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민 포스텍 입학학생처장 (화학공학과 교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연관된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했지만 누구도 정확한 예측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예측도 마찬가지다. 1899년 미국의 특허청장이었던 찰스 두엘은 퇴임식에서 “이제 발명될 만한 것들은 모두 발명됐다”고 주장했다. 1943년 IBM의 회장이었던 토마스 왓슨은 “이 세상은 5대의 컴퓨터면 충분하다”고 예측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1989년에 “어느 누구의 컴퓨터 메모리도 640KB면 충분하다”고 예측했다. 누구보다 당대의 과학기술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었지만 미래는 그들의 예측보다 훨씬 급격하게 변했다.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우리가 미래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미래가 현재와는 다르다”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래를 예측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보다 나은 길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와 산업분야의 미래 예측에서는 세계경제포럼이 주목 받고 있다. 매년 각국의 리더들이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서 글로벌 의제를 토의하는데, 올해의 포럼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18세기 말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이야 익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2차, 3차 산업혁명은 다소 생소한 용어였다. 19세기 말 전기를 동력으로 이룩한 대량생산 혁명이 2차 산업혁명이었고, 20세기 말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시작된 생산자동화와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이 3차 산업혁명이었다. 현재 인류는 융합과 연결을 기반으로 다양성과 신속성이 극대화된 새로운 유형의 4차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제조업 측면의 4차 산업혁명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 기준으로 독일 암베르크에 있는 지멘스 공장에서는 25년 전과 비교하였을 때, 동일한 직원수로 5배 이상 종류의 부품을 8배나 생산하면서도 제품결함은 오히려 50배 감소했다고 한다.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자동화시스템을 이용해 대량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생산된 자동차를 개인적으로 튜닝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희망하는 튜닝까지 생산에 반영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이러한 혁신 없이 단일제품을 대량생산하거나 저가의 인건비로 경쟁하는 기업은 존속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전상민 포스텍 입학학생처장

4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단순히 생산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질병 진료와 법률 상담과 같은 지적 노동력의 대체까지 포함하는 파괴적 변화도 수반한다. 딥마인드 사의 알파고가 4대1로 이세돌을 이긴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인공지능 약사와 인공지능 회계사의 등장도 머지 않았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생산자동화, 공유경제 및 소비자와 생산자 직거래 등으로 2020년까지 200만개의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710만 개의 기존 직업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급격한 사회변화와 함께 인류의 수명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91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25세였지만 2015년에는 82세에 이른다. 타임즈지는 2015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수명이 140세가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최소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급격한 사회변화에 사람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교육이다. 하지만 교육도 사회변화에 대응하여 변화되어야만 한다. 이제는 대학에서 하나의 전공을 공부한 후 일생을 그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POSTECH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패러다임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공계특성화 대학으로서 진학단계부터 지원학과를 결정하는 학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2018학년도부터는 전체 신입생을 단일계열로 모집하기로 했다. 강의실에서만 진행되던 강의 대신 온라인 강의인 MOOC를 활성화하고 이를 전 세계인이 수강하는 Coursera에 등록하기로 했다.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리고 학생들이 기업과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급변하는 사회를 미리 경험하는 SES(Summer Experience in Society)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POSTECH 교육의 변화는 융합과 연결이 필수적인 4차 산업혁명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사회변화에 대응해 대학 교육이 변하는 것과 함께 고교 교육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고교 교육이 대입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대입정책의 변화 없이 고교 교육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선다형 수능을 대비하는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를 키울 수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1등이 모든 것을 독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기회보다는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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