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필수응시.. 인문계열 지원자풀 확대 '경쟁격화'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전체 문호가 줄어든 2017 서울대 정시에서 인문계열은 한국사필수로 지원자풀이 늘어나면서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예고된 변수들이 쌓여있는 자연계열이다. 인문계열은 기본적으로 서울대가 최고학부인 만큼 정량평가의 정시 상 순차적으로 충원하는 스텝을 따르는 반면 자연계열은 좀더 복잡한 구도를 지니고 있다.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가 복잡해진 근본 원인은 의대열풍으로 인한 선택지의 확대에 있다. 의치한 열풍의 최고정점인 서울대 의대를 제외한 서울대 이공계열은 수도권 의대, 지방 의대 그리고 치대 한의대는 물론 정시에 참여하는 이공계특성화대학과도 함께 지원자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인문계열처럼 순차적 충원방식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폭이 넓어지면서 변수들이 일렁일 수밖에 없다.

▲ 2017 서울대 정시에서 관심의 초점은 예고된 변수들이 쌓여있는 자연계열이다. ‘과탐Ⅱ 감소’ ‘수시 이월’ ‘과고생 확대’라는 변수들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서울대 정시를 미리 더듬어 볼 수 있다. 사진은 서울대 관정도서관./사진=서울대 제공

<과탐Ⅱ 인원 감소 ‘변수’.. 자연계열 수시이월 확대 가능성>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는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은 경우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돼있다. 수시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의 경우 수능최저, 일반전형의 경우 응시기준으로 과탐Ⅱ가 활용되고 있으며, 정시에서는 과탐Ⅱ를 응시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았다면, 수능 만점을 받더라도 서울대 자연계열에는 원서조차 내볼 수 없다.

서울대는 모집단위를 Ⅰ, Ⅱ, Ⅲ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유형Ⅰ은 인문대 사회과학대 경영대 농업생명과학대(농경제사회학부) 사범대(교육 국어교육 영어교육 독어교육 불어교육 사회교육 역사교육 지리교육 윤리교육) 생활과학대(소비자아동 의류) 자유전공학부 ▲유형Ⅱ는 자연과학대 공대 농업생명과학대(농경제사회학부 제외) 사범대(수학교육 물리교육 화학교육 생물교육 지구과학교육) 생활과학대(식품영양) 수의대 의대 치의학과(치의학전문대학원) ▲유형Ⅲ는 간호대 미술대 사범대(체육교육) 음대로 각각 구성된다.
 
