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특수사정' 대안 등장

[베리타스알파=김민철 기자] 학령인구 절벽, 도심 공동화로 인해 교육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각급 교육청에서 소규모 학교를 살리는 정책이 내놓고 있다. 학령인구감소를 겨냥해 교육부에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각급 교육청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권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와 밀접한 연관과 각종 이해관계를 지닌 학교는 쉽사리 폐지하기 어려운 딜레마가 존재한다. 대다수 학교들이 전체적 인구감소에 밀려 통폐합 수순을 밟는 가운데 전통있고 유서깊거나 지역 특수사정이 인정되는 일부 소규모 학교들은 살리는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 학령인구 절벽, 도심 공동화로 인해 교육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각급 교육청에서 소규모 학교를 살리는 정책이 나왔다. 교육부에서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각급 교육청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권하고 있지만, 학교는 지역사회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각종 이해관계가 얶여있어 쉽사리 폐지하기에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교육청은 학생수 2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대신 ‘서울형 작은 학교’ 정책을 2017학년 1학기부터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서울형 작은 학교’ 정책은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를 목표로 특색 교육과정 운영과 복지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교육청은 연 10억원 규모로 8개 학교에 학교당 평균 1억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하고, 우수교원 배치, 학교역사관 설치, 스쿨버스 지원 등의 지원을 제공키로 했다.

추신 대상교는 전교생이 200명 내외인 교동초, 용암초, 한강초, 본동초, 양남초, 재동초, 개화초, 북한산초 등 8개교다. 유서깊고 전통있는 학교 가운데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학생 수가 줄어든 학교와 도심외곽에 위치한 학교가 주대상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학교로 개교한 서울 종로구 교동초의 경우, 한때 전교생이 5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전교생이 123명에 머물고 있다. 서울청은 교동초와 같이 도심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인근 직장인 자녀들의 전입을 허용하고, 출퇴근 시간에 맞춰 통학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도심외곽인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북한산초는 원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들을 위한 스쿨버스를 지원한다. 이 외에도  △우수 교원 초빙확대 △학생들의 학교 적응력 향상을 위해 전문상담사 배치 △맞춤형 돌봄 지원 강화를 위한 ‘원스톱 에듀케어 지원시스템’ 등의 지원이 예정돼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은 앞서 지방에 위치한 교육청부터 시작됐다. 서울에 비해 농산어촌에 위치한 학교가 많아 상대적으로 더욱 시급한 문제인 까닭이다. 강원교육청의 경우 관련 조례를 만들어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를 적정 규모의 학교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제주도와 제주교육청은 ‘제주도 소재 통학구역마을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원해오던 소규모 학교 지원사업을 60명 이하 학교에서 100명 이하나 6개 학급이하의 초/중학교로 확대를 결정한 바 있다. 농산어촌이 밀집한 경북교육청의 경우 8년 째 작은학교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교육청도 도세의 1%이상을 작은학교 교육지원에 사용하도록 한 조례를 만들어 전남도회의에 제출한 상태다. 반면, 경기교육청은 소규모학교 통폐합하는 전담조직 신설하고 관련 절차 마련에 들어갔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요인은 학령인구 절벽 때문.. 신도시 초등학교 신설 주장도 만만치 않아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학생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초등학교 2645개교, 중학교 1166개교, 고교 401개교 등 총 4212개교 인 것으로 조사돼 주로 초/중학교에서 소규모 학교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 수는 더욱 가파르게 줄고 있다. 초중고교 학생 수는 지난 2000년 795만명에서 2016년 589만명, 2025년 52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적정규모의 학교를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은 확보된 셈이다.  규모별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학생 수가 작은 소규모학교의 경우, 여러 학년이 함께 수업을 듣는 복식학급으로 구성되거나 순회교사 배치로 인해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이뤄지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일정 규모의 학교를 유지하도록 일선 교육청에 권고하고 있다. 교육부는 면도서 벽지는 60명 이하, 읍지역은 초등 120명 이하, 중등 180명 이하, 도시지역은 초등 240명 이하, 중등 300명 이하 규모의 학교를 통폐합해 적정 규모의 인원을 유지하도록 일선 교육청에 관련 지침을 내렸다. 지침과 함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일선 교육청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교육부는 올해 중순 경 ‘적정규모 학교 육성강화 및 폐교 활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소규모학교를 통합하는 시도교육청에 최대 60명 이하의 학교를 폐지하면 40억원을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와 소규모학교를 운영하는 영세사학의 원활한 해산을 돕기 위한 관련법 개정방안을 내놨다.

반면, 일부 지역의 과밀학급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된다. 오영훈(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0년 학급당 학생수 변동 추이에 따른 지자체 현황’에 따르면,  서울은 25개 자치구 중 20곳에서 초등학생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최근 밝혔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초등학교 학급당 평균 학생수가 2017년 27.6명에서 2020년 29.7명으로 2.1명이 늘어나고, 강남구의 경우 같은 기간 27.3명에서 28.4명으로 1.1명 더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학령인구 감소가 추세지만, 일부 택지개발 등으로 인한 지역 여건의 변화도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학교 신설과 통폐합 중 더 까다로운 문제를 굳이 고르자면 후자가 더욱 힘들다. 학교 인근 상인부터 동문, 재학생들까지 각종 이해관계의 집합체가 바로 학교이기 때문이다”며 “초중고 뿐만 아니라 대학교 정원감축도 큰 틀에서 보면 같은 논리가 작용한다. 이해관계가 엮여 있지만 결국 학령인구 감소라는 대명제가 달라지지 않을 경우 통폐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학교문제는 수요과 공급의 원활히 적용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성장하는 지역은 관련 기반 시설 중 하나인 학교 신설을 필요로 하고, 성장을 멈춘 학교는 통폐합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정책 추진은 이해가 엮이면서 되돌리기 어려운 속성을 지녀 ‘신설 폐지 딜레마’의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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