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정국 영향 미칠까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역대 가장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가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이례적으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교내 아시아 연구소 삼익홀에서 '헌정유린 사태를 염려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 명의의 시국선언문을 7일 발표했다. 주최측은 시국선언에 교수 728명이 연명해 지금까지 서울대 교수들이 발표한 시국선언 가운데 가장 참여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728명은 서울대 전체 교수 2200여 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에서는 204명,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에는 393명의 교수가 참여한 바 있다.

▲ 역대 가장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이례적으로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교내 아시아 연구소 삼익홀에서 '헌정유린 사태를 염려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 명의의 시국선언문을 7일 발표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이 사태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박 대통령은) 심각한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의 으뜸가는 피의자인 만큼 지금 당장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언문에는 자성의 목소리도 담겼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고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내용이었다. 국내 최고 지성집단으로 권력과 자본에 의해 학자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표현됐다. 서울대 교수들은 "학자로서의 양심과 독립성을 지키며 필요할 때 행동할 줄 아는 지성으로서 살와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면서, "교육자이자 학자, 전문가 집단으로서 뼈아프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에 역대 최대 규모의 교수들이 참여한 이유는 국정농단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대 교수들은 "현 정권이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마저 유린하고 파괴했음을 깨닫고 있다"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2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에 대해서도 "엄중한 헌정 위기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법인 소속으로 서울대 교수들은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해 국내 최고 지성이라는 무게감도 섣불리 시국선언에 나서지 않는 배경이 돼 왔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향후 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순탄치 않은 한국 현대사에서 교수 시국선언이 갖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시국선언문은 4.19혁명 당시 발표됐다. 1960년 4월25일 있었던 대학교수단의 시국선언은 당시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고 결국 시국선언 발표 이틀 후인 27일 이승만 대통령이 사퇴하게 된다. 1980년대 6월 항쟁에서도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항쟁의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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