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삼성그룹의 첫 학교 ‘충남삼성고’는 삼성지원에 스타교장 박하식의 혁신적 교육철학이 스며들며 광역단위 모집의 자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세팅에만 1100억원 가량, 연간 95억원의 재정지원은 삼성이기에 가능한 동력이다. ‘진짜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전국에서 모인 우수교사들이 교사 1인당 학생수 10명으로 철저한 학생중심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기본컨셉은 ‘무학년 선택형 교육과정’이다. 전 과목을 공통선택 계열선택 전공선택 자율선택 등에 각 규정된 단위 수에 맞춰 학생이 선택한다. 광역단위 자사고로 선발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지만 학생중심을 표방한 충남삼성고의 교육과정은 ‘학종 시대’를 앞두고, 올해 완성연도로 충남삼성고의 첫 대입실적에 기대를 모으는 근거가 될만하다.

<’박하식’표 교육, 삼성지원으로 날개 달다>
충남삼성고는 ‘삼성의 학교’로 전국적 관심을 받았지만, 교육계에선 ‘박하식의 학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하식(58) 충남삼성고 초대교장이 대표적인 ‘스타교장’이기 때문이다. 박 교장을 스타로 끌어올린 배경은 거치는 학교마다 ‘최고’의 자리에 올린 경력 때문이다.

박 교장이 국내 교육판도에 그은 궤적은 화려하다. 명성은 민사고에서 시작됐다. 민사고가 내신불이익 문제로 해외진학으로 방향을 틀었던 당시 글로벌 리더 교육을 다듬어 갔다. 민사고는 아이비리그 최다 배출학교로 올라섰고 현재 해외대학 진학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입지를 굳혔다. 박 교장은 학생들과 함께 두루마기를 입고 미국땅 한복판을 휘젓고 다니며 민사고의 존재감을 알리는 당찬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2004년엔 외대부고(당시 용인외고) 개교준비 책임교감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외대부고는 당시 한국 최초의 관학 협력 학교로 남봉철 대원외고 교장과 ‘박하식 민사고 교감’을 영입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남 교장은 박 교장이 영입해온 인물이다. 박 교장이 설계한 용인외고의 포지셔닝은 ‘최고의 외고’였고, 첫 졸업생을 배출하자마자 대박을 쳤다. 국제반은 하버드 2명을 포함해 전원 해외 유명 대학에 진학했고, 국내반 졸업생 215명 중 213명이 진학했다. 박 교장이 설계한 ‘RT(Regular Track)’와 ‘ET(Elective Track)’ 프로그램은 현재진행형으로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민사고 시절 두루마기 이벤트에 이어 용인외고에선 앙드레김표 교복이다. 고 앙드레김 선생을 직접 만나 설득한 인물이 바로 박 교장이다.

경기외고(당시 명지외고) 교장으로 부임해선 교명을 경기외고로 바꾸고 국내고교 최초로 IBDP(세계표준의 고교교육과정)를 도입, 국내대학 대입실적에서도 경기외고를 경기권 외고의 정상권에 올려 놓은 것 역시 ‘혁신 박하식’의 대표적 사례다. 박 교장이 몸담기 이전의 민사고는 파스퇴르 부도 직후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부임 전 명지외고는 입시부정에 연루된 상태에 재정적 어려움이 겹쳐있었다. 충남삼성고에 박 교장이 몰고 올 혁신이 궁금한, 그 기대로 충남 아산 탕정까지 우수교사들이 이미 포진해 있는 배경이다.

물론 충남삼성고는 박 교장 이전에 ‘삼성의 고교’로 남다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팅에만 1100억원 가량, 연간 95억원의 재정지원은 삼성이기에 가능한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충남삼성고에 의하면, 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의 재단지원금은 2014년 결산 기준 59억5000만원, 2015년 예산 기준 77억3000만원 2016년 추정기준 94억9000만원이다. 여기에 지자체에서도 삼성고에 대한 기대로 지원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 지자체지원금은 2014년 결산기준 3억2000만원, 2015년 예산기준 5억8000만원, 2016년 추정기준 8억4000만원이다.

