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명으로 좁아진 문호.. 사과대 늘고, 경영 간호 사범줄고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 정시전체의 가늠자가 될 2017 서울대 정시의 변수들은 무엇일까. 모집인원 감소,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한국사 필수응시, 자연계열 수험생 중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 과고 수험생 정상화 등 숱한 변수들을 볼 때 올해 서울대 정시는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 인문계는 한국사로 인한 경쟁 격화의 요인 말고는 변수가 크지 않은 가운데 자연계는 다양한 경쟁 격화요인과 완화요인이 뒤섞여 차분한 저울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대 정시 전망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정량평가로 이뤄지는 정시의 특성 때문이다. 통상 정시는 최상위권 대학의 입시결과가 연쇄적으로 하위 대학으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자연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의대선호’로 인해 서울대만을 최상위권 대학으로 놓기 어려운 사정이지만, 인문계는 여전히 서울대의 선호도를 뛰어넘을 대학/모집단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서울대로 빠져나간 이후 차순위 선호도를 보이는 대학으로 인문계열 수험생들이 채워지는 구조인 것이다. 자연계도 의대 일변도의 지원양상으로 과탐Ⅱ를 포기, 서울대 지원자 풀에서 제외되는 인원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 모집단위 기준 여전히 서울대가 최고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 2017 서울대 정시는 모집인원 감소,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한국사 필수응시, 자연계열 수험생 중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 과고 수험생 정상화 등 숱한 변수들로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사진=서울대 제공


기본적으로 올해 모집인원이 감소하면서 인문/자연계 모두 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로 인해 자연계의 경우 수시이월 적용 시 지난해보다 모집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계획된 요강상 모집인원은 줄었으나, 실제 모집인원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조기졸업제한이 풀려 늘어나는 과고생의 정시 등장가능성이 더해지면서 전망은 복잡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영어제시문 출제를 필두로 면접변화가 예정된 의대의 경우 지난해처럼 학생부교과성적에서 당락이 갈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단, 서울대 정시 전망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쉽지만 변별력 있는 수능’ 기조가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만약 수능의 난이도가 모평과 크게 달라지면 전망이 뒤집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소간의 변별력만으로도 합격자들의 고교유형이 예상과 다르게 나왔던 지난해 정시의 선례가 되풀이될 수 있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의외로 올해 서울대 정시는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국어다. 국어 변별력의 위력은 지난 모평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여기에 약간의 변별력만 더해지면 전망 자체가 무의미해질 만큼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연계열의 경우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라는 경쟁률 완화요인과 모집인원감소, 과고수험생 정상화 등 경쟁률 격화요인이 뒤섞여 있지만, 9월모평 정도 출제가 수능에서도 되풀이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정시의 특성상 모평에서 보여오던 출제기조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정시전망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서울대 정시 인원은 지난해인 2016학년 대비 감소했다. 2016학년 요강 상 정원내 정시 일반전형 모집인원은 766명이었으나, 올해는 729명 모집으로 줄었다. 요강 상 선발규모가 37명 줄어든 것이다. 정시 요강 상 선발규모가 줄어든 것은 수시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최근 지속적으로 수시 확대의지를 밝혀 왔다. 정원내 기준 2015학년 수시 75.4%, 정시 24.6%로 일시적인 정시확대 이후 계속해서 수시확대/정시축소 추세다. 2016학년에는 수시 75.6%, 정시 24.4%였으며, 올해는 수시 76.8%, 정시 23.2%다. 내년에 치러질 2018학년에도 수시확대/정시축소 기조는 이어져 수시 78.5%, 정시 21.5%의 구조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더욱 좁아진 서울대 정시.. 간호대/경영대/사범대 감소, 사회계열 증가>
 
다만, 서울대의 수시확대는 2018학년을 기점으로 기세를 누그러뜨릴 전망이다. 서울대 입학본부가 정시를 노리는 수험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기회는 열어둬야 한다는 견지에서 수시를 80%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온 때문이다. 권오현 전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정시를 20% 미만으로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추후 수능이 자격고사화 되는 등 틀 자체의 변화가 발생할 경우 입시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2018학년 수준의 수시/정시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올해 줄어든 37명의 인원은 간호대, 경영대, 사범대에서 나왔다. 간호대는 21명에서 15명으로 6명의 정시 모집인원을 줄였고, 경영대도 78명에서 68명으로 10명, 사범대도 144명에서 110명으로 34명의 모집인원을 감축했다. 사범대 내에서 정시인원이 줄어든 모집단위는 물리교육 화학교육 생물교육 지구과학교육(각 15명에서 8명으로 7명 감소), 체육교육(28명에서 22명으로 6명 감소)의 5개 모집단위다.

