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수열과 급수, 확률변수 기댓값, 분산의 성질 등 활용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2017 논술의 개막을 알리며 1일과 2일 양일간 치러진 건국대 논술 가운데 상경계열 수험생들이 치르는 인문사회Ⅱ는 2일 함께 실시된 인문사회Ⅰ과 같은 주제의 인문논술문항에 수리논술문항이 곁들여진 게 특징이다. 수리논술은 기본수열과 급수, 확률변수의 기댓값, 분산의 성질 등 수학적 기초지식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문항들이다. 

상경계열 인문계 대상인 인문사회Ⅱ는 인문문항 1개와 수리문항 3개가 나왔다. 인문문항은 인문사회Ⅰ의 문항1과 동일하게 출제됐다. 수험생에 관건이 되는 문항2는 수리문항으로 2-1, 2-2, 2-3 형식으로 출제됐다.

<인문문항>
문항1은 제시문 2개를 통해 풀도록 했다. (가)는 EBS 수능특강 '독서'에서 발췌한 제시문, (나)는 고등학교 '한국지리' 교과서에서 발췌한 도표다. 문항은 (가)에 제시된 장소의 개념을 바탕으로 (나)의 도표를 설명하라는 것으로, 인문사회Ⅰ의 논제1과 동일하다. 401~600자 분량으로 배점 40점인 것도 인문사회Ⅰ의 논제1과 동일하다.

2017 건국대 인문사회계열 논술 출제진은 "논제1은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표의 내용을 분석하는 문제"라며 "전체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에 충실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뒷받침하고자 했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던 수험생이라면 좋은 답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로 분야와 성격을 달리하는 다양한 제시문을 통합적으로 다루도록 하고, 이면적 요소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하도록 함으로써 우수학생 전형에 필요한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출제의도를 밝혔다.

"인문학적 개념을 사회 현상에 적용하여 도표를 분석하게 함으로써 이 문제는 사회 정책의 결정과 실행에 있어서도 인문학적 통찰과 사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며 "통합적인 사고와 개념을 구체적인 상황 분석에 적용하는 분석력, 이를 종합하여 설득력 있는 의견을 논할 수 있는 논증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문제를 구성했다. 2017학년 건국대 논술고사는 교과서를 통해 학습한 지식을 바탕으로 통합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대상에 적용하는 지식의 활용 능력, 환경 및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는 건국대가 필요로 하고 또 미래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논제1을 풀기 위해선 (가)에 제시된 장소의 개념을 우선 파악해야 한다. (가)는 EBS 수능특강 '독서'에서 발췌했다.

(가) 최근 들어 어떤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인본주의 지리학이 등장하면서 ‘장소(場所, place)’ 개념이 새롭게 부상했다. 이때 장소란 인간이 정서적인 끈을 형성하며 가치를 부여하는 공간이다. 특정 장소는 다른 곳과 구별되게 만드는 특성인 장소성(場所性)을 지니고 있는데, 장소성이 있는 장소에 대해 사람이 지니는 정서적 유대를 장소애(場所愛)라고 한다.
인본주의 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는 장소를 인간이 공동체로서 뿌리를 내리고 그곳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세계와 관계를 맺는 인간 실존의 근원적 중심으로 보았다. 그는 서울, 뉴욕과 같은 구체적인 장소보다 집, 고향과 같은 보편적인 장소에 관심을 가졌으며, 그중 집을 가장 진정한 장소로 여겼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가족 관계를 통해 나의 집과 남의 집을 구별하는 것처럼 장소의 본질은 내적 경험에 있고, 따라서 장소의 의미는 장소를 경험하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렐프는 장소와 장소를 경험하는 주체인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긍정적 유대감인 ‘장소의 정체성’에 주목했다.
그는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진정성을 경험하는 장소가 점점 훼손되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장소 상실 현상을 ‘무장소성’이라 명명하며, 장소들이 획일화되어 가는 것과 상품화된 가짜 장소가 등장하는 것을 대표적인 현상으로 들었다. 자본주의의 발달과 세계화로 인해 비슷한 생활 방식을 보이는 여러 국가의 도시들과 순수하게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디즈니랜드 같은 곳은 무장소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가)는 인본주의 지리학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부상한 '장소'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본주의 지리학에서 강조하는 장소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과 정서적 유대감의 근원이 되는 공간을 지칭한다. 이 장소는 다른 곳과 구별되는 특성인 '장소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장소성을 지닌 장소에 대해 인간이 경험하는 정서적 유대감을 '장소애' 혹은 '장소의 정체성'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서울 뉴욕과 같은 구체적인 장소보다 '집'이라는 보편적인 장소를 통해 장소애를 경험한다.

