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대학 졸업유예 62% ..'눈높이 문제'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4년제 대학생 절반이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 25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1만2000여명의 4년제 대학 졸업자 가운데 졸업유예를 경험한 비율은 44.9%로 기록됐다. 졸업유예자들이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3학기로 일반졸업자에 비해 2.6학기가 더 소요됐다. 더욱이 상당 수의 대학에서는 졸업유예자에게 의무 수강을 요구하고, 등록금을 받고 있어 학생 개개인에게도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졸업유예 대학생 1만7000여명이 낸 등록금은 35억원에 달했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개인적으로 시간과 비용도 많이 소모되지만 졸업유예자가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졸업유예자의 토익점수, 취업률, 대기업/공공기관 취업률, 월평균 임금 등이 일반졸업자의 평균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채창균 연구위원은 "졸업유예자는 보다 우수한 스펙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취업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펙을 쌓기 위한 졸업유예가 개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스펙을 초월해 능력 중심의 채용을 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하며,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완화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취업을 위해 대학생이 절반 가까이 졸업을 유예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4년제 대학생 절반이 졸업유예 경험..졸업까지 평균 6.5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5일 발행한 '대학 졸업유예의 실태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1만2천여명 가운데 44.9%는 취업을 위해 졸업유예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유예자는 정규학기(보통 8학기, 건축학 10학기, 의학 12학기)를 초과해 졸업한 자 혹은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고시준비, 취업준비 등을 위해 휴학한 경험이 있는 자를 뜻한다. 2007년 47%를 기록했던 졸업유예자 비율은 2009년 54.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11년 52.7%, 2012년 52.1%, 2013년 44.9%로 감소세를 기록중이다.

졸업유예자의 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 격차는 되려 확대되고 있다. 2013년 기준 일반졸업자가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4학기인데 비해 졸업유예자는 졸업까지 13학기가 걸렸다. 졸업유예자가 2.6학기 정도 더 오래 학생 신분을 유지한 것이다. 2011년에는 2.2학기, 2012년에는 2.4학기의 격차를 보였다.

성별로는 남자 졸업유예자 비율이 45.9%로 여자 비율 43.9% 보다 높았다. 남자들이 군입대로 평균 3학기 정도 휴학을 하게 되는 것을 감안하면, 취업을 위한 졸업유예는 여학생들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전공별로는 인문계열이 59.7%로 가장 높았으며, 이후 사회계열 57.2%, 공학계열 43.9%, 자연계열 39.6%이 뒤를 이었다. 교육계열이 22.3%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고, 의학계열이 14.4%로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했다.

졸업유예자 비율은 서울 상위대학 61.6%, 수도권 대학 55.2%, 지방대학 38.7% 순으로 기록됐다. 졸업유예가 전반적인 취업난에서 기인했을뿐만 아니라 대졸자의 눈높이와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부모의 소득 수준과 학력 수준 역시 졸업유예 비율과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유예를 위해 경제적 뒷받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졸업유예자 스펙,취업률,평균 임금..일반졸업자 보다 높아>
졸업유예자는 일반졸업자에 비해 스펙, 취업률, 임금 등이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졸업자 기준 졸업유예자의 토익점수는 평균 786점으로 일반졸업자 평균 보다 66점 높았다. 인턴 경험 비율 역시 11.7%로 일반졸업자 평균인 7.5% 보다 다소 높았다. 반면, 졸업평점은 일반졸업자가 82.5점으로 졸업유예자 평균(81.5점) 보다 높았다.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는 있으나 취업률 역시 졸업유예자가 우위를 보였다. 졸업유예자의 취업률은 73.3%~80.3%였고, 일반졸업자의 취업률은 69.4%~77.4%로 기록됐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괜찮은 일자리' 취업자 비율 역시 졸업유예자가 6.8~10.5%로 일반졸업자 비율(4%~6.1%) 보다 높았다. 월평균 임금 역시 졸업유예자가 206만원~229만원으로 일반졸업자 175만원~200만원 보다 35만원 이상 높게 나타났다.

<졸업유예로 인한 사회적비용 연 2500억..개인적비용 연 35억>
졸업유예자가 취업과 직장생활에서 일반졸업자 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은 맞지만, 졸업유예로 인한 사회적/개인적 비용이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유예자가 졸업을 유예하지 않고 인력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하였을 경우 사회적으로 얻게되는 이익을 계산해 보면, 졸업유예에 따른 사회적비용이 연 25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2391억원이던 사회적비용은 2011년 2500억으로 상승한 뒤 매년 2500억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적인 비용 역시 만만찮다. 안민석(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5 대학별 졸업유예현황'에 따르면 2015년 졸업을 유예한 대학생은 1만7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70개 대학은 졸업유예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수업을 수강하게 하고 등록금을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대의 경우 학칙에 따라 졸업요건을 충족한 경우라도 졸업연기를 신청하게 되면 학기당 1학점 이상을 수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소 학기당 50만원의 등록금이 발생한다. 2015년 졸업유예자가 낸 등록금은 35억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졸업을 유예하는 것은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을 초래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이 스펙 보다 능력 중심의 채용을 유도하고,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완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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