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초보인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전형 표준화 필요'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2017 수시 원서접수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유사학종’주의보가 내려졌다. 유사학종은 전형방법에서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로 반영, 학생부교과성적을 평가의 중심으로 삼기 때문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분류돼야 함에도 대교협이나 대학이 학종으로 분류해 혼선을 빚는 전형을 말한다. 유사학종은 학생부교과의 실질이지만, 학종 확대의 분위기를 타고 학종으로 분류되기도 해 지원전략 수립 시 조심해야한다. 정량평가의 학생부교과전형의 실질을 지니고 있는 유사학종을 통상의 학종으로 알고 지원할 경우, 6장의 수시 카드 일부를 버리는 결과까지 낳을 수 있다. 

올해 수시에서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유사학종은 한국항공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 서울여대 일반학생전형, 국민대 학교생활우수자/국민지역인재 전형, 서울과기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1단계에서 교과성적만으로 3배수를 선발하는 한국항공대 학교생활우수자를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류평가 등이 동반되는 여타 전형들과 달리 1단계에서 학생부교과성적 100%로 3배수를 가리는 전형방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성적이 합/불을 가르는 1차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다른 전형요소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유사학종의 난립은 전형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전형을 간소화했다지만 여전히 대교협 분류나 대학 요강상 분류는 수요자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동일한 전형방법을 지닌 전형이 이유없이 다른 유형으로 분류돼 있는 일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여대 일반학생전형과 가천대 가천바람개비전형은 동일한 교과 70%+서류30%의 일괄합산전형이지만, 서울여대 일반학생은 학종, 가천대 가천바람개비는 학생부교과로 분류된다. 대입 전반을 관장하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지금이라도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전형표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사학종에 대한 명확한 정리는 2018 학종시대를 앞두고 학종논란의 빌미가 되는 요소들을 차단하고 수요자들에게 정성평가 기반의 학종을 제대로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전형 간소화를 통해 학생부교과/학종/논술/특기자의 4개 유형으로 전형을 간소화 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정작 세부전형이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를 판단하는 게 항상 초보인 수험생/학부모 등 수요자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문제다. 특히, 논술고사의 존재, 지원자격의 독특함으로 구분이 쉬운 논술/특기자와 달리 학생부교과와 학종은 전형 분류부터 혼재돼있는 양상이다. 전형방법만 놓고 보면 동일한 전형임에도 어떤 전형은 학종이고, 어떤 전형은 학생부교과로 구분돼있기도 하다.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사교육업체 설명회에서는 ‘전형명칭이 독특하거나 이상하면 학종’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기껏 전형간소화를 했다고 하지만 수요자들이 전형구분이 어려워한다면 여전히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공급자 입장의 전형분류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학종에 대한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은 유사학종의 난립은 학종에 대한 오해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단순 전형요소만으로 학종/학생부교과의 구분이 쉽지 않다면, 학종의 본래 취지를 되살려봐야 한다. 정량평가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한 전형이 학종임을 고려해 정량평가 요소를 배제한 학생부위주전형을 학종으로 구분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2017 수시 원서접수 시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유사학종’에 주의해야 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의 실질을 지녔음에도 학종으로 분류돼있어 혼동을 가져다 줄 공산이 크다. 특히, 1단계에서 학생부교과로 3배수를 선발해 여타 전형요소가 적용될 여지가 없는 한국항공대 학교생활우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할 전형이다. /사진=한국항공대 제공

<학종이지만 학생부교과 정량평가.. ‘유사학종’>
통상적으로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등급을 점수화해 줄세워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학생부를 기반으로 하되 추가 제출서류, 면접 등을 부가, 종합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대교협이 발간하는 대입 기본사항 등을 보면,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전형', 학종은 '입학사정관 등이 참여해 학생부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을 통해 학생을 종합평가하는 전형'이라고 규정돼 있다.