재단 및 지자체의 남다른 재정지원은 곧 학생에게 돌아간다. 충남삼성고 학부모가 학교에 납입하는 연간 학비는 기숙사생의 경우 854만원, 통학생의 경우 434만원 가량에 지나지 않다. 기숙사생의 경우 기숙사비 연간 300만원과 조식 석식이 포함된 금액이다. 방과후학교비는 기숙사생 통학생 모두 1인당 연간 60만원을 반영한 금액으로, 학생에 따라 학기당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소요될 수 있다. 연간 1000만원대의 학비, 최대 2000만원대의 학비를 받는 전국단위 자사고(물론 이들 전국단위 자사고는 받는 학비보다 학생에 들이는 교육비가 더 많다)에 비하면 무척 가벼운 부담이다.

학부모로부터 받는 학비보다 학생에 들이는 교육비가 전국 고교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은 충남삼성고의 교육철학을 대변한다. 충남삼성고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학년 학생만 있던 2014년 결산기준 2810만원, 1~2학년이 있던 2015년 예산기준 2083만원, 1~3학년 완성년도인 2016년 추정기준 1777만원이나 된다. 2015년을 기준으로 하면, 기숙사생의 경우 1229만원, 통학생의 경우 1649만원을 학비보다 더 들이는 셈이다. 대기업 지원으로 재단전입금이 많아 학비 대비 교육비가 많은 전국단위 자사고와 대비해보면, 삼성고의 재단지원 규모를 체감할 수 있다. 2015년 예산 기준 가장 많은 차액(들이는 교육비가 받는 학비보다 많은)을 기록한 전국단위 자사고는 현대중공업의 현대청운고로 차액은 1인당 685만원(학비 998만원-교육비 1682만원)이다. 한화그룹의 북일고가 591만원(893만원-1484만원), 하나금융그룹의 하나고가 522만원(1431만원-1953만원), 포스코의 광철고가 453만원(646만원-1099만원), 인천공항공사의 인천하늘고가 437만원(1205만원-1642만원), 포스코의 포항제철고가 426만원(565만원-991만원)으로 뒤를 잇는다. 전원 기숙사 체제인 전국단위 자사고와의 비교라는 데서 충남삼성고의 기숙사생 1인당 학비 854만원, 차액 1229만원은 적어도 재단지원금에 있어선 차액이 가장 많은 현대청운고(685만원)는 물론 학비(충남삼성고 기숙사생 1인당 학비 854만원)가 비슷한 북일고(학비 893만원, 차액 591만원)를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 학교시설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라 할 만큼 쾌적하다. 세련된 디자인과 규모도 규모지만, 학교를 둘러싼 산과 호수가 인상적이다. /사진=충남삼성고 제공