일반전형과 지균의 경우 유형Ⅱ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경우 국어-수학(가)-영어-과탐-한국사를 필히 응시해야 한다. 지균에 한해서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3개영역 이상 2등급을 받아야만 수능최저기준을 만족할 수 있다. 이 때 탐구는 2과목을 필히 응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과탐의 경우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조합 Ⅱ+Ⅱ조합이어야만 한다. 동일 분야인 화학Ⅰ+화학Ⅱ와 같은 사례는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화학Ⅰ+생명과학Ⅱ처럼 다른 과목의 Ⅰ+Ⅱ조합을 선택하거나 Ⅱ+Ⅱ조합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유형Ⅰ은 국어-수학(나)-영어-사/과탐-제2외국어/한문-한국사 조합이거나 국어-수학(가)-영어-사/과탐-한국사를 응시하면 지원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국어-수학(나)-영어-과탐-제2외국어/한문-한국사 조합으로도 서울대에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나, 자연계열의 기준점이 되는 수학(가)를 선택하지 않고 과탐Ⅱ를 선택하면서 제2외국어/한문까지 응시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 과탐 응시자의 경우 국어-수학(가)-영어-과탐-한국사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통상의 예다. 유형Ⅱ 모집단위 응시자도 지균 수능최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과탐Ⅱ를 필히 응시해야 하는 점은 유형Ⅰ과 같다. 결국, 수시에서 유형Ⅱ 모집단위에 지원하거나 국어-수학(가)-영어-과탐-한국사 조합으로 유형Ⅰ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필히 과탐Ⅱ에 응시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대 자연계열 모집단위로의 지원 또는 인문계열 모집단위를 향한 교차지원의 전제조건이나 다름없는 과탐Ⅱ 응시인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수능을 치른 응시자 기준 과탐Ⅱ에 해당하는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응시인원의 합이 전체 수능 응시인원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2학년 23.5%(과탐Ⅱ 응시 15만2597명/수능 응시 64만8946명)에서 2013학년 25%(15만5627명/62만1336명)로 잠시 비중이 늘었던 과탐Ⅱ 응시인원은 2014학년 10.9%(6만6076명/60만6813명), 2015학년 8.3%(4만9237명/59만4835명), 2016학년 7%(4만1263명/58만5332명)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올해 수능 접수를 마친 결과 과탐Ⅱ에 대한 수험생들의 기피 양상은 이어졌다. 수능 접수인원 60만5988명과 비교해보면 과탐Ⅱ 접수인원은 3만4585명으로 5.7%에 그쳤다. 물리Ⅱ는 0.6%, 화학Ⅱ는 0.7%, 지구과학Ⅱ는 1.8%로 전년도 수능과 비슷한 양상이었으나, 그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해오던 생명과학Ⅱ가 4%에서 2.6%로 크게 줄어든 결과다.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는 일찍이 올해 초부터 예견돼온 바 있다. 매년 기백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해내는 대성학원 중에서도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몰려있는 강남대성학원(강대) 수험생들을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이 지난 4월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강대 자연계 수험생들 중 49.3%는 생명과학Ⅱ, 5.9%는 화학Ⅱ, 5.5%는 지구과학Ⅱ, 2%는 물리Ⅱ를 응시해 총 62.7%가 과탐Ⅱ를 선택했으나, 올해 강대 수험생들 가운데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이 24.7%로 지난해 절반 수준, 화학Ⅱ 선택 수험생이 4.1%로 지난해 대비 하락했으며, 그나마 선택비율이 늘어난 지구과학Ⅱ는 7.6%, 물리Ⅱ는 2.3%로 상승폭이 미미했다. 강대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선택한 과탐조합을 보더라도 지난해에는 58.7%가 Ⅰ+Ⅱ조합을 선택했으나, 올해 강대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지난해와 완전히 반대 양상을 보였다. 상위 10개 과탐 조합 기준, Ⅰ+Ⅰ이 59.8%에 달하는 반면, Ⅰ+Ⅱ는 30.3%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자 25명 가운데 14명을 배출해낸 강대에서 과탐Ⅱ 수험생들이 줄고 있다는 것은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재수생들뿐만 아니라 재학생들도 과탐Ⅱ를 기피하긴 마찬가지였다. 의대 진학실적이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권 모 자사고인 A고의 경우 300명 선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과반에서 과탐Ⅱ를 선택한 비율은 지난해 40.79%에서 올해 28.62%로 크게 감소했다. 서울대 지원권으로 분류되는 상위 70등 학생들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과탐Ⅱ과목 선택자가 80%에 달했으나 올해는 58.6%에 그쳤다. 학원가나 고교현장에서 과탐Ⅱ를 응시할 것을 수험생들에게 권장했으나, 결국, 최상위권 수험생들마저 과탐Ⅱ를 기피하면서 실제 수능 접수인원 기준으로도 과탐Ⅱ 응시자는 크게 줄게 됐다.

