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 '과도한 사교육유발'..'부처간 엇박자'

[베리타스알파=김민철 기자] 2018학년부터 본격화되는 SW특기자전형에 대해 시민단체가 문제제기에 나섰다. 미래부 사업인 SW중심대학사업에 선정된 대학을 중심으로 도입된 SW특기자전형이 일부 대학의 경우, 각종 경진대회와 올림피아드 입상실적 등을 요구해 일선학교에서 대비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SW특기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베리타스알파>도 SW특기자전형 도입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클릭▶ ‘SW특기자 2018 본격화.. 14개교 421명 체제’, ‘2018‘SW특기자’ 도입, 특기자 부활의 신호탄?’ 기사참고)

논란의 단초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제공했다. 미래부는 SW산업을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지정하면서 관련 분야 인력을 대폭 확보하기 위해 SW중심대학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미래부가 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엇박자 행보를 보인 것이다. 그간 교육부는 고교정상화 사업 등 각종 정부재정지원 사업을 앞세워 꾸준히 특기자전형 축소를 유도해 왔다. 대학들이 요구하는 특기자전형 자격이 일반적인 고교 현행 교과과정에서 소화하기 벅차다는 이유에서다. 미래부는 SW중심대학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에게 특기자전형 신설을 요건으로 거는 등 특기자 확대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면서 두 부처 사이의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이후 절충과정을 거쳐 SW특기자를 추진해온 미래부와 고교정상화사업을 추진하는 교육부는 예외적 인정이라는 접점에 도달했다. SW특기자라는 명칭은 그대로 두되 특기자전형을 실시하는 대학별 전형방식은 특기자전형 일변도에서 학생부종합전형, 특기자전형, 실기전형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한 것이다. 사교육걱정의 지적은 SW특기자를 선발하는 대학 가운데 특기자전형을 실시하거나 각종 수상실적을 요구하는 대학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진다.

▲ 2018학년부터 본격화되는 SW특기자전형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문제제기에 나섰다. SW특기자전형이 일부 대학의 경우, 각종 경진대회와 올림피아드 입상실적 등을 요구해 일선학교에서 대비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교육걱정 ‘SW특기자전형, 철회해야’ VS SW중심대학협의회 ‘미래인재 육성 우선’>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은 11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대입 부담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SW특기자전형 신설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을 요지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교육걱정은 SW특기자전형 신설이 정부의 대입간소화 정책에 반하는 결정으로 학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SW특기자전형이 사교육을 통해 대비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현재 SW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고교가 121개교에 불과하고, 특기자전형에서 요구하는 지원자격 등이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SW를 배울 수 있는 정보 과목이 일반 선택으로 고1에게 도입되는 시기가 2018학년임을 감안해 현행 교과과정 내에서 이수한 학생들이 배출되는 시기에 대한 고려없이 정부가 무리하게 2018학년 대입전형부터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SW특기자전형이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할 수 밖에 없고, 이미 사교육업계에선 상품 홍보를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유아 대상 코딩학원까지 출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2018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서 SW 특기자전형 운영계획을 밝힌 9개 대학 가운데 3개교가 지원자에게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외부 활동자료 제출을 가능하게 한 대학은 5개교, 관련 분야 실기고사를 치르는 대학은 1개교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반면, SW중심대학에 선정된 대학들의 입장은 다르다. SW중심대학협의회측은 사교육걱정의 주장에 대해 “특기자전형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절차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현행 교과과정이 개선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다는 입장이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SW기반의 신산업이 부각되며 SW인재 양성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SW필수교육을 통해 SW인재가 양성될 때를 기다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특기자전형은 개발역량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절차“라며 ”단순히 코딩기술을 익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선발하기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SW에 대한 학생들의 재능과 열정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방식과 기준을 마련하고 초중등 SW필수교육 준비와 이행과정에서 각급학교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의 불씨는 미래부 주도.. 교육부의 간소화정책 충돌, 절충점 도달>
미래부는 애초 명칭과 마찬가지로 SW특기자를 특기자전형으로 요구했지만 교육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특기자전형을 축소해온 교육부의 고교교육정상화 기조 때문이다. 미래부는 당초 학교당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SW중심대학 사업 성공을 위해 특기자로 우수인재를 선발해야 한다는 방침을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교육부가 제동을 건 셈이 됐다. 고교교육정상화사업 평가에서 SW특기자전형를 특기자전형 감점의 예외로 인정하는 절충안을 고민했지만 결국 SW특기자는 특기자전형과 학종, 논술 등 타 전형과 병행으로 결론이 났다.

SW특기자 확대가 곧바로 특기자전형 확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SW특기자는 특기자전형 말고도 학생부종합 혹은 논술로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SW중심대학에 선정된 대학들이 내놓은 2018 전형유형은 특기자전형 9개, 학종 5개로 나타나 특기자전형으로 중심축이 확연히 기울어진 상태. 교육부가 공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축소를 권장해온 특기자전형이 다시금 부활하는 모양새를 갖춰가는 셈이다.

당시 SW특기자 선발의 근거가 된 SW중심대학 사업 공모 당시 SW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전형으로 특기자전형을 예시로 들었던 미래부와 고교정상화사업을 통해 그 동안 억제해온 특기자전형에 대한 스탠스를 명분으로 맞서던 교육부는 서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미래부는 꼭 특기자전형만으로 선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교육부는 기존 전형을 활용하거나 특기자전형 선발규모가 큰 폭이 아니면 고교정상화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톤을 낮췄다. 우여곡절 끝에 실시되는 SW특기자 선발은 올해 35명 도입을 시작으로 2018학년 421명, 2019년 438명으로 확대기조를 유지한다.

올해 추가로 선정된 6개 대학을 포함해 SW중심대학 14개 대학 가운데 9개 대학이 특정 SW경진대회 입상자나 정보올림피아드 대회 입상실적 등을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은 교내외 수상실적 등은 엄격히 평가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 특기자전형은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은 교내외 실적까지 함께 반영하거나 지원자격에 특정 실적을 요구해 자격요건이 되지 않은 경우 지원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한다. 일부 대학들은 대학자체에서 주관한 대회의 입상실적, 영재교육원 출신을 우대할 계획이라고 표기한 경우도 있었다. 2018학년부터 도입예정이지만 사교육걱정의 문제제기처럼 사교육업체가 유아대상 코딩학원을 운영하거나 돈냄새를 맡은 일부 사교육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사교육활성화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SW중심대학사업이란?>
미래부가 추진하고 있는 SW중심대학사업은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체계와 커리큘럼으로 기업이 원하는 SW전문인력과 융합인재를 육성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대학들은 SW 관련학과를 개편/확대하고 SW전공자 정원을 확장한다. 신입생 모집단위에 SW특기자전형을 신설하고, 의무적으로 모든 비전공자에 대해 SW기초교육을 실시한다. 실무경험을 갖춘 산업계 전문가의 교육참여도 확대되고, 학과/대학 신설 및 기존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학년당 100명 이상의 규모를 갖춰야 한다. 대신 선정 대학에는 최장 6년 간, 연 평균 20억원 규모의 지원이 이뤄진다.

지난해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경북대 충남대 세종대 아주대 가천대 등 8개 대학이 SW 중심대학에 선정됐다. 올해는 KAIST 한양대 동국대 국민대 부산대 서울여대 등 6개 대학이 추가 선정됐다. 대학들은 SW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물류/금융 등 지역산업과 SW를 연계한 전공을 개설하거나 바이오/스마트자동차 등 첨단산업을 융복합한 전공 등을 신설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