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탐Ⅱ기피, 아랍어 쏠림..'정책개입 시급'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 수능에서도 재수생/반수생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2017 수능 원서접수 결과 지난해 대비 전체 접수인원은 축소 양상이었지만, 재수생을 비롯한 졸업생 비중은 도리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1일 발표한 수능 원서접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원서 접수 인원은 60만5988명, 그 중 졸업생은 13만5120명으로 22.3%를 차지했다. 지난해 13만 6090명 대비 인원은 소폭 줄었으나, 전체 접수인원이 줄어든 것에 비해 적은 감소 폭을 유지하면서 비중이 늘어났다.
 
업계에선 졸업생 증가는 최근 불고 있는 의대 열풍과 쉬운 수능출제기조가 맞물린 현상으로 해석했다. 올해 의대 학부입시 정원이 180여 명 늘어난 배경이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쉬운 수능 때문에 다시금 수능에 재도전하기 쉬워진 데다 좋은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마저 높아졌기 때문에 의대진학을 노리는 수험생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진단이다. 통상 이과생들이 응시하는 수리(가)형 비중이 지난 3년간 27%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33%대로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자연계열 수험생이 늘어난 가장 합당한 이유로 풀이된다. 물론 극심해져 가는 취업난 때문에 이공계열 모집단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과 정부가 프라임사업을 실시하는 등 이공계열에 무게를 둔 정책운영을 하는 것도 자연계열 재수생들 나아가 반수생들을 유인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비중이 확대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거꾸로 축소 양상을 보이는 과탐Ⅱ과목에 대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과정의 일부로 자리잡아 있음에도 대입에서의 활용도가 낮아 수험생들이 외면하는 처지에 놓인 Ⅱ과목들에 대한 정부시책이 필요하다는 데 현장은 한 목소리를 냈다. 이공계열 정원 확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대학에 가서 제대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고교에서 배양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만 과탐Ⅱ를 의무화하는 상황에서 의대들과 상위권대학들마저 과탐Ⅱ를 외면, 사실상 Ⅱ과목이 고사 직전에 놓여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지금이라도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과탐Ⅱ과목에 대한 가산점 제도 혹은 입시에서의 반영 의무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행 대입구조대로라면, Ⅱ과목 선택이 마치 불이익처럼 수험생들에게 비춰지고 있기 때문에 기피현상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아랍어 쏠림현상의 강화다. 인문계 수험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로또’로 불리는 아랍어의 비중이 날로 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4 수능과 2015 수능에서 베트남어Ⅰ(당시 기초 베트남어)에 최다 비중을 내줬던 아랍어는 지난해 51.6%에 이어 올해 69%의 수험생들이 선택, 명실상부한 최다 선택 제2외국어로 자리잡았다. 아랍어과를 운영하는 특목고인 울산외고 정도를 제외하면 고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아랍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아랍어 관련 사교육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 올해 수능에서도 재수생/반수생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2017 수능 원서접수 결과 지난해 대비 전체 접수인원은 축소 양상이었지만, 재수생을 비롯한 졸업생 비중은 도리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능 접수인원 60만5988명.. 6년째 감소세 지속, 졸업생 비율 증가>
- 접수인원 감소세 지속.. 학령인구 감소 탓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1일 발표한 ‘2017학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원서 접수인원은 60만598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3만1187명 대비 2만5199명이 줄었다. 2011학년 71만2227명이 접수한 이래 2012학년부터 6년 째 이어지는 접수인원 감소다. 1994학년 치러진 첫 수능에서 74만2668명이 접수한 이래 2000학년 89만6122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수능 접수인원은 2008학년 58만4934명으로 최저인원을 기록한 후 2009~2011학년 잠시 증가세를 보인 후 지속적인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지난해 대비 줄어든 2만5199명은 2005학년 수능에서 전년보다 6만3897명이 줄어든 이래 가장 많은 접수인원 감소 폭이다. 가장 최근에는 2013학년 2만5109명의 접수인원이 감소한 것이 최대치였다. 2013학년을 제외하면, 수능 접수인원은 매년 2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감소 폭을 보여왔다. 지난해 수능은 전년대비 9434명이 감소하는 데 그치기도 했다. 