과탐Ⅱ 응시인원이 줄어든 것은 현재 자연계열 입시 구조 때문이다. 서울대를 제외하면 과탐Ⅱ 응시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서울대에 꼭 지원하겠다는 수험생이 아니라면, 과탐Ⅱ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최근 ‘열풍’이라 불릴 만큼 선호도의 기세를 더하고 있는 의대입시의 경우 여전히 정시의 비중이 크고, 서울대 의대가 아니라면 과탐Ⅰ+Ⅰ조합을 통해 충분히 입학할 수 있다. 과탐Ⅱ를 선택할 시 들여야 하는 노력을 고려하고, 지난해 수능에서의 물리Ⅱ 사태처럼 백분위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배경까지 더해지면 최상위권 자연계열 수험생들마저 과탐Ⅱ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을 시 화학Ⅱ는 1% 미만의 만점자로 백분위 100, 생명과학Ⅱ는 2.5%의 만점자로 백분위 99, 지구과학Ⅱ는 8.02% 만점자로 백분위 96, 물리Ⅱ는 11.56%의 만점자로 백분위 94가 각각 나왔다. Ⅰ과목 선택 시 화학Ⅰ만 만점자 백분위가 99였을 뿐 나머지 3개과목은 전부 백분위가 100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과탐 보정시 백분위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동일한 만점을 받았음에도 Ⅱ과목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는 것이다. Ⅱ과목 선택시 일정부분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자연대 최상위권 입시가 의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의대 지원 일변도의 성향을 가진 수험생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추후 대입과 연계해 과탐Ⅱ 응시를 권장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Ⅱ과목 기피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과탐Ⅱ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이 줄었다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해 볼만한 문제지만, 올해 서울대 정시를 노리는 수험생들이라면, 자연계열에서의 수시이월 확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 정시 모집요강이 밝히는 모집인원은 수시이월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수시에서는 최초합격자 발표 이후 등록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다른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인원들이 발생하면 예비합격이라 불리우는 미등록충원합격 절차를 거치게 된다. 예정된 미등록충원합격 절차가 모두 끝났음에도 남은 인원들은 정시 모집인원에 합산되는 수시이월인원으로 분류된다. 수시이월이 반영돼야만 진정한 정시 모집인원 규모가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대에서는 154명의 수시이월이 발생했다. 대부분이 자연계열이었다.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선발하는 모집단위 중 이월이 일어난 모집단위는 총 24개였으며, 이월인원은 124명이었다. 간호대학이 14명(모집요강 상 21명→이월반영 후 35명)으로 이월인원이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어 전기정보공학부 12명(39명→51명), 조선해양공학과 9명(11명→20명), 생명과학부 9명(10명→19명), 식물생산과학부 8명(22명→30명), 식품영양학과 7명(10명→17명), 산림과학부 6명(13명→19명), 건설환경공학부 6명(14명→20명), 의류학과 5명(10명→15명), 기계항공공학부 5명(38명→43명), 재료공학부 5명(22명→27명), 화학생물공학부 5명(22명→27명), 건축학과 5명(10명→15명),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5명(13명→18명), 식품동물생명공학부 4명(15명→19명), 화학부 4명(8명→12명), 응용생물화학부 3명(12명→15명),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3명(10명→13명), 지구과학교육과 3명(15명→18명), 물리교육과 2명(15명→17명), 체육교육과 1명(28명→29명), 영어교육과 1명(10명→11명) 인문계열 1명(46명→47명), 산업공학과 1명(10명→11명) 순이었다.

본래 정시에서는 선발계획이 없었으나, 수시이월이 발생해 정시선발을 실시하게 된 모집단위도 9개나 나왔다. 지구환경과학부 8명, 수의예과 6명, 원자핵공학과 5명, 디자인학부(공예) 5명, 치의학과 3명, 윤리교육과 1명, 수학교육과 1명, 통계학과 1명, 에너지자원공학과 1명 순으로 총 31명이 이월됐다.

이월인원을 합산하면 수시/정시 모두 선발계획이 있던 모집단위 124명, 수시선발계획만 있던 모집단위 31명으로 총 155명이지만, 실제 이월인원은 154명. 사회과학계열에서 역으로 수시에서 1명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회과학계열은 본래 모집요강 상 모집인원이 93명이었으나, 수시에서 1명이 더 선발되며 오히려 모집인원이 92명으로 줄게 됐다.

결국, 모집요강 상 모집인원은 37명이 줄었으나, 산술적으로 올해 수시이월이 191명 발생하면 지난해와 동일한 모집인원, 191명을 초과해 수시이월이 발생하면 지난해보다 더 많은 모집인원을 선발하게 된다. 과탐Ⅱ 응시인원이 줄었다는 것은 지균에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늘어난 것을 의미하므로 지난해 대비 수시이월이 더욱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균 수능최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원들이 다량 발생해 수시이월이 많아지게 되면, 자연계 경쟁률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장은 “과탐Ⅱ 응시자 감소로 수시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은 지난해 154명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시 자연계 경쟁률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과고생 확대 변수는 자연계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올해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에서 또 하나 짚어봐야 할 대목은 과고생 확대라는 ‘변수’다. 조기졸업을 통한 수시지원이 통상적인 대입루트였던 까닭에 정시에서는 별다른 변수로 여겨지지 않던 과고생들이 올해 서울대 정시에서는 다소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기 때문이다.

