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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박한 대학Ⅰ "졸업 미루려면 등록금 내라"졸업유예 학생 1만7000명, 학점 채우고도 35억 등록금 납부
  • 홍승표 기자
  • 승인 2016.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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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지난해 졸업유예 대학생은 1만7000여명에 달했고 대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무려 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안민석(더민주)의원은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5대학별 졸업유예현황'을 통해 졸업을 유예한 대학생에게 의무적으로 수업을 수강토록 하고 등록금까지 받아챙겼다고 대학을 비판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장기화된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루고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이 절박한 학생들을 상대로 야박하게 구는 모습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 졸업요건을 충족하고도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에게 대학이 등록금을 받고 있었다. 70개 대학은 졸업유예 기간에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수업을 수강하도록 하기도 했다. /사진=GIST대학 제공

<졸업유예 학생, 강제 수강과 등록금 부담>
졸업요건을 충족하고도 취업 등의 이유로 졸업을 미루는 졸업유예. 일부 대학들은 졸업유예 학생에게 강제로 강의를 듣게 하고 등록금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졸업유예를 운영했다.  70개 대학은 졸업유예 기간에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수업을 수강하도록 하기도 했다. 대학이 졸업유예제도를 학칙 등에 명시해 운영하면서 정작 등록금과 학사제도는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는 점이 문제가 됐다. 졸업유예 학생의 대부분이 취업준비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대학이 학생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세대는 학칙 제51조에 ‘졸업연기신청자는 졸업요건을 충족한 경우라도 졸업하려는 학기에 1학점 이상 수강신청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미 학점과 논문, 어학성적 등 학교가 요구하는 졸업자격을 획득한 학생들이 졸업시기를 미루기 위해 강의를 계속 들어야 하는 셈이다. 등록금은 학기초과자 등록금 산정방식과 같이 신청학점에 따라 책정된다. 신청학점이 1~3학점이면 일반학기 등록금의 6분의 1, 4~6학점이면 등록금의 3분의 1, 7~9학점이면 등록금의 2분의 1, 10학점 이상이면 전액을 납부하는 식이다. 최소학점만 신청해도 300만원 이상인 4년제 일반대학의 평균 등록금의 6분의 1인 5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8차학기를 초과했음에도 수강해야 할 학점이 남은 학생과 졸업유예 학생은 상황이 전혀 다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등록금이 책정되고 있었다. 서강대도 학칙 시행세칙 제33조 2항에 ‘졸업을 연기한 학생은 반드시 정규학기를 등록하여 1학점 이상 수강하여야 졸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졸업유예를 선택한 학생들은 강제 수강의 부당함과 등록금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미 졸업요건을 충족해 굳이 강의를 더 들어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졸업을 연기하기 위해 억지로 강의를 들어야 한다. 졸업 후 사회진출 준비에 여념이 없을 학생들은 시간과 돈을 함께 소비하는 강제 수강이 달가울 리 없다.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해 졸업을 연기하는 학생들은 등록금도 부담스럽다. 8차 학기 이상 등록자는 국가장학금이나 대부분의 대학 자체 장학금 선발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점은 졸업유예 학생들의 부담감을 더하고 있다. 서울소재 대학의 한 재학생은 “대학이 왜 졸업유예제도를 운영하는지 모르겠다. 수강을 강제하고 등록금을 받아가는 대학의 모습에서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의 현실조건을 외면하는 태도를 느낀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유예 없애는 추세..대학평가 영향> 
지난해 대학들은 졸업유예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화여대는 ‘0학점 등록제’를 폐지하고, 정해진 학점을 모두 취득한 학생에 대해 학사학위 수료를 인정하는 ‘과정수료제’를 신설했다. 최소 학점을 채운 학생을 졸업을 미루고 싶어도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서강대는 2014년 졸업요건에서 영어성적 제출을 폐지했다. 영어성적이나 논문 제출을 미루는 것이 졸업유예의 한 방법으로 통용됐던 만큼 대학들이 졸업유예를 없앤 것으로 해석된다. 경희대와 한국외대도 졸업학점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재학증명서가 아닌 각각 수료증명서와 졸업예정증명서를 발급한다. 대학이 졸업학점을 채운 학생들과 재학생을 엄격하게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이 졸업유예를 탐탁찮게 생각하는 이유는 정부의 대학평가를 의식한 결과다. 대학평가가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지표가 많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전임교원확보율이나 교지확보율, 교육비 환원률, 등록금 수입 등의 지표는 재학생이 많이 집계될수록 평가에서 불리하다. 재학생 충원률이나 취업률 등의 지표에서는 졸업유예 학생의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기도 하나, 현재는 전자의 지표 비중이 대학평가에서 확대된 상태다. 교육부는 2014학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지표를 조정하면서 재학생충원률과 취업률 비중을 낮추는 대신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교육비 환원율 등의 지표 비중을 확대한 바 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고 재정구조가 취약한 대학들은 재정지원이 달려있는 대학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대학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불리한 지표인 졸업유예 학생수를 줄이는 작업에 나선 셈이다.

