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금, 불투명한 산정근거와 사용처로 비판대상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1만 여명의 대학생들이 입학금 반환 소송에 나선다. 12개 대학 총학생회 등이 참여하는 '입학금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대학생/학부모/시민사회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8일 대학생 서명을 국회 교문위 유성엽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국회 앞에서 입학금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연 직후였다. 공동행동은 지난 9월부터 입학금 반환소송 원고인단 모집과 함께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는 대학생 서명을 받은 바 있다. 공동행동은 이달 말 입학금 반환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대학생들이 입학금 반환 운동을 추진한 이유는 불명확한 근거와 사용처에 있다. 입학금은 신입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비용이다. 납부하지 않으면 입학이 취소되는 데다 신입생들은 대학 입학에 대한 기대감으로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입학금을 납부해왔다. 대학들은 매년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입학금을 징수하면서도 정작 산출기준이나 사용내역은 불투명해 비판이 제기돼 왔다.

▲ 12개 대학 총학생회 등이 참여하는 '입학금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대학생/학부모/시민사회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8일 대학생 서명을 국회 교문위 유성엽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사진=공동행동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쳐

<입학금 폐지서명 국회 전달..25일 서울중앙지법 소장 제출>
대학생과 학부모 단체가 입학금을 폐지하라는 서명을 국회에 전달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9월부터 고려대 경희대 건국대 등 6개 대학 7565명의 서명을 받아 교문위 유성엽 위원장에게 18일 전달했다. 공동행동은 입학금이 산정근거가 불분명하고 사용내역도 파악되지 않는 점을 들어 대학들의 입학금 징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입학금 반환을 위한 법정 소송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행동 측은 정신적 손해배상의 반환금액 10만원과 실제 납부한 입학금 10만원을 포함, 20만을 청구하겠다고 전했다. 이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사안의 특성상 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소송의 경우 2010년 소송 제기 이후 대법원의 적법 판결을 받기까지 5년이 걸린 바 있다. 기성회비 역시 입학금과 마찬가지로 법적근거와 산정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됐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재 기성회비는 등록금과 통합돼 징수된다.

<천차만별 입학금..고대 103만4000원, 경남과기대 2만원>
입학금은 대학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전재수 의원(더민주)이 지난 9월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최근 3개년 대학별 입학금 현황'에 따르면, 4년제 국공립/사립대학 201개교 가운데 경남과기대와 고려대의 입학금은 500배 이상 차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는 올해 103만4000원의 입학금을 징수해 4년제 대학 중 가장 높은 입학금을 기록했다. 4년제 대학 중 100만원 이상의 입학금을 받는 유일한 대학이었다. 이어 한국외대가 998만원, 홍익대 996만원, 인하대 992만원, 세종대 990만원, 연세대 985만원, 중앙대 980만원, 한양대 977만원, 동국대 973만9000원, 서강대 969만원 순이었다. 입학금 상위 10개 대학의 평균 금액은 989만13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남과기대는 2만원의 입학금을 징수해 입학금을 받는 4년제 대학(방통대/사이버대 제외) 중 가장 낮은 입학금을 기록했다. 100만원 이상의 입학금을 징수한 고려대와는 501.7배의 차이를 보였다. 경남과기대에 이어 서울과기대 2만2000원, 한밭대 한경대 2만3000원, 목포해양대 3만8000원 순으로 입학금이 낮았다.

<불명확한 징수 목적과 산정근거>
불명확한 입학금의 징수 목적과 산정 근거가 대학마다 입학금이 크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지적된다. 입학금은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합의과정을 거치고, 정부제한을 직접적으로 받는 등록금과 달리 대학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어 대학마다 서로 다른 입학금 액수를 산정한다는 것이다.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4조 4항은 '입학금은 학생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입학금이 어떤 용도로 사용돼야 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 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학측에서는 입학금 산정기준을 공개하지 않거나 별도의 기준을 운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전국 34개 대학 입학금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 결과 6개 대학이 아예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나머지 28개 대학도 명확한 입학금 산정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마찬가지였다. 2개 대학은 산정기준을 비공개했고, 26개 대학은 등록금 외 별도의 입학금 산정기준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들은 입학금 산정 근거를 따로 제시하지 않는 이유로 등심위를 들었다. 입학금은 등록금 중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입학금이 등심위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입학금 사용처..예산총계주의 요인>
징수한 입학금에 대해 세부지출내역을 별도로 관리한 대학은 참여연대가 조사한 34개 대학 중 6개 대학에 불과했다. 나머지 28개 대학은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거나 세부내역을 작성하지 않았다. 사립대학 가운데는 한신대가 유일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한신대가 지난해 벌어들인 입학금 수익은 정원내 입학자 기준으로 10억924만원이다. 반면, 한신대가 지난해 입학행정 사무결산으로 지출한 금액은 학생증 발급에 177만7000원과 입학식 개최 210만1000원이었다. 입학금 수입 중 입학사무에 들인 비용은 0.4%였다. 나머지 입학금 비용은 일반회계에 산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이 실제 필요보다 과도한 입학금을 징수해 일반재정에 사용한 셈이다.

입학금의 사용처가 깜깜이인 이유로는 대학의 예산총계주의가 원인으로 제시된다. 예산총계주의는 여러 명목으로 발생한 수입을 일부지역 또는 특수목적에 한정해 사용하지 않고 일반경비로 사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재산세 등의 조세수입이 국가 전체의 일반회계로 산입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입학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입학금을 입학사무에 필요한 경비로 인식, 사용목적이 분명하게 정해진 비용으로 보는 점과 차이가 있다.

교육부는 안민석 의원(더민주)에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대학 입학금은 예산총계주의가 적용되고 있다며, 사용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문제제기가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안 의원에 제출한 '대학입학금 제도현황 및 쟁점검토'에 따르면. 교육부는 "입학금은 수업료와 마찬가지로 대학의 역사, 건학이념, 설립주체, 재정여건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어 계량화된 수치로 표현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타 수입금과 함께 예산총계주의에 따라 집행돼 수업료와 함께 대학경영의 주요재원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해명에 대해 입학금은 사용 목적을 지칭해 명명한 비용으로, 교육세나 농어촌특별세와 같이 사용목적이 분명한 예산이라는 반론이 제시됐다. 교육부가 무분별하게 대학의 입장을 옹호해 관리/감독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불합리한 징수관행..교육부 개선 나서야>
입학사무에 필요한 금액 이상으로 책정되는 입학금은 재정부족을 이유로 대학들이 미비한 규정을 악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학생들의 반발이 심하고, 정부의 등록금 완화 정책에 따라 함부로 인상하기 어려운 등록금 대신, 관심이 비교적 덜한 입학금으로 재정수입을 충당했다는 주장이다. 입학금은 신입생들이 한 번만 내는 금액으로 신입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덜한 측면이 있고, 납부한 이후에는 관심대상에서 벗어난 비용으로 인식된다. 

불합리한 입학금 징수관행에 대해 교육부가 나서서 입학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중론이 모아지고 있다.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미 교육부에‘입학금 책정 및 집행의 객관성 제고를 위해 입학금의 징수근거 및 산정/집행의 세부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교육부가 입학금이 입학사무 경비인지, 대학운영비로 쓰는 일종의 잡부금인지 명확히 규정한 이후 무분별한 대학의 징수관행에는 선을 그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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