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수조사 결과 '이상 無'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최근 한 사립학교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조작' 사건을 놓고 학종 전반의 신뢰도를 거론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일부 사교육과 언론의 학종흔들기가 재현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일부 예외적 사례로 학종 흔들기를 거론하는 것은 수능 출제오류 사례마다 수능폐지를 주장하는 것같은 논리의 비약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일부 학교의 잘못을 토대로 학생부 전형의 존폐를 거론되는 것은 학종 반대론자들의 음모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예외적 사례로 학종 전반을 공격하는 건 침소봉대다.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시스템은 이미 학생부 수정내역 및 접속로그 등은 전부 기록하고 있다. 몇몇 교사들의 담합으로 학생부 불법수정이 이뤄진다 한들 관련 사실이 완전히 숨겨질 수 없는 구조다. 학생부 조작이 일각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 6월 대구지역에서 전수조사를 한 전례는 이번 사태가 얼마나 예외적인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대구 모 사립학교에서 학생부 조작건이 발각되면서 대구교육청이 총 1960학급의 학생부를 전수조사한 결과 해당 사건과 동일한 사안, 유사한 사안 '없음'으로 결론났다. 학생부 수정이나 조작은 정상적 판단을 하는 학교현장에선 할 이유도 없고 하기도 어렵다. 전산 시스템의 편의를 위해 교장에게 부여했던 최고 권한이 허점으로 노출된 광주 수피아여고 사건은 예외적 사건인 만큼 교육당국은 교육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교장의 권한은 '열람'으로 제한하고, 학생부 역시 수정 전 내용과 수정 후 내용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고민해 볼수 았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이 나서서 전수조사를 통한 진상파악과 문제해결 의지를 확실히 한 가운데, 일부 여론이 학생부 중심 전형 존폐론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기반인 학생부에 대한 조작이 학종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으로 시작된 학종흔들기가 정시를 다시금 확대시켜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일부 언론은 대학들이 학생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돼 향후 대입에서 대학별고사 중심인 논술전형 등이 다시금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놨다.

한 고교의 관계자는 "수능이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사교육 중심의 입시 체제를 구축하면서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학종 등의 학생부 중심 전형이다. 수능을 확대하자는 것은 공정성을 고리로 위축되는 사교육측의 주장일 뿐이다. 학생부 작성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해당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지 학생부 중심의 전형에 대한 근간을 흔드는 것은 지나친 처사. 학종은 2014학년부터 운영돼 올해 운영 4년차에 접어들었다. 2014학년에 서울대만이 유일하게 학종을 실시했던 것은 감안하면 해당 전형의 운영 시기는 3년에 불과하다. 학종 전형이 대학과 고교의 노력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의 인식변화가 안정적으로 정착/운영되기까지 현장의 인식 변화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 최근 일부 사립학교에서 학생부를 조작한 사건이 밝혀지자 학생부종합전형의 불신이 증가,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허나, 현장에서는 상황을 면면히 살펴보면 해당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가깝다는 지적이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생부 전수조사 실시..광주 수피아여고 학생부 조작>
학생부 전수조사 도입은 광주 수피아여고의 학생부 조작 파문에서 비롯됐다. 지난 7일 광주경찰청은 명문대 진학을 위해 학생의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혐의(공전자기록 위작 등)로 광주 수피아여고 교장 A씨와 교사 B씨 등 2명을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해당 학교 교장과 교사들은 나이스에 229차례 무단 접속해 학생 25명의 생활기록부에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36차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특정 학생의 점수를 조작해 성적을 1등급으로 향상시키는 등 성적 조작에도 가담하고 이를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200만원의 촌지를 받은 것이 확인됐다.

