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만 피해..'막무가내 교육청, 불투명 가속화'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대입에서 적용되는 3년 예고제처럼 고입에서도 사전 예고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드높다. 현행 ‘원서접수 3개월 이전까지 요강발표’ 방식으로는 ‘깜깜이’ 고입을 벗어날 수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대입 3년 예고제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현행 3개월보다 요강 발표 시기를 앞당겨 수요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하자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교육청과 광역자사고 간 힘겨루기, 교육청의 막무가내식 전형 폐지 강권 등으로 인해 서울권 전기고 입시에서 벌어진 자사고 요강 발표 연기 사태는 고입 사전예고제 도입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외부요인에 따라 고입전형방식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수험생들이 감내토록 하는 것은 방지하자는 것이 고입 사전예고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행 대입 3년 예고제도 개선돼야 할 지점은 많다. 예외사항으로 규정된 구조조정, 기본사항 변경, 행정처분 등이 예상보다 많고 정부재정지원사업 등도 단기간 내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을 종종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모집단위의 일부 변화는 있을지언정 1년10개월 전에는 전형계획을 발표, 수요자들이 실제 활용가능한 전형방법을 공시하고 있는 현행 대입은 3개월 전에서야 전형방법을 알게 되는 ‘깜깜이’ 고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전문가들은 1년10개월이란 대입 3년예고제의 전형계획 발표기간을 고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면, 최소 현재 교육청이 당해 3월 발표하는 입학전형기본계획의 시점을 앞당기고 모집요강을 3월경 발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입에서 적용되는 3년 예고제처럼 고입에서도 사전 예고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드높다. 현행 ‘원서접수 3개월 이전까지 요강발표’ 방식으로는 ‘깜깜이’ 고입을 벗어날 수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깜깜이’고입.. 3개월 전에야 요강공고>
현행 고입에서는 원서접수 3개월 전까지 요강을 공고하도록 규정돼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입학전형실시권자인 교장은 입학전형 실시 3개월 전까지 입학전형일시, 원서접수, 전형방법 등의 계획을 수립 공고해야 한다. 입학전형 실시 시기는 교육청이 3월말까지 발표한 입학전형기본계획에서 규정한 원서접수 시기를 뜻한다. 
 
서울교육청이 올해 3월말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권 자사고는 광역단위/전국단위를 막론하고 11월10일부터 11일까지 원서접수를 받도록 돼 있으며, 외고/국제고는 11월18일부터 22일까지가 원서접수 기간이다. 민법의 초일불산입원칙 등을 굳이 적용하지 않고, 3개월 전이란 규정을 최대한 여유있게 해석하면 자사고는 8월10일, 외고/국제고는 8월18일까지만 요강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고하면 초중등교육법 상의 규정을 지키는 셈이다. 
 
문제는 3개월 전이란 기간이 너무 촉박해 수험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유발한다는 데 있다. 특히, 특정 전형/고교 입학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이 받는 당혹감은 이루 말할 데 없다. 원서접수를 3개월 앞둔 시기에서야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던 고교의 전형방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입은 대입과 달리 활용되는 전형요소도 많지 않고 전형방법의 변화도 적다며, 3개월 이전 공고 규정이 문제없다고 항변하지만 실제 사례를 보면 고입에서 갑작스레 전형방법을 바꾸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완전추첨전형에서 올해 추첨/면접 전형으로 전형기조를 바꾼 숭문고다. 현재 서울권 광역자사고 입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추첨하는 완전추첨방식과 추첨+추천서/학생부/실험-실습/실기-면접 등을 결합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하도록 돼있다. 후자의 경우 추첨과 면접을 결합하는 추첨/면접방식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숭문고는 지난해 선발권을 포기하고 완전추첨을 통해 합격자를 가렸으나, 올해는 추첨/면접을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올해 숭문고 지원을 희망하던 수험생은 갑작스레 바뀐 전형방법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지난해 입시안을 기준으로 올해도 추첨이 이어질 것을 예상했던 경우라면 3개월 내에 자소서와 면접을 대비해야 한다. 원서접수 시기가 긴박해져 오는 상황에서 결국 사교육을 통한 고입 준비를 하라는 얘기나 진배 없다. 현행 고입에서 예고제가 미비하다는 성토의 목소리는 결국 수험생들에게 바뀐 전형방법을 인지하고 대비할 충분한 기간을 주라는 것이다. 
 
<3개월 전 공고 방침마저도 유지 안돼.. 서울권 자사고 요강 발표 연기>
3개월 전이라는 현행 고입요강 공고기한이 수험생들에게 충분한 대비시간을 주지 못한다는 성토의 목소리는 고사하고, 현재 서울권 자사고 입시는 요강발표마저 연기되고 있어 더욱 문제로 지적된다. 그나마 있는 규정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서울권 전기고 입시는 자사고에 한정해 파행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부터 서울교육청이 관내 22개 광역자사고 중 20개 광역자사고 교장협의회와 자소서 제출시점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였기 때문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따라 1단계 전형이 추첨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원서접수 시점에 자소서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서울교육청의 주장이었던 반면, 교장협의회는 자사고 선발권 문제와 허위지원자 양산 등의 문제로 자소서를 원서접수 과정에서 제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과 교장협의회의 대립은 자소서 제출시기를 수험생 자율에 맡긴다는 합의를 도출해내며 마무리 됐다. 
 
