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학생부 세탁수단?.. '결코 수시 해결책 아니다'

[베리타스알파=홍승표 기자] 최근 검정고시 응시생 중 재응시 확대를 두고 수시체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 등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전형들이 수시확대를 이끌어가다보니 고교생활 중 학생부 구축에 실패한 학생들이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내신세탁’으로 대입에 뛰어든다는 주장이다.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임성호 대표는 “수시체제가 강화되면서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나빠진 학생부를 바꾸기는 거의 불가능해 자퇴와 검정고시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확대되는 수시확대가 검정고시 확대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했다. 과연 고교교육을 포기하고, 검정고시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게 수시확대 때문일까?

현장의 반응은 대형학원인 종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정으로 정시축소시 타격이 클 사교육업체의 의도가 담긴 주장이라는 데 모아진다. 대입을 위해 정상적인 고교생활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치르는 것은 이미 수시확대 이전부터 있어온 현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학교교육 포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수시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검정고시를 통한 '내신세탁'이 수시확대 탓이라는 주장에 대한 현장 반응은 종로하늘이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꽃놀이패라는 데 모아진다. /사진=베라티스알파 DB

<학생부 대안기능 부족/불확실한 검정고시>
임 대표가 검정고시 응시생 증가의 원인을 수시 확대로 꼽은 것을 두고 현장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대입에서 수시 확대 추세가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자퇴와 검정고시가 해결책의 기능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정고시생이 지원 가능한 전형이 적은 현 대입구조를 감안하면, 자퇴/검정고시생은 대입 문호가 줄어드는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논술전형의 경우 검정고시 합격자는 학생부를 논술점수와 비교평가해 반영한다. 학생부와 논술의 반영비율이 다른데다 논술 평가차점 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점수를 산정하기 어렵다. 검정고시가 논술전형에서 학생부를 만회하기 위한 통로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정시에서도 학생부 성적은 당락을 거의 좌우하지 않는다. 올해 입학전형계획을 살펴보면 고려대가 정시에서 학생부를 10% 미만 반영하며, 연세대는 수능 100%로 학생을 선발한다. 정시를 노리는 학생이 학생부를 만회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내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학생부를 평가하는 수시와 수능위주의 정시로 굳어진 현재 대입체제에서 미리 정시에 전념하기 위해 검정고시를 치르는 경우도 비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학생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교과는 수시에서 비중이 줄었으나, 학종은 증가인원이 대폭 늘어 수시확대를 이끌었다. 학종은 교과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비교과를 정성평가한다. 내신성적이 낮은 학생도 충분히 학종에서 교과와 비교과의 연계를 통해 수학능력을 입증할 수 있다. 부실한 학생부 때문에 수시지원에 뜻을 두지 않는 학생은 자퇴와 검정고시의 방법 대신 수능위주인 정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불안감 부추겨 학생 사교육 내모는 영업마인드>
현장 반응은 학종을 중심으로 한 수시확대 추세에 궁지에 몰린 사교육업체가 학생들을 상대로 영업마인드를 기반으로 한 그릇된 분석이라는데 모아진다. 입시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겨 사교육으로 학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제각각의 수치를 입맛대로 해석해 한껏 부풀리는 종로하늘의 경향도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임 대표는 검정고시 재응시 증가의 원인을 수시확대로 꼽으면서, 수시확대를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학생부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고, 성공사례가 늘어나면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수시에 대한 경계는 정시에 잣대를 들이밀면서 사뭇 다른 양상으로 변했다. “수시에서 각 대학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부분 뽑아가기 때문에 수능 위주의 정시에서는 수능 성적만 높으면 애초 기대했던 학교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주장에 수험생에게 정시를 권하는 뉘앙스를 담았다.

검정고시 재응시 증가를 수시확대의 탓으로 돌리고, 수험생의 눈길을 정시로 유도하는 데는 사교육업체의 잇속이 깔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학생부 교과를 중심으로 비교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학종은 고교현장에 다양한 교내활동과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 등 긍정적 변화를 이끌었다.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며 학생 진로에 대해 상담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학생부 차별화를 위해 수업방식의 실험이 이루어지는 효과도 있었다. ‘잠은 학교에서, 공부는 학원에서’라는 문구가 통용되던 시절과는 180도 바뀐 풍경이다.

사교육억제를 기본 방향으로 하는 학종 등 수시확대추세가 지속되며 불거진 학원가의 볼멘소리가 담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기존 학생들을 한 강의실에 모아두고 끊임없는 문제풀이식 교육을 통해 입시성과를 냈던 사교육업체들이 과거 입시로 회귀를 원한다는 것이다. 사교육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N수생들이 두각을 보여온 정시가 축소돼 사교육시장의 입지가 좁아지는 현상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시와 정시가 전형방법이 상이해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서로 다를 수 있음에도 우수학생이 수시에서 대부분 선발돼 정시가 유리하다는 비논리적인 주장도 잇속챙기기에 다름아니라는 분석이다.

