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명 교사와 1박2일 실제 전형과정.. ‘학종 안정화 연구’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2018학년 ‘학종 시대’를 앞두고 서강대의 파격적 실험이 돋보인다. 서강대 입학처는 3일부터 4일까지 1박2일간 전국에서 모인 42명의 고교교사들과 함께 ‘학종 연구’를 실시했다. 실제 입학사정관들을 교육하듯 교사들에게도 학종 평가와 관련한 모든 과정을 공유했다는 데 의미 깊다. 현재 학종 논란의 중심인 ‘공정성’ 문제를 정면돌파하는 입학처의 ‘용감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서강대가 3일부터 전국 42명 교사들과 진행한 ‘학생부종합전형 전형요소 효율성 연구’는 모의평가와 델파이 연구를 핵심활동으로 한다. 실제 입학사정관이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 전에 교육을 받는 내용 그대로 평가방법을 교사들에게 숙지시킨 이후, 교사들이 직접 서류 모의평가를 한 이후 결과를 가지고 입학사정관들의 평가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살핀다. 평가과정에서 입학사정관들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학생부 등 서류작성과 관련한 전문성을 체득해간다.

이번 모의평가는 모의평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평가는 총 5가지 분류로 진행됐다. ▲학생부만 가지고 평가 ▲자기소개서만 가지고 평가 ▲추천서만 가지고 평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함께 평가 ▲학생부와 추천서를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5가지 평가방식간 평가결과의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차이가 크지 않다면 굳이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모두 평가할 게 아니라 이중 제외시킬 건 제외시키면서 학종 평가도 간소화한다는 생각까지 해볼 수 있는 학종 연구로, 학종 서류의 중심에 서 있는 고교교사와 함께하는 ‘대학 최초’의 시도라는 평가다.

임경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실제 평가과정과 동일한 시스템과 평가방법을 교사들에게 그대로 전하는 것은 물론 함께 발전방안을 연구하는 사례는 서강대가 최초”라며 “모의평가 이후 검토시간을 갖고 피드백을 가졌으며, 영속적인 프로젝트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피드백을 거친 이후 현재 진행하고 있는 1500여 명 학생 포함 설문조사까지 통계처리가 완료되면 자세한 최종결과를 내년 1월 공개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 서강대가 3일부터 4일까지 1박2일간 전국에서 모인 42명의 고교교사들에게 서강대 학종 평가방법의 ‘전부’를 공개, 정보공개의 정수를 선보였다. 사진은 서강대 입학사정관들과 동일한 학종 평가방법 교육을 받고 있는 고교교사들. /사진=서강대 입학처 제공

