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경 GIST대학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고도경(54) GIST대학장은 물리학자(GIST 물리/광과학과 교수)의 시선으로 GIST대학의 교육상을 설명한다. 평면의 폐쇄적 공간인 거울에서 입체의 열린 공간인 창으로 시각을 틔워 더 넓은 기회를 맞이하라는 조언이다.

한국광학회와 한국물리학회에서 평의원과 이사, 양자전문분과 위원장을 지낸 데서 관련분야 영향력이 읽힌다. 서울대 물리학과 학석박사를 거쳐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지내다 2003년부터 GIST 교수로서 인연을 맺고 있다. 고등광기술연구소 광공학연구부장, GIST 광과학기술학제학부장,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레버흄 초빙교수, GIST 물리전공 책임교수,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을 거쳐 작년 3월부터 GIST대학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LINC 육성사업 사업관리위원과 한국광학회 부회장 등의 주요학회 활동에 칼텍과의 1:1 공동연구에도 참여, 대한민국을 대표할 물리학자로서의 소임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고 학장을 통한 물리학자의 시선은 친근하다. 이공계 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 결과로서의 GIST대학의 교육지향점을 소탈하게 풀어낸다. GIST대학 입장에선 이례적으로 학장임에도 설명회에 직접 참여하는 등 소통의 물꼬를 틔우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 요즘 화두인 융복합을 GIST대학은 학부설립 단계부터 고민한 점이 인상적이다. 융복합을 이끄는 ‘리버럴 아츠 교육’이란 무엇인가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정보화시대 지식경제시대를 지나 최근 알파고(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 4승1패로 이긴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퀴즈쇼에서 인간을 제치고 압도적으로 승리한 인공지능) 로스(미국 대형로펌에 취업한 세계 첫 인공지능) 등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기본의 패러다임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교육 역시 기존 지식습득에서 벗어나 지식창출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GIST는 학부교육을 설계할 당시부터 시대변화에 걸맞은 교육의 방식을 깊이 고민해왔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창의성을 배양시키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 수학 물리 등 과학적 측면에 더해 철학 역사 등 인문학적 측면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리버럴 아츠’의 어원은 그리스로마시대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문법 수사학 변증법 산술 기하 음악 천문의 일곱 가지로 교육한 것을, 요즘의 교육으로 보면 물리 생물 화학 말하기/글쓰기 음악 철학 그림 식으로 변환할 수 있다. 여기에 건강한 신체까지 갖춰야 한다. 우리가 구현하고자 하는 ‘리버럴 아츠’다. 사회에 종속된 노예가 아닌, 자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소양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한다.

GIST대학은 대학원에서 출발했다. 대학원에서 학부교육에 대한 고민을 10년 가량 했고, 이후 학부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6~7년 가량의 연구를 거쳐 2010년부터 학부를 개설하게 됐다. 긴 고민과 연구가 깃든 만큼 경쟁력도 자부한다. 21세기의 창의인재는 자기분야에 깊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분야에 대해 넓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열린 비판적 사고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풍부한 감성지능, 따뜻한 인간미를 갖춘 ‘T자형’ 인간이다. GIST대학의 교육방식이 부합한다고 본다.”

- GIST대학의 ‘3C1P’ 교육철학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창의적 융합사고를 가져야 하니 인문과 사회가 융합할 수밖에 없고, 이를 구현하는 방법을 찾은 게 ‘3C1P’다. Creativity(창의성) Cooperation(협동심) Communication(의사소통능력)의 3C와 Problem Solving(문제해결능력)의 1P다. 3C의 경우 요즘 많이들 강조하고 있지만 GIST가 학부를 만들면서 처음 했던 얘기다. 인류사에 획을 그은 과학혁명의 상징적 인물인 아이작 뉴턴이 ‘나는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 있어, 즉 그간 많은 사람들의 지식 위에서 멀리 바라볼 수 있었다’ 말한 것 역시 지식의 융합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최근 노벨수상자들의 경우 단독수상이 없다. 단독으로 연구할 수 없는 시대이고, 서너 명이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시대다. 창의력과 소통 협력의 3C가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있는 문제를 해결할 게 아니라, 문제를 찾아내서 풀어내는 게 요즘 말하는 문제해결력이다. GIST대학의 ‘3C1P’ 교육철학이 이미 2010년에 나온 배경이다.”

