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 돌출변수..졸업예정자 대책 마련 시급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실업대란을뚫고 천신만고끝에 조기에 취업한 조기취업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통상 취업계로 불리는 조기취업자의 성적인정이 김영란법 위반으로 알려지면서 대학마다 출석요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니다 조기에 취업한 학생들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 이상 졸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통상 취업계라 불리는 조기취업자의 성적인정이 김영란 법에 저촉되며 사실상 전면 중지됐기 때문이다. 산업대나 전문대가 아닌 일반대학의 경우 취업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출석이 불가능한 조기취업자에게 성적을 부여하는 행위는 그간 고등교육법에도 위배되는 사안이었지만 해당 법률 위반에 대한 조치가 해당 교수에게 직접 가해지지 않으면서 암암리에 시행돼왔다. 취업률이 대학평가 요소로 작용하면서 학교측에서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허나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 청탁을 받은 교수가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나서서 교수들에게 취업계 불허를 강조하고 있다.
 
취업계가 전면 중지되면서 조기취업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어렵사리 취직한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기도, 학교를 휴학하고 미 졸업자 상태로 남아있기도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반대학에서도 산학협력 인턴의 경우 학기 중 인턴 실시에도 학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해당 제도 등을 활용 조기취업자에도 일정 기준을 통해 학점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기취업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김영란 법 시행으로 일반대학의 취업계가 사실상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조기취업자의 성적 요구가 김영란 법 부정청탁 금지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해당 조치로 대학가 졸업예정자들의 졸업에 빨간불이 켜졌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조기취업자 출석 없이 성적 요구시 김영란 법 저촉>
김영란 법의 시행으로 2016학년 2학기부터는 출석을 하지 않고 학점을 요구할 경우 부정청탁으로 간주된다. 김영란 법 5조 부정청탁 금지에서는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동조항 10호에는 ‘각급 학교의 입학/성적/수행평가 등의 업무에 관해 법령을 위반해 처리/조작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김영란 법 이전부터도 고등교육법시행령에 14조에 따라 대학생들은 1학점 당 15시간 이상의 수업을 들어야 학점 이수가 가능했지만, 졸업 전 취업을 한 학생들에 한해 교수들이 레포트 등으로 출석을 대체 성적을 주는 경우가 존재했다.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감안해 시행되던 비공식 제도였다. 허나 고등교육법은 위반 시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또는 학교장에게 시정이나 변경 명령이 내려지던데 비해 김영란 법은 위반 시 청탁을 받은 대상, 즉 해당 교수가 직접 2년 이하의 징역 및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김영란 법 시행으로 인해 조기취업자에게 교수 재량으로 성적을 주는 행위가 전면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
 
조기취업자의 성적 인정 등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법령에 근거한 학칙이 있다면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의 모 사립대 학칙에는 '매학기 4분의 1 초과 결석 시 수험자격을 상실한다. 다만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할 때는 학장의 승인을 받아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학교측에 따르면 해당 학칙의 기타 부득이한 사정은 천재지변 등을 뜻하지 취업과 같은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주말 수업 등을 통해 학점을 이수하는 방안을 제시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들을 수 있는 과목이 줄어드는 데다 온라인/야간/주말강의 등의 개수도 현저히 적어 현실적으로 학점 이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조기취업자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거나, 학교를 휴학하고 회사를 다니는 수밖에 없다. 취업률이 극심한 상황에서 힘겹게 구한 직장을 그만두는 것도 어렵지만, 휴학생 신분으로 계속 직장을 다니는 것도 난감한 상황임은 마찬가지다.

<조기취업자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조기취업자에 학점을 부여해 졸업을 하게 해주는 취업계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존재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취업에 따른 학점인정은 전문대와 산업대에 한정된다. 다만, 대졸 실업률이 매년 증가하고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학생들이 일찍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일자리를 구하거나, 방학 중 인턴을 통해 조기에 취업되는 경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학기가 남은 상황에서도 취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일반 대학의 취업계 도입에 대한 요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허나 고등교육법이 학칙에 우선하는 데다 학내에서도 취업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그간 별다른 제도 없이 교수의 재량에 맡겨왔다. 취업률이 하나의 대학 평가 척도로 작용하면서 학교 차원에서도 조기취업자의 성적 인정에 대한 별다른 제재 조치 역시 실시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각 학교별로 별도로 정해진 학칙 없이 교수 재량으로 성적을 부여해주다 보니 교수의 의견에 따라 학점을 인정받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가 혼재돼 있어 학생들 역시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학생들 사이에서도 취업계는 성실히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역차별을 가져다주는 부당한 제도라는 인식이 존재했다. 취업계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가짜 재직증명서 발급을 통해 취업계가 악용 될 것을 경계했고, 일부 교수들은 대학은 학문탐구를 위한 곳이지 취업양성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취업계를 불허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교육 구조상 대학이 취업을 위한 통로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게다가 LINC(산학협력 선도대학)사업 등을 통해 3,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산학연계 인턴십을 운영하는 대학에서는 학기 중 인턴을 허용, 출석을 하지 못해도 12학점~15학점 수준의 학점인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에서도 해당 주장은 큰 동의를 얻기 어렵다.
 
2015년 기준 전문대 제외 대졸 비경제활동인구가 239만7천여명에 이르고 그 수와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하더라도 조기취업자의 졸업을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조기취업자에 대한 졸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 출석을 하지 않고도 출석을 한 것처럼 인정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전공과목에 대한 온라인 강의나 주말/야간 수업을 늘리는 방안도 있고, K-MOOC 등의 수강을 통해 학점을 인정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취업자의 특성을 고려 산학연계 인턴십처럼 해당 직무에 대한 보고서 제출을 통해 학점을 인정해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무작정 “관련법에 어긋나니 F가 불가피하다”는 대답 대신 국가와 학교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한 순간이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