 김 원장은 “지난해와 같은 문항오류를 막기 위해 출제/검토 과정을 보완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또 다시 흠결을 가진 문항을 출제하게 됐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드린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사퇴는 통상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거나 출제오류 등이 발생하면 평가원장이 자진사퇴하는 관례 때문으로 추정된다. 1998년 평가원이 꾸려진 후 현 9대 김영수 평가원장까지 8명의 평가원장이 자리에 앉는 동안 2014 수능 출제오류를 책임져야 할 7대 성태제 평가원장을 제외하면 난이도조절 실패/출제오류 발생의 경우 평가원장들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 온 바 있다. 유일하게 성 원장만이 출제오류에도 불구하고, 2014년 3월까지인 임기를 채웠다. 1심판결이 출제오류가 없다고 결정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3대 이종승 평가원장은 2004 수능 언어 17번 복수정답, 4-5대를 연임한 정강정 평가원장은 5대 임기 당시 2008 수능 물리Ⅱ 11번 복수정답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었다.
 
이후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91차 이사회를 열고, 9대 평가원장으로 김영수 서강대 교수를 선임해 평가원의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학맥에 따라 수능출제위원들이 좌우된다는 여론을 인식하고 수능 출제/운영체제 개선위에 비교육계 인사들까지 참여시키는 등 수능출제 체계에도 변화를 줬다. 특히, 출제오류 재발방지를 위해 문항점검위원회를 신설해 출제/검토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문항들을 집중적으로 논의/관리하고, 과목별로 출제인원을 1~2명 증원하며, 검토위원을 증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2016학년 수능출제를 주관한 이준식 수능출제위원장은 “2년 연속 발생한 문항오류로 인해 심적 부담이 컸다.”며, “문항오류 재발방지를 위한 출제업무에 만전을 기했다”고 수능 당일 가진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
 
물론 지난해 수능에서도 이의제기를 통해 논란이 되는 문제는 나온 바 있다. 특히 국어A형 19번문항에 대한 논란의 파장이 큰 편이었다. 사교육업체 강사까지 논란에 동참하며 3년 연속 출제오류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까지 제시됐을 정도다.
 
지난해 수능이의신청을 통해 이원준 메가스터디 국어 강사는 ‘국어(A형) 19번 문제오류-광자는 필요조건이 아닙니다’란 제목의 글을 남기며 문제에 논리적, 과학적 오류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 강사는 지문이 ‘흡수층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진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와 양공(+)쌍이 생성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는 상황에서, 19번 문항이 지문과 일치하는 내용으로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흡수층에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를 정답으로 선택하게 만든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지문의 진술은 개연적인데 반해 선택지는 지나치게 단정적이라서 지문으로부터 선택지를 타당하게 도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강사는 19번 문항의 과학적 오류도 지적했다. 애벌랜치 광다이오드 전문가의 자문에 따르면 광자가 입사되지 않고도 전자와 양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도 옳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그 밖에도 지구과학I 4번 문항, 윤리와 사상 18번 문항, 영어 33번 문항 등이 이의신청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평가원은 검토기간이 끝나는대로 141개 문항의 수능 이의신청을 심사한 결과 오류는 없다고 공식 발표하며 논란을 종결했다. 특히 논란이 컸던 국어A형 19번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이 제시됐다. 평가원은 국어A 19번에 관해 “특정 문장에만 주목하여 답지를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지문의 전체 내용을 고려하면 정답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첫째 단락에서 광통신에서 애벌랜치 광다이오드는 ‘적어진 수의 광자를 검출하는 장치’이자 ‘약한 광신호를 측정이 가능한 크기의 전기 신호로 변환해 주는 반도체 소자’란 점을 알 수 있고, 둘째 단락 이하의 내용을 통해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를 알 수 있는 내용에 비추어 보면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흡수층에서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려면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는 정답지는 애벌랜치 광다이오드 작동과정의 기본 전제조건임을 알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이 강사가 제기한 과학적 오류에 대해서는 “이의제기에서 언급한 정보는 지문에서 설명한 기본적인 작동 원리에서 벗어나는 정보”라며, “지문에서 설명한 작동원리 외의 다른 상황까지 가정해 정답을 판단하는 것은 지문과 문항의 맥락을 고려하여 읽지 않은 것”이라 반박했다.
 
2014학년의 사례처럼 평가원이 오류가 없다고 판정한 후 뒤집힌 사례가 있긴 하나, 지난해 수능은 평가원의 결정이 최종결론이 됐다. 수험생 서모씨 등 6명이 국어 19번문항의 정답결정 처분 등을 취소해 달라며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평가원의 설명이 더 합당하다고 평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지난5월 판결문을 통해 "해당 문항에서 제시문 중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만을 단편적으로 따로 떼어내 형식/논리적인 일치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체 문맥을 통해 일치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 국어영역은 기본적으로 어휘/개념, 사실적/추론적 이해 등 국어활동과 관련된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한 문제들로 구성된다. 제시문의 내용을 전제로 해 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 추론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후  "제시문에 기초한 전자-양공 쌍의 생성 원리는 애벌랜치 광다이오드의 흡수층에 광자가 입사되면 전자-양공 쌍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양공 쌍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광자가 입사돼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 평가원이 확정한 답안은 제시문의 내용과 일치한다. 해당 답안이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출제의도를 파악하고 정답을 선택하는 데 장애가 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평가원이 정답을 확정한 조치에도 재량권의 일탈/남용 관련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현 김영수 원장 체제로 개편된 후 처음 치러진 2016 수능은 2년 연속 발생했던 출제오류의 고리를 끊어내며 출제오류가 없는 ‘무결점’ 수능으로 기록됐다.
 
올해 수능 문제/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은 평가원 홈페이지 내 마련되는 이의신청 전용게시판을 통해 17일부터 21일 오후6시까지 진행된다. 이의신청에 대해 평가원은 22일부터 28일까지 심사를 진행, 28일 오후5시에 최종정답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141개 문항에 대해 909건의 이의신청이 있었으며, 재작년에는 1300여 건의 이의신청이 제기된 바 있다. 올해 수능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출제오류 없는 ‘무결점’ 수능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복수정답 처리된 2015학년 수능 물리II 6번문항.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 오류가 없는 것으로 종결된 2016학년 수능 국어A형 19번문항. /출처=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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