<잡무고충 ‘zero’.. 교사 1인당 지도학생 10명>
재단의 재정지원은 박 교장의 ‘학교디자인’에 힘을 불어넣는다. 박 교장이 줄곧 외쳐온 “잡무로부터 탈출, 연구와 수업에 매진”을 제대로 실현시킬 동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장은 “선생님들께서 겪으시는 잡무 고충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교사는 96명인데, 교직원이 195명이다. 99명이 ‘스태프’라는 얘기다. 모든 교사연구실에 조교와 행정직원이 있다. 기숙사 관리에 대한 직원도 따로 있다. 선생님들께선 본업인 수업과 지도, 평가에 전념하실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학급당 35명 10학급으로 구성됐지만, 실제로는 한 학년 15~16개 학급, 학급당 25명 이하로 운영되고 있다”며 “지난 3년 지원율을 보면, 많은 선생님들께서 지원해주시고 있다. 젊은 선생님들은 물론, 연령 40대의 고3부장 연구부장 등 중견 선생님들도 지원해주셔서 구성을 맞출 수 있었다. 수도권에서 멀다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교통문제가 많이 해결되어가고 있고, 이 지역이 발전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 충남삼성고가 목표하는 교육과정에 동의하시는 분들이 많다. 새로운 교육에 대한 갈망이 있으신 분들이 뭉친 학교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충남삼성고 교원의 급여는 공사립 표준급여의 130%에 성과급이 더해진다. 학교가 충남 아산 탕정에 위치, 교원들의 주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기혼자에겐 트라팰리스 아파트를 3년간 무상임차하고, 미혼자에겐 교내 기숙사 및 트라팰리스 기숙사를 일정기간 제공한다. 전문 행정실무사 조교 기숙사사감을 별도 채용, 교사들은 수업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주인공’>
삼성고의 교육철학은 “학생이 주인공”이라 압축할 수 있다. 학생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은 즐겁게 공부하며 진로를 개척해낸다. 김도훈 충남삼성고 교감은 개교추진 시절, 교육과정을 함께 연구하면서 ‘왜 학교가 재미 없을까, 즐겁지 않을까’에서 출발한 고민을 “학교구성원 모두가 ‘내가 주인공’이라 여기게 하자”는 결론으로 귀결시켰다고 설명한다. “많은 학교들이 학생을 주인공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게 현실을 고민했다. 학생이 주인공이라면, 학생은 학교를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수업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충남삼성고 개교추진은 2012년에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인사담당자들이 프로젝트 업무로 시작, 개교 1년 전인 2013년 3월부터 현 교장과 교감이 포함된 개교추진단이 결성됐다. 기본적인 설계 베이스는 박 교장으로부터 나왔다. “엄청나게 새로운 걸 하자는 게 아닌, 원래 교육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던 걸 도전해보자”는 박 교장의 의지가 삼성고의 교육과정으로 구현됐다. 김 교감은 “화려하고 멋지게 하려 했다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고 원래 교육적 취지에 맞는 걸 구현하자는 것”이라며 “여기에 삼성이라는 기업이 법인은 만들고,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을 교육과정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주시하는 인재상이라는 데서 대학졸업 이후 상황까지 고려한 교육과정의 특색이 생긴 셈이다.

학생을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충남삼성고 개교추진단의 의지가 반영된 첫 번째 교육과정이 ‘학생선택 진로별 교육과정’이다. 교사수급과 시설 등의 인프라 문제부터 학생에 초점을 맞춰 모두 디자인했다. 학생들은 진로와 적성에 맞춰 교육과정을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별 선택과정이 아니다. 김 교감은 “이과라 해서 다 똑 같은 이과가 아니고, 문과라 해서 다 똑 같은 문과가 아니다”라며 “학생 350명 모두 자기만의 시간표를 가진다. 2009개정교육과정과 미래교육과정의 기본컨셉은 ‘무학년 선택형 교육과정’이다. 우리가 엄청나게 뭔가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방형이 선언된 데 발맞춰 가는 것이다. 충남삼성고는 전 과목 무학년 무계열제로 운영한다. 공통선택 공통선택 계열선택 전공선택 자율선택 등에 각 규정된 단위 수에 맞춰 학생이 선택한다.” 김 교감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식당메뉴 비유가 와 닿는다. “충남삼성고 교육과정은 ‘세트형’이 아니라 ‘뷔페식’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음식들을 접시에 가져오듯, 개설된 과정을 보고 재미있어 보이는 걸 담는 것이다. 스스로 일식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 일식 코너 가서 골라 먹을 수 있다. 진로설정 안 되어 있어 잘 모르겠으면, 일단 맛있게 생긴 거 다 골라보게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특성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맛있어 보이는 걸 고르고 봤더니 공교롭게 일식으로 구성돼 있다면, 이 학생의 진로설정은 일식으로 잡히는 식이다.”

교육과정의 선택을 학생 자율에 맞기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가이드가 매우 세심하다. 김 교감은 “현 대입전형을 부정하지 않는다. 전공적합성을 갖추도록 안내한다. 대입전형은 획일적 교육이 아닌, 잠재력을 개발하는 입시전형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고교 교육과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충남삼성고는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을 나눠준다. 입학 전 교육이 선행교육으로 흐르기 쉬운데, 우리는 선행과정이 아닌 교육과정을 안내한다. 적성 등을 탐색하라는 것이다.”