결국 상위권대학을 기준으로 할 때 학생부교과전형 지원자는 내노라하는 내신등급을 보유한 학생들이 주로 지원한다. 단순 내신성적 줄세우기라는 전형방법의 특성 상 내신등급이 높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내신성적 외 평가지표들이 포함된 학생부교과전형들도 존재하지만, 주요 평가지표가 내신성적(학생부교과성적)으로 정시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입시결과 등이 다소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형이기도 하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도 내신등급이 낮은 학생들을 무작정 수용하는 전형은 아니지만, 학생부교과전형 대비 내신에 대한 부담감이 덜할 수밖에 없다. 학업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내신에 대한 중요도가 높긴 하나, 절대적이진 않다.

하지만, 일부 학종의 경우 학생부교과전형과 동일하게 학생부교과성적의 반영 비율을 명시하고, 석차등급을 활용한 내신등급을 줄세우기 형태, 즉 ‘정량평가’로 반영하고 있다. 본래 학종은 동일대학 학생부교과전형 지원자 대비 내신등급이 다소 뒤떨어지더라도, 부족한 내신등급을 만회할 수 있는 학업역량 관련 강점이 있는 경우 지원 가능한 전형이지만, ‘정량평가’로 내신등급을 반영하는 학종의 경우 학업역량 관련 강점과 무관하게 불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 줄 세우기에 불과한 정량평가는 학업역량 관련 강점 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정량평가가 포함돼있는 학종은 본래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분류돼야 하는 전형이다. 학종의 실질을 지니지 못했으나 학종으로 잘못 분류돼있는 셈이다. 학종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학종이 아닌 ‘유사학종’인 셈이다.

물론 전형요소만을 가지고 학종인지 아닌지를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대 일반전형이다. 서울대 일반전형은 구술면접 실시라는 이유만으로 ‘가짜 학종’으로 몰린 바 있다. 구술면접이 교과 관련 면접이라는 이유로 수험생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게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의 주장이지만 서울대 구술면접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 기인한다. 서울대 구술면접은 정답을 맞히고 못 맞히고를 떠나 얼마나 본연의 사고력을 바탕으로 문제풀이를 진전해 나갈 수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배양해 낸 인재라면 면접문항이 다소 어려워 풀이가 막히는 부분이 있더라도 교수가 마주앉아 계속해서 단서를 제시하기 때문에 풀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설령 끝까지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하더라도 합격한 사례들도 존재한다. 단순히 전형요소만을 가지고 전형을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접근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역시 대학별 전형방법만을 가지고 학종 여부를 따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똑같은 서류평가 40%라 하더라도 대학별로 서류평가에 들이는 노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부 대학은 형식적인 서류훑기에 그치는 반면, 학종의 서류평가 이상으로 노력을 들일 수도 있다. 추후 정성평가로 전환을 앞두고 인력확보 등 현실적인 전형운영의 문제로 당장은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로 반영하게 된 한계도 상정 가능한 상황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부교과를 정량평가하는 것이 학종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학종은 쉽사리 확대하기 힘든 전형이다. 단순 줄세우기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사정관 확보문제로 인한 인건비 투입부터 전형운영 비용이 만만찮다.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를 대입의 한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의에 동감해 학종을 실시하는 것이지, 단순한 경쟁률/경제의 논리로 본다면 대학들은 전부 논술전형을 확대했어야 한다. 대교협에서 만약 해당 전형을 학종이 아닌 학생부교과로 변경해야 한다고 공지했다면 기꺼이 학생부교과로 전형 유형을 변경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부교과(정량평가)의 특성을 지닌 유사학종을 구분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당장 대입을 앞둔 수험생/학부모 등 수요자들의 입장에서 혼동이 올수 있고 불이익이 가능하다는 현실 때문이다. 게다가 전형요소를 두고 전형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지만, 전형방법은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전형구분에 활용할 수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 학종의 본질을 고려하면, 정량평가가 가미된 학종은 분명 구분돼야 마땅하다. 

<2017 수시 원서접수.. 주의해야 할 ‘유사학종’>
2017 수시에서 학생부 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유사학종’은 다양한 대학의 요강에서 등장한다. 대표적인 유사학종은 홍익대의 학생부종합전형 중 서울캠퍼스자율전공, 국민대의 학교생활우수자전형과 국민지역인재전형, 서울과기대의 학교생활우수자전형, 한국항공대의 학교생활우수자전형, 여대인 서울여대의 일반학생전형과 덕성여대의 덕성인재전형 등이다.