<취업 위해 졸업 미루는 학생들..졸업여부 차별 없다는 기업과 불안함 느끼는 학생>
졸업유예 학생의 증가는 대학 졸업자가 재학생에 비해 취업에서 불리하다는 오해와 함께 졸업이후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다. 장기화된 취업난으로 대학졸업이 취업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 지 오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학생들의 졸업유예를 부추기고 있다.

물론, 기업에서는 졸업여부에 따라 입사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지난해 ‘사람인’이 251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6%는 졸업여부와 채용은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졸업자를 더 선호한다는 의견이 30.7%로 졸업예정자를 선호한다는 답변 10.7%보다 3배가량 높았다. 졸업유예자와 졸업자 간 고용률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4년 공개한 자료에서 졸업유예자의 고용률은 76.3%로 졸업자 75.7%와 거의 같은 수치를 보였다. 선망하는 직장에 취업한 비율도 졸업유예자 31.3%, 졸업자 25.4%로 졸업유예에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기업의 입장과 달리 대학생들은 졸업장을 취업과정에서 약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청년이여는미래’가 2월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5%인 113명은 ‘기업이 졸업자보다 졸업예정자/재학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졸업자와 졸업예정자를 동등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30%인 60명이었고, 졸업자가 더 유리하다는 답변은 12%인 24명에 불과했다. 같은 단체가 졸업유예 경험자 70명을 대상으로 취업환경 개선대책을 물은 설문조사에서도 50%의 응답자가 ‘졸업자에 대한 기업의 선입견 없애기’를 꼽았다.

졸업 이후 소위 ‘백수’에 대한 불안감도 졸업유예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 현실에서 대학생들은 졸업 이후 구직과정에 공포를 느낀다. 그동안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안정감에서 벗어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무직 상태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졸업 후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학생 신분에서 벗어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취업준비를 위한 활동도 졸업자보다 재학생과 졸업예정자가 더 유리했다. 인턴이나 대외활동과 같은 취업준비활동은 졸업자보다 재학생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업포탈 ‘인쿠르트’에서 매출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과 계열사의 인턴 채용공고 29건 가운데 졸업자가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은 16건(55%) 뿐이었다. 재학생과 졸업예정자는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23개(79.3%)로 졸업자보다 인턴 기회가 더 많았다. 133개 대외활동에서도 88개(66.1%)가 지원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했다. 실제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대학생들이 졸업상태를 취업에 불리한 것으로 여길 이유가 존재하는 셈이다.

<졸업유예는?>
졸업유예제도는 학점 등 대학 학칙에서 정한 졸업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대학에 신청해 졸업을 연기하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제도다. 1998년 IMF 사태를 겪으며 대졸 실업자 감소대책 차원에서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치솟는 대졸실업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졸업유예를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각 대학이 졸업을 유예하도록 했다. 이후 대학은 학칙 개정 등을 통해 졸업유예제를 시행했다. 단, 제도는 대학 자율에 맡겨 대학마다 다른 방식으로 졸업유예제를 운용했고 정확한 통계도 부족했다.

졸업유예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대학에서도 대학생들은 졸업요건을 일부로 충족하지 않는 방법으로 졸업을 미뤄왔다. 최소학점만 남겨두고 휴학을 이어가는 경우, 전공 졸업학점만 이수하고 복수전공/부전공/교직이수 등의 학점을 남기는 경우, 학점은 채웠으나 논문, 어학성적, 졸업시험 등 비교과적 졸업요건을 통과하지 않는 경우 등의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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