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부모님이 주신 우황청심환을 먹고 시험을 보는데 집중이 되질 않더라고. 집중을 해야 하는데 공연히 웃음만 나오고. 성적은 당연히 좋지 않았지 뭐.”

한의사들과의 저녁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학력고사를 볼 때에 우황청심환을 먹고 평소보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것. 어떤 고등학교에선 시험 전날 우황청심환을 먹이지 말라고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모두 수능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보기를 원한다. 우황청심환을 떠올리고, 공진단 생각도 하고, 시험 날 싸줄 도시락을 고민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주는 작업은 쉽지 않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고3 들어서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지속적으로 실험을 해 봤어야 한다. 한의사가 학생의 체질을 고려, 과도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우황청심환을 처방했더라도 학생이 직접 먹어보고 시험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서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를 스스로 검증해 보았어야 한다.

▲ 한뜸 한의원 황치혁 원장
시험 전날 몇 시까지 공부하고 잠은 얼마나 잤을 때가 컨디션이 좋았는지를 스스로가 파악해 놓았어야 한다. 학교에선 모의고사 때에 급식을 먹지만 수능 시험장에선 급식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소화에 부담이 없고, 머리에 필요한 포도당을 충분히 공급해줄 식단이 무엇인지 테스트를 해보아야 한다. 아침이나 점심 후에 커피를 마실 것인지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에너지 음료를 먹을 지도 평소에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본인의 몸에 실험을 해보지 않은 방법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런 실험을 해보고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수험생을 오랫동안 보아 오면서 크게 무리가 없이 시험당일 컨디션을 올려주는 방법이 있다.

먼저 수면이 중요하다. 과도한 긴장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시험장에 가는 학생도 간혹 있다. 이런 상태로 시험을 잘 치르기는 힘들다. 그래서 수능 전날은 공부를 조금 일찍 끝내고 숙면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평소에 12시까지 공부를 했다면 11시 정도에 공부를 마무리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잠자기 전 마지막 공부도 집중해 머리를 많이 쓰는 과목이 아니라 좀 쉬어가며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라는 건 아니다. 7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할 수 있게 12시 전에 잠들면 된다. 단 공부를 조금 일찍 마치고 따끈한 샤워를 한 후,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온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음악도 랩 형태의 박자가 빠른 것보다는 발라드 등 조금 느린 음악을 듣는 게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배가 고파도 잠들기 힘들고 너무 불러도 불편하다. 단 맛이 긴장을 이완시켜 줄 수 있으므로 잠들기 2~3시간 전에 당분이 많고 소화가 잘되는 과일 등을 먹는 것도 좋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는 조언도 있지만 소화기가 좋지 않은 학생들은 피해야 할 방법이다. 평소에도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학생이라면 시험 몇일 전부터 ‘점진적 근긴장완화’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전신의 근육긴장이 풀리면 잠이 잘 오게 마련이다.

숙면을 취했다면 어려운 고비를 넘었다고 보아도 된다. 그 다음은 아침과 점심식사이다. 몸이 긴장하면 소화기의 근육도 긴장하게 마련이다. 소화기의 근육이 긴장되면 체하기가 쉽다. 그래서 수능 당일 음식은 평소 소화가 잘 되던 식단으로 구성되고 추워진 날씨를 고려해 따뜻한 음식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또 머리가 쓰는 에너지원은 포도당인 것을 고려해 단백질이나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이 많은 밥을 먹는 것이 좋다. 평소에 현미밥을 먹었더라도 현미의 양을 대폭 줄이거나 백미로 밥을 짓는 것이 좋다. 식사량도 평소보다 약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대신 소화가 잘될 것으로 간식을 싸주면 된다. 아침밥을 거의 먹지 않았던 학생이라도 탄수화물로 구성된 식사를 조금이라도 하게 해야 한다. 과도한 긴장으로 밥맛이 전혀 없을 경우를 대비해 엿이나 캐러멜 등 쉽게 흡수될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 놓아도 된다. 엿이나 캐러멜 등은 따뜻한 물과 먹는다면 머리로 바로 포도당이 공급될 수 있다.

점심식사도 당연히 보온도시락에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해 주어야 한다. 시험 당일 날씨가 춥다면 꿀물을 보온병에 넣어주고 쉬는 시간마다 조금씩 마시게 하는 것도 좋다. 그 다음으로 시험성적과 직결되는 요인은 긴장을 빨리 해소하는 것이다.

수능 시험장에 8시까지 입실해서 시험을 볼 때까지 긴장감은 계속 증폭된다. 감독선생님들이 들어오고 답안지와 시험지를 나눠주고 시험시작 종이 울리는 일련의 과정에서 긴장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없다.

국어 시험 30분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학생들의 긴장이 풀리지만 일부 학생들의 경우엔 시험점수에 영향을 줄 정도로 긴장이 지속된다. 시험 시작 종이 울리기 전, 답안지와 시험지를 나눠주는 시간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게 좋다. 흉식이 아닌 복식호흡으로 숨을 배꼽 밑까지 천천히 밀어 넣는다는 생각으로 심호흡을 하면 된다. 그 때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가 숨을 쉬는 것만 바라볼 수 있다면 시험을 위한 베스트 컨디션이 만들어졌다고 보아도 된다.

시험이 예상보다 어려워지면 너무 당황해 쉬운 문제조차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남들도 다 어렵다’는 것이다. 국어에 어려운 지문이 나오면 “다들 고생하겠구나. 이번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이 많이 내려가겠네”라는 식으로 마음을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 어려운 시험에선 누가 빨리 마음의 안정을 찾느냐가 상대적으로 성적을 올리는 관건이 된다./한뜸 한의원 원장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