때문에 충남삼성고 교육과정은 별명까지 붙었다. ‘타깃형 교육과정’이다. 무작정 공부하고 점수 맞춰 대학 가고 대학 졸업 이후 취업해서도 직장을 사랑하지 못하고 이직률이 높은 현실은 대학 졸업할 때에야 진로를 생각하는 문제를 짚고, 진로설정의 시기를 중3 고1올 당겨 고민하고 그에 맞춰 교육하자는 것이다. 김 교감은 “대학처럼 공통과정 계열과정 자율선택의 과정 군대로 아이들이 선택해 수업을 듣고, 이수 이후 ‘과정 디플로마’라 해서 졸업장 외에 하나 더 수여한다. 3계열 8과정으로 운영한다. 일반고들도 학교장 자율권 보장으로 2009개정교육과정에선 8과정의 운영이 가능하고 실제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다. 충남삼성고 특징은 A학생과 B학생이 각 8과정 들었지만, 그 안의 과목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350개 가량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350개의 디플로마를 다 수요할 수 없어 큰 틀로 8개로 나눠 디플로마를 수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 교감은 충남삼성고의 교육철학과 프로그램에 자신만만하다. 충남삼성고의 사례가 롤 모델이 되길 희망한다. “학교는 학생 각자의 색깔을 키우고, 아이들은 자기 색깔에 맞게 크는 게 우리가 바라는 교육이다. 하나고의 성공사례가 전국에 잘 전파되어 우리나라 교육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인성과 특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이다. 충남삼성고 역시 성공사례로서 충남삼성고의 방향도 널리 알려지길 소원한다. 우리만 잘되자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남삼성고에선 강의식 수업은 없다. 학생 각자가 ‘내가 주인공’이라 여기게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1단계가 듣고 싶은 과목을 듣게 하는 것이라면, 2단계는 학생과 대화하는 수업이다. 김 교감은 “선생님만 얘기하는 수업은 학생 입장에선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일방향의 수업으로는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게 뻔하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했음’ ‘성실하게 수업에 임함’ 식이다. 길을 학생과 대화하는 데서 찾았다”고 내용을 소개했다. “전 교과목을 5단위로 편성, 학생들은 일단 선택한 교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듣게 된다. 수업시간은 블록수업으로 수업당 100분이다. 5단위 편성은 운영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우리는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만 수강시켜 가능했다. 일반고에서 3~4단위할 때 우리는 5단위하면서 실험 토론 발표를 하게 했다. 단순한 교과지식을 주고 받는 게 아니라 실험 토론 발표로 사고력이 높아지고 교과지식의 함량도 높아진다. 수업당 학생수는 10~25명으로, 선생님 1인당 지도학생은 8.3명이다. 선생님 1명이 5시간을 모두 책임지고, 주당시수는 15시간이다. 매일매일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고충이 있긴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선생님을 매일매일 만난다. 선생님들의 학생집중도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학생부에 기재할 내용도 다양해진다. 선생님들이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줌으로써 진짜 해야 할 교육을 한다는 데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

충남삼성고 수업은 전 교사에 수업컨설팅이 들어간다는 특징이다. 카메라 두 대가 교실에 설치된다. 한 대는 교사를, 한 대는 학생들을 촬영한다. 학교 네트워크에 모두 올려 모든 교사가 볼 수 있다. 바로 ‘학교장 수업 컨설팅’이다. 김 교감은 “교장선생님께서 수업에 양보하는 게 없다”며 학교 분위기를 설명한다. “선생님들께서 다른 선생님의 수업내용으로 큰 도움을 받는다는 긍정적 반응”이라며 “사실 수업은 협업이다. 순서가 뒤에 있는 선생님들일수록 다른 선생님들의 장점을 다 흡수하는 특징이다. 교장선생님께서 ‘지시적 언어’ ‘비지시적 언어’ 등을 전부 기록해 교사들에 전하시는 등 세심한 관찰과 응원을 하신다. 선생님들께서 물론 부담도 있으시겠지만, ‘협업’과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주셔 감사하다.”