 
수능 접수인원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학령인구의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올해 수능을 치를 고3인 1998년 출생인구는 64만2972명으로 지난해 수능을 치른 1997년생 66만8344명 대비 감소 추세다. 출생인구는 1993년(2012 수능 응시) 71만5826명에서 1994년(2013 수능 응시) 72만1185명으로 잠시 반등한 후 현재까지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중이다. 2012학년부터 수능 접수인원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출생인구 자체가 적다보니 자연스레 수능 접수 인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 수능을 치를 1999년생들도 출생인구 61만6322명으로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2018 수능에서는 60만명 미만이 수능에 접수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 학령인구 감소는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중2~중3인 2001~2002년생들이 대입을 치르게 되는 2020~2021학년부터 본격적인 학령인구 절벽이 시작될 예정이다. 2001년생~2002년생은 출생인구가 차례대로 55만4895명, 49만2111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수능 접수인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CK사업(대학특성화사업)과 정원감축을 연계하고,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해 자발적인 감축을 권고하는 것도 모두 학령인구 감소와 맞닿아있는 조치들이다. 학령인구 절벽이 오기 전 대학정원을 줄여 수험생보다 대학정원이 많아지는 역전현상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 졸업생 비율 증가.. 의대 정원 증가, 쉬운 수능 탓
수능 접수인원이 지속적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재학생과 졸업생은 동시에 감소했으나, 비율만 놓고 보면 졸업생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76.4%(48만2054명)를 차지했던 재학생은 올해 75.8%(45만9342명)로 인원과 비율 모두 줄어들었으나, 졸업생은 지난해 13만6090명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13만5120명이 수능에 접수, 지난해 21.6%에서 22.3%로 오히려 비중이 늘어났다. 의대 정원 증가로 인한 최상위권 재수생, 반수생의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쉬운 수능 기조가 이어지면서 현재 재학 중인 대학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자연계열 반수/재수생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A형(문과생 응시), B형(이과생 응시)에서 올해 가형(이과생 응시), 나형(문과생 응시)으로 체제가 바뀐 수리 응시인원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통상 이과생이 응시하는 수리 B형 접수인원이 16만5826명으로 27.9% 비중이었지만, 올해는 수리 가형 접수인원이 19만312명으로 33.4%를 차지,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2014학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준별 출제가 이뤄졌으나 올해 통합출제로 변경된 국어, 계속해서 통합출제 기조를 지켜온 영어가 별다른 변경사항이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최근 정부가 학부 이공계열 정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프라임 사업 등을 실시한 데다 취업난으로 인해 이공계열 모집단위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자연계열 재수/반수생을 포함, 수험생 전반을 늘어나게 한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재수생과 반수생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연계열의 확대 동력은 의대 학부입시 정원증가에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의대/의전원의 학부생 선발정원이 매년 증가세인 때문이다. 지난해 2299명에 불과했던 학부생 선발정원은 올해 2480명 선발로 180여 명 늘어났다. 본래는 2504명이 의대 학부입시 정원으로 예정됐으나, 올해 갑작스레 동국대 의전원이 의대 전환을 선택하며, 학부 선발인원이 24명 줄어들게 됐다. 
 
의대 학부입시 정원 증가는 그간 정부의 권고 등으로 인해 의전원 체제 병행 또는 완전한 의전원체제를 유지했던 대학들이 대거 의대로 전환한 배경 때문이다. 기이할 정도로 자연계열에서 의대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에 의대가 아닌 모집단위에 재학 중인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을 비롯, 현 의대 재학생들도 부속병원 등 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의대로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의대 증가가 곧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수능 유인 요소가 되는 셈이다. 
