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예과 이승목(울산 남목초-현대청운중-현대청운고, 2016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서울대 의예과 이승목(20) 학생의 합격 비결은 서울대 학종의 본질을 꿰뚫은 학교생활에 있다. 우수한 교과나 양이 많은 비교과보다는 다소 부족한 내신을 극복한 교과, 교과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효율적 비교과 운용이 돋보인다. 수학 과학 3등급의 내신을 자아성찰을 통해 극복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인 데 이어 교과의 궁금한 점을 비교과를 통해 확장하는 기본에 충실했고 나아가 비교과를 통해 소통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로 삼았다. 서울대 의대 일반전형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모범적 케이스인 셈이다.

<‘왜’ 공부법 통한 위기 극복>
고교입학과 동시에 이승목군은 위기에 부딪혔다. 이군의 고교 1학년1학기 내신은 2점대 후반. 특히, 수학과 과학 교과의 성적의 부진은 원하는 의학공부를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불러왔다. 수학과 과학 교과의 성적은 2학기 들어 3등급까지 추락했다. 원인은 단순이해와 암기위주의 공부법에 있었다. 중학교 과정과 달리 전국단위 자사고 현대청운고 커리큘럼은 사교육식 학습방법이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부법으로는 고교에서 배운 내용의 전체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자 심화된 사고력을 묻거나 교과내용을 응용한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위기탈출은 스스로 현재를 놓고 시작한 치열한 고민에서 나왔다. 공부방법 자체의 혁신, 수동적 학습에서 주체적인 입장으로 바꾸는 태도 개선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성적 부진의 이유가 본인의 학습태도에 있음을 깨달은 뒤 문제해결에 골몰했다. 고심 끝에 찾아낸 대안은 ‘왜’ 학습법이었다. 궁금하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을 그냥 넘어가는 대신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계속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파고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왜’ 학습법을 적용해 배운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의 해설내용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해답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탐구과정을 밟았다. 배운 내용을 복습할 때는 계속 속으로 되뇌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를 가르친다는 느낌으로 공부하니 이해도가 높아졌고, 이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점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인식을 통해 생겨난 의문은 이군이 학습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심화된 사고를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문이 드는 내용은 모의문제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인이 직접 만든 문제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주변 사람들과 토론 과정을 통해 정리된 내용은 온전한 ‘내 것’이 됐다.

학습법의 변화는 곧바로 성적으로 반영됐다. 교과 성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2학년이 되면서 1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공부법의 개선을 통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얻게 됐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교과를 중심으로 전개한 비교과>
양에 치중하거나 소논문이라는 유행에 매몰되기보다 기본에 충실했던 비교과도 합격의 열쇠였다. 교과에 우선순위를 두고 비교과를 통해 궁금한 점을 확장하고 심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고교에서 경험한 비교과는 수학 화학 심리학 등 이군이 지망하는 의대 관련 학문에 대한 관심을 심화하는 시간이 됐다. 교내 동아리 선택에 분명한 기준을 적용했다. 여러 동아리에 가입하기보다 교과 내용을 충실히 다진 다음 비교과활동에서 내용을 심화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을 세웠다.

비교과 활동은 주변 사람들과 소통의 중요함을 깨닫는 계기를 만든 소득도 가져다 주었다. 혼자 힘으로 풀어나간 교과와 달리 비교과 활동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본인과 같은 눈높이,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군은 타인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부터 내용을 정확하게 숙지해야 했다. 표현에 있어서도 명확한 용어와 논리적 내용전개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PTP는 다른 학생들에게 지식을 공유하는 비교과활동이다. 자신 있는 교과목을 동학년 또는 후배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봉사활동의 일종인 셈이다. 학생들이 교수계획서를 작성/공고하면, 희망학생이 수강신청해 진행되는 시스템이다. 이군은 1학년 때 선배들이 준비한 수업을 들으며 화학에 대한 개념을 익힐 수 있었다. 2학년이 되면서 이군도 후배들을 대상으로 화학 수업을 진행할 기회를 얻게 됐다. 나름의 탄탄한 준비과정을 거쳐 수업을 진행했으나, 정작 후배들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10차로 구성된 수업이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 이군은 다시 ‘왜’ 질문을 던졌다. 본인이 세운 수업계획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후배들은 왜 자신의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준비과정부터 되돌아봤다. 문제는 수업대상 학생들을 배제한 채, 본인의 눈높이에서 설계된 수업계획에 있었다. 문제점을 발견하고 난 다음 해결책은 간단했다. 1학년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 기초적인 개념부터 꼼꼼하게 짚어나가는 방향으로 수업계획을 수정했다. 1학년 학생들이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서 이군도 수업을 통해 얻어가는 부분이 늘어났다. 1학년 학생들의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야 했다.

수학 스터디에서는 정확한 용어의 사용과 표현방식의 개선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활동 초기에는 본인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웠으나, 필요한 부분과 불필요한 부분을 가려내면서 논리적인 사고 전달을 할 수 있게 됐다.