<천혜의 교육환경에서 행복한 학생들>
학교시설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라 할 만큼 쾌적하다. 세련된 디자인과 규모도 규모지만, 학교를 둘러싼 산과 호수가 인상적이다. 신설학교들의 시설은 물론 다들 좋지만, 환경 측면에서 부지가 저렴한 곳을 찾다 보니 개발이전 혹은 과정에서 건물이 지어지면서 횅댕그렁한 느낌이 없지 않은 게 사실인데 삼성고의 경우 주위를 둘러싼 자연천혜가 조화를 이루면서 포근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정서를 맑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교육친화적인 시설’을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건축가들이 설계하고 지어낸 건물에 교육과정을 맞추는 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충남삼성고는 중간에 설계를 바꿔 교육과정에 맞춰 지은 특징이다. 박 교장은 “설계 과정에서 공사담당자 설계담당자와 일주일에 한 번씩 미팅, 이미 설계된 내용 일부를 고쳐 완료했다. 건물 자체만 훌륭해서 될 게 아니라, 교육과정과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학생선택 진로별 교육과정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을 비용을 더 투입해서 다시 맞게 지을 수 있도록 재단 측에서도 교장과 개교준비단에 대해 신뢰하고 일임한 덕”이라 말했다. 김 교감 역시 “친환경에 더불어 교육과정중심의 건물설계는 획기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성냥갑처럼 나뉘어졌던 설계는 교장 교감 등 교육과정을 만들어낸 개교준비단을 거쳐 학생들의 편리한 생활동선과 교사들의 연구환경을 고려한 교과 클러스터와 일반강의실 세미나실 대강의실 계단강의실 토론실 등의 다양한 크기와 구성의 강의실, 갤럭시홀(문화행사 개최장소) 창의공작실(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노작교육 실시 공간) 에이스홀(회의의 격식을 배우고 소통의 품격을 높이는 곳) 음악실(오케스트라 악기 완비, 전교생 1인1기 활동) 등의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변경, 실현됐다.

박 교장은 “아직 교육에 대한 실적이 없어 대부분 건물을 보시고 깊은 인상을 가지신다. 학교 건물로서 교육과정과 잘 매치됐다는 데서 갖는 인상”이라며 충남삼성고 특유의 ‘스마트 환경’도 설명했다. “교실이 완전히 스마트 환경이다. ‘갤럭시탭10.1’을 전교생에 배부, 학습에 활용하게 한다. 선생님의 자료를 학생이 바로 받고, 수업시간에 학생 자료는 선생님에 바로 전송되는 식이다. 체육 음악 미술 등 예술 관련 소양을 쌓는 데도 충분하다. 개교 첫해인 1년 간만 해도 해외 포함 126개 팀이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가셨다.”

주도성과 교과지식을 겸비해야 할 ‘그룹스터디’ ‘학술동아리’ ‘교사/동료멘토링’ ‘진로/학습컨설팅’ 등 다양한 학생자치활동, 공통필수과목이 국수영이 아닌 철학 기술 가사 음악 미술 진로 봉사라는 데서도 충남삼성고 특색이 묻어난다. “국수영 1등만 1등이 아니라, 공 잘차는 1등, 노래 잘하는 1등 식으로 다양한 1등이 있을 때 인재가 배출되고 아이들이 즐거울 것”이라는 박 교장의 지론이 “우선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라는 데서 철학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은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실존주의를 논하면서 철학수업을, 직접 만들어보고 고쳐보면서 기술수업을 받는다. 충남삼성고는 ‘체고 아니냐’는 농담도 듣는다. 김 교감은 “학교가 비용을 아끼지 않은 영역 3개가 과학실험기자재, 악기, 체육장비”라며 “학생들이 원하는 악기를 모두 다룰 수 있고, 미식축구 검도 등 원하는 체육활동을 기자재 구비 걱정 없이 모두 할 수 있도록 전폭지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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