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최측근의 비리 구속에 대해 뒤늦게 사후약방문에 나섰지만, 진정성 없는, 도식적 접근으로 빈축을 샀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28일 일어난 전 비서실장의 구속과 관련해 4일 사과문을 배포, “깊은 유감과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구속사실에 비춰볼 때 뇌물수수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평가받아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아직 혐의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속단하기에도 이르다”는 사족을 붙여 사과자체의 진정성없다는 반응이 일고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청렴도 ‘꼴찌’를 기록한 데 이어 최측근의 비리가 발생하는 등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철저하고 지속적인 내부점검’, ‘자체적인 진상파악’ 등 뜬구름잡기 식 해법만 제시하고 말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최측근인 전 비서실장의 뇌물수수 체포/구속과 관련 사과문을 배포했지만, 곳곳이 변명으로 점철돼있는 모습을 보여 사과의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mo

서울교육청은 4일 ‘비서실장 구속 사태에 대한 서울특별시교육감의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 최근 발생한 뇌물수수 사건 진화에 나섰다. 최근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최측근인 조현우 전 비서실장은 재임기간 중 교육청의 관련 사업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28일 검찰에 전격 체포/구속됐다. 검찰은 조 전 비서실장이 관내 학교 2개교의 시설 공사와 관련해 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브로커 정씨에게 5000만원의 금품을 건네 받았다는 증언을 최근 정씨로부터 확보한 상태다. 조 전 비서실장은 “돈을 빌린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의 수장인 조희연 교육감은 사과문을 통해 “최근 저의 비서실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서울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깊은 유감과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갑작스레 이런 일이 발생해 심히 당혹스럽다. 청렴한 교육행정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며 서울시민들에게 신뢰를 드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일해 왔습니다만, 본의 아니게 저의 주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서울교육가족과 시민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거듭 사과했다. 

조 교육감의 사과문은 곳곳이 사족으로 점철돼 있어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조 교육감이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만”이라며 현재 조 전 비서실장이 받고 있는 혐의가 사실이 아니라는 듯한 말투를 내비친 데 이어 “아직 혐의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속단하기에도 이르다. 이후 검찰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사과인지 변명인지 알기 힘든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르면, 조 전 비서실장은 아직 피의자일 뿐 범죄자가 아니다. 법원의 판결에 의해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에 불구속 수사가 원칙임에도 예외에 해당하는 구속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불필요한 단어들을 선택했어야 하는지 아쉽다. 현재 조 교육감의 태도는 진정성 있는 사과라기보다는 변명하기 급급한 모습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청렴도 ‘꼴찌’를 기록했던 데 이어 최측근의 비리사실까지 터져 나오며 서울교육청의 모럴 해저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뜬구름잡기에 불과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조 교육감이 “이번 일을 교육청의 청렴도를 실질적으로 높이고 신뢰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겠다”며, “철저하고 지속적인 내부점검을 통해 부적절한 관행을 근절해 나가겠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자체적인 진상 파악을 포함해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분야에 대한 내부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사과문을 통해 밝혔지만, 두루뭉술한 표현들에 그쳤을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청렴’, ‘클린 서울교육’ 등을 주장하던 조 교육감의 최측근 인사마저 비리에 휩싸인 상황에서 땅에 떨어진 서울교육청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특별감사 등 강도 높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 업계 전문가는 “조 교육감이 취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청렴을 강조해왔지만, 오히려 최측근인 전 비서실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터져 나오며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수장의 최측근부터 뇌물을 받는 조직이 건강하게 운영됐으리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 겉으로 드러난 사례가 한 건에 불과한 것일 뿐 내부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교육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수장이 ‘변명’을 섞어가며 사과문을 발표한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을리는 만무하다. 사과문에는 오롯이 사과만 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충고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사과문 전문> 

최근 저의 비서실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서울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으로서 깊은 유감과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저를 믿고 서울교육의 혁신의 길에 함께 하고 계신 서울교육가족과 서울시민들께 죄송스런 마음 금할 수 없으며,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육감인 저로서도 갑작스럽게 이런 일이 발생하여 심히 당혹스럽습니다.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만, 어찌되었든 교육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서실장이 그러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 자체가 전적으로 저의 부덕의 소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청렴한 교육행정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며 서울시민들에게 신뢰를 드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일해 왔습니다만, 본의 아니게 저의 주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여 서울교육가족과 시민들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아직 혐의와 관련하여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속단하기에도 이릅니다. 이후 검찰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담담하게 추이를 지켜보면서, 다만 이번 일로 교육행정에 동요와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기강을 다잡고 성실하게 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일을, 교육청의 청렴도를 실질적으로 높이고, 신뢰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겠습니다. 마침 ‘김영란법’을 계기로 사회 문화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만큼, 철저하고 지속적인 내부 점검을 통해서 혹여 아직 남아 있을 수 있는 부적절한 관행을 근절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자체적인 진상 파악을 포함하여,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분야에 대한 내부 점검을 강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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