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학교 교내상 남발..'학종 오해에서 비롯'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대입의 대세로 자리잡은 학생부종합(학종)에서 교내상은 많을수록 유리할까. 학종에서 교내상이 개수에 따라 정량평가 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때아닌 교내상 논란으로 현장이 어지럽다. 국정감사를 통해 김병욱(더불어민주) 의원이 강남권 고교에서 학종을 위해 각종 교내상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 때문이다. 교내상의 남발은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다. 학업능력 신장이라는 목표 아래 학습동기부여 차원에서 상을 수여했다면 학업능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지표가 되지만, 모든 학생들이 누구나 많은 상을 받는다면 교내대회와 상이 지니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그동안 교내상이 평가 지표로는 활용되지만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을뿐만 아니라 개수에 따른 가산점도 없다고 끊임없이 밝혀왔다. 상위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교내상은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된다. 학교마다 상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별 상의 종류와 개수를 전부 비교하고, 개수에 따른 정량평가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이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도 교내상 수상 실적과 학종 평가의 유불리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 밝혀졌다.

문제는 "학종에서 상이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이 유리하다"는 현장에 팽배한 인식이다.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학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잘못된 탓이다. 고교 현장에 오해가 쌓이게 된 이유는 수시 확대로 입지가 흔들리게된 일부 사교육의 여론몰이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일부 언론을 활용해 여전히 정량평가 중심의 평가 지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상당수 언론들은 '서울대 합격의 조건..교내상48개,동아리 4.5개 책 35권 읽어'라는 제하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한 기사들이었다. 마치 학생부에 기록되는 내용이 정량적인 지표로 활동되는 듯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고교 현장에까지 학생부에 기록되는 사항은 많을수록 좋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학종은 2013학년 도입됐고, 2014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고교현장이 모두 인식한 상태로 치면 올해 치르는 대입을 포함하더라도 겨우 네번 째 시행인 셈이다. 점수로 줄세워 학생을 평가하는 정시와 전혀 다른 방식의 평가 방식이 도입되면서 고교 현장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과정에서 대학 현장과 고교 현장의 입장이 달라 오해가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 해결 방안을 고심해야지 학종을 없애고 정시로 회귀하자는 주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대학들은 현장의 혼란을 바로 잡고 학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고교연계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종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학종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이해가 높아지면 고교 현장의 혼란도 줄고, 각종 오해에서 촉발되는 문제점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학종에서 교내상 개수에 따른 유불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내상 개수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교내상은 학종 평가 지표 중 하나일뿐이지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내상..총량보다 교과/흥미 연계가 중요>
학종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교내상이 늘어나고 있지만, 교내상은 개수 보다 교과/흥미 연계가 중요하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심지어 교내상 개수가 학종 평가와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도 최근 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은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 이상 배출한 102개 고교의 교내대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교내대회 입상과 학종 간 뚜렷한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전국에서 서울대 수시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나고(53명 이상)의 경우 1인당 교내대회 개최 수는 102개 학교 가운데 33위를 기록했고, 1인당 입상 수의 경우 72위를 기록했다. 하나고의 뒤를 이은 경기과고(52명 이상) 역시 대회 개최 수 20위, 입상 수 39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교내대회 개최 수 3위, 입상 수 3위를 기록한 대전동신과고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교내상이 평가 지표 중 하나는 될 수 있어도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대학의 사정관들 역시 교내대회 수상 실적은 학생의 관심과 학교생활의 성실성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상의 개수가 많다고 성실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교마다 수여하는 상의 종류와 수상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전부 고려한다. 1차적으로 출신 고교별로 지원자를 분류해 교내상 수상실적을 비교하고, 이후에는 각 학교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의 교내상 개수와 수상비율 등을 지원자의 실적과 전반적으로 비교 한다"고 덧붙였다.

<고교 현장의 오해..일부 언론의 여론몰이에서 비롯>
고교 현장이 교내상 수상실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일부 언론과 사교육이 학종에서 교내상이 정량지표로 활용된다는 식의 보도로 만든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지난 4월 한 일간지가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대 합격의 조건..교내상 48개, 동아리 4.5개, 책 35권 읽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서울대 합격자의 ‘스펙’을 분석한 결과 일반고에서 서울대 일반전형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내신 1~2등급, 교내상 48개, 동아리활동 128시간, 봉사활동 142시간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분석 대상은 지난해 서울대 수시 합격 학생 82명이었다. 서울대가 지난해 수시에서 모집한 인원은 2286명이다. 일반고와 특목/자사고,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전형 총 4개 기준으로 분류를 실시했으므로, 조사대상이 된 일반고 출신 일반전형 합격자는 20명 남짓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합격자의 3.6%에 불과한 표본만으로 ‘서울대 합격의 조건’이라는 타이틀을 붙여가며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고교 현장까지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사실 교내상 증가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2011년부터 학생부에 사교육을 유발하는 교외 경시대회나 교외상 수상실적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면서, 교내 경시대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학종이 도입되면서 다방면에서 교내대회가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다방면에서 상을 받는 것은 학생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얻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많은 학생들에게 많은 개수의 상장을 안겨주기 위해 무분별하게 상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된다. 학생부 전반의 신뢰도를 낮추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 입장에서도 수상실적이 많을수록 학교생활 참여도가 높이 평가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학업능력이나 흥미, 교과 연계 등을 찾아볼 수 없는 수상실적은 학종에서 평가 지표로 활용되기도 어렵다.