교육부는 비슷한 사건의 재발로 인한 피해자 양산을 막고, 교육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학생부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학생부 조작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내부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으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접속권한과 수정권한, 수정 횟수 등을 분석해 비정상적으로 조작된 흔적을 찾아낸다. 학생부 수정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학교의 경우 현장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공문을 내려 전국의 2300여개 학교의 학생부를 종합점검할 예정이다. 점검은 내달 말까지 마무리될 계획이며,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수시 원서접수 후에라도 학생부 작성의 문제점이 적발되면 입학사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전수조사의 전례..'이상 없음'>
교육부의 학생부 전수조사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신뢰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다만, 해당 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오탈자를 위한 수정 사안 말고 조작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지난 7월 대구교육청이 관내 91개 고교 1960학급의 학생부를 전수조사한 결과라는 선례때문이다. 당시 학생부 조작 등의 유사사안이 밝혀지지 않았고, 조사가 '이상 없음'으로 마무리 됐다.

대구교육청의 학생부 전수조사는 지난 6월 대구의 한 사립학교 교사가 동료 교사의 나이스 아이디, 비밀번호를 사전에 조사하고 공인인증서를 복사해 자신이 담당하는 동아리 학생들의 창의적체험활동 상황의 문구를 39차례에 걸쳐 무단 정정/입력한 것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대구 교육청은 사건 당시 학생부 조작 교사에 대한 형사고발 및 직위해제 조치를 취하고 해당 학교법인에 대해 학교장의 보직 사임을 요구했다. 더불어 장학사 전산담당자 감사담당자 등으로 점검단을 편성, 7월20일부터 30일까지 관내 고등학교 학생부 전수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에서는 학생부 정성평가 영역의 무단 입력 여부, 인증서 도용 여부, 입력 및 인증서 관리의 적정성 여부 등을 확인했다. 대구교육청은 확인 결과 해당 사건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이 없었다고 밝혔다.

<학생부 조작, 실적 위한 사립고 이기심이 만든 예외 사안>
올해 논란이 됐던 두 차례의 학생부 조작 사건은 모두 지방 사립학교에서 발생했다. 학생 유치가 중요한 사립학교 특성상 SKY 등의 대입실적을 높여 학생 모집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했던 이기심이 불법 행위로까지 번진 것이다. 정확한 결과는 교육부의 학생부 전수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대구 교육청이 지난 7월 시행했던 결과만 보더라도 학생부 조작은 일부 학교의 예외적인 사안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 수가 적다고 해서 그 죄질이 무마된다거나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련의 사건을 바탕으로 학생부 전반의 신뢰도를 논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학종의 존폐를 논하는 것은 수시와 학종 확대로 입지가 좁아진 사교육의 여론몰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고교교육정상화를 목적으로 도입한 학종을 대학과 고교현장에서 모두 반기고 있는 가운데, 정시 축소로 인해 사교육 업계가 휘청이자 전형 정착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행착오 마다 전형 자체에 대한 폐지론을 들고 일어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 는 "수능이 사교육을 유발하고 공교육을 황폐화시키면서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학종 등의 학생부 중심 전형이다. 학생부 작성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해당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지 학생부 중심의 전형에 대한 근간을 흔드는 것은 학종 확대가 부담스러운 측의 음모라고 볼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나이스의 관리체제는>
나이스는 2002년 구축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다. 학생들의 교과 성적 중 객관식은 OMR 카드에 답을 기재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채점하고, 서술형은 교사들이 채점해 나이스에 입력한다. 생활기록부 상 성적 외 독서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학교생활의 전반 역시 나이스를 통해 입력하게 돼있다. 입력과 수정은 원칙적으로 담임교사와 해당과목 교사만 할 수 있다. 나이스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뿐 아니라 공인인증서까지 인증이 완료돼야 접속이 가능하다. 학생부 수정시에는 정정 대장을 작성하고, 교장의 결재와 학업성적위원회의 심의까지 거쳐야 한다. 다만, 학교장의 경우 학교 최고 책임자이자 관리자로서 나이스에 관한 모든 권한이 부여돼있다. 학교 전산처리 등의 편의를 위해 접속권한을 타인에게 부여할 수도 있는 점이 이번 사건의 맹점이 됐다.

교육청이 제시한 '2016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학생부에 허위사실을 기재하거나 객관적인 증빙자료 없이 부당정정을 실시할 경우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학생 성적 조작 비위와 동일하게 취급하며 감경대상에서도 제외한다고 명시돼있다. 학생부 부당정정에 대해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에는 해임과 파면 등 중징계가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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