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교육여건 개선부터'..기숙사수용율 교육비 최저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등 학생들이 나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포퓰리즘을 저지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한 SNS 방송에서 서울시립대 등록금 전액면제 방침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7일 본인의 SNS에 "서울시립대 무상교육을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게시, 등록금 전액면제 추진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의 발언은 언론에서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정작 시립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박 시장의 대선 행보에 학내 산적한 문제들은 외면됐기 때문이다. 

시립대 총학생회는 20일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박원순 시장의 전액장학등록금 관련 보고'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내용은 박 시장이 당초 내세운 등록금 전액감면을 당장 2017년부터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며 시립대 구성원들과의 소통시간을 통해 정책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2017년 대선을 겨냥한 박 시장의 행보를 감안하면 등록금 전액감면은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등록금 전액감면 정책은 시립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서울시립대 구성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구성원들의 반발은 이미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등록금 부담은 줄었지만 교육 여건도 함께 악화됐기 때문이다. 낮은 기숙사 수용률과 부족한 교육비, 시설 노후화 등 교육의 질이 악화된 원인으로 반값등록금으로 인한 대학의 재정감소가 지적되고 있다. 서울시립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서울시립대가 단지 '등록금 싼 학교'가 아닌 발전가능성이 높고 내실이 튼튼한 학교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 무상등록금 발언은 정작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서울시립대 구성원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구성원들의 반발은 이미 반값등록금 시행으로 등록금 부담은 줄었지만 교육 여건도 함께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시립대 학생들이 저지한 포퓰리즘>
박 시장의 대권 행보가 서울시립대 학생들에 의해 저지됐다. 무상등록금 정책의 수혜대상인 서울시립대 구성원들에게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반값등록금의 연장선상으로 등록금 감면 추진의사를 내비쳤으나, 등록금 감면 대신 대학 교육역량 강화를 주장한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의지를 굽힌 것이다. 시립대 총학생회 측은 대학 내부문제 개선이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숙사 수용률과 교육비 투자가 타 대학에 비해 뒤쳐지고, 도서관과 실험실 등의 시설이 낙후된 상황은 외면한 채, 등록금 감면에만 정책방향이 매몰되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부재한 일방적 정책 꺼내들기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시립대 총학생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립대 내부현안과 운영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박 시장 측으로부터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취소 통보를 받아야 했다고 6일 전했다. 무상등록금에 대한 시립대 구성원들의 반대의견이 터져 나오자 서울시는 20일 총학생회에게 뒤늦게 시립대 구성원들과 소통을 약속했다. 11월 중 박 시장이 대학을 방문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지표 악화..기숙사 수용률, 교육비 최하위>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상위 12개 대학 가운데 시립대 기숙사 수용률은 7.4%로 11위를 기록했다. 1위를 기록한 연세대의 기숙사 수용률 31.2%와는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전체 재학생을 기준으로 하는 수용률 대신, 실질적인 지원자를 기준으로 하는 입사경쟁률은 시립대가 3.4대 1(지원 2670명/수용가능 788명)로 상위 12개 대학 중 가장 높았다. 입사경쟁률 2위인 동국대 1.8대 1(1748명/976명)의 2배 가까운 수치였다.   

시립대는 교육비 투자액에서도 상위 12개 대학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교육비는 학생들의 교육투자에 대학이 지출하는 비용으로, 교육비가 낮다는 말은 학생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립대의 지난해 교육비는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으로 1416억721만원. 서울대 교육비 1조2164억3710만원의 11.6%, 상위 12개 대학 평균 5653억4037만원의 25% 수준이다. 학생 1인당 교육비 항목에서도 시립대는 1161만원을 기록, 서울 상위 12개 대학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개설강좌의 부족과 연구 역량의 저하 문제도 반값등록금 시행 이후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반값등록금 이후 수강 가능한 강의의 수가 줄은 데다, 대규모 강의가 늘어 소규모 인원이 요구되는 실습 과목 등의 강의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립대 통계연보에 따르면 반값등록금 시행 전인 2011년 2학기 전체 강의는 1626개였으나 2014년 2학기에는 1370개까지 줄었다. 지난해 1학기 1555개로 다시 늘어나긴 했으나 학생들은 반값등록금으로 강의 수가 줄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실험대상 전락한 시립대..대권행보 무리수>
박 시장의 시립대 무상등록금 발언은 교육계에서 대권 행보를 위한 이슈 선점과정으로 해석됐다. 국가장학금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가계부담 요인으로 지적되는 대학 등록금을 정치적 의제로 꺼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7일 SNS 게시글에 "청년들과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대학등록금 완전감면의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박 시장의 대권 행보과정에서 시립대가 교육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지난 반값등록금 정책의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차분한 논의과정 없이 등록금 전액감면 방침이 불쑥 제시됐다. 김용석 서울시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시립대와 서울연구원은 '반값등록금 정책 성과평가와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시작된 연구는 연말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적 고려 없이 새로운 정책이 도입된 셈이다. 시립대의 교육지표 악화가 등록금 감면으로 인한 수입감소 때문으로 지적된다는 점에서 무리한 정책추진이 반발을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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