 
물론 의전원이 의대로 전환하는 경우 의전원 수험 준비생들의 신뢰보호를 위해 학사편입이 실시돼 당장 의대 정원은 늘어나지 않는다. 학사편입학이 실시되는 동안은 일부 정원이 편입정원으로 배정돼 학부입시 정원이 줄어든 채로 유지되는 때문이다. 다만, 기존 의전원/의대 병행대학 가운데 의대로 완전전환을 선택한 9개교(전남대 한양대 고려대 중앙대 영남대 동아대 충북대 성균관대 아주대, 정원 순)는 학사편입을 2018학년까지만 유지, 2017학년부터 정원이 늘어난 상태다. 학사편입학 신입생은 입학과 동시에 대학 3학년 과정(본과 1년)이 되기 때문에 의대로 전환하는 의전원의 경우 2년 전부터 학부 정원을 줄여 학사편입학선발을 대비해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9개교는 2018학년까지 학사편입학을 실시하기 때문에 지난해 치러진 2016 입시까지는 의대정원을 일부 학사편입학에 배정했으나, 올해부터는 학사편입학과 관계없이 학부정원을 오롯이 선발할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교육부와의 소통오류로 학사편입학을 1년 연장하게 된 서울대와 연세대가 학사편입학 정원을 학부로 전환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때문에 의대 확대로 인한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반수 열풍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량평가 위주의 수능이 인재선발에 부적합하다는 교육계의 자아성찰에 근거해 2018학년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변경되는 등 수능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쉬운 출제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수험생들을 대입으로 유인하는 요소다. 한 학원가 관계자는 “본래 반수생들은 1학기까지 대학생활에 열중한 후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대입에 뛰어드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늘어가는 의대 반수생들로 인해 ‘빠른 반수’가 유행하고 있다. 쉬운 수능이 되풀이되면서 기존 상위권 대학 재학생들의 경우 한 학기만 공부하더라도 의대를 노려봄직하다는 기조가 만연해 있다. 학원들도 반수반을 1학기부터 개설, 확대돼가는 반수생들을 포섭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과탐Ⅱ 응시인원 감소.. 교육과정 정상화 시급>
통상 인문계생들이 응시하는 사탐은 지난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영역간 다소 비율이 변동된 부분이 있긴 하나 생활과윤리 선택인원이 18만8061명(58.3%)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사회문화(17만8032명, 50.5%), 한국지리(9만1072명, 28.2%) 순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양상이었다. 지난해에는 세계지리보다 다소 많았던 윤리와사상 선택인원이 올해는 세계지리에 역전된 정도만이 변화된 부분이었다. 
 
별다른 변동이 없는 사탐과 달리 과탐에서는 Ⅱ과목 응시인원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체 과탐 지원인원 대비 물리Ⅱ와 화학Ⅱ의 접수 비율은 1%대, 지구과학Ⅱ 접수비율은 4%대로 지난해와 동일했지만. 지난해 24만6545명이 과탐을 선택한 가운데 2만5492명이 선택, 10.3%비율을 보였던 생명과학Ⅱ 접수인원이 올해 1만5891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과탐 지원인원 대비 비율도 6.1%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 초부터 제기돼오던 과탐Ⅱ 응시자 감소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서울대 지원 시 서로 다른 과탐 Ⅰ+Ⅱ조합 또는 Ⅱ+Ⅱ조합이 필수란 점을 고려해 다소 부담되더라도 Ⅱ과목을 선택하면, 서울대 진학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셈이다. 