<학종의 기본은 교과학습활동..비교과는 부가 요소>
학종에서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지표는 ‘교과 학습활동’이다. 일부 사교육업체나 언론이 촉발한 여론몰이는 학종에서 비교과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서울대 입학사정관 활동을 했던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서울대 학종의 평가요소는 기본적으로 교과학습활동”이라며 종로하늘의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교과 성적이 우수하면 우수한 것이지, 거기에 학업 우수상이 더해져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경시대회도 경시대회 준비를 위한 노력을 통해 학업 능력이 성장했는지가 중요하지 단순 수상결과를 중시하지 않는다. ‘학종은 활동이다’라고 말할 때 활동은 교과학습활동을 우선해야 한다. 비교과활동은 매우 부수적인 부분이다. 학종의 취지가 교실수업 개선을 뒷받침하는 데 있음을 염두에 두면 공감이 갈 것이다.”

진 이사는 이어 “학종은 정성 평가를 기본으로 한다. 기본적인 평가요소는 교과지만, 내신 성적 역시 정량평가하지 않는다. 교과활동을 통한 지적 호기심과 비교과 활동에서 연계된 학업 능력 성장, 학교생활에서 개인이 경험하고 노력한 과정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정성평가를 정량 분석을 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학종은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학생부 교과를 중심으로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정량평가의 수능은 물론이고 학생부교과전형 사정관전형과도 성격이 다르다. 수능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수치로 나타나는 결과에 의한 줄 세우기로 학생을 선발했다면 학종은 1,2점의 점수 차이에서 드러나지 않는 학생의 성실성과 노력까지 평가에 고려하겠다는 얘기다. 외부 스펙 기재를 허용해 특기자전형의 성격이 강했던 사정관제와도 차이를 지닌다. 학생들의 학업 능력 신장을 위한 활동이 학교 안에서 진행되기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권오현 서울대 전 입학본부장은 학종의 도입을 통해 “학생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보여주기 식의 활동이 아닌 학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부, 인성을 길러주는 모둠 활동을 경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간혹 특정 재능과 경력이 있어야지만 합격할 수 있다고 오해하거나, 재학생수가 적은 학교의 학생은 내신 성적 등급 점수가 높게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서울대에 지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서울대의 학종 평가 방식은 학교 안에서 돋보이는 성취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노력한 학생이라면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학교 안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하기 바란다. 학교는 학생들이 학교 교육 안에서 깊이 있는 지적 훈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 학교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시라.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보다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재능과 적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업과 과제를 충분히 제공해 주시기 바란다. 학생들이 학내 활동 안에서 인성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학업 외 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해왔다.

<대학이 실시하는 ‘고교연계프로그램’ 통해 시행착오 줄일 수 있어>
학종은 2013학년 서울대가 처음 도입했다. 현재 치르고 있는 2017 대입을 포함하더라도 겨우 다섯 번째 시행이다. 학종은 수능교육 중심의 학교교육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교육 의존 비율이 높았던 학생들을 학교교육으로 재흡수하고 학생 참여 위주의 수업으로 수업시간의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학생들 역시 교과 수업 외에 적성과 흥미에 따른 동아리활동 등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이번 교내상 논란처럼 일반고를 중심으로 교내대회와 상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일부 학생들 역시 ‘학생부를 채워야한다’는 의무감에 억지로 많은 활동에 참여,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학종에 대한 현장의 이해가 갖춰진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서울대는 물론이고 학종을 실시하는 대다수의 대학에서 고교연계프로그램을 실시, 전국의 고교 교사와 학부모에게 학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서울대는 학종이해를 위한 교사 직무연수뿐 아니라 고교-대학연계 ‘샤 교육포럼’을 실시해 학교 교육 활성화에 대한 방안과 모델을 제시한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역시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학종에 대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 상위대학 외에도 학종을 실시하는 거의 모든 대학이 고교 현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학종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오해들을 체제 내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 없이 무작정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데 있다. 수시가 확대되면서 입지가 줄어든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언론은 끊임없이 학종을 흠집 내고 정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교내상 논란에도 일각에서는 ‘학종에서 교내상을 반영 하지 말자’는 주장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내상이 남발되는 문제는 학교 현장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일부 고교를 중심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학종 전반의 문제로 확대하고, 교내상을 평가 지표에서 제외하자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수능에서 출제오류가 났다고 해서 수능을 폐지하자는 주장이나, 학종에서 결국 비교과 반영 없이 교과 성적만으로 평가하자는 주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