문제는 합의시점이 너무 늦어졌다는 데 있다. 10일까지 요강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청과 교장협의회의 합의는 10일 오후가 돼서야 이뤄졌다. 정해진 합의사항을 반영, 교육청 승인절차를 다시금 밟아야 한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이미 기한을 지키기는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실제 17일까지 요강을 공개한 서울권 자사고는 완전추첨전형을 선택해 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었던 경문고 뿐이다. 장훈고는 완전추첨전형임에도 요강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규정된 3개월 전이란 공고기한 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고입에서 사전예고제가 적용되지 않는 탓에 학교들을 상대로 빠른 요강공고를 독려해야 할 교육청이 오히려 원서공고 기한을 지키지 못할 상황을 강제하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서울권 유일한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에게 임직원자녀전형을 폐지하라는 통보를 한 서울교육청이 주인공이다. 서울교육청은 임직원자녀전형의 폐지를 9일에서야 하나고에 통보했다. 10일까지 요강을 공고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막무가내식 통보나 다를 바 없었다. 
 
하나고와 서울교육청이 2017학년 전형방법을 두고 여러 이견을 보이긴 했으나 임직원자녀전형 관련해서는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던 상태였다. 본래 정원의 20%를 선발하는 하나고의 임직원자녀전형은 서울교육청이 정원의 10%선발, 하나고가 15%선발을 주장하며 이견이 있었지만 비율 문제였기 때문에 조율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갑작스레 서울시의회 특위의 결정사항이라며 하나고에 임직원자녀전형을 전면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그간 임직원자녀전형을 준비해 온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것이란 점은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본래대로라면 특위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서울교육청이 중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서울교육청은 특위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하나고에 전달했다. 서울교육청 교육혁신과의 안윤호 장학관은 “특위로부터 의결사항을 요강에 반영하라는 공문을 받았고, 의결사항은 반드시 학교에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에 따라 공문을 전달했다. 하루 안에 수정사항을 반영, 요강을 다시금 제출하라 한 것은 수정된 요강을 검토/승인해 요강 공개시한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특위가 행정조사를 실시함에 있어 학교의 전형일정에 대해 고려해야 할 의무는 없다”라고 주장했으나, 현장의 평가는 달랐다. 하루 만에 임직원자녀전형 폐지를 고교가 결정할 수도 없는 일이거니와 의결사항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보다 앞서는 초중등교육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태였기 때문이다. 고입에 무지한 특위에서는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지만, 고입을 관장하는 서울교육청이 특위의 결정사항을 따르자면 요강 공고가 크게 늦어진다는 점을 몰랐을 리는 없다는 점에서 안일한 업무처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울교육청의 항변과 달리 하나고의 임직원자녀전형 폐지는 하루 만에 결정될 수 있는 일이 당연히 아니었다. 하나고는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학교법인이 3자협의를 통해 설립한 학교로 설립 당시부터 하나금융의 재정지원을 받는 자사고다. 설립 초기에는 재정지원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은행법/금융법 개정 등으로 금융기관의 기금 출연이 금지되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공익법인에 한정 기금출연이 가능해졌으나, 임직원자녀전형이 ‘대가성’ 있는 전형이란 판단이 내려지며 현재 하나금융의 재정지원은 막혀 있는 상태다. 때문에 서울시특위는 임직원자녀전형을 폐지해 ‘대가성’을 없앰으로써 하나금융이 안정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라는 주장이지만, 하나금융이 임직원자녀전형이 없는 하나고를 지원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임직원자녀전형의 폐지는 하나금융과 하나고 간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은행법/금융법이 개정되더라도 재정지원이 재개되지 못하도록 만들 개연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특위의 생각과 달리 임직원자녀전형 폐지가 안정적인 재정지원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충분한 검토를 필요로 하는 사안인 셈이다. 결국 서울교육청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하나고에 하루 전에야 통보함으로써 요강공고 기한을 넘기도록 강제하는 행정처리를 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고입 대비에 고작 ‘3개월’? 결국 교육부 나서야>
현재 파행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깜깜이’ 고입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교육부가 쥐고 있다.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각자의 정치성향에 따라 ‘자사고 흔들기’ 등을 거침없이 단행하는 경우도 있는 데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특정 고교들을 선발, 전폭 지원하는 행위도 마다치 않는 상황에서 전기고 입시에서의 자구책이 시/도 차원에서 마련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육부가 지금이라도 앞장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 수험생들이 한 치 앞조차 알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만드는 촉박한 요강 공고 시점을 앞당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고입은 대입과 달리 수험생들에게 전형 관련 예측가능성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교육감의 정치성향 또는 시의회 특위의 권고 등 각종 외부요인에 따라 고입전형방식이 요동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라며, “현행 대입은 3년 예고제를 표방하나 실제 대학별 전형방법을 알게 되는 것은 1년10개월 전(고2 4월) 발표되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전형계획)이 나올 때부터다. 실제로는 1년10개월 예고제와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당해 학년도 3월말에 가서야 입학전형 기본계획 발표, 원서접수 3개월 전 요강발표라는 고입절차에 비하면 예측가능성과 전형안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학협의체인 대교협이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2년6개월 전(고1 8월말)까지 내기 때문에 1년10개월 예고제로라마 작동 가능한 것이다. 고입에서의 대입전형기본사항 격인 입학전형기본계획을 현재처럼 3월말 들어서야 교육청이 발표하는 상황에서는 3개월 전 요강발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청의 기본계획 발표를 앞당기고, 요강발표도 3월경으로 앞당기는 것이 현실성 있는 개선방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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