(가)는 현대 사회로 들어서면서 인간이 장소애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이런 장소 상실 현상을 '무장소성'으로 정의한다. (가)에서 무장소성은 장소의 '획일화'와 '상품화된 가짜 장소'의 등장과 같은 현상으로 특징하ㅗ될 수 있는다. 예를 들면 디즈니랜드와 같은 장소가 무장소성을 보여준다.

수험생은 이러한 장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의 뉴타운 사업으로 대표되는 도시 재개발에 대한 주민의 기대를 분석해야 한다.

(나) 다음 도표는 뉴타운 사업에 대한 주민의 기대를 설문 조사한 결과이다. 표 안의 숫자는 응답자가 각 설문 항목에 대하여 기대의 정도(매우 기대, 조금 기대)를 선택한 비율을 나타낸다. 가령 첫 번째 막대의 ‘32.5’는 ‘주택 가치 상승’에 대해 ‘매우 기대’를 선택한 응답자의 비율이다. (2007년 자료)

 
(나)를 통한 장소와 상호작용하며 장소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뉴타운 사업과 같은 도시 재개발 현상을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건국대 논제1은 인문학적 개념을 사회 현상에 적용해 도표를 분석하게 함으로써 사회 정책의 결정과 실행에 있어서도 인문학적 통찰과 사유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가)의 장소의 개념을 바탕으로 (나)의 도표를 분석해보자. 우선 (나)의 도표는 뉴타운 사업으로 대표되는 도시기획에 대한 주민의 기대를 보여준다. 노후주택 개선, 공원녹지 확대 및 문화생활 증진 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가)에 제시된 실존의 근원적 중심으로서의 주거 공간, 즉 쾌적하고 안전하며 휴식과 문화의 향유가 가능한 장소로서의 집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한다. 동시에 공동체 증진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고 '매우 기대' 역시 이 항목에서 가장 낮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민들이 자신의 새로운 주거공간이 될 장소에서 기대하는 것이 그 곳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공동체적 소속감보다는 (가)에 제시된 '장소의 정체성'이 없는 획일적 공간일지라도 쾌적성 편리성 안정성 등이 형상된 공간임을 보여준다. 주택가치의 상승에 대한 비교적 높은 기대감 역시, 자본 가치로서의 집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뉴타운'이라는 신도시는 (가)에서 언급된 장소애의 대상이었던 집이 공동체적 성격이 약화된 몰개성적이고 균질적인 '무장소성'의 공간으로 변화되어 가는 현상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2017 건국대 인문계열 출제진은 "이처럼 (가)에서 제시된 장소성, 장소애(장소 정체성), 무장소성과 같은 장소에 대한 개념들을 적절하게 적용해 (나)의 도표를 잘 설명할 경우 높은 점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가)와의 유기적 연결 없이 (나)의 도표에 제시된 주택 가치 상승, 노후 주택 개선, 공원 녹지 확대, 문화 생활 증진, 공동체 증진 항목에 대한 수치적 해석에만 집중해 설명할 경우, 낮은 점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출제진은 한편 "도시(old town)가 노후화된 주택, 문화적 편의 시설 부족, 열악한 교육환경 등, 여러 면에서 낙후된 측면이 있으나 구성원들 사이에 유대감이나 친밀도의 측면에서는 새로 개발될 뉴타운보다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고, 이것이 (가)에서 말하는 보편적 장소, 상호 작용을 통한 긍정적 유대감의 측면과 연결될 수 있음을 서술한다면 가점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또한 다른 항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기대수준을 보이고는 있지만, 공동체 증진에 대한 기대 역시 67.5%로 나타났으므로, 전반적으로 생활 여건이 향상된 뉴타운에 대해서 새로운 장소애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관점을 피력한 경우에도 일정한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수리문항>
논제2는 수리문항이다. 출제진은 "서술문 형태로 주어진 수학적 개념을 주어진 지문을 정확히 이용하여 엄밀한 수식으로 표현하고 수학적으로 해답을 도출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또한 수학적 해답의 의미를 간결한 문장으로 서술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출제범위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으로 한정했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었을 내용을 중심으로 문제를 고안했다"고 출제의도를 밝혔다.

문항은 3개다.

 
 
 
제시문은 4개다.

 
 
 
 
2-1은 1)시각에 따라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2)균형 가격과 거래량을 시각의 함수로 표현하고 3)문제에서 제공된 균형 가격에 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미지의 상수를 결정하고 4)균형 거래량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출제진은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 '경제'를 학습하지 않은 수험생들을 위해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의 교점에서 균형 가격과 균형 거래량이 결정된다는 원리를 지문을 통해 제시했다"며 "문제를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일차함수의 교점, 3차 이하 다항식에 대한 미분과 최대 최소의 관계 등에 대한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교육과정 학습만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밝혔다.

