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롱펠로
다정한 어머니가 해 지면
어린아이 손목을 잡고 잠자리로 데리고 갈 때
마루에 가지고 놀던 부서진 장난감들을 두고
마지못해 어린이는 따라 나선다.
그래도 몇 번이고 아쉬워 되돌아보면
어머니는 다른 장난감을 사 주겠다고
약속하고 달래지만 아이들은 이보다 더
좋은 것 있으리라곤 믿지 않는다.
이와 같이 자연은 우리 인간을 다룬다.
우리들 손에서 하나하나 장난감을 빼앗고는
우리들 손목을 잡고 가만히 쉴 곳으로 데려다 준다.
우리는 너무도 졸려서
가고 싶어하는지 머무르고 싶은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줄도 모른다.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장난감입니다. 마음에 드는 장난감만 가지면 하루 종일 혼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게 아이들이니까요. 그런 아이의 손목을 잡고 잠자리로 데려가는 엄마, 장난감을 두고 가기가 아쉬워 되돌아보는 아이, 다른 장난감을 사 주겠다는 엄마의 약속, 비록 부서졌지만 금방 가지고 놀던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있으리라곤 믿지 않는 아이… 장난감과 아이와 엄마가 이뤄내는 그 정경이 생생하게 그려졌으며, 또 깊은 뜻이 느껴집니다.

“부지런한 아이가 고안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사소하고 순박한 물건 속에 종종 아름다운 진리가 들어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는 장난감이라는 학교가 책보다 더 훌륭하게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 되어 준다.” 이것은 곤충학자 파브르가 한 말입니다. 그는 장난감 학교가 책보다 훌륭하다고 했지만, 따지고 보면 책도 공부하는 장난감일 뿐이지요. 상상은 마음으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고요.

다만 가지고 노는 방법이 좀 다를 뿐입니다. 책을 장난감처럼 써서 공부하는 방법만 가르쳐 주면, 엄마의 할 일이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공부해라, 공부해라’고 할 필요가 없을 터입니다. ‘그만 하고 자거라’ 또는 ‘그만 하고 쉬어라’고 손목을 잡아 끌어야 할 거예요. 이렇게 쉴 곳으로 안내하는 자연과 같은 어머니가 가장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1807년~1992년)는 하버드 대학 교수였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국민 시인입니다. /김병규(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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