학생부교과성적의 반영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보면, 한국항공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을 대표적인 유사학종으로 꼽을만하다. 한국항공대는 단계별 전형인 학교생활우수자에서 교과 100%로 3배수를 1단계 합격자로 선발한다. 명목 상 전형분류는 학종이지만, 단순 내신 석차등급에 따라 합/불이 결정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실질을 지닌 셈이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50%에 서류평가 50%를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가리지만, 제출 서류도 학생부 뿐으로 정성평가에 기반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2단계에서 정성평가 요소가 다소 포함돼 있을 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분류됐어야 했다는 평이다.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전형은 서울여대 일반학생전형이다. 서울여대 일반학생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교과70%와 서류3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합격자 선발 과정에서 70%를 차지하는 교과성적은 석차등급을 기반으로 한 정량평가로 산출한다. 때문에 학종의 실질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 제출서류도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로 동일하며, 전형방법도 교과70%+서류30%로 동일한 가천대 가천바람개비전형의 경우 학종이 아닌 학생부교과로 분류돼있어 온당한 전형분류가 이뤄진 것과 대조된다.

국민대 학교생활우수자와 국민지역인재는 교과60%와 서류40%를 합산하는 동일한 일괄선발 방식으로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생활우수자의 경우 학생부/자소서/교사추천서를 모두 요구하며, 국민지역인재는 학생부/자소서/교사추천서에 교장추천서까지 추가로 요구하는 등 제출서류의 차이만 있다. 학생부교과성적의 반영 비율이 정성평가 기반인 서류평가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비중으로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한다는 점은 여타 유사학종과 동일하므로 지원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변별력/반영비율은 학생부반영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전형요소의 절반 이상을 줄세우기 식 학생부교과가 차지한 이상 통상적인 학종을 생각하고 원서접수를 할 시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서울과기대 학교생활우수자의 경우 교과60%에 서류평가40%를 합산해 3배수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1단계성적60%와 면접40%를 합산하는 단계별 전형방식이다. 학생부와 자소서를 정성평가하고, 면접도 부가돼 통상적인 학종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부교과성적을 1단계에서 60%비중으로 정량평가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결국 정량평가가 전형방법에 포함된 이상 통상적인 학종을 생각하고 지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익대 학생부종합(캠퍼스자율전공/서울캠), 덕성여대 덕성인재, 한국교원대 학생부종합우수자와 큰스승인재 등은 정량평가 학생부교과 비중이 순서대로 45%, 40%, 25%로 여타 전형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통상의 학종과는 다른 특성을 감안해야 하므로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전형이다.

물론, 수시에서 학종으로 전형분류가 돼있지만, 학생부교과를 정량평가해 유사학종으로 분류된 전형들에 지원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정량평가가 단순 줄세우기라는 점을 이해하고, 학생부 교과성적이 어떻게 전형에 활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면 지원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전형분류에만 집중해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원하는 우를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사학종과 학종의 차이.. 전형의 본질 ‘정성평가’>
학종은 학생부를 중심으로 자소서/추천서/면접 등을 부가함으로써 대학별 인재상이 반영된 맞춤형 인재, 학교생활에 충실한 인재를 선발하는 전형이다. 물론 대학마다 부가되는 전형요소들을 반영할지 여부는 다를 수 있다. 자소서/추천서 등 제출서류를 일부만 받거나 전부 받지 않을 수도 있고, 면접도 실시여부를 대학이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 때문에 똑같은 학종이지만, 학생부와 자소서/추천서를 평가지표로 삼고 1단계 합격자에 한해 면접을 실시하는 서울대 지균과 같은 사례부터 학생부종합평가 100%로 일괄선발하는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의 사례까지 학종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대학별/전형별로 상이한 전형요소를 지녔음에도 학종을 묶는 하나의 키워드는 있다. 바로 ‘정성평가’다. 학종의 도입과정에서 정량평가 배제는 필연적이었기 때문에, 정량평가의 반대 측면에 자리잡은 정성평가가 학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잡게 됐다.