사교육업체가 불확실하고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이유는 아직 수시, 특히 학종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이 큰 데 있다. 자식 교육에 열성적인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겨 사교육에 기대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고교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통해 학생과 교사는 수시, 특히 학종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이나 일부 학부모들은 여전히 고교 교내활동을 부담으로 느끼거나 학생부의 양적 기록에 매달리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학종을 비롯한 대입전형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학생의 교육과 입시에 전적으로 개입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사교육업체에 의존해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내신등급 세탁을 위해 일부 학생이 자퇴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면서도, “재응시 비율, 연령대별 비율, 서울지역 검정고시 응시자 확대 등 수치가 내신등급 세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에도 내신성적의 불리함을 피해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응시하는 학생들은 종종 있었다. 대입에서 정시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던 시기에 자퇴후 수능올인전략이 유효할 수 있었지만, 현 대입체계에서는 사실상 의미없는 전략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교육업체가 일부 극단적 사례와 잘못된 원인 분석으로 현장에 혼란을 야기한 점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입시본질 망각한 종로하늘...자극적 내용으로 수험생 불안 가중>
수시확대를 비판하고 정시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식의 사교육업체 주장은 대학 입시의 본질을 망각한 내용으로 비판받고 있다. 학생선발은 학생이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와 고교교육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등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입시의 기본 목표다. 정량적 점수로 줄세워 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학생들이 수능에만 열중하게 만들어 고교현장은 황폐화되는 등 수능위주선발이 갖는 문제점을 따져보면 정시축소와 수시확대의 흐름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학생부위주 선발방식에도 개선해야할 점이 있을 수 있다. 고교마다 입시역량이 천차만별로 다르다는 점이나 정성평가의 공정성 논란에 대한 지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현재 각 대학이 운영하는 학종부터가 입학사정관제에서 외부스펙 기재 등의 문제점이 개선된 전형이기도 하다. 대입방향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꾸준한 전형방법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 문제는 사교육업체의 침소봉대식 꼬투리잡기는 수요자들의 불안을 증폭할 뿐 학교 현장과 대입제도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점이다. 6월 서울 인창고서 열린 학종논란 관련 교사들의 포험에서 학종폐지론을 두고 터져나온 "학종의 대안이 수능이라면, 30년 전으로 회귀하는 꼴"이라는 목소리를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입시현안의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수험생 불안을 가중시키고 결국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다. 검정고시를 통해 학생부를 세탁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수능으로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없이 성급하게 현상비판에 나선 모양새다.  

<검정고시 지원가능 전형은?>
대입을 위해 검정고시를 치를 만큼 진학의지가 큰 경우라면 대부분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둘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서울 상위 12개대 대입구조를 뜯어보면, 검정고시생이 지원가능한 전형은 대부분 논술전형이다.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데 무게를 둔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교과성적이 없는 검정고시 출신의 지원을 대부분 배제하고 있으며, 학생부를 중심으로 자소서/추천서 등 부가서류와 면접 등을 통해 학생들을 정성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도 검정고시 출신의 지원을 배제하는 편이다.

2017학년 수시 기준 학종에서 검정고시 출신의 지원을 허용하는 전형은 서울대 일반전형과 고려대 융합형인재(2016년 2월 이후 합격자 한정), 중앙대 학종(다빈치형/탐구형 인재), 성균관대 성균인재/글로벌인재 정도다. 특기자전형도 특정 지원자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검정고시 출신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논술고사를 주요 평가요소로 삼고 있는 논술전형은 통상적으로 지원자격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수능성적이 당락을 좌우하는 정시도 검정고시 출신자의 지원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결국, 수시 논술전형과 정시를 검정고시생이 지원가능한 전형으로 봐야하는 셈이다.

문제는 수시 논술전형과 정시 모두 학생부 성적이 당락을 결정짓는 데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논술전형에서 학생부 비중이 30~40%로 설정된 경우가 많으나 실질반영비율은 미미하다. 연세대의 수시 일반전형에서 학생부 반영방법을 살펴보면 지원자 교과 등급에 따라 1등급은 20점, 2등급은 19.8점, 3등급은 19.6점 등으로 성적을 산출한다. 내신 1등급과 6등급의 점수 차이가 단 1점에 불과한 셈이다. 서강대 논술전형에서도 내신 1,2등급 간 점수차는 0.8점이며 중앙대 논술전형은 0.04점에 불과하다. 학생부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르기에는 학생부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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