이번 서강대의 학종 모의평가에 참여한 것은 물론 연구를 함께 이끌고 있는 김재원 부산 대동고 연구책임교사는 “30여 년 교직에 머물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육적 가치가 있는 전형임은 분명하다. 학생이 스스로 진로를 생각해보고 관련활동을 해보는 등 주도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게 한 대입전형은 학종이 최초다. 입결 중심의 대학서열화를 약간은 허문 것도 학종 덕”이라며 “학종운영은 대학 측엔 고비용, 학생과 고교 측엔 부담의 단점이 있지만 서강대의 이번 연구는 고교교사가 실제 지침대로 평가를 진행하면서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의 작성에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모의평가나 실제평가는 참여했지만 결과를 몰랐던 기존 방식에 그치지 않고 연구결과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학종의 다양한 전형요소를 대학 형편에 따라 단순화시켜 비용과 부담 모두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교사들과 함께 제시하는 연구라는 데서 대학 최초의 실질적 고교연계활동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사에 의하면 5가지 평가결과가 각 차이가 크지 않다면 굳이 학종에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면접을 모두 기할 게 아니라, 상위권 하위권 또는 수도권 지방권 식으로 면접이나 자소서를 제외함으로써 학종 전형요소를 단순화시키고 면접을 제외할 경우 비용을 줄이며 다양한 전형요소에 의한 학생 부담 교사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현재 학종운영에 투입되는 고교교육정상화사업비 역시 전형요소가 단순화할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김 교사는 “그간 대학별로 다른 학종 전형요소는 자연발생적으로 대학의 분석에 의해 달라지면서 결과적으론 현장혼란을 초래한 면도 있다”며 “서강대의 교사와 함께하는 학종연구가 지속된다면, 그 동안 주먹구구 식으로 정리되던 전형요소가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면밀하게 정리되고, 고교현장이 학종정보를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학종 안정화를 이끌 기제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학종과 함께 크게 활성화된 고교연계프로그램은 대학홍보 또는 학생대상으로만 치중되어 있던 게 사실”이라며 “각 대학의 이익과 관계 없이 대한민국의 교육을 생각하는 대학으로서의 책무성을 고려하고, 학생만을 대상으로 할 게 아니라 교사대상으로 파급력을 극대화하며, 실질적인 교사 자문활동을 통해 실제 학생부 작성과 서류 준비의 일선에 서 있는 고교와 함께 비전을 세우길 바란다”는 의견도 강조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강대의 학종 평가방법 공유에 대해 “정량평가 식의 접근으로 수시에도 ‘입결’ 공개가 정부 주도로 자리잡고 있지만, 사실 수시에서 입결은 중요하지 않다. 학생부교과전형에 어느 정도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해마다 수험생 지원 풀에 따라 입결은 출렁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서강대가 학종의 평가방법을 교사들과 공유하면서 오해를 없애고 전형의 이해를 돕는 게 고교교육정상화에 기여하는 정보공개 방식”이라 평했다.

한편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2018학년, 본격 ‘학종 시대’가 예고돼 있다. 학종 흐름을 선도해온 서울대가 정원의 79%를 학종으로 선발하고 고려대가 학종을 62%로 확대하며 힘을 보탰고, 서강대도 절반 이상인 51%를 학종으로 선발하면서 학종으로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 특기자와 정시 중심 운영으로 대척점에 서 있던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가 ‘입결’이라는 반사이익을 취해 온 그간의 기조를 버리고 학종을 2018 전형의 근간으로 수용했다. 이미 학종에 무게를 실어온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는 2017보다 소폭 확대한다.

서강대의 경우 2018 전형계획 기준, 총 정원 대비 수시 모집을 2017학년 72.1%에서 2018학년 80.1%로 대폭 확대하고, 이중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2017학년 37.4%에서 2018학년 51.3%로 절반을 넘겨 확대했다. 서강대 학생 2명 중 1명은 학생부종합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시는 2017학년 27.9%에서 2018학년 19.9%로 크게 축소된다. 2018학년 정원내 1602명 가운데 수시 1283명, 정시 319명의 모집인원이다.

서강대의 학생부종합은 자기주도형과 일반형으로 구분된다. 2018학년 총 정원내 1602명 모집 가운데 1283명을 수시 모집으로, 이중 822명을 학생부종합으로 선발한다. 학종 822명 가운데 자기주도형으로 465명, 일반형으로 357명 선발한다. 2018 전형계획에 의하면, 서강대 학종은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이상 필수) 학교생활보충자료(선택)의 서류평가100%로 선발한다. 자기주도형과 일반형의 차이는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여부다. 자기주도형은 수능최저 적용 없이 선발하는 반면, 일반형은 수능최저를 적용해 선발한다. 일반형에만 적용되는 수능최저는 국어 수학(가/나) 영어 탐구(사회/과학)의 4개영역 중 3개영역 각 2등급이내이면서 한국사 4등급 이내로, 2017학년과 달리 인문/자연계열의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는 특징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과탐을 보지 않은 학생도 자연계열에 지원 가능하며, 수학(가)를 응시해도 인문사회계열에 지원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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