본래 과고는 2학년 때 80%에 달하는 인원들이 조기졸업해 대학에 진학했으나, 지난해부터 조기졸업 비율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2013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가 “현재 과고의 조기졸업 비율이 80% 정도에 이르러 예외적으로 학업성취도를 인정하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조기졸업제도를 개선, 2014학년 입학생부터 20% 수준 이하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때문이다. 2014학년 입학생들이 2학년 때 맞게 되는 2016 대입부터 조기졸업 비중이 정상화된 것이다. 교과부는 과고가 없는 광주와 세종을 제외한 15개 시/도 교육청 중 충남과 대전은 20%, 나머지 시/도 교육청은 10%로 조기졸업비율을 제한했다.

지난해 조기졸업 비율이 제한되면서 과고 졸업생은 큰 폭으로 줄었다. 2015학년만 하더라도 1611명에 달했던 과고 졸업생은 2016학년 885명으로 감소했다. 자공고에서 과고로 전환된 대전동신과고가 2016학년 첫 졸업생 36명을 배출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 가까이 졸업생이 줄어든 것이다.
 
80%에서 10~20%선으로 조기졸업비율이 감소했음에도 예년의 절반 가량의 졸업자 규모가 나온 것은 ‘상급학교 입학자격 부여제도(상급학교 조기진학제도)’ 때문이다. 상급학교 조기진학제도는 일정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 심사를 거쳐 대입전형에 응시해 합격하면 조기졸업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조기졸업은 대입전형 합격 및 탈락여부와 관계없이 졸업을 해야 하는 반면, ‘상급학교 조기진학제도’는 대입에 실패하면 조기졸업을 하지 않고 3학년으로 진급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지난해 서울대는 상급학교 조기입학제도를 인정하지 않아 조기졸업자만이 지원할 수 있었다.

상급학교 조기진학제도는 지난해 정시 기준 시/도 교육청마다 30~40%로 비율을 제한했다. 강원과고 경기북과고 부산과고 부산일과고 세종과고 전남과고 전북과고 충남과고 한성과고 등 9개교는 40%, 경남과고 경북과고 경산과고 대구일과고 대전동신과고 울산과고 인천과고 인천진산과고 제주과고 창원과고 충북과고 등 11개교는 30%만이 상급학교 조기진학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다. 결국 조기졸업만으로는 전년 대비 10~20%의 인원만이 졸업해야 했음에도 실제 50% 이상의 졸업자가 나온 것은 상급학교 조기진학제도를 적극 활용한 결과였다.

상급학교 조기진학과 조기졸업을 합산한다 하더라도 지난해까지는 예년에 비해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의 졸업자가 나왔으나, 올해부터는 2015 대입 수준으로 과고 졸업생이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조기졸업을 하지 못했거나, 상급학교 조기입학제도를 활용했으나 대학에 떨어진 인원들이 3학년으로 진급, 올해 조기졸업+상급학교조기입학을 활용하는 2학년들과 더해지며 본래의 모집규모를 되찾게 될 예정인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조기졸업을 하지 못했거나, 상급학교 조기입학제도를 활용했으나 대학에 떨어진 사례인 과고3학년들이다. 수시에서 승부를 보기 힘들다고 판단, 정시를 일찌감치 준비하는 인원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통상 서울대 정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과고생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 경쟁이 다소나마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한 서울대 입학 관계자는 “올해 수시 원서접수 결과 과고생들이 큰 폭으로 늘지는 않았다. 이미 지난해 조기졸업과 상급학교조기진학제도를 활용해 대학에 진학한 인원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해 과고생들의 정시 등장 가능성을 뒷받침 했다. 조기졸업+상급학교 조기진학제도를 적극 활용했음에도 졸업을 마친 학생들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수시 지원자마저 크게 늘지 않았다면 정시에 상당수가 지원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과고생들이 투입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쟁 격화는 소소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미 상당분의 인원이 조기졸업+상급학교조기진학으로 빠져나간 상황에서 남은 인원들이 1년 간의 준비만으로 수능 최상위권에 자리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과고생들이 올해 서울대 정시의 변수인 것은 맞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큼 많은 표본일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과고생들이 그만큼 많이 서울대 정시에 지원할 것이었다면, 과탐Ⅱ 응시인원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기졸업과 상급학교조기진학을 통해 올해까지 학교에 남게 된 과고생들이 정시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년 남짓이다. 국어가 변별력이 높은 상황에서 과고생들이 3년 간 수능을 대비해온 재학생들과 수능에서 강세를 보이는 재수생들을 앞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과기원 수시 등에 합격한 인원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며, 정시지원까지 이어지더라도 서울대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의대 면접 영어제시문 ‘변수’.. 학생부교과에서 커트 갈리나>
자연계열에서 최고의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의대는 올해 면접에서 영어 제시문이 출제될 수 있다는 변수가 생겼다. 서울대는 지난해 ‘2017 입학전형 주요사항’을 통해 면접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으나, 영어 제시문 출제 가능성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 정시 모집요강에 “제시문에 영어가 활용될 수 있음”이 명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의대 영어면접은 올해 의대 지원자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 중 하나다. 2018학년 영어가 절대평가로 변화를 앞둔 상황을 고려하면, 지원자들의 영어 능력 검증도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영어제시문 출제 가능성에 더해 올해 정시에서는 면접방식도 변경됐다. 지난해 의대 면접은 인성/적성확인 면접, 제출서류내용 확인 면접의 2개 면접실을 운영, 지원자 1명을 대상으로 복수의 면접관이 30분간 면접을 치뤘으나, 올해는 면접실을 적성/인성면접의 1개로 줄이고 면접시간을 20분 내외로 조정하는 변화를 줬다. 다만, 제출서류내용 확인은 적성/인성면접을 통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뤄질 예정이다. 상황 숙지를 위한 시간은 별도로 부여될 수 있으며, 면접 결과가 결격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는 점도 같다.
 