- 아시아최초로 칼텍과의 ‘GIST-칼텍 1:1 공동연구’ MOU를 체결했다
“칼텍을 지향하는 대학은 많지만, 칼텍과 MOU를 체결한 곳은 GIST대학이 최초였다. 2012년 10월 칼텍과 MOU를 체결해 과학기술 연구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GIST 교수들과 칼텍 교수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관심사가 같으면 각 대학 한 명 총 두 명이 한 개의 조로 상대학교의 과제를 수주해 본격적으로 진행, 결실을 맺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원생도 참여한다. 교수들의 일대일 연구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칼텍에서 1학기 정규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연간 10명을 파견하며 학생 1인당 2500만원을 지원한다. 학부생들에게도 칼텍교류의 문을 열어뒀다. ‘CALTECH-SURF’를 통해 우수 학부생 4명을 선발해 칼텍으로 8주간 파견한다. 학부생들은 칼텍 지도교수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수업료와 체제비로 약 6천 달러를 GIST대학이 지원한다. 칼텍 학생 4명도 GIST로 와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GIST와 칼텍은 매년 워크숍도 진행한다. 작년엔 GIST에서 진행했고, 올해는 칼텍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칼텍과의 교류 외에도 UC버클리와 테크니온 공대와의 교류가 활발하다. 특히 테크니온 공대는 이스라엘 대학으로 벤처창업 프로그램으로는 전 세계적인 명성이다. 개설당시 아인슈타인이 관여, 이스라엘 초대대통령이 만든 대학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2명 배출, 전 세계적으로 창업으로 가장 유명한 대학이다. GIST학생을 작년에 4명, 올해 6명 보내서 창업교육을 받게 했다. 내년부터는 학석박사 과정에 모두 창업교육을 의무화했다. GIST대학이 현재 역점사업으로 강조하는 분야 하나가 창업교육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발상으로 창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학교가 공간과 예산을 지원하는 ‘GIST Garage’라는 명칭의 ‘딴짓의 공간’을 만들고, ‘무한도전’이라는 명칭으로 학생들의 개발 제안을 선발해 시드머니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창업보육센터를 통해 청년창업 모의창업 등을 지원한다. ‘거울에서 창으로’라는 컨셉으로 열린 교육을 실현하는 일환이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인 하비머드 대학과 MOU를 체결해 교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비머드 대학은 미국 대학의 학사과정 가운데 과학 공학 수학 분야에서 최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는데, 하비머드 대학과는 과학 공학 중심의 리버럴 아츠 교육 교류를 실시한다.”

- 지방소재 소규모라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구는 둥글다. 돌려보면 어디가 센터인지 모른다. 지방이라는 게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장애가 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주가 멀다 하는데, KTX로 1시간39분 거리에 지나지 않다. 학교가 작다고 하는데, 칼텍도 마찬가지이지만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변화하기 쉽다. 적용해보고 실패해보기도 하고 수정 보완해 가면서 변화에 대처하는 데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과학기술계로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GIST대학뿐 아니라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여러 모로 득이 될 것이라 본다. 학비부담 없이 기숙사를 제공 받으며 공부에 매진하는 데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GIST대학의 경우 등록금은 일부 있다. 받기만 하는 데 익숙하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학금이 더 많아 등록금 부담은 없다고 봐도 되며, 오히려 노력에 의해 자신이 취해간다는 데 의미를 둔다. 학부생이라 하더라도 대학원 교수들이 전공과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학부생들도 방학기간을 이용해 대학원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하는 등 연구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GIST대학은 대학원에서 출발, 학부교육이 필요해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좋은 학부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잘 알고 있으며, 대학원과 학부가 선순환하는 특징이다.”

- 수험생들에 조언 부탁 드린다
“Mirror to Window, 거울에서 창(窓)으로 시야를 틔우길 바란다. 거울은 자아도취, 내부로 집중되는 초점(평면), 현재에 머물러 있는 소극적 모습, 좁은 시야, 나만의 폐쇄적 공간, 모방 복제 고립의 속성이다. 반면 창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 외부로 확장되는 초점(입체), 미래를 지향하는 진취적인 모습, 넓은 시야, 밖으로 통하는 개방적 통로의 상징, 창조 융합 소통의 속성이다. GIST대학에 입학해 거울을 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창 밖의 더 넓은 사회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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