3개 단과대학의 축소인원들을 합산하면 50명에 이르지만, 실제 축소인원이 37명에 그친 것은 개별모집으로 선발방식을 바꾼 사회과학계열의 모집인원이 늘어난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전체 모집단위를 묶어 광역선발을 실시했던 사회과학계열은 올해부터 정치/외교학부 경제학부 사회학과 인류학과 심리학과 지리학과 사회복지학과 언론정보학과의 모집단위를 각각 분리, 개별모집을 실시한다. 올해 요강 상으로는 인류학과와 언론정보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모집단위들에서 총 106명을 선발, 지난해 사회과학계열 광역단위 모집규모인 93명 대비 13명의 모집인원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사회과학계열에서 13명의 모집인원이 늘어나면서 경영대 간호대 사범대에서 줄어든 50명의 인원을 상쇄, 전체 인원은 37명이 줄게 됐다.

<인원 감소로 인한 경쟁격화 전망?>
모집인원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경쟁을 격화시키게 된다. 통상 인원이 줄어 합격의 통로가 좁아지게 되면 좁은 문을 뚫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지원자 풀이 줄어들었다고 볼 여지도 있겠으나, 통상 정시에서 강세를 드러내는 재수생들의 감소 폭은 크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수능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2014학년부터 재수생이 수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2014학년 65만747명에서 2015학년 64만621명, 2016학년 63만1187명, 2017학년 60만5988명으로 수능 접수인원 자체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나, 재수생으로 통칭되는 N수생을 포괄하는 졸업생의 비중은 2014학년 19.6%(12만7634명), 2015학년 20.5%(13만1539명), 2016학년 21.6%(13만6090명), 2017학년 22.3%(13만5120명)로 확대 양상이다. 특히, 올해는 수능 접수인원이 2만5199명이나 줄면서 수능접수를 마친 졸업생도 13만5120명으로 전년 대비 970명 줄었지만, 수능에서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로 전년 대비 0.7%p나 늘었다. 결국, 재학생까지 더한 지원자 풀은 줄었지만 재수생을 필두로 하는 졸업생 규모가 비슷한 상황. 한층 문이 좁아진 서울대 정시를 향한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수생의 비중 증가는 쉬운 수능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고 다시금 수능에 뛰어드는 재수/반수생이 많음을 뜻하다. 특히 상위권 재수/반수생들이 생기는 주요 원동력은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의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다시금 수능을 치르는 것은 상위권/중위권/하위권을 막론하고 모든 학생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반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상위권 수험생들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상위권 학생들이 가진 자신감이 중/하위권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수능을 봐야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본래 수능을 잘 봤던 상위권 학생들이 재수험에 더 많이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특히, 의대를 향한 열기가 워낙 높다 보니 자연계열에서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다시금 수능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비중을 늘린 재수생들 가운데 상당부분은 자연계열일 것으로 분석된다.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인원을 가늠할 수 있는 수학영역의 지원자 비중을 따져보면, 자연계가 확연히 많기 때문이다. 2015학년에는 현재의 수학(가)에 해당하는 수학(B) 지원자가 27%(16만2993명), 2016학년에는 27.9%(16만5826명)였으나, 올해 수학(가) 지원자는 33.4%(19만312명)로 크게 늘어났다. 국가 정책적으로도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자연계열을 확대하는 프라임사업 등이 시행된데다 취업난을 뚫기 위한 자구책으로 자연계열 희망 지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수생들의 반수열기 원인이 의대열풍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수생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열별 수능접수인원과 줄어든 모집인원을 고려했을 때 인문계는 지원자 풀의 감소로 경쟁완화, 자연계는 경쟁격화로 진단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 필수응시, 과탐Ⅱ 인원 감소라는 변수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모집인원 감소, 수능접수인원의 계열별 비중을 통해서 진단될 만큼 서울대 정시는 간단하게 전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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