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각하결정..“총장 직선제폐지 강제하지 않아”

[베리타스알파=김민철 기자] 교육부의 총장직선제를 연계한 재정지원사업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31일 헌법재판소(헌재)가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과 총장직선제 연계는 헌소대상이 아니라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각하결정은 사안에 대해 위헌, 합헌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해당 사안이 헌법에 위배되는 요소가 있는 지를 우선 검토하는 절차다. 위배 요소가 없다는 각하결정이 내려지면 위헌과 합헌은 판단하지 않게 된다. 헌재의 각하결정으로 인해 교육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경북대와 부산대 교수회 등이 낸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7 대 2 의견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각하결정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총장 직선제를 폐지한 국공립대가 재정지원 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2012년 당시 교육부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평가 요소로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기본계획을 공고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1811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총장직선제를 유지한 경북대 등 일부 국공립대들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해 해당 대학 교수회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 교육부의 총장직선제를 연계한 재정지원사업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31일 헌재가 재정지원사업과 총장직선제 연계는 헌소대상이 아니라고 각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당시 교육부는 총장직선제 폐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었다. 총장직선제로 인해 일선 국공립대 총장 선거과정에서 금품 살포가 이뤄지고, 파벌 형성 등 각종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는게 주된 이유였다. 현 교육부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수립하고, 단과대학장을 총장이 직접 임명하게 한 데 이어 2011년에는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방안을 수립, 발표했다. 이후 재정지원과 연계해 ‘총장직선제 개선안’을 지키지 않는 대학에 대해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다시 환수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총장직선제를 유지한 대학들은 지원사업 선정대학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국공립대 교수회 등에서 강한 반발을 샀다. 거의 모든 국공립대에서 정부의 재정적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직선제를 포기했지만 구성원의 불만은 지속돼 왔다. 때문에 부산대와 경북대, 전남대, 목포대 교수회 등 4개 국공립 대학 소속 교수들은 교육부의 공권력을 남용을 이유로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이르렀다. 재정지원을 연계한 총장직선제 폐지방안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요지였다.

최근 각하 결정을 내린 헌재는 “교육부의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계획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방침을 밝히고 있는 행정계획에 불과한 것이고 대학에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총장직선제를 개선할 지에 대한 여부는 전적으로 일선 대학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헌재는 “교육부의 행정계획은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더불어 “지원금에서 제외되는 것은 대학이고 교수들은 제3자에 불과하다”며 교수들은 제 3자의 지위로 지원금 제외조치를 다툴 수 있는 자기관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교육부의 계획은 국공립 대학이 총장직선제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공권력 행사에 해당된다“며 대학의 자율권 침해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지만 소수의견에 그쳤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일선 대학들의 운신 폭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합헌/위헌 여부를 따지기 전에 내려진 각하 결정으로 인해, 재정지원연계가 헌법적 기본권 침해요소가 없다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헌재는 가산점이 재정사업선정에 평가요소라도, 교육부의 지침에 따를 지 말 지는 대학의 자율에 달려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대학재정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헌재의 대학자율에 달려있다는 설명은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헌재의 판결을 교육부가 진행하고 있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특성화에 나서기보다는 교육부가 만든 그림에 뒤따라가는 형편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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