본래 학종의 도입 취지는 ‘정량평가에 대한 반성’과 ‘고교교육 살리기’의 큰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간 ‘정시’로 대변되는 수능 또는 여타 정량평가 시험 위주의 대입전형으로 수십년 간 인재선발을 실시한 결과 사회를 선도해 나갈만한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해내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점수위주의 선발이 과연 제대로 된 인재선발의 방법인지 회의감을 안겨다 주는 상황에서 가계부담을 안겨주고, 금력으로 입시를 결정짓게 만드는 사교육의 확대는 기존 대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사교육이 크게 확대되면서 잠은 학교에서 자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는 말이 나올만큼 붕괴된 학교현장, 붕괴된 교육현장에서 무력감을 느낀 교사들,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닌 문제풀이 기계가 돼가는 학생들, 그 과정을 지켜본 학부모들까지 현재의 대입전형을 한번 바꿔야 한다는 데 합의한 셈이다. 공교육인 고교교육 살리기라는 기치 아래 정량평가에 대한 반성까지 더해진 학종은 태생부터 정량평가를 배제하고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유사학종’은 단순히 정의하면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학종이지만, 정의의 깊이를 더하면 학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정성평가의 관점에서 벗어나 있는 학종으로 범위가 확장된다. 다만, 전형방법을 넘어서 전형의 실질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전형분류는 학종이지만, 내신 석차등급을 활용해 학생부교과성적을 정량평가로 반영하는 방식이 전형방법에 포함된 전형을 유사학종으로 보면 된다.

