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통로 법전원 숙제 남아..공정성/실무교육 부족 등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 시험법 부칙 제2조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이하 법전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이내에 변호사시험을 5번만 치르도록 한 변호사시험법 제7조 1항에 대해서도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합헌 결정으로 사법시험 폐지 흐름에 제동을 걸 법적장치는 완전히 사라졌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사법시험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변호사시험법 개정을 통한 보완책 논의는 아직 열려 있으나 사법시험 폐지가 뒤집힐 가능성은 전무한 상태다. 공정성 논란과 사법시험 폐지 유예로 흔들렸던 법전원 체제는 앞으로 더욱 공고해질 예정이다. 사법시험 폐지 반대 측은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돌파구가 무너졌다.

▲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 시험법 부칙 제2조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사시 폐지 ‘합헌’ 판결..충분한 유예기간으로 준비생 권리 보호>
사법시험 폐지가 헌법에 명시된 준비생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사법시험법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 시험법 부칙이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사법시험 폐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위헌판결 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하면서 합헌 판결이 확정됐다. 헌법재판소는 “사법시험 폐지 법률이 제정된 이후 준비생들에게 사법시험이 존치할 것이라는 신뢰이익은 변경 또는 소멸됐고, 법전원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8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며, “청구인들이 법전원에 입학해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경우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법조인이 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사법시험 폐지를 놓고 헌법재판소 내에서 의견이 갈렸다. 다수 의견인 박한철 강일원 이정미 서기석 김이수 재판관은 사법시험이 폐지돼도 법전원 입학통로가 열려 있어 기존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위헌 의견을 제시한 조용호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경제력이 없는 계층의 법조인 진출을 막고 계층간 반목을 심화할 수 있다며 사시 폐지를 위헌으로 봤다.

<2017년 사라지는 사시..법전원체제 유일 법조인 양성 통로 안정성 확보>
사법시험은 예정대로 2017년 사라지게 됐다.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통과된 지 10년 만이다. 사법시험 폐지는 2009년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면서 2017년까지 8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갑작스러운 사법시험 폐지로 혼란을 겪을 사법시험 준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더해 1차 시험 합격자에게 2번의 2차 시험 기회가 주어지는 시험 특성이 고려됐다. 폐지 계획에 따라 사법시험은 2009년부터 점진적으로 선발인원을 감소해 왔다. 사법시험 합격 정원은 2009년까지 1000명 정원을 유지하다 2010년 800명, 2011년 700명, 20112년 500명, 2013년 300명, 2014년 200명에서 지난해 150명, 올해 100명, 2017년 50명으로 계속 감축됐다. 2차 시험은 1차 시험에 합격한 뒤 1년 뒤에 볼 수 있으므로 1차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올해가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사법시험 폐지가 확정되면서 유일한 법조인 양성 통로인 법전원 체제는 안정성을 확보했다. 법전원은 도입 이후 정착과정에서 공정성과 부실 운영 등에서 문제를 보여 사법시험 존치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으나,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향후 안정적 운영에 힘을 싣게 됐다. 문법전원은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3년 과정의 전문대학원으로 2006년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법전원 도입은 사법시험이 법조계의 배타적 독점을 야기하며, 합격하지 못한 수많은 고시 낭인을 양산, 국가 인력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 끝에 추진됐다. 이후 배정평가를 실시해 2009년 총 정원 2000명의 25개 법전원이 개원했다. 가장 많은 정원을 배정받은 곳은 서울대로 150명이며, 경북대 고려대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전남대가 각각 120명 씩을 배정받았다. 이화여대 충남대 한양대 각 100명, 동아대 전북대 각 80명, 영남대 충북대 각 70명이며, 경희대 원광대가 각 60명, 서울시립대 아주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가 각 50명, 강원대 건국대 서강대 제주대가 각각 40명의 정원을 배정받아 운영 중이다.

<올해 고개 든 사시 존치론..법전원 공정성/실무교육 부족 비판>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이 있기까지 사법시험 존치론의 바람은 올해 거세게 불었다. 법전원 에서 비싼 등록금에 따른 계층 대물림 현상과 SKY 독점, 부실운영 등 문제점이 지적된 데 따른 것이다. 법전원 정착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자 사법시험 폐지가 유예되는 등 정부 부처의 엇박자도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부추겼다. 사법시험 폐지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올해 사법시험 존치론은 국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총선에서 당선돼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에서는 사법시험 존치를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사법시험을 유지하면서 법전원과 병행토록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함진규 의원 역시 올해 사법시험 존치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전원의 비싼 등록금은 사시 존치론의 주된 이유가 됐다. 법전원은 일반 대학의 2배 이상의 등록금으로 고소득자들의 신분 세습 통로라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5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5개 사립 법전원의 연 평균 등록금은 1920만원으로 사립대학 법학과 연 평균 등록금 602만원의 약 3.1배에 달했다. 반면, 법전원의 장학금 지금은 초기 도입 이후 감소하고 있었다. 2012년 44.5%이던 사립 법전원의 장학금 지급률은 지난해 40.3%로 4.2%가 낮아졌다. 같은 기간 등록금은 2012년 1845만원에서 지난해 1920만원으로 75만원이 증가했다.

법전원의 학생 선발과정에도 잡음이 일었다. 수험생이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신상을 기재해도 불합격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입학청탁 등 부정한 선발이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였다. 선발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고조되자 교육부는 2014학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법전원 입학전형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실태조사를 통해 지난해 법전원 입시에서 수험생 부모 또는 친인척의 신상이 기재된 자소서는 24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입시요강에서 자소서에 부모/친인척 신상 기재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7개 법전원과 기재금지 고지에도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6개 법전원에 행정조치를 취했다.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의 실무능력 부족 현상도 법전원 도입의 부작용으로 거론됐다.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법전원 도입의 취지와 달리, 법전원에서는 여전히 이론중심으로 교육이 운영됐고, 법조인 출신 교수는 높은 임금 때문에 적은 수만 임용됐다. 기존 사법시험과 연수원 체제에서는 이론과 실무교육이 따로 운용된 점과 달리 법전원은 3년 내에 이론과 실무교육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점에 비판이 제기됐다.

법무부의 느닷없는 사법시험 유예 입장발표는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현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지난해 12월 법무부는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고, 유예기간 동안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80% 이상의 국민들이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했다며 사법시험 폐지 유예의 배경을 전하기도 했다. 법무부의 설명에도 불구, 현장에서는 정부가 8년간의 유예기간까지 두며 추진하는 정책을 스스로 방침을 저버렸다는 반응이 거셌다. 법전원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하루 만에 최종 입장이 아니라며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사법시험 존치 논란 종지부, 부작용 드러낸 법전원 제도는 개선 필요>
유일한 법조인 양성 통로로 위치를 공고히 할 법전원의 문제점 개선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법전원 체제가 사법시험과 양립해온 8년, 정착과정에서 드러난 부작용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 또한 사법시험 페지 합헌 판결에서 “일부 입학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과정 부실 등이 지적된 바 있으나, 지금은 법전원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사법시험 폐지 계획이 분명하게 세워진 만큼, 법전원이 드러낸 문제에 대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기보다 법전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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