면접을 차치하고 보면, 올해 의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학생부교과성적에서 커트라인(합격선)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재 6월/9월모평을 통해 밝혀진 ‘쉽지만 변별력 있는 수능’ 기조가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서다. 수능 난이도가 크게 요동치면 현재의 전망은 무의미해지기 십상이다.

지난해 서울대 의대 정시 커트라인에서 희비를 가른 지점은 학생부교과성적이었다. 서울대는 최종 합격자 선정 시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영역을 동점자 처리 기준으로 활용한다. 교과외 영역에 해당하는 학내/외 징계 등은 감점자료로 활용된다. 의대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지난해 서울대 의대 커트라인은 서울대 환산식 기준 526.6점이었다. 이 소장이 제공한 대성학원의 합격자/불합격자 데이터와 <베리타스알파>가 수능만점자 조사과정에서 취합한 데이터를 합산해 17명의 합격자 표본과 2명의 불합격자 표본 등 19명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2016 서울대 의대 정시 커트라인은 서울대 환산식 기준 526.60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성에서 서울대식 526.6점을 받은 학생 4명이 의대에 지원했으나, 2명은 합격, 2명은 불합격으로 결과가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25명의 서울대 의대 합격자 중 14명을 배출한 대성학원의 데이터가 더해졌기 때문에 신뢰도는 매우 높은 상태다.

동일 점수 지원자들의 운명을 가른 도구는 동점자 처리기준으로 추정된다. 서울대 의대 면접에서 합/불이 나눠졌을 가능성도 있으며, 교과외 영역인 학내/외 징계 등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극히 희박한 가능성에 불과하다. 극단적인 예로 526.6점임에도 불합격한 2명의 지원자가 면접에서 결격 판정을 받아 불합격한 것이라고 가정하면 커트라인이 526.6점보다 낮게 형성됐을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상정하기 어려운 결과다. 서울대가 면접자들의 결격 여부를 통보하지 않으므로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장도 “올해 서울대 정시 의대 합격선은 서울대 환산점수 526.60점으로 봐야 한다”며, “불합격자 2명은 동점자처리기준상 학생부 교과 성적에서 불리해 탈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서울대 의대 정시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나눈 최종 지점은 수능이 아닌 학생부 교과 성적이었던 것이다. 1년 전인 2015 정시에서도 서울대 의대는 학생부 교과성적이 당락을 가른 요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5학년 정시에서 대성학원 출신 3명은 화학Ⅰ 생명과학Ⅱ를 선택해 생명과학Ⅱ에서 3점짜리 2문항을 틀린 점이 동일했으나 2명이 불합격하고 1명만이 합격했다. 2년 연속 학생부 교과성적이 의대 최종 합격을 가른 기준으로 작용한 셈이다.