정량평가/정성평가 모두 학생부를 반영한다는 점이 동일하기 때문에 비슷한 방법이라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실제 두 평가방식이 지닌 차이는 크다. 교육 수요자의 관점에서 바라봐도 두 평가방식은 분명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정량평가는 개인의 사정에 대한 고려없이 철저히 지정 교과의 석차등급을 기반으로 교과점수를 매겨 평가를 진행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정량평가가 포함돼있는 유사학종의 경우 일정 이상의 내신등급을 취득하지 못한 상황이면, 불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학종의 본질인 정성평가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형은 학종이지만 통상적인 학생부교과전형처럼 정형화된 합격선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교육컨설팅이 아닌 공교육 차원에서 제대로 된 진학지도를 받았다면 다행이겠으나, 학종에 대한 고교 이해도가 천차만별인 상황을 고려하면, 전형분류에 매몰돼 잘못된 원서지원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본래 학종도 학생부교과전형 못지 않게 교과성적이 평가의 중심이지만, 평가하고자 하는 대상이 다르다. 학종이 교과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학업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함일 뿐, 직접적인 합/불을 가르기 위함이 아니다.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단순한 내신등급의 높고 낮음이 학종의 합/불을 가르는 요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학종은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성적에 다소 취약점이 있더라도 자소서/추천서 등을 통해 취약이유를 밝혀 낮은 교과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데다 향후 발전 가능성까지 평가영역으로 삼아 성적의 상승/하락 추세까지도 살피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학업에 충실히 임해오던 수험생이 질병으로 한 학기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할 때 학생부교과전형은 단순등급만 보고, 해당 수험생을 불합격시킬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학생부교과성적(내신등급)이 평가의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반면, 학종은 자소서/추천서 등을 통해 학생이 어떠한 연유로 한 학기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었던 것인지, 해당 학기 이전과 이후 어떤 학업능력의 차이를 보였는지, 질병 이후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까지 전부 평가의 범위로 포섭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학업능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내신등급이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좋지 않은 것은 감내해야 할 약점이겠으나, 학생부교과전형처럼 내신등급이 낮다고 해 세부사정을 들여다볼 수 없는 무조건 불합격시키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석차등급을 활용한 교과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정량평가 기반의 학생부교과전형과 명확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내신등급의 높고 낮음이 합/불을 가를 여지가 있는 유사학종 지원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결국, 유사학종은 학종으로 분류돼있지만, 정량평가라는 학생부교과전형의 실질을 지니고 있어 대입 수시에서 혼란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다. 수험생 풀의 대부분이 새롭게 대입에 등장하는 고3들로 채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해 수험생/학부모는 입시에 있어 초보자다. 입시 전문가들 또는 이미 경험이 있는 N수생들처럼 학종과 학생부교과의 실질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전형분류 때문에 잘못된 지원전략을 수립, 전반적인 대입 전략이 어그러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전형표준화 시급.. 교육부/대교협 >
현장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유사학종이 난립하는 것은 교육부와 대교협의 잘못된 판단과 노력부족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형의 간소화에만 매몰된 채 전형표준화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배경 때문이다. 전형의 성격을 규정하는 주체는 대학이지만,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잘못된 전형분류의 책임을 대학에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제대로 표준화되지 못한 사정도 존재한다. 학종의 도입 역사가 너무나 짧다는 점이 제일 큰 이유다. 학종이 2015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길게는 십수년간 실시돼온 여타 전형들에 비해 분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타 수시유형들을 보면, 논술전형의 경우 성균관대 과학인재전형처럼 논술고사를 치르면서도 특기자전형의 실질을 가진 전형도 존재하지만, 대부분 논술고사를 치른다는 지점에서 전형 분류가 쉬운 편이며, 특기자전형도 지원자격 등으로 구분하기 비교적 쉽다. 반면, 학생부를 평가 중심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중심전형)으로 함께 분류된 데다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에서 고교교육 살리기 명분으로 확대 권장되는 지점마저 동일해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 학종 도입 이전 비교과 중심의 입학사정관전형이 있을 때만 하더라도 전형절차에 입학사정관의 투입 여부로 입학사정관전형이냐 학생부교과전형이냐를 따지기도 했지만, 이후 학생부교과전형에 면접, 서류평가 등이 도입되고, 학종도 서류평가만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등 구분하기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은 엄밀히 구분돼야 한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볼 때 전형명칭마저 대학마다 모두 다른 상황에서 전형유형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당위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사학종의 문제점은 결국 수요자들에게 혼동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때문에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전형표준화를 단행해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을 면밀히 구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학생부교과전형도 학생부교과 100%, 학생부교과+서류, 학생부교과+면접 등 전형방법이 다양한 데다 학종도 면접 유무, 서류제출 여부, 제출서류 종류 등에서 차이를 보여 단순히 전형요소/방법으로 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가의 중심축인 학생부를 정량평가로 반영하는지, 정성평가로 반영하는지를 따져 교과성적을 정량평가로 따지는 경우부터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분류하는 것이 전형 구분의 시발점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교육정책 전반을 주도하는 교육부와 대입을 주관하는 대교협이 전형 간소화에 매몰돼 전형 표준화에 신경쓰지 않은 것이 실질적인 학생부교과전형이면서 학종으로 분류되는 유사학종을 발생시켰다고 본다. 모 대학의 학종을 두고 대교협이 학생부교과반영비율이 높다고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변경하라고 권고한 사례를 돌이켜보면, 대교협도 전형분류가 잘못된 현 상황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교협이 전형 표준화를 실행할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30개대학이 실시하는 논술전형에서 유일하게 자기소개서를 받는 등 특기자전형의 실질을 띄고 있어 비판을 한 몸에 받아 온 대학이 대교협에 논술전형이 아닌 특기자전형으로 전형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거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후문에 의하면 대교협은 전형분류를 바꿀 시 생길 혼란을 이유로 대학의 전형변경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을 유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이 더 크다는 것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형표준화는 필히 이뤄져야 한다. 오죽 학종을 구분하기 어려우면 사교육설명회에서는 ‘전형명칭이 다소 독특하다거나 이상하면 학종이다’라고 학부모들에게 얘기할 정도다. 전형간소화를 통해 수시전형을 학생부교과/학종/논술/특기자 등 4개 유형으로 간소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세부전형을 놓고 보면 어디에 속하는지 수요자들이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형표준화 미비로 가뜩이나 전형구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형분류마저 잘못돼 있으니 혼돈은 더해진다. 최근 불거진 학종에 대한 오해도 잘못된 전형분류가 일익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위권대학에 원서를 내지 않다보니 유사학종을 학종으로 오독한 수요자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형요소/방법을 기반으로 전형분류를 하는 것이 어렵다면, 전형의 본질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잘못된 정량평가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학종의 본래 취지를 감안해 정량평가 요소가 가미된 유사학종들은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재분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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