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2018학년 대입에서 상위권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대거 확대하면서 본격화하는 ‘학종 시대’. 올해 2017학년부터 현장 반응이 심상치 않다. 연초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종에 도전하고자 하는 수험생이 2016학년 대비 확연하게 늘었다는 게 고교현장의 반응이다. 대입에서 ‘학종’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대학 중 한 곳이 바로 경희대다.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초대회장 경력이 말해주듯 학종 전문가로 이름 높은 임진택 책임입학사정관의 존재 역시 경희대 학종운영 공력의 한 축이다.

학종은 관심만큼이나 논란을 일으킬 만큼 오해도 많은 전형이다. 임 책임사정관을 통해 경희대 학종 평가의 단면, 더 나아가 상위권 대학 ‘대세 전형’으로 자리매김한 학종 대비법을 살펴본다. 임 책임사정관은 “지원학과에 적합한 소재와 경험 중심의 자소서 작성”과 “제출한 서류상의 다양한 활동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면접대비”를 조언했다.

<자소서, 학생부 보완의 성격.. ‘소재’ 방점>
학종 첫 관문은 서류다. 추천서는 수험생의 영역이 아니고, 학생부는 이미 갖춰진 상태에서 이제 남은 건 자기소개서다. 서류평가 기본은 학생부이지만, 학생부의 맥락을 읽고 지원자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자소서 역시 매우 중요한 서류다. 수험생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자소서 작성의 단면은 어떤 모습일까. 임 책임사정관은 자소서 문항별로 긍정평가를 받은 ‘좋은 예’와 부정평가를 받은 ‘나쁜 예’를 소개했다. 물론 예시일 뿐 절대적 잣대는 아니다. 자소서에 대한 이해의 차원이라 여기면 되겠다.

경희대의 자소서 1번 문항에 대해 임 책임사정관은 “지원학과와 관련한 학업기초역량을 쌓은 경험”을 강조하며 “수업 중 있었던 일, 감명 깊게 읽은 책의 구절, 동아리활동에서 인상 깊은 경험, 수행평가 준비과정에서 배운 점”을 ‘좋은 예’로 들었다. 반면 학습법만 기술하는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점수(성적)를 올린 이야기나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만 공부했다는 등의 학습법만을 기술하는 경우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 ‘수학을 4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렸다’는 내용은 이미 학생부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야간자율학습을 10시까지 했다’는 내용에선 그다지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자소서 2번 문항의 경우 임 책임사정관은 “자신의 강점에 맞춰 다양한 소재를 적절히 배열한 경우”를 강조하며 “학생부 상의 강점을 연계적으로 기술”하길 권했다. 반면 “소재가 다소 피상적이고 진부한 경우”를 경계하며 “부모나 친지가 아파서 의대나 약대에 지원”하는 내용을 부정적 예로 들었다.

3번 문항에선 “사학과 지원자가 박물관 견학 시 자막 오타를 발견하고 민원 제기와 해결과정을 기술하는 등 지원학과와 관련한 자신만의 경험을 독창적이고 체계적이거나 활동 장면이 연상되도록 작성한 경우”가 임 책임사정관이 긍정평가를 받은 자소서로 든 예시다. 반면 “가출경험 자살고민 등 솔직함이 지나쳐서 단점을 너무 장황하게 기술하는 경우”는 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교협 공통이 아닌, 대학자율인 4번 문항은 각 대학이 중점평가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임 책임사정관은 “흔히 학생부종합전형은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라고 한다. 잠재력은 현재 학생의 역량과 자질을 교육환경으로 나눠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4번 문항은 바로 지원자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지원동기와 교육환경을 살핌으로써 지원자의 지원학과와 관련한 전공적합성과 자기주도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작성 팁으로는 “현재의 나는 교육환경의 산물이다. 나를 둘러싼 교육환경이 지원학과를 좋아하게 만들었고, 가정 지역 고교 등 교육환경 속에서 여러 경험을 해 왔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며 “지원자는 교육환경의 어떤 점이 지원학과를 좋아하게 만들었는지, 지원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경희대는 자기 존중과 성찰을 바탕으로 지원학과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꾸준히 쌓아온 학생, 즉 열정을 갖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학생을 찾는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으로 자소서는 본인이 써야 한다. 임 책임사정관은 “자소서는 소재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지원학과에 맞는 역량과 자질을 가진 인재임을 호소하기에 적합한 소재나 활동 경험을 찾아야 한다. 그게 독창성이다. 자소서를 잘쓰고 못쓰고는 경험치의 차이로 결정된다. 문장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정관으로서 자소서 컨설팅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 지원학과에 적합한 소재와 경험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경험과 활동이 부족한 학생들이다. 임 책임사정관은 “소재를 늘리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강점을 맥락화해 보라. 맥락은 한 가지 에피소드를 길게 쓰는 것보다 사실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를 적절히 배열할 때 만들어진다. 물론 일부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감명을 주는 경우도 있다.”

최대한 단문으로 작성하되 학생부를 보완하는 서류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도 있다. “법원 판결문처럼 긴 문장으로 몇 줄씩 쓰기보다는 문학작품처럼 짧은 문장으로 한 줄을 넘지 않도록 쓰라. 문학작품을 읽을 때처럼 입학사정관이 감정이입이 되어 그 상황이 연상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학생부의 비교과영역은 교사의 기록으로 대부분 단순한 사실 위주로 기록한다. 반면 자소서는 사실과 활동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단순한 실적 유무보다는 그러한 사실과 활동이 지원자에게 미친 영향과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 자소서가 결과만이 아니라 동기와 과정을 잘 드러나도록 작성해야 하는 이유다.”

▲ 자율문항인 경희대 자소서 4번은 지원자의 교육환경의 어떤 점이 지원학과를 좋아하게 만들었는지, 지원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에 대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진=경희대 제공

<면접, 묻는 말에 정확히 자기스타일로 답하라>
학종의 면접에서는 기본적으로 인성과 전공적합성을 본다. 경희대는 서류확인면접과 출제문항면접으로 이뤄진다. 서류확인면접에서는 서류평가시 평가자가 지원자의 강점과 자질로 인정한 점, 자료의 진위여부 등을 재확인한다. 출제문항면접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질문에 대한 논리적 표현력과 사고력을 평가한다. 출제문항은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의 비교적 쉬운 주제다. 지원자는 면접실 밖에서 출제 문항을 읽고 10분간 준비한 후 면접관 앞에서 2분 이내로 답하고 질의 응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일반학과는 서류확인면접 5분과 출제문항면접 5분 총 10분이다. 단, 의학계는 2015학년 10분, 2016학년 20분에서 올해 30분 면접을 진행하면서 의사로서의 필수 소양인 인성을 세밀히 살피는 방향이다.

학교생활에서 면접을 경험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임 책임사정관은 “면접관이 묻는 말에 정확히 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면접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므로 1분 이내로 짧게 핵심을 말하는 연습을 해보자. 두괄식 답변도 한 방법”이라 조언했다. “외우지는 마라. 제출한 서류의 내용을 외워서 답하다 갑자기 막히면 당황하게 된다. 키워드 중심으로 할 얘기를 정리해두면 자연스러운 답변이 가능하다. 두세 가지 키워드를 설명한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고 진실성도 있어 보인다. 자기 스타일대로 답하길 권한다. 외향적인 학생은 활달하게 말해 밝고 진취적으로 보일 수 있고, 내성적인 학생은 차분하게 말해 사려 깊고 진중하게 보일 수 있다. 스타일은 달라도 자신의 생각을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모든 면접관은 태도가 바르고 긍정적인 학생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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