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대학생들의 입학금 반환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불투명한 산정근거와 사용처로 얼룩져있는 입학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인상이 금지되다시피 한 등록금을 대체하는 재정확보 수단으로 쓰이다보니 대학별로 천차만별인 등록금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는 평가다. 교육부가 나서 입학금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산정기준을 정함으로써 입학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결국 대학생 1만여 명이 입학금 반환 집단소송에 나섰다. 불투명한 산정근거와 사용처로 얼룩져있는 입학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나서 입학금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산정기준을 정함으로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집단소송에 참여한 모임들이 지난 18일 국회 교문위에 제출한 입학금 폐지 촉구 관련 서명. /사진=경희대 청년하다 입학금폐지운동본부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12개 대학 총학생회 등이 참여하는 '입학금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대학생/학부모/시민사회 공동행동(공동행동)'을 비롯해 입학금폐지 대학생운동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입학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학생 9782명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5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모임은 지난18일 국회 앞에서 입학금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입학금 폐지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학생 5808명의 서명을 국회 규문위 유성엽 위원장에게 전달하면서 집단소송이라는 공동행동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집단 소송에는 가톨릭대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단국대 동덕여대 서강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신대 한양대 홍익대 등 15개대학의 재학생들이 참여했다. 
 
오전11시부터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들 모임은 입학금이 부당이득에 해당, 학생들에게 반환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입학에 소요되는 비용 이외의 금액을 근거없이 학생들에게 징수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대학의 입학금 징수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불법행위이자 현저한 과잉징수이므로 지금이라도 입학금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1만여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집단소송에 참여한 것을 두고 그간 대학들의 부당하고 과도한 입학금에 염증을 느낀 대학생들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대학등록금 등을 규정하고 있는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4조제4항에는 "입학금은 학생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라는 조항만 존재한다. 등록금이 나름의 산정근거나 징수목적을 가진 것과 달리 입학금은 별다른 산정근거가 없다.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합의과정을 거치고, 정부제한을 직접적으로 받는 등록금과 달리 대학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입학금은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재수 의원(더민주)이 지난 9월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최근 3개년 대학별 입학금 현황'에 따르면, 4년제 국공립/사립대학 201개교 가운데 경남과기대와 고려대의 입학금은 500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는 올해 103만원의 입학금을 징수해 4년제 대학 중 가장 높은 입학금을 기록했다. 4년제 대학 중 100만원 이상의 입학금을 받는 유일한 대학이었다. 이어 한국외대가 99만8000원, 홍익대 99만6000원, 인하대 99만2000원, 세종대 99만원, 연세대 98만5000원, 중앙대 98만원, 한양대 97만7000원, 동국대 97만4000원, 서강대 96만9000원 순이었다. 입학금 상위 10개 대학의 평균 금액은 98만913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남과기대는 2만원의 입학금을 징수해 입학금을 받는 4년제 대학(방통대/사이버대 제외) 중 가장 낮은 입학금을 기록했다. 100만원 이상의 입학금을 징수한 고려대와는 501.7배의 차이를 보였다. 경남과기대에 이어 서울과기대 2만2000원, 한밭대 한경대 2만3000원, 목포해양대 3만8000원 순으로 입학금이 낮았다.
 
입학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한 점도 이번 소송이 제기된 원인으로 꼽힌다. 참여연대가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전국 34개 대학 입학금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 결과 별도의 기준을 운용하지 않는 대학들이 많았다. 대학들은 입학금이 등록금 중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등심위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입학금 산정근거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일하게 입학금 사용처를 공개한 사립대인 한신대의 경우 입학행정 사무결산으로 지출한 금액은 총 387만8000원이었다. 학생증 발급에 177만7000원, 입학식 개최에 210만1000원이 쓰였다. 대학알리미에 따른 입학금 수익이 정원내 입학자 기준 10억924만원에 달한다는 것을 볼 때 거둬들인 입학금 중 0.4%의 금액만이 입학행정에 쓰인 것이다. 나머지 입학금 비용은 일반회계에 산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이 입학사무에 필요한 금액 이상의 입학금을 징수해 일반재정에 사용한 셈이었다. 
 
입학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공개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대학의 예산총계주의가 원인으로 제시된다. 예산총계주의는 여러 명목으로 발생한 수입을 일부지역 또는 특수목적에 한정해 사용하지 않고 일반경비로 사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재산세 등의 조세수입이 국가 전체의 일반회계로 산입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입학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입학금을 입학사무에 필요한 경비로 인식, 사용목적이 분명하게 정해진 비용으로 보지만, 대학들의 인식은 이와 달랐던 셈이다. 
 
이미 불분명한 입학금 산정기준과 사용처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지적돼온 바 있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미 교육부에 "입학금 책정 및 집행의 객관성 제고를 위해 입학금의 징수근거 및 산정/집행의 세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입학금이 입학사무 경비인지, 대학운영비로 쓰는 일종의 잡부금인지 교육부가 명확히 규정한 이후 산정기준을 분명히 지정해 불투명한 입학금 징수에 선을 그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소송의 경우 2010년 소송 제기 이후 대법원의 적법 판결을 받기까지 5년이 걸린 바 있다. 기성회비 역시 입학금과 마찬가지로 법적근거와 산정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됐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재 기성회비는 등록금과 통합돼 징수되는 상태다.
 
결국 되풀이되는 입학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제도 하에서는 입학금이 재정확보를 위한 대체수단으로 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상률을 매년 발표하는 데다 실제 인상 시 국가장학금 등에서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사실상 인상이 불가능한 등록금과 달리 관심이 비교적 덜한 입학금으로 재정수입을 충당하는 방식을 대학들이 채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나서 입학금이 입학사무 경비인지, 대학운영비로 쓰는 일종의 잡부금인지 명확히 규정한 후 산정기준을 분명히 정해 불투명한 입학금 징수에 선을 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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