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업계고 확대에 사회처우 취업질 확보 부터'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직업계고의 취업률은 꾸준히 상승한 반면, 대학 진학률은 하락했다. 교육부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직업반 등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올해 47.2%로 7년 연속 올랐다고 14일 발표했다. 직업계고의 대학 진학률은 취업률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면서 7년 연속 하락했다. 올해 직업계고 대학 진학률은 34.2%로 2009년 73.5%의 절반 이하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진학자를 모수에서 제외하는 대학 취업률과 다르게 진학자를 모수에 포함해 산정한다. 대학 취업률은 취업자를 전체 졸업자에서 진학자와 제외인정자(입대자, 취업불가능자 등)를 감한 수치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대학 취업률 산정방식을 적용하면 직업계고 취업률은 72%까지 늘어난다.

교육부는 정부의 고졸취업 활성화 정책효과를 직업계고 취업률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어려운 취업환경에도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한 선취업/후진학 등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업맞춤반, NSC기반 교육과정 도입,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등 현장성을 갖춘 직업교육이 직업계고 학생들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산업 핵심기술인력이 양성되고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 직업계고의 취업률 상승은 취업의 양적 측면에만 몰두한 결과일 뿐, 질적측면은 오히려 매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업자의 고용보험 가입 비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 DB

직업계고의 취업률 상승은 취업의 양적 측면에만 몰두한 결과일 뿐, 질적측면은 오히려 매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업자의 고용보험 가입 비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률 수치에만 치중한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직업계고 학생의 전공연관성이나 업체건전성이 무시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직업계고의 비율을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고졸 취업 활성화의 본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질적 조건과 사회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직업계고 취업률 7년 연속 상승..교육부 정책효과 자화자찬>
직업계고 취업률이 7년 연속 상승했다. 교육부가 14일 공개한 올해 직업계고 취업률은 지난해 46.6%보다 0.6%p 상승한 47.2%였다. 올해 직업계고 졸업자 11만4225명 가운데 5만3504명이 일자리를 얻는 데 성공했다.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517명이 감소했으나 졸업자가 4030명의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취업률이 상승했다. 교육부는 통상 대학에서 취업률을 산정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올해 직업계고 취업률이 72%로, 지난해 대졸자 취업률보다 높은 수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직업계고 취업률은 최저점을 기록한 2009년 16.7% 이후 매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계고를 기준으로 한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해도 5년 연속 상승세다.

직업계고의 대학진학률은 취업률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올해 직업계고의 취업률은 지난해 36.6%보다 2.4%p 하락한 34.2%였다. 직업계고 졸업자 11만4225명 가운데 3만9054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직업계고의 대학진학자는 2009년부터 매년 감소했다. 직업계고 진학률은 2009년 73.5%에서 2010년 71.1%, 2011년 61.5%, 2012년 50.8%, 2013년 41.6%, 2014년 38.7%로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락세는 지난해와 올해도 이어지면서 직업계고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관심이 진학보다 취업에 집중됐음을 분명히 했다. 과거처럼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와 같은 무조건적 대학진학에서 벗어나 취업을 우선순위에 두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표로 보인다. 

교육부는 직업계고 취업률 상승이 정부가 추진한 고졸취업활성화 정책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어려운 취업환경에도 불구, 정부가 추진한 선취업 후진학, 일학습병행제 등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제시한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 강화',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 등의 정책적 지원과 부처별 재정지원이 유효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취업률이라는 양적 상승과 더불어 고졸취업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설명했다.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기업과 공공기관/공무원 취업인원이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취업자 10명 중 8명 고용보험 미가입..취업의 질 악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하게 직업계고 취업의 질 악화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매년 낮아지는 중소기업 특성화고 취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이 근거로 제시됐다. 김기선 의원(새누리당)이 중소기업청에서 13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특성화고 출신학생의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3년 71.7%, 2014년 64.5%, 지난해 58.8%로 매년 감소했다. 고용보험 가입은 취업한 일자리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다. 1999년 국제노동기구(ILO)는 1999년 좋은 일자리의 조건 중 하나로 고용보험 가입여부를 들기도 했다. 취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비율이 낮아지는 사실은 취업자들이 비정규직, 임시직, 파트타임 등 불안정하고 파편화된 형태로 고용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특성화고 취업률은 2012년 41.5%에서 2013년 56.5%, 2014년 58.4%, 지난해 62.6%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양적 측면의 취업률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취업의 질은 반대로 하락한 것이다.

특성화고 취업의 질적 악화는 양적 확대에 치중한 정부의 보여주기 식 재정지원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고용보헙 가입비율의 꾸준한 하락의 원인으로 중소기업청의 특성화고 지원사업을 지목했다. 중소기업청의 특성화고 지원사업은 학교 한 곳당 지원액이 1억7000만원으로 유사사업인 교육부의 특성화고 취업역량강화사업의 5000만원보다 3배 정도 많아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하다. 중소기업청은 특성화고 지원사원 기준으로 '지난해 기준 취업률 45.5% 이상인 학교'로 일괄 제한한 바 있다. 각 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한편, 현장실습생과 청년취업자들은 근로감독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어도 적극 구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학교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높은취업률을 유지해야 하고, 취업률 유지를 위해 학생들의 근로이탈을 최대한 억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 고교 현장실습생 사용사업장 117곳을 근로/감독한 결과, 임금/수당 미지급 등 금품 위반은 62.4%(73곳), 초과/야간근무 등 근로시간 위반이 28.2%(33곳)에 달하기도 했다.

<실업계고 확대 계획..사회처우와 취업 질 확보부터>
교육부는 산업수요의 미스매치를 막기 위해 현재 전체 고교정원 대비 19% 수준인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 비율을 2022년까지 3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옳해 OECD 평균 고교생 직업비율은 47%, EU 회원국 평균은 48%에 이르는 점과 비교하면 19%의 직업계고는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부는 현재 직업계열이 설치된 일반고를 포함해 직업계고 전환을 희망하는 일반고에 전환을 허용하고, 선호도가 낮은 학과는 인력수요가 많은 분야로 개편하며, 인력공급이 필요한 학과는 학급 증설을 유도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고교구조 개편보다 고졸자의 사회적 처우와 취업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선행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직업계고가 대졸자에 비해 직업전문교육과 이른 취업 측면에서 장점을 갖지만, 알맹이 없는 취업률과 여전히 존재하는 대학진학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문제로 작용한다. 직업계고에 진학한 학생 가운데 일반고로 전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매년 1000명 이상인 데다 계속 증가하는 추세였다. 지난 9월 유성엽 의원(국민의당)이 공개한 '최근 3년간 특성화/마이스터고에서 일반고로 전학간 학생수' 자료에 따르면, 1학년 기준으로 2015년 1549명의 학생이 일반고로 전출했다. 특성화/마이스터고에서 일반고로 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2014년 1174명, 2015년 1549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었다.

기업과 산학협력을 맺고 특화산업 연계 직업교육이 실시되는 마이스터고와 달리, 특성화고와 일반고 직업반은 취업 자체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학교유형별 취업률은 마이스터고 90.3%, 특성화고 47.0%, 일반고 직업반 23.6% 순으로 나타났다. 직업계고 내에서도 고교 유형에 따라 취업률이 크게 다름에도 교육부는 전체적인 취업률 상승만을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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