올해도 수능 출제기조가 동일하게 이어지면, 학생부교과성적이 의대 커트라인을 가르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소장도 “수능 난이도가 모평 수준으로 출제되면 작년처럼 학생부 교과 성적이 최종 당락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같은 동점자 처리기준이 올해도 이어지는 만큼, 의대 정시 지원자들은 커트라인 내외에 점수가 형성될 시 자신의 학생부 교과 성적을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인문계, 한국사 필수응시 어떻게 작용할까>
서울대 인문계 정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올해부터 한국사가 필수응시영역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는 사회탐구영역 중 하나였던 한국사를 선택한 수험생만이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한국사가 필수응시영역이 되면서 통상의 국어-수학(나)-영어-사탐을 선택하는 인문계열 수험생 전체가 점수대만 맞는다면 누구나 서울대 정시에 지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계열 수험생의 비중 증가로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감소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나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갖춘 인문계열 수험생은 대거 늘어난 모습이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사 필수응시로 인한 변화를 두고 격화전망과 완화전망으로 의견은 엇갈린다. 서울대 정시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보는 측에서는 지난해에도 서울대가 가시권에 들어와있던 수험생들은 대부분 한국사를 선택했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한 사교육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사 선택이 필수화되면서 서울대를 지원할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어차피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는 수험생들은 그동안 한국사를 선택해왔다. 서울대 정시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늘어난 지원자 풀이라고 해봐야 서울대에 지원조차 하지 못할 허수 지원자들이 대다수이므로 인문계열 정시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정시가 격화될 것으로 보는 측에서는 최근의 쉬운 수능 기조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상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드물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인문계 수험생들이 지원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은 경쟁 격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한국사 선택이 필수라 하더라도 지원자격 충족자가 늘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서울대를 응시할 수 있는 점수를 받는 인원은 크게 늘진 않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작은 변화에 있다. 작년까지는 예상 외로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더라도 한국사를 미선택한 인원들은 전부 서울대가 아닌 타 대학에 진학해야만 했으나 올해는 다르다. 쉬운 수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모의고사 등에서는 서울대 지원이 불가능해보이던 수험생들도 지원가능권 점수를 받아내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학생들이 서울대에 지원하게 되면, 가뜩이나 모집인원이 줄어든 인문계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시이월이 적용되더라도 인문계열은 그다지 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시이월로 정시선발 추가되는 모집단위 주목해야>
올해 서울대 정시를 노리는 수험생들은 정시요강 상 선발계획이 없었으나, 수시이월로 인해 선발을 시행하게 되는 모집단위들에 주목해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 ‘펑크’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커트라인이 크게 하락했던 수의예과(수의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시이월로 인해 정시에서 선발을 시행하게 된 9개 모집단위 중 수의대는 두 번째로 많은 6명의 정시선발을 실시했다. 합격자 발표 이후 수험생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합격생들의 표본을 취합한 결과 수의대의 커트라인은 서울대 환산점수 기준 505점에서 형성됐다. 본래 입시기관들이 예상했던 514~515점에 비해 10점 가량 낮은 커트라인이 형성된 것이다. 이 소장도 “서울대 수의예과 적정 점수는 서울대 환산식 기준 514점에서 515점 선”이라며, “예상 적정 점수보다 낮은 점수가 형성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10점 가량 낮은 학생이 합격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수의대 커트라인 하락에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다. △정시에서 선발계획이 없던 모집단위인 점 △많은 수시이월인원이 발생한 점 △지난해 수능이 변별력이 있었다는 점 △서울대 지원요건이 타 대학과 사뭇 다른 점 등이다. 돌발적으로 선발이 시행되다 보니 수험생들이 갑작스럽게 지원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서울대 지원을 위해서는 과탐Ⅱ가 필수다 보니 서울대 지원을 염두에 두고 과탐Ⅱ에 응시했던 수험생들만이 수의대 지원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도 저조한 커트라인의 이유였다.

다만, 올해 정시에서도 지난해 수의대 커트라인 하락에 작용했던 요인들은 그대로 적용된다. 수능의 변별력 여부만 아직 알 수 없는 사항일 뿐 만약 올해에도 한 모집단위에서 많은 수시이월이 발생한다면 수의대와 같은 사례가 되풀이될 개연성은 높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희망 모집단위를 일찌감치 정해 지원하는 것이겠으나, 수능점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정시에서는 합격 가능성에 아무래도 더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이다. 일정규모 이상의 수시이월이 발생한 모집단위가 있다면 지원을 적극 고려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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