 
올해 초 자연계열에서 강세를 보이는 자율형 사립고 1개교(A고)와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의 도움을 얻어 최상위권 재수생들의 집결지인 강남대성학원(강대)의 과탐 선택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과탐Ⅱ과목 감소는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강대 N수생들의 경우 과탐Ⅱ 선택 비율이 절반 가량 감소했으며, A고도 이과반 인원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된 가운데 Ⅱ과목 선택비율이 40.79%에서 28.62%로 크게 감소한 바 있다. 강대와 A고가 1년에 물경 기십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대에 지원할 풀 자체가 크게 줄어든 셈이었다. 서울대 진학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강대와 A고는 내부적으로 Ⅱ과목 선택을 독려했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탐Ⅱ과목 지원자의 감소로 인해 당장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도 한 차례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자연계열 수능만점자 전원이 Ⅰ+Ⅱ조합을 택해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으나, 올해는 Ⅱ과목 선택인원 자체가 크게 줄어 Ⅰ+Ⅰ조합에서 만점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능 만점이지만, 서울대 진학은 불가능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불과 2년 전인 2015 수능만 하더라도 21명의 자연계열 만점자 중 7명이 Ⅰ+Ⅰ조합을 선택해 서울대에 원서조차 내지 못한 바 있다. 2015 수능 만점자들의 불상사를 본 수험생들의 ‘학습효과’로 2016 수능에서는 자연계열 만점자 7명 가운데 지균으로 의대에 합격한 1명을 제외하고, 6명 전원 정시에서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으나, 과탐Ⅱ 기피 현상이 현실로 드러난 이상 2015 입시처럼 만점자의 서울대 지원불가 사례가 다시금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문제는 과탐Ⅱ 기피현상이 올해로 끝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부/대교협이 나서 과탐Ⅱ 과목을 대입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지 않는 이상 Ⅱ과목 기피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견했다. 자연계열 상위권 대학들과 의대를 통틀어 서울대 정도를 제외하면 Ⅱ과목을 응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보니 점점 Ⅱ과목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현재 과탐Ⅱ는 워낙에 선택인원이 적어 만점을 받더라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수험생들은 혹여나 있을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 더욱 더 Ⅱ과목을 기피하고 있다. 수험생이 적다보니 등급을 받기 점차 어려워지고, 수험생들이 더욱 기피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셈이다. 서울대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Ⅱ과목은 선택하지 않는 상황으로 전락해 있다. Ⅱ과목도 고교 교육과정에 속해 있으며, 대학에서의 공부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대로라면 수능에서 과탐Ⅱ 선택 학생들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본래 Ⅰ+Ⅱ조합을 선택했으나, 서울대에 아깝게 떨어지는 점수라면 차순위 대학 상위학과에 무난히 진학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대입 구조에서는 Ⅰ+Ⅱ 조합 시 차순위 대학 상위학과는 고사하고 하위학과 합격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교육부/대교협이 정시에서 Ⅱ과목 가산점을 강제화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Ⅱ과목 기피 현상은 결코 해결될 수 없다. 특히, 정시 위주의 정량평가로 진행, 숱한 문제점을 양산해내는 의대 입시에서 자연계열 최상위권 수험생들을 싹쓸이 해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대입시에서의 과탐Ⅱ 응시 강제 등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제2외국어/한문 아랍어 쏠림 심화.. 사교육 통한 수능대비는 막아야>
2017 수능 원서접수 결과를 두고 지적되는 또다른 문제는 제2외국어/한문에서 나타난 아랍어 쏠림 현상의 심화다.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제2외국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긴 하나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사교육을 통한 시험 대비를 강제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제2외국어/한문 선택인원은 총 9만4259명, 그 중 6만5153명이 아랍어Ⅰ을 선택, 69%에 달하는 비중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아랍어가 51.6%(4만6822명)를 차지하며 과반수를 넘긴 바 있으나, 올해들어 아랍어 쏠림 현상이 한층 심화된 셈이다. 아랍어 다음으로 많이 선택한 일본어Ⅰ은 접수인원 7875명(8.3%)으로 격차가 상당했다. 