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44호 餘滴 - 기자 방담

[베리타스알파=김민철 기자] “부족한 잠이라 깨우기도 미안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대신 메어줄 수 없음에 가슴 아팠습니다. 늦은 저녁,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차라리 시험날짜가 내일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적도 있습니다. 오늘, 시험장으로 아이를 보내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시험날만 되면 왜이리 추워지는지요. 부디 바랍니다. 내 아이 노력한 만큼, 한밤중 잠 못 이루고 뒤척인 만큼의 보람을 만들어 주시기를.. 오늘도 두 손 모아 기도 드립니다.” 고3 시절 매일 가방 속에 들고 다니던 글귀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능 시험 날 한 어머니의 기도’라는 제목처럼 자녀를 생각하는 부모님의 간절한 마음이 와 닿았지요.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만큼 아이들의 마음도 기특합니다. “커다란 눈송이들이 날아와 내려앉기나 한 듯이 마음이 무거웠다. 공부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나도 나지만 엄마의 고생이 너무 심하신 것 같다. 엄마! 조금만 참으세요.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에요. 열심히 노력해서 자랑스런 딸이 될게요. 손바닥에 사인펜으로 적어 놓은 영어 숙어가 눈 때문에 얼룩졌다.” 서울대 합격생의 후기 중 한 대목입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손바닥에 영단어를 적고 외울 정도로 열심히 하는데 뭔들 안 될까요? 수능이 다가오니 고3 시절이 떠오릅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본 서울대 합격생들의 후기였는데 힘들고 지칠 때나 위로 받고 싶을 때 한번씩 펼쳐보곤 했습니다. 쑥스러워 대놓고 말하진 못해도 아이들도 다 알 겁니다. 부모님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키웠는지, 얼마나 자식들을 사랑하는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워지는 세상입니다. 믿고 맡겨두고 싶은데 가만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좋게 좋게 얘기하다가 욱하고 내뱉곤 뒤돌아서 후회하는 일도 있겠지요. 매일 보는 가족들은 오죽할까요. 한편으로는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드는 거겠지요. ‘티격태격’. 일반적 용어로는 마찰이겠지요. 마찰로 인해 마모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에 생기는 열로 인해 힘을 얻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TV에서 여섯 살짜리 영재가 나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찌나 문제를 잘 풀던지, 주변에서 다들 천재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 표정이 밝지는 않습니다. 문제를 해낼 때마다 잘했다 잘했다는 반응에 신나 했지만 문제 하나 못 풀면서 풀이 확 죽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지요. 머리가 커진 우리네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등교길에 한번 꽉 안아 주시면 어떨까요. “이런들 저런들 내 아들이고, 딸이다”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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