2-2는 1)주어진 과세 표준에 대한 세금을 계산하고 2)결정한 세금이 확률변수인 점을 고려하여 기댓값을 계산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출제진은 "고등학교 교과과정 중 '경제'를 학습하지 않은 수험생들을 위해 주어진 과세 표준과 세율을 통해 소득 세액을 계산하는 과정과 원리를 지문을 통해 자세하게 제시했다. 또한 이항분포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지문으로 제공하여 문제 풀이에 핵심이 되는 기본적인 수학적 지식을 암기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문제를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기본수열과 급수, 확률변수의 기댓값, 분산의 성질 등에 대한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교육과정 학습만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밝혔다.

2-3은 1)4개 상품의 가치가 원금이하가 되는 경우의 수를 바탕으로 확률을 계산하고 2)이 원리를 36개 상품에 대하여 동일하게 적용한 후 3)이항분포와 정규분포의 관계를 이용하여 확률을 근사적으로 답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출제진은 "이항분포의 정의와 정규분포로의 근사에 대한 개념을 지문으로 제공해 문제 풀이에 핵심이 되는 기본적인 수학적 지식을 암기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문제를 정확히 풀기 위해서는 독립시행과 경우의 수, 일차부등식, 이항분포의 정규분포 근사 등에 대한 수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교육과정 학습만으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전했다.

<올해 첫 논술 건국대, 수능이전 고사실시 수능최저 미적용 논술>
한편 건국대는 6월8일부터 30일까지 2017 모의논술을 실시, 정보제공에 각별히 신경써 왔다. 시험현장을 체험할 수 없는 온라인 시행이었지만, 최대한 많은 응시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덕목으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 논술은 모의논술과 같은 기조를 취했다. 모의논술에서도 상경계열은 수리문항 인문문항 1개에 3개가 출제됐다. 수리문항 2-1은 한 기업이 남성구두와 하이힐을 판매하는데, 두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생산재려는 소가죽과 전력이며 하루에 소비할 수 있는 재료의 양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두 상품을 얼마나 생산해야 기업의 매출이 최고가 되는가 하는 질문이다. (라)에 주어진 수학적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2-1 문제해결을 위해선 두 상품의 하루 생산량을 미지수로 두고, 제한된 재료의 양을 이 미지수에 대한 부등식의 영역을 구성한 뒤 매출액을 이 미지수의 함수로 이해해 부등식의 영역에서 가능한 최대 매출액을 결정해야 한다. 필요한 수학적 지식은 일차함수, 일차함수로 표현된 부등식의 영역, 일차연립 방정식 등이다. 수리문항 2-2는 국가의 GDP 추세를 사용해 경재 성장률의 추세를 파악하는 문제였다. 필요한 수학적 지식은 다항함수의 정적분, 미지의 상수가 포함된 일차 부등식 등이었다. 2-3은 기업의 투자비용, 운영비용, 영업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투자비용을 결정하는 과정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였다.

출제진은 "생략된 과정이 있더라도 채점자가 답안을 근거로 그 과정이 정확히 진행되었음을 확인하면 정답으로 간주한다" "특정 과정의 계산이 틀리면 그 과정은 틀린 과정으로 하지만, 그 과정의 결과를 근거로 이후의 과정이 정확하게 계산되어 있으면 그 이후의 과정은 정답으로 간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응시인원 제한이 없었던 2017 건국대 모의논술은 개별 채점결과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응시자 전원에 모의논술의 출제의도 문제해설 예시답안이 담긴 'KU논술가이드북'을 제공, 큰 호응을 얻었다. 모의논술을 통해 올해 건대 논술을 예상한 수험생들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응할 수 있었던 셈이다.

건국대는 2017 논술전형을 통해 462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논술 경쟁률은 37.63대 1(462명 모집/1만7384명 지원)로 지난해 45.42대 1(484명/2만1983명)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경쟁률에 수능이전 고사실시에도 불구하고 수능최저 미적용의 매력으로 응시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논술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기록, 경쟁률 131대 1이다. 이어 수의예과 101대 1, 문화콘텐츠학과 94대 1, 중어중문학과 89대 1, 국어국문학과 86대 1 순이다. 가장 낮은 경쟁률의 식량자원과학과 역시 14대 1의 높은 경쟁률이다. 이어 과학인재전공 16대 1, 축산식품생명공학과 17대 1, 물리학과 인프라시스템공학과 각 18대 1 순으로 경쟁률이 낮다.

2017 건국대 논술은 지난해에 이어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없이 논술60%+학생부교과20%+학생부비교과20%로 반영해 합격자를 결정한다.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에 대한 부담보다는 논술로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 교과/비교과의 급간별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비교과의 경우 무단결석과 출결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합/불을 가르는 지점은 논술고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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