지난해까지 기초 베트남어였으나 올해 베트남어Ⅰ로 난이도가 높아진 베트남어의 경우 5193명(5.5%)만이 선택했다. 2014~2015 수능에서 아랍어보다 많은 학생들이 선택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2외국어/한문은 통상 수시 수능최저와 지정 응시영역, 정시 등에서 활용된다. 인문계열에서 수능최저 적용 시 일부대학의 경우 제2외국어/한문으로 사탐 1과목을 대체할 수 있게 하기도 하며, 서울대 입시에서는 일부 모집단위에 지원할 시 지정 응시영역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서울대는 수시 모집요강을 통해 인문대 사회과학대 경영대 농경제사회학부 사범대(교육학 국어교육 영어교육 독어교육 불어교육 사회교육 역사교육 지리교육 윤리교육) 소비자아동 의류 자유전공 등에 지원하면서 국어 수학(나) 영어 한국사 사/과탐을 응시하는 경우 제2외국어/한문을 필히 응시하도록 공고해 둔 상태다. 제2외국어/한문을 응시하지 않은 경우 해당 모집단위에 지원하더라도 불합격 처리된다. 서울대 정시의 경우 제2외국어/한문을 1~2등급 만점, 이후 등급별로 1점씩 차감해 8~9등급은 최대 6점을 감점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제2외국어/한문이 수시/정시에서 극히 제한된 용도로만 활용되고 있으며, 만점에 따른 실익이 별로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보니 수험생들은 ‘로또’로 통하는 아랍어에 크게 몰리고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아랍어Ⅰ의 1등급 컷은 원점수 기준 23점, 2등급은 17점으로 추정되는 상황.  울산외고 정도만이 아랍어 교육과정을 정상 운영하다보니 모든 학생들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때문이다. 통상 수능최저가 상위권 대학에서도 2등급 2개~3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제2외국어/한문은 2등급만 받아도 활용도가 크게 높아지는 상황. 원점수 기준 23점만 받으면 1등급을 획득할 수 있으며, 2등급 컷인 17점은 ‘찍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범위 내 점수로 여겨지기 때문에 아랍어는 수험생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여타 제2외국어/한문 과목 중 일본어 중국어 등은 외고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며, 해당 국가 유학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아랍어는 경쟁 대상이 울산외고 아랍어과 학생들 정도에 불과하며 유학경험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쏠림심화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아랍어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난이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등급 컷이 다소 높게 형성되도록 난이도를 조정해 수험생들을 여타 언어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아랍어 관련 사교육 시장만 키워주는 모양새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다. 실제 사교육시장에서는 아랍어 과외를 비롯해 속성 아랍어 강좌까지 숱한 사교육프로그램들이 마련돼있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고교에서 제대로 배울 수 조차 없는 아랍어를 수능 과목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실제 아랍어 선택인원이 15.5%로 최근 5년 중 최저비율을 기록했던 2013 수능의 경우 아랍어 1등급 컷은 48점에서 형성됐다. 2014 수능까지만 하더라도 1등급 컷이 44점에서 끊겼기 때문에 2015 수능 접수 시 아랍어 쏠림 현상이 크지 않았다. 영어의 알파벳과 비슷한 글자를 사용하는 데다 한자문화권이라는 점으로 인해 아랍어보다 친숙하게 여겨지는 베트남어가 2년 연속 아랍어를 누르고 가장 많은 수험생들이 선택한 제2외국어/한문 과목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2015 수능에서 베트남어 1등급컷이 48점, 2등급컷이 39점으로, 아랍어의 1등급컷 23점, 2등급컷 18점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2016 수능부터는 아랍어 쏠림현상이 다시금 되풀이됐다. 결국, 등급컷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험생들을 여타 언어로 분산시켜 아랍어 관련 폐해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난이도 조정이 필연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아랍어 과목의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고교에서 실제 아랍어를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문제다. 정규 교육과정에 아랍어가 있는 울산외고 학생들을 제외하고, 드물게 아랍어 만점을 받아 아시아언어문명학부 등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과외나 위탁교육 등을 통해 실력을 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에서 도움을 받은 경우는 찾기 힘들다. 공교육 차원에서 학업역량을 키울 수 없는 과목이라면, 차라리 수능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아랍어를 제외하지 않을 심산이라면 난이도를 조정해 현재처럼 극단적으로 ‘로또’를 노리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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