동아리 활동은 의학이라는 목표에 다가서는 방법론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 ‘라포르’는 학기 중에 심리학의 변천과 흐름에 대해 간략하게 공부하고, 방학에는 다른 고교 동아리와 연합해 ‘심리학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동아리다. 훗날 환자와 소통하는 데 심리학에 관한 지식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심리학 동아리 ‘라포르’에 가입했다. 동아리에서 심리학 서적을 공부하며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인 정신분석을 알게 됐고, 의사가 돼 심리학과 의학을 연결한 융합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물론, 이군이 경험한 비교과활동의 근간은 모교인 현대청운고의 철저한 교육시스템에 있었다. 이군이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한 PTP는 현대청운고의 대표적인 교내 프로그램이다. 이군은 PTP 이외에도 학교 안에서 모든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학교가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어, 동아리를 창설하거나 운영하는 데 자유롭다. 동아리를 창설할 때는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에 개의치 않고 학생들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해보는 데 중점을 둔다고 한다.
현대청운고의 뛰어난 교육시스템은 비교과활동에 그치지 않았다. 이군은 학교의 논구술 대비 시스템도 학생들이 사교육의 도움 없이 입시에서 성과를 거두는 데 유효하다고 했다. 현대청운고의 논구술대비 시스템은 학년별로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1학년 시기에는 희망학생에게 따로 기초수업을, 2학년과 3학년 시기에 실전연습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단계별 논구술대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대 지원동기, 꾸준히 상승한 교과와 뚜렷한 목표의식>
서울대는 불합격하더라도 꼭 지원해보고 싶었다. 서울대 수시가 학종으로 운영된다는 점은 이군의 서울대 지원의 의지를 더욱 견고하게 했다. 교과 성적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상승한데다 목표와 꿈이 뚜렷했기 때문에 본인의 강점이 학종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소서는 일관된 기준을 갖고 전략적으로 작성했다. 우선 학생부와 중첩되는 내용은 최대한 서술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자소서에는 자소서만의 이야기를 담아 학생부를 보완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화학 과목에 대한 흥미와 참여도는 학생부에 많이 적혀 있다고 판단, 자소서에는 의학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공부를 하고 싶다는 내용을 서술했다. 문항 내에서의 유기적 흐름뿐 아니라 문항 간의 흐름도 부드럽게 연결하는 데 신경을 썼다. 자소서 작성과정에서는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님은 자소서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했고, 부모님과의 대화를 토대로 자소서를 개선해 나갔다.

학내외활동과 독서활동을 서술하는 2번 문항과 4번 문항에 가장 중점을 두고 공을 들였다. 비교과활동을 통해 어떻게 정신분석학 의사라는 진로를 향한 탐색과정을 거쳤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게 된 계기 등을 세세히 풀어나갔다. 학업능력에 대해 묻는 서울대 자소서 1번 문항에는 ‘왜’ 공부법의 적용으로 교과 성적이 상승하게 된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배려협력 실천을 묻는 3번 문항은 또래상담원 활동 경험을 적었다. 다소 진부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나, 본인이 활동하면서 느낀 생각을 솔직하게 정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당황스러웠던 다중미니면접>
다중미니면접은 기존과 문제 경향이 달라져 당황스러웠다. 이군은 바뀐 다중미니면접 스타일에 대해 “이전에는 인성평가에 중점을 뒀다면, 2016학년에는 생각과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라고 말한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방은 매년 매미소리가 커진다는 내용의 제시문을 보고 답하는 매미소리방이었다. 제시문만 보고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매미 소리가 어떻게 매년 커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이후에도 당혹스러움은 가시지 않았다. 기출문제 등에서는 과학지식을 직접적으로 묻는 질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답변을 할지 막막했다. 교과과정에 나와 있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개념을 활용해 답변했다. 면접관이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은 상충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을 때는 5초간 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애매한 표현으로 의미전달이 명확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풀어서 다시 설명했다. 이군은 이해가 된다는 듯한 면접관의 표정을 보고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지각에 관한 방도 다소 난이도가 있다고 느꼈다. 총 20회의 모임에서 5회 지각한 2명의 학생이 21회 모임에 각각 지각할 확률을 구하는 질문이 나왔다. 이군은 제시문에 나온 내용만 보고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제시문에는 경향성이 제시됐을 뿐, 확률을 구하기 위한 조건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학생의 전체 출석기록을 보면 확률 계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더니 면접관이 진짜 두 학생의 출석기록을 보여줬다고 한다. 출석기록을 통해 규칙을 발견하고, 외부상황이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했다.

고정관념방에서는 가장 편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시문에 나열된 5가지 문장이 고정관념에 해당하는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군은 논리적 오류를 바탕으로 다른 판단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고정관념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먼저 제시했다. “미군은 폭력적인 나라야. 모든 사람이 총을 가지고 다니잖아”라는 문장은 두 명제 사이에 논리적 오류가 존재하며, 단정적이라는 점에서 고정관념이라고 답했다. 반면, “독일 사람들이 재활용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 것을 봐서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라는 문장은 판단에 근거가 제시된 데다 여지를 남긴 문장으로 고정관념에 속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

이군은 다중미니면접에 대비하기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아는 것이 많아도 면접장에서 표현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받기 어렵다. 연습과정을 촬영도 해보고,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모의면접을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면접관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도 조언했다. 면접관이 ‘나’를 떨어뜨리려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긴장을 덜어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와 같이 평소에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막상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은 미리 답변내용을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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