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흐름에 영어절대평가, 특기자전형축소 직격탄'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지난해 하락 일변도였던 외국어고의 경쟁률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31개 외고 가운데 4개 학교만이 2017 원서접수를 마감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유일하게 경쟁률 상승을 기록했던 강원외고를 필두로 모두 경쟁률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고 경쟁률 하락은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과 대입 특기자전형 축소 기조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함께 전기 모집을 실시했던 과고 전국단위자사고 광역단위자사고 경쟁률은 모두 상승한 가운데, 외고 국제고 경쟁률만 하락했기 때문이다. 외고의 경우 대입 진학의 폭이 애초에 인문계열로 한정된 가운데 대입 문호까지 좁아져 외고/국제고 진학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올해는 학령인구가 전년 대비 7만명 이상 급감하는 시점으로, 경쟁률 하락을 더더욱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2017 원서접수를 마감한 8개 영재학교와 20개 과고 경쟁률 역시 하락 양상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외고 국제고의 전반적인 선호도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경쟁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2017 외고입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원서접수를 마감한 4개 학교 경쟁률이 모두 하락했다. 2017 외고 경쟁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외고 선호도 하락에 학령인구 감소까지>
대원외고를 비롯해 서울권 6개 외고(대원 대일 한영 명덕 서울 이화)와 상대적으로 수험생의 선호도가 높은 경기권 고양 김포 경기 과천 안양외고의 2017 원서접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전년도 상황을 고려하면 경쟁률 하락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서울 경기권 외고 경쟁률이 모두 하락했고, 지난해와 동일한 모집정원을 유지한 올해는 학령인구 감소까지 맞물리는 탓이다.

외고 경쟁률 하락을 예측하는 근거는 다양하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다. 올해 고입을 치르는 현재 중3 학생들은 52만6895명으로 전년 보다 무려 6만9171명이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는 전기고 경쟁률의 전반적인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 2017 원서접수를 마감한 8개 영재학교 경쟁률이 지난해 18.26대 1(789명/1만4404명)에서 15.09대 1(789명/1만1909명)로 하락했고, 과고 경쟁률 역시 지난해 3.87대 1(1626명/6290명)에서 올해 3.61대 1(1626명/5867명)로 지원자가 감소했다. 영재학교의 경우 2단계 영재성검사 일정이 통일된 탓도 있지만, 전반적인 지원자 감소는 학령인구 감소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고/국제고 선호도 하락도 원인이 될 수 있다. 2018학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영어 성적 산출 방식은 절대평가로 변경된다. 더욱이 대입 수시모집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특기자전형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 진학에서 외고/국제고 진학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고교 선호도 하락이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밀레니엄베이비(2000년생 출생)가 치렀던 고입에서 외고/국제고 경쟁률만 하락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는 학령인구가 전년 대비 9000명 가량 늘고, 과고 자사고 등의 경쟁률이 상승하는 와중에도 외고 국제고의 경쟁률은 하락세를 보였다.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는 강원외고를 제외한 30개교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했고, 7개 국제고 가운데서는 청심국제고를 제외한 6개교 경쟁률이 모두 하락했다. 더욱이 지난해 외고는 2015학년 대비 모집정원이 177명 줄어든 상황에서도 경쟁률이 하락해 현장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모집에서는 학령인구가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외고에 대한 선호도 자체가 하락해 경쟁률 하락을 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

외고/국제고 선호도 하락은 최근 인문계열 취업난과도 연관이 있다. 4년제 대졸자의 취업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인문계열 취업난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인구론'(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사회에 번질 정도로 인문계열 취업난이 심각해 이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 역시 과학기술 발전과 SW(소프트웨어) 중심 산업 육성을 장려하고 대학의 이공계 정원 확충에 힘쓰고 있다. 외고/국제고에 진학하게 되면 고등학교 진학시점부터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모집단위가 인문계열로 한정된다. 일부 학교에서 운영되던 이과반 역시 2014-2015학년 입학생을 마지막으로 폐지됐기 때문에 진로를 명확히 정하지 못한 학생들은 지원을 꺼릴 수 있다.

대입 수시에서 특기자전형이 축소되는 양상도 외고 경쟁률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부터 특기자 전형을 운영하지 않을뿐더러 중앙대와 건국대 등은 2016학년 입시부터 특기자전형을 폐지했다. 2017 수시에는 서울 상위대학의 어학특기자 모집인원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사교육유발 요소를 배제하고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에서 교육부가 특기자전형 축소를 유도하고 있어 쉽게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7 원서마감 4개교..일제히 하락>
25일 기준, 2017 원서접수를 마감한 외고는 충남 강원 울산 제주외고 등 4개교다. 4개교의 경쟁률은 모두 하락세를 보였고,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충남외고의 베트남어과와 울산외고의 아랍어과 경쟁률도 전부 하락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경쟁률 상승을 보였던 강원외고가 3.22대 1(125명 모집/402명 지원)→2.07대 1(125명/259명)로 하락 폭이 가장 크고 이후 울산외고 1.8대 1(175명/315명)→1.35대 1(175명/237명), 충남외고 1.77대 1(175명/310명)→1.36대 1(175명/238명), 제주외고 2.07대 1(100명/207명)→1.96대 1(100명/196명)순으로 경쟁률 추이가 형성됐다.

보통의 학생들이 지원 할 수 있는 일반전형 경쟁률 역시 전부 하락했다. 강원외고는 3.47대 1(97명/337명)→2.4대 1(97명/233명)로 지원자가 100명 이상 감소했고, 울산외고는 1.96대 1(140명/275명)→1.5대 1(140명/210명)로 감소했다. 충남외고 역시 2.09대 1(135명/282명)→1.51대 1(135명/204명), 제주외고는 2.18대 1(80명/174명)→1.84대 1(80명/147명)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울산외고 중국어과는 1.1대 1(20명/22명), 러시어과는 1.15대 1(20명/23명)의 경쟁률을 기록, 미달을 면한 수준에 그쳤다.

전국 모집을 실시한 충남외고 베트남어과는 일반전형 기준 3.2대 1(15명/48명)→1.53대 1(15명/23명)로 하락했고, 울산외고 아랍어과 역시 2.2대 1(20명/44명)→1.4대 1(20명/28명)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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