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개강 수시모집 등 학교 운영차질 불가피

[베리타스알파=최희연 기자] 이화여대는 처장단 10명이 11일 오후 일괄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처장단의 일괄사퇴는 교육부의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이하 평단사업) 추진에 반대하던 학생들이 총장사퇴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일이어서 향후 최경희 총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평교수들이 주축이 된 교수 비상대책위(비대위)까지 학내문제해결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요구하면서 최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평단사업추진 계획은 3일 긴급 교무회의를 통해 전면폐지됐으나 학생들이 여전히 16일째 농성을 풀지않은 데 이어 처장단 일괄 사퇴와 교수비대위의 입장표명으로 최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당장 2학기 개강은 물론 수시 모집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보직교수들의 일괄사퇴로 입시업무를 비롯해 학교운영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이화여대 교육부 평단사업 폐지 농성이 총장 사퇴 농성으로 번지며 16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처장단 10명의 보직교수가 학내 사안에 대한 책임을 통감,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보직교수들이 일괄 사퇴함에 따라 학교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는 내달 19일부터 수시원서접수를 실시한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처장단 보직교수 10명 일괄 사퇴>
11일 오후 이화여대 처장단은 학내 교직원 커뮤니티에 ‘저희 처장단은 2016년 7월28일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 사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금일 사퇴서를 일괄 제출하였습니다’라는 짧은 게시글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서를 제출한 처장은 서혁 교무처장, 박선기 기획처장, 정현미 학생처장, 남궁곤 입학처장, 조미숙 총무처장, 이외숙 재무처장, 오억수 연구처장, 박인휘 국제교류처장, 이미정 정보통신처장 등 10명이다. 지난달 28일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이하 미라대) 설립 반대로 시작된 이대 학생들의 본관점거가 총장의 사퇴요구로 번지며 16일째 지속되고 있다. 최 총장은 사퇴의 뜻을 밝히는 대신 학생들과 대화를 요구하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미라대 사업을 추진했던 보직교수들이 일괄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최 총장의 입지는 더욱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시모집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보직교수들이 일괄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학교 운영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이대 학생들은 ▲5월17일 처장단 회의를 시작으로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6월10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점 ▲처장단 회의, 편제조정위원회, 대학장 및 대학원장회의, 대학평의원회, 교무회의 등이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 학생이 참석하여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회의는 대학평의원회뿐이었던 점 ▲대학평의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니어서 의견 개진밖에 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28일부터 본관을 점거, 평단사업을 철회하라는 농성을 시작했다. 3일 최 총장과 처장단 각 단과대학장 40여 명이 긴급 교무회의를 열고 미라대 설립계획을 완전 철회했다. 평단사업은 전면 폐지됐으나 학생들은 그간 프라임사업 코어사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점, 평단사업 농성 과정에서 학내 사안에 경찰을 투입한 점을 이유로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여전히 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다.

<평교수 120명.. 교수토론회 통해 비대위 구성>
평교수 역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는 등 12일 학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1일 오후4시 평교수 120명은 비공개 교수토론회를 실시했으며 120여 명의 교수가 참여, 3시간 가까이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회에서 논의 및 결의한 내용은 ▲총장은 현재의 사태 해결을 위해 형식에 구애됨 없이 학생들과 직접 대면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로 사태 해결을 위한 가시적이고 진지한 노력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시에는 총장의 사퇴까지 요구할 수 있다 ▲현 사태가 비상상황임을 인식하고 교수들의 뜻을 대변하여 사태해결을 위하여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로서 교협 공동회장 3인을 포함하여 적정 수의 교수를 위원으로 하는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교협 공동회장 3인이 주도하도록 위임한다 등 총 세 가지 사항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최 총장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권고, 나아가 총장 사퇴까지 주장할 수 있다는 다소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9일 열렸던 평교수교수회의에 대해서는 “당시 회의는 교무처에 의해 소집돼 총장 본부보직자 단대 학장 보직장 등이 대거 참석 평교수집단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고, 참석자들이 사태의 시급성을 인지 대책마련의 듯에서 ‘중재위원회’를 제안했으나 그 구성을 학교에 위임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사태를 초래한 문제 당사자인 학교당국이 중재위원회 구성 주체가 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덧붙여 중재위원회의 구성 취소와 해제를 요구했다.

교수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중재위원회 구성은 제3자적 입장에서 사태의 해결을 모색하는 소극적인 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사태의 시급성을 감안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을 책임지는 교수들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교수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교수 비대위의 운영 목적과 범위는 ▲학생들의 농성해제와 학업으로 복귀를 위한 노력 ▲사태 관련 학생들의 학사징계 및 사법처리 관련 안위보장을 위한 역할 ▲중요 사안에 대한 의사소통 및 민주적 의사결정 보장을 위한 학교당국의 합리적이고 가시적인 노력의 도출 등이다.

이화교수협의회 회장단(김혜숙 정문종 정혜원)은 “이번 사태를 초래하여 교육자로서 이화 교수 전체의 권위와 자부심에 크게 누를 끼친 총장과 재단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사태의 해결에서 실추된 학교와 교수들의 명예는 물론이고 이화여대를 대표하는 총장으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이화의 명예를 위해 교수들은 적극 나설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화 원한다던 학생측.. 대화 방식 놓고 갈등>
12일 이대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11일 학생처가 보낸 ‘학생처-중앙운영위원회간 긴급면담 또는 간담회 제안’ 공문과, 총학이 학생처에 보낸 '긴급 면담 또는 간담회 제안에 대한 중앙운영위원회 입장'을 모두 공개했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총학을 포함한 각 단과대학 학생회 대표 집단이다. 학생처는 공문을 통해 “총학과 중운위의 역할과 권위가 발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처-총학/중운위간 긴급 면담 또는 조건 없는 간담회를 제안했다.

총학은 "학생처가 '학생처-중앙운영위의 면담 또는 간담회'를 긴급히 제안했으나, 학생처의 제안 공문을 통해서는 논의하고자 하는 바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더불어 중앙운영위의 역할과 권위는 학생 자치의 영역이며 학교 본부와 상의할 바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면담을 거부한 상태다. 이어 "본 사태가 장기화된 원인은 총학과 중운위의 권위와 관계없이 학교 본부가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 있다"고 지적했다.

최 총장은 12일 오후2시쯤, 학생들과 대화하기 위해 지난 5일에 이어 다시 한 번 본관을 찾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진정한 대화를 원한다"며 기존의 '서면 대화' 형식을 고수했고, 최 총장은 본관에 들어가지 못한 채 정문 앞에 서서 학생들과 1시간 가량 대화한 뒤 돌아갔다. 학생들은 "총장께서 본관 방문을 또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본관을 방문했다"며 "총장님과의 최선의 대화 방식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화를 원한다던 학생들이 대화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는 상황은 학내 문제를 장기화 시킬 뿐이다. 총장과 학교, 교수가 모두 학내 사안에 대해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만큼 ‘느린 민